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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 무신론 : 데리다와 생명의 시간

원제 : Radical Athe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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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급진적 무신론』은 자크 데리다에 대한 새로운 독해를 제시한다. 데리다 사유에서 소위 윤리적 또는 종교적 전회가 있었다는 지배적인 통념에 맞서서, 저자 마르틴 헤글룬드는 데리다의 철학에서 시종일관 급진적 무신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헤글룬드의 논지는 시간의 구성에 대한 데리다의 성찰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데리다가 어떻게 동일성, 윤리, 종교, 정치적 해방의 조건을 급진적 무신론의 논리에 따라 재사유하는지를 보여 주고, 데리다에 대한 다른 주요 해석들을 비판하면서 삶과 죽음, 선과 악, 자기와 타자 등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을 제공한다. 더 나아가 헤글룬드는 데리다의 입장을 해명할 뿐 아니라, 그의 논리를 전개시키고 강화하며 그 함축을 추적한다. 그 결과는 시간과 욕망 및 주권과 민주주의 등의 긴급한 현대적 이슈와 같은 철학적 주제에 대한 획기적인 탈구축이다.

출판사 서평

데리다 철학의 과감한 전복,
삶을 사랑하는 자는 신을 사랑할 수 없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데리다”를 제시하다

『급진적 무신론』의 저자 마르틴 헤글룬드는 현재 예일대학의 비교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륙철학, 비판이론, 근현대 문학 등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시간의 철학자들(칸트에서 데리다까지), 욕망의 이론가들(아우구스티누스에서 라캉까지), 근현대 문학 작가(프루스트, 울프, 나보코프), 독일 관념론(헤겔에서 마르크스까지) 등 광범위한 관심사를 지니고 있다. 헤글룬드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영미학계에 알린 『급진적 무신론』은 데리다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기반으로, 특히 시간과 욕망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한 토론은 CR: The New Centennial Review의 특집호에서 다루어지기도 했으며, Derrida Today, Parrhesia, Radical Philosophy, Diacritics 등 현대유럽철학을 전문으로 하는 학술지에 서평이 실리기도 하는 등 많은 데리다 학자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불멸이 곧 죽음인 이유는?
“살아가려는 것은 시간적 유한성 아래 머무는 것”

왜 급진적 무신론인가? 대개 기존의 무신론이 신 존재나 불멸성 같은 관념을 부정하는 것이었다면, 헤글룬드는 자신의 무신론이 신과 불멸성에 대한 욕망 자체를 그 근간에서부터 문제 삼는다는 점에서 보다 급진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제목이 ‘급진적 무신론’인 까닭은 특히 책의 4장에서 잘 드러나는데, 거기서 헤글룬드는 데리다 사유에서 윤리적 또는 종교적인 전회를 읽어내는 기존의 데리다 해석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다시 말해 그는 종교적 전통에 바탕을 둔 많은 철학자들과 현상학자들(존 카푸토, 헨트 데 브리스, 리처드 커니 등)을 매혹했던 후기 데리다의 주요 개념들(메시아주의, 신앙, 종교성 등)에 대한 매우 상이한 해석을 전개한다.

아무것도 상실될 수 없는 그런 무시간적인 충만함으로서의 불멸성 또는 시간의 작용으로부터 면제된 절대적인 것이라는 신학적 통념은, 헤글룬드가 데리다 철학에서 주목되지 않은 중요 개념으로 치켜세우는 생존에 대한 욕망과 양립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생존에 대한 욕망은 필멸적 삶에 대한 욕망이지 전통적인 의미의 불멸성에 대한 욕망이 아니기 때문이다. 헤글룬드에 따르면 시간적 유한성으로부터 면제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순수생명은 순수죽음과 다를 바 없는 것이 된다. 왜 불멸이나 순수생명이 죽음과 다를 바 없는가? 헤글룬드가 해석하는 데리다에 따르면, 우리가 무언가를 욕망하고 삶을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바로 그것들이 유한하고 필멸적이기 때문이다. 유사한 맥락에서, 데리다의 정치철학은 비폭력이 아니라 더 적은 폭력을 추구하는 것이 되는데 이는 절대적 평화는 절대적 폭력과 다를 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칸트, 후설, 레비나스, 라클라우에 대한 데리다의 비판
급진적 무신론의 견지로 재사유한 철학 이론들

