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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세계 : 무기산업을 둘러싼 부패의 내막과 전쟁 기획자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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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무기거래는 합법성과 윤리성의 정도에 따라 공식적인 거래와 ‘그레이마켓’ ‘블랙마켓’이라고 부르는 비공식적, 비합법적 거래로 나뉜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 사이의 경계는 모호하고, 뇌물은 ‘필수’처럼 여겨진다. 이러한 무기거래는 전 세계 무역 관련 부패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거대한 계약 규모, 소수에 집중된 구매 결정권, ‘국가안보’라는 장막이 부패를 낳는 최적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무기거래를 둘러싼 ‘그들만의 세계’가 곧 ‘어둠의 세계’인 이유다. ‘어둠의 세계’에서 안보는 명분이 되고, 생명은 뒷전이 되며, 세금은 낭비된다. 남은 것은 소수의 사익 추구, 탐욕뿐이다.

세계 무기산업을 20년 이상 파헤친 저자 앤드루 파인스타인이 무기산업을 둘러싼 부패의 내막과 전쟁 기획자들을 폭로한다. 1차대전 전후부터 현재까지, 미국, 유럽,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대륙까지 방대한 자료를 아우르며 전쟁이 ‘산업’이 된 역사를 되짚고, 이 산업에 뛰어든 수많은 인물들을 소환하며 고발한다.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추적하듯 전개해나가는 글 자체의 흡인력이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들지만, 매 장마다 펼쳐지는 부패와 기만에 솟구치는 분노 앞에서 이 이야기를 픽션이라고 믿고 싶어질지 모른다. 출간 당시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여러 해외언론의 주목과 찬사를 받았으며, 부커상 수상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 세계적인 석학 놈 촘스키도 추천의 말을 보탰다.

출판사 서평

산업이 된 전쟁과 부패한 정치가 만들어낸 탐욕의 네트워크
국가안보라는 장막을 친 ‘그들만의 세계’를 파헤치다
무기산업은 어떻게 분쟁, 폭력, 빈곤을 지속시키는가?


전 세계 시민들 대다수는 무기거래가 ‘국가안보’에 불가피한 필요악이라는 절충적 관점에 동의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극단주의 테러에 대한 방어로서 무기의 개발과 구매,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은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세계 무기산업을 20년 이상 조사한 앤드루 파인스타인이 전 세계 무기거래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분석해 그 실체를 밝혔다. 《어둠의 세계》는 무기산업을 둘러싼 부패의 내막과 전쟁 기획자들을 폭로하며, 무기산업이 초래했던 수많은 분쟁·전쟁과 그에 따른 민간인들의 참상을 되짚어본다. 미국과 중동, 영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아프리카 대다수의 국가들의 수많은 정부 공식문서와 언론탐사보도, 그리고 저자가 직접 대면한 무기밀매업자들과의 인터뷰까지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분석했다. 분쟁 중인 양국 모두에 무기를 판매한 전설적 무기딜러에서부터 무기거래에 통달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저지른 ‘국가 수탈’까지, 산업이 된 전쟁과 부패한 정치가 만나 무엇을 가능하게 만드는지 파헤친다.

무기거래를 지탱하는 부패의 구조

이야기는 어느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미국의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우디의 왕자이자 전 주미 대사인 반다르는 이 책의 주연이나 마찬가지인 인물로, 현대 국가 간 무기거래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논쟁적 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 초부터 2020년대 현재에 이르기까지 주로 사우디와 영국 그리고 미국 간의 무기거래를 주선하면서 여러 패악을 저질러왔다. 이 책은 반다르 왕자뿐 아니라 영국의 바실 자하로프(현대적 무기거래의 창시자)에서부터 미국 오바마와 트럼프에 이르기까지 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벌여오거나 눈감아온 추악한 거래들을 고발한다. 각국 정부의 공식 통계와 양심적 언론인들의 르포르타주, 내부고발자의 증언을 씨줄 삼고 현대 무기거래 연구자들의 치밀한 논증과 각종 판결문을 날줄 삼아, 멀게는 1900년대 초반부터 가깝게는 2020년 현재까지 100여 년 동안의 사건·사고와 각종 문헌들을 샅샅이 뒤져내 가히 ‘무기거래의 대서사시’를 엮어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무기 생산 및 거래 국가는 미국,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이탈리아, 러시아,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중국 등 다양하다. 무기의 거래는 이 같은 국가 간 협의를 기반으로 하지만 그 거래를 실질적으로 성사시키는 것은 무기제조업체들이다. 이때 업체들은 제3자를 거쳐 거래를 진행하는데, 문제는 그 제3자가 반란군이나 테러리스트 같은 반국가·비국가 행위자를 비롯해 때로 실체마저 의심스러운 중개인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간에 이뤄진 최대 무기거래인 ‘알야마마’ 사업은 이 같은 비밀스러운 무기거래와 비리가 얽히고설킨 최악의 문제적 사건이다. 반다르 왕자로 대표되는 사우디의 왕족들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영국의 마거릿 대처, 토니 블레어에 이르는 수상들과의 공식적 거래 이면에서 각국의 정부, 정보기관을 비롯한 비밀스러운 네트워크를 통해 뇌물을 주고받으며 거대한 ‘알짜배기’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들이 사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짜낸 지급 체계는 이들의 관심이 양질의 최신 무기가 아니라, 각 거래에서 커미션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느냐에 쏠려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94쪽 도표 참고). 그 폐해가 얼마나 큰지는, 사우디의 반다르 왕자가 알야마마 사업의 대가로 받은 뇌물만 해도 20여 년간 총 10억 파운드(1조 8,000억 원)에 달한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 같은 거대 뇌물수수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한 영국의 중대비리수사청(SFO)의 조사가 영국과 사우디 정부의 방해에 굴복하게 되는 장면들은 무기거래를 지탱하는 부패의 구조가 상당히 치밀하다는 사실 또한 분명하게 보여준다.

팬데믹 시대에 무기거래는 과연 필요한가, 라는 질문

2021년 전 세계는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중동에서는 이라크를 정점으로 민간인 대상 폭탄테러가 끊이지 않고, 유럽과 미국에서도 크고 작은 극단주의 테러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시민들이 맞닥뜨린 불안정과 위험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 분란의 원인이 무분별한 무기거래에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하지만 대다수의 무기제조국들은 자국의 방위산업 육성을 옹호할 뿐 분쟁이나 테러 상황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으며, 여전히 느슨한 규제, 허술한 감시, 불투명한 거래 등으로 끊임없이 비리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편 무기산업은 그 산업이 생산하는 물건이 생명을 위협하거나 파괴한다는 도덕적 문제 외에도, 시민사회의 기회비용을 박탈한다는 문제도 있다.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쓰여야 할 돈과 자원이 군비 지출로 빠져나가고, 이로 인해 시급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정이 부족해져 시민들의 삶이 더욱 불안정해지는 문제다. 이러한 기회비용의 극명한 사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HIV/에이즈 예산이 무기구매 예산으로 전용되었던 일이다. 1990년대 후반 남아공 정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HIV/에이즈 감염인 600만 명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의약품을 구매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영국 등 무기제조국의 강권에 따라 필요하지도 않은 무기를 사는 데에는 약 60억 파운드를 쏟아부었다. 당시 무기거래의 커미션만 3억 달러에 달했고, 이는 아프리카국민회의와 여타 정치인들에게 흘러들어갔다. 향후 5년간 남아공 국민 35만 5,000명 이상이 HIV/에이즈로 목숨을 잃었다.