헤글룬드는 『목소리와 현상』에서의 한 구절, 곧 “궁극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 근본에서 결정적인 것은 시간 개념”이라는 착상에서 출발하여 데리다 전체 논의에서 시간이 갖는 함축을 상세하게 풀어 나간다. 그에 따르면 공간내기, 기록, 차-이, 탈구축 등 데리다의 핵심 개념들은 시간 개념과 관련해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그가 데리다의 핵심 개념으로 내세우는 자기면역은 해로운 타자뿐 아니라 스스로를 공격할 수도 있는 면역 작용으로서, 타락가능성이나 위반가능성을 항시 동반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헤글룬드가 “무한한 유한성”이라고 부르는 시간은 근본적으로 흔적의 구조를 지니며 기회와 위협을 동시에 개방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적 해명을 토대로 하여 헤글룬드는 어떻게 데리다의 논의가 칸트, 후설, 레비나스, 라클라우에 대한 명시적 또는 암묵적 비판으로 이해될 수 있는지를 수미일관한 논리로 풀어낸다. 이러한 논의는 종종 데리다를 모종의 칸트주의자로 해석하거나 레비나스와 데리다가 유사한 타자철학을 전개했다는 식의 표준적 해석들과 대립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헤글룬드는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정체성의 구성이나 윤리의 폭력성, 민주주의, 정치적 해방 등에 관한 철학적 이론들을 시간적 유한성 또는 무한한 유한성의 견지에서 재사고하도록 해준다고 주장한다. 그렇기에 급진적 무신론은 이 책의 부제에서 드러나듯 ‘생명의 시간’을 그 주제로 할 때 더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현상학과 정치철학을 아우르는 철학적 여정

『급진적 무신론』은 영미권에서 출판된 데리다에 대한 이차 문헌들 가운데 그 명료성과 일관성에 있어서 단연 으뜸으로 꼽힌다. 이 책을 순서대로 읽을 수도 있겠지만, 각 장이 지닌 완결성을 고려할 때 관심사에 따른 독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칸트와 데리다의 시간론을 비교하는 1장도 흥미롭지만, 현상학과 시간의식, 타자윤리학의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라면 후설과 레비나스와 대결하는 2, 3장에서 출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 및 정치철학에 특히 관심 있는 이들은 슈미트나 라클라우를 다룬 5장을 택할 수 있을 것이고, 이 책의 제목을 달고 있기도 한 4장에서 전개되는 데리다 및 아우구스티누스의 자서전적 소재는 문학 전공자들에게도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대륙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뿐 아니라, 분석철학 전공자들, 데리다 철학이 놓여 있는 역사적 맥락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풍성한 독서의 경험을 제공하는 책이다.

목차

감사의 말 5
서론 7

1장 시간의 자기면역: 데리다와 칸트 33
2장 원-기록: 데리다와 후설 99
3장 원-폭력: 데리다와 레비나스 145
4장 생명의 자기면역: 데리다의 급진적 무신론 199
5장 민주주의의 자기면역: 데리다와 라클라우 307

참고문헌 381
옮긴이 후기 395

본문중에서

죽음 이후에 계속 살아가려는 욕망은 불멸성에 대한 욕망이 아닌데, 왜냐하면 계속 살아가려는 것은 시간적 유한성 아래 머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생존에 대한 욕망이 시간을 초월하려고 하지 않는 것은 주어진 시간만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위 불멸성에 대한 욕망에는 내적 모순이 존재한다. 필멸의 삶에 애착을 갖지 않는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도 계속 살아가려는 욕망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일한 이유로, 불멸성이라는 관념은 가설적으로라도 죽음에 대한 공포를 진정시킬 수 없거나 계속 살아가려는 욕망을 만족시킬 수 없다. (9쪽)

데리다에게, 시간과 공간은 그 경험적 조건에 상관없이 동일한 방식으로 주어지는 인간적 직관의 초월론적 형식들이 아니다. 오히려 공간내기의 극단초월론적 지위는 초월론적인 것과 경험적인 것 사이의 전통적 분할을 탈구축한다. 시간이 공간적으로 기입되어야만 한다면, 시간의 경험은 시간을 기입하는 데 이용가능한 어떤 물질적 지지물과 기술들에 본질적으로 의존적이다. 이것이 데리다가 기입들이 이미 구성된 공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공간성을 생산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유이다. 그러니까 데리다는 공간내기를 어떤 역사적이거나 기술적인 시대의 효과로 환원하지 않고도, 시간과 공간의 경험을 역사적이고 기술적인 조건들에 의해 구성된 것으로 사고할 수 있다. (59쪽)

과거와의 관계와 타인과의 관계 사이의 비교는 우연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데리다는 후설이 어떻게 시간화의 운동과 상호주관성의 구성 사이의 유비로 계속해서 돌아오는지를 지적한다. 자기 자신을 기억하는 것은 어떤 시간적 분할에 종속되어 있는 것인데, 지향하는 주관은 또한 지향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재현전화의 방식으로 나는 스스로에게 하나의 타자로서 나타난다. 후설의 분석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중적 관점은 어떤 상호주관적 관계에 있어서도 전제 조건이다. 내가 타자에 대해 타자라는 의식 없이는, 타자를 대자적인 나로서 인정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123쪽)

내가 스스로 나 자신의 친구일 뿐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이중 구속이 작동한다. 내가 이전의 장들에서 주장했다시피, 가장 직접적인 자기촉발조차도 오직 시간의 도래를 통해서만 주어진다. 그래서 나는 필연적으로 스스로에 대해 필멸적인 타자로 분할된다. 매 순간 나는 미래를 위한 기억으로서 스스로를 계속 붙들어야만 하며, 기억은 상실될 수 있고 애도로 이끌 수 있다. (201쪽)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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