무기산업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기회비용의 박탈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신음하는 2021년 현재 더더욱 두드러진다. 국방예산 지출 비중이 막대한 미국과 영국이 코로나19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극명한 예다. 일례로 2020년 미국의 국방 관련 실제 지출액은 1조 2,000억 달러에 이르는데,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료체계를 확충하는 예산의 두 배에 이를 정도다. 또한 영국은 2020년 하반기 코로나19 2차 유행이 한창 진행 중일 때에도 국방예산을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160억 파운드로 늘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의 의료진은 기초적인 방역물품조차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경기침체가 가속화될수록 무기산업의 존재 이유에 대한 시민들의 의구심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무기 역류 현상, 안보가 아닌 폭력과 학살의 불쏘시개가 되는 무기들

무기거래가 지닌 문제 중에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바로 “무기가 예상치 못한 이들의 손에 잘못 들어갈 경우 발생하는 ‘역류’ 현상”(728쪽)이다. 무기 생산과 거래 자체가 비밀계약, 이중계약 등으로 점철되니 부패한 무기딜러들이 이에 개입하는 일이 흔하고, 이들은 철저히 경제적 이익만을 좇기 때문에 무기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미국 하원의원 찰리 윌슨이 아프가니스탄에 무분별하게 무기를 공급했는데, 그 무기들이 나중에 탈레반 등 이슬람 반군 세력에게 유입되어 결국 미국에 맞서는 용도로 쓰였던 일이 대표적 예다. 당시의 무분별한 무기공급은 “2001년 9·11 테러로 이어지는 일련의 역류 현상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으며, 미국을 〔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미움받는 나라로 만들었다”.(371쪽)

본래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은 한 부족 규모의 구식 군대에 가까웠다. 하지만 끊임없이 공급되는 미국의 무기는 정식 군대의 위용을 갖추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또한 냉전 시기 소련의 침략에도 굴하지 않았던 경험은 미국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버렸다. 결국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무기공급은 제 발등에 도끼를 찍는, 역류 현상에 불을 지핀 것과 다를 바 없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사실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이 같은 역류 현상의 목표물이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과 영국 등 강대국의 무기 제공으로 인해 끊이지 않는 분쟁의 장이 된 곳은 아프리카 전역에 이른다. 《어둠의 세계》에서 소개하는 대표적인 무기밀매업자 빅토르 부트, 조 데르 호세피안, 니컬러스 오먼 등은 모두 아프리카에 무기를 공급하며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서구의 무기밀매업자들이 아프리카에 뿌린 무기들은 현대 아프리카의 수많은 비극적 분쟁들을 직접적으로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 일례로 르완다 대학살을 보자. 흔히들 이 사건을 벨기에 식민 세력에 의한 후투족과 투치족의 종족 간 분쟁으로 알고 있지만, 《어둠의 세계》 저자 앤드루 파인스타인은 르완다 대학살의 민간인 피해가 다른 분쟁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커졌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무기거래에 있었다고 고발한다. 당시 학살로 인한 민간인 피해는 단 3개월 만에 최소 80만 명에서 최대 120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앤드루 파인스타인은 1994년 르완다가 연간 예산의 70%를 무기구매에 지출했고 당시 프랑스가 르완다에 무기를 적극 공급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무엇이 20세기 최악의 대학살 광풍을 더욱 부채질했는지를 정확히 짚어낸다.

미국이 만들어낸 ‘분쟁의 민영화’

미국은 세계 최대의 무기 제조국이자 판매국, 구매국이다. 미국이 판매하는 무기의 양은 세계 판매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미국의 군비 지출은 9·11 테러 이후 10년간 81퍼센트 증가했고, 이는 《어둠의 세계》가 출간된 2011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군비 지출액의 43%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평화를 위해서는 미국이 결자해지하고 나서는 것이 급선무가 된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은 결과적으로 미국의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기존의 헌법은 무시되고 폐기되었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권력은 땅에 떨어지고 제왕적 대통령이 좌지우지하는 기형적 국가가 되어갔다. 이때 미국이 군대를 전반적으로 민영화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2010년대 아프가니스탄 주둔 병력의 절반 이상이 블랙워터(현 ‘지서비스’) 등 민간용병으로 채워진 것이 단적인 예다. 이후 감독체계는 느슨해지고 낭비가 심해졌으며 효율성은 바닥에 떨어졌다.

부시 행정부 들어 미국은 본격적으로 안보를 ‘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방산업체들은 “입법부·사법부·행정부에 이은 정부의 네 번째 기관”(437쪽)이 되었다. 조지 W. 부시 시절의 국방부는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민간업체에 자금을 제공했다. 일례로 2003년 한 해에만 민간과의 계약에 정부 재량 지출의 40%에 달하는 금액을 지출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을 군비로 지출하는 나라가 관련 부문을 민간업체에 맡겼으니, 군비 지출의 대부분이 민간업체로 들어간 것이다. 국가의 통제 밖에서 민간업체들이 벌이는 수많은 이익추구 행위 속에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극단주의 테러 세력에 파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역류 현상의 불쏘시개가 끊임없이 투여되고 있는 것이다.

‘어둠의 세계’를 끝내는 방법

《어둠의 세계》는 미국의 정치인 중 존 머사, 찰리 윌슨, 달린 드루이언, 랜디 커닝엄 등이 연루된 무기거래 스캔들을 다루며 그 스캔들이 야기한 엄청난 비리도 폭로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러한 비리 스캔들이 개별적이고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방관 속에서 자행되어온 관행의 일부라는 점이다. 미국의 행정부가 민간기업과 뒤엉켜 비리를 저지르고 이를 입법부와 사법부가 옹호하는 체계가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이처럼 공고하게 얽히고설킨 구조적 폐해는 부패와 비리의 책임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내는 일조차도 어렵게 만든다. 간혹 제기되었던 무기거래의 문제점에 대한 분석이 몇몇 비리 스캔들을 다루는 데서 그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많은 해외언론이 《어둠의 세계》에 대해 “무기산업 전체를 다룬 역사상 가장 완전한 기록” “독보적” “담대한 걸작”이라 평한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한 사건이나 인물이 아닌, 무기산업 전체를 총괄해 종합적으로 파고들며 분석했기 때문이다.

저자 앤드루 파인스타인은 세계의 무기산업이 이 지구 전반을 불안정하게 만든 주요 원인임에도 어떤 제약도 없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우려하며 당부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기산업의 폐해에 맞서는 것이며, 실질적 감시와 통제 역할이 가능한 무기거래조약 체결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이다. 대량학살, 민주주의의 후퇴, 빈곤 심화를 막기 위해 무기산업은 끊임없이 감시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져주길 청한다. 무기거래에 관해 지금보다 더 많이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정치인, 군, 정보기관, 검찰과 경찰, 무기제조업체와 딜러까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더 많은 책임성과 투명성을 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는 ‘어둠의 세계’를 끝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시작
등장인물
들어가며

1부 세상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직업
1. 커미션이라는 죄악
2. 나치 커넥션

2부 부자가 되는 가장 쉬운 방법
3. 사우디아라비아 커넥션
4. 인류를 보호하기 위해
5. 최고의 거래인가, 최악의 범죄인가
6. 다이아몬드와 무기
7. 반다르에게 굴복하다
8. 그리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3부 무기산업의 일상
9. 모든 것이 무너지다, BAE 덕분에
10.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BAE식 자본주의
11. 결정적 책임 회피

4부 무기 초강대국
12. 합법적 뇌물
13. 엉클 샘의 이름으로
14. 레이건과 변기시트 스캔들
15. 불법적 뇌물
16. 방산업체 유토피아 이후, 희망은 있는가
17. 미국 무기의 전시장
18. 죽음의 거래로 떼돈을 벌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5부 킬링필드
19. 아름다운 대륙, 아프리카의 눈물

6부 대단원
20. 세계에 평화를
21. 불완전한 미래

후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팬데믹 시대, 무기산업은 어떤 기회비용을 초래했는가?
무기산업의 사회경제적 기회비용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에 신음하는 가운데 특히 두드러진다. 불안정하고 폭력적인 세계에서 무기 보유는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평화로운 국가와 위협에 시달리는 국가 모두에서, 방대한 국방예산은 사회와 발전에 꼭 필요한 자원을 가져가며, 이는 다시 안정과 안보를 저해한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지출하는 미국과 영국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전혀 대비하지 못한 현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2020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국의 공식적인 군사예산은 7,380억 달러지만, 국제정책센터 빌 하텅에 따르면 국방 관련 지출을 모두 합할 경우 실제 지출은 연간 1조 2,5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금액의 절반만 갖고도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의료 수요를 대부분 충족할 수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 의료체계는 심각한 자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은 코로나19의 2차 유행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국방예산을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인 160억 파운드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 몇 달이 지난 후에도 최전선의 보건 및 돌봄 인력은 가장 기본적인 방역물품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이를 볼 때 미국과 영국의 1인당 코로나19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 p.9~10)

영국과 미국 정부는 인명피해를 낳을 것이 명백한 분쟁에 왜 끊임없이 무기를 공급하는가?
이러한 의문의 답은 이 책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세계 무기산업의 매우 독특한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무기거래는 국제적으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 중에서 가장 부패하고 무책임한 행위다. 이는 고위급 정치인, 방산업체 임원, 군 고위급 인사, 그리고 대부분 비윤리적인 중개인의 비밀스러운 공모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들은 잘못된 행위에 대해 사실상 처벌받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불법행위는 거의 드러나지 않고, 수사 대상이 되는 경우는 드물며, 기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 무기거래는 원래 규제와 법에 따라 제한되어야 하지만,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수호한다고 자부하는 각국 정부는 규제를 교묘하게 비틀어 불법행위를 일시적으로 합법화하고, 비윤리적 행위를 묵인한다. 무기거래는 민주주의를 침식하고, 취약국을 더욱 약화시키며,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저해한다.
(/ p.11)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이뤄지는 무기거래
무기거래 관계망은 합법성과 윤리성의 정도에 따라 공식적 거래부터 흔히 그레이마켓(grey market), 블랙마켓(black market)이라고 부르는 ‘어둠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레이마켓이란 합법적 경로를 통하지만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거래를 말한다. 각국 정부가 외교정책에 부정하게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다. 블랙마켓이란 구상과 실행 모두 불법인 경우다. 블랙마켓과 그레이마켓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들은 무기금수조치, 국내법과 국제법, 협약, 규제를 빈번하게 위반한다. 현실에서 공식적 거래, 그레이마켓, 블랙마켓의 경계는 모호하다. 뇌물과 부패가 ‘필수’인 무기거래의 세계에서 100% 합법적인 거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 p.36~37)

무기산업의 작동 방식
부패하고 은밀한 무기산업의 작동 방식은 판매국과 구매국 모두의 민주적 책임성을 약화시킨다. 무기거래는 전 세계 무역 관련 부패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거대한 계약 규모, 소수에 집중된 구매 결정권, 국가안보라는 장막은 어마어마한 뇌물과 부패를 낳는 최적의 조건이다. 몇몇 국가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적극 참여하고, 다수의 다른 국가들은 이를 묵인한다. 재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기구매 사업에 관해 거의 모든 정부가 비용 대비 효과는 물론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정을 내린다. 구매하기로 한 무기는 최초 견적보다 훨씬 비싸지고, 약속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며, 기한보다 한참 늦게 만들어지고 인도되기 일쑤다.
물론 국가안보와 거래비밀 보호의 필요성은 존재한다. 하지만 무기거래의 모든 것이 비밀에 부쳐지면 부패, 이해충돌, 잘못된 의사결정, 국가안보에 관한 부적절한 선택이 모두 은폐된다. 가장 강력한 관리 및 규제 대상이 되어야 할 무기거래가 정부 및 민간의 활동 중에서 가장 적은 감시와 책임성을 요구받게 되는 것이다. 부정을 감추려는 시도는 또 다른 불법행위로 이어지고, 정부의 기능은 계속해서 약화된다. 남아공의 사례를 보면, 의회의 권한은 약화되었고 부패방지기구는 해체되었으며 검찰 역시 힘을 쓰지 못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권 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 p.38~39)

‘어둠의 세계’는 어디인가?
딕 체니(Dick Cheney)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이후 핼리버튼(Halliburton)의 CEO로 취임했다. 그가 다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부통령으로 재임하는 동안 핼리버튼은 국방부 사업 60억 달러 이상을 수주했다. 핼리버튼이 이라크의 석유와 관련해 따낸 사업 규모는 그 세 배였다. 체니는 핼리버튼의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었고, 퇴임할 때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어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변한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사업 수주만이 아니다. 군산복합체가 경제정책과 외교정책, 전쟁을 개시한다는 결정을 포함해 국가 운영의 모든 측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의회, 사법부, 미디어, 시민사회단체가 군산복합체의 활동 상당 부분을 감시하거나 파악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이는 더욱 우려스럽다.
무기산업, 그리고 이들과 가까운 유력 정치인들은 정치적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국가안보를 내세우기만 하면 다른 이들의 영향이나 판단에서 자유로워지는 곳, 바로 ‘어둠의 세계’다.
(/ p.40)

2차대전 이후 무기거래는 어떻게 전개되었나?
전쟁이 끝난 뒤 10년 동안의 무기거래는 영국과 미국이 사실상 독점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이 지위와 안보 강화를 위해 무기를 사들이면서, 영국의 무기산업은 제국의 몰락 속에서도 호황을 누렸다. 1945년부터 1955년까지 영국은 민간업자와 외국 정부에 각각 20억 달러, 17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판매했다(군함은 제외). NATO의 창설과 미국의 대유럽 원조로 무기수출의 기회가 늘었다. 이윤 창출보다는 외교적 문제를 더 우려했던 미국은 영국에서 장비를 구입해 유럽 대륙에 공급했다. 영국과 미국은 각자의 영역에 대한 암묵적 이해를 바탕으로 협조하면서 과도한 무기판매 경쟁을 피했다.
놀라운 점은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2차대전의 여파로 무기판매가 급증했지만 1차대전에 비해 사회적 우려가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진 군축 논의와 회담에서는 거의 핵군축만 초점이 되었다. 핵무기를 사용한 대량학살이라는 새로운 위협과 비교하면 재래식 무기의 수출은 상대적으로 무해하며, 냉전체제의 불가피한 부산물이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 p.59)

무기 역류 현상은 무엇이며 왜 발생하는가?
물론 무기와 군수물자를 제조하는 업체는 일반적으로 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언제나 여러 부작용이 동반된다. 예를 들어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전투기나 거대한 수송기에 예산이 잘못 쓰일 경우, 실제로 안보를 증진할 수 있는 장비나 조치에 예산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가장 심각한 부작용은 무기가 예상치 못한 이들의 손에 잘못 들어갈 경우 발생하는 ‘역류’ 현상이다. 언제나 비밀스럽고 이중계약도 자주 이뤄지는 무기거래의 세계에서 이런 일은 흔하다. 신뢰성이 떨어지고 부패한 무기딜러를 활용해 정부가 첩보를 수집하는 일은 특히 위험하다. 정부, 군, 첩보기관은 무기딜러와 무기업체가 궁극적으로 자신만의 경제적 이익만을(BAE나 록히드마틴 같은 사기업의 경우에는 주주들의 이익도) 추구한다는 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 p.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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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파인스타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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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 감시를 위한 비영리단체 코럽션워치(Corruption Watch) 창립자 겸 사무국장, 오픈소사이어티재단(Open Society Foundation) 국제연구위원, 에이즈 구호단체 포텍(FoTAC) 의장,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소속 국회의원. 저널리즘 활동으로 《가디언》《데일리텔레그래프》《프로스펙트》《뉴욕타임스》《슈피겔》《뉴스테이츠먼》《아프리카리포트》에 기고하며, BBC, CNN, Sky, 알자지라 등의 방송에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 남아프리카공화국 국회의원 시절을 회고한 《파티가 끝난 후(After the Party)》, 《옥스퍼드 조직범죄 핸드북(Oxford Hand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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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졸업 후 전문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구조도 어휘도 현저히 다른 두 언어를 다루는 만큼, 원문에 담긴 내용과 메시지를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전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현재 월간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번역 기사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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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국제회의통역사.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국제회의통역 전공으로 석사학위들 취득했다. 끝없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통역과 번역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존중하라: 존중받는 직원이 일을 즐긴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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