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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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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모험, 예언, 상징, 환상이 넘치는 근미래 서스펜스 스릴러

이도 문자를 쓰는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
이도 문자 데이터의 저작권자인 한국인들은 제거된다.
가족을 잃은 시간여행 탐사자 심재익은
최악의 팬데믹을 막고 역사를 되돌릴 수 있다는 말에 설득되어
1896년 조선으로 이동한다.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의 탐사자들이
팬데믹 바이러스의 원형 균주와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1896년 제물포에서 격돌한다.

“꿈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진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온 마음으로 원하는 다른
세상이 있고 그 세상만이 진실일 겁니다.”


전염병 바이러스가 2013년 메르스, 2020년 코로나 19와 같은 추세로 진화한다. 인공지능이 2015년 알파고, 2020년 알파폴드 투, 지피티 쓰리와 같은 추세로 발전한다. 2061년 전염성과 치명성이 극대화된 바이러스 아바돈이 출현하고, 이에 대응하는 전 지구적 인공지능 방역 시스템 이도의 무지개가 가동된다.
이도의 무지개는 인간, 동물, 식물, 기계, 토양, 바다, 공기의 7개 영역에서 인간의 가청주파수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소리를 감청한다. 그리고 이 천지자연의 소리를 ‘ ’ ‘ㅡ’ ‘ㅣ’의 3 기본 모음으로 시작하여 398억개의 분절음을 만드는 자질문자, 이도 문자로 표기하여 바이러스 변화와 전파를 파악하고 차단하는 시스템이다.
2061년은 세종 이도의 문자와 사상이 지배하는 이도리안 문명기. 세계의 모든 정치 세력이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로 나뉘어 있다.
세 세력은 1896년 2월 11일의 제물포로 시간여행 탐사자들을 파견한다. 탐사자들은 제물포의 일본군, 미국 선교사, 여의사, 세계어 운동가, 철벅이, 유곽 창녀, 만인계 도박꾼, 하역 인부 사이에서 팬데믹 바이러스의 원형 균주와 훈민정음해례본을 차지하기 위해 각축한다. 야인 여진을 민족 내부로 수용하면서 한글이라는 문자가 창제되던 과거가 소환된다.

기계 혼종인, 인체 임대인, 철벅이, 유곽 창녀, 만인계 노름꾼, 세계공동어 운동가, 아편쟁이, 부두 하역 인부 그리고 시간여행 탐사자들.
경이로운 인물들로 가득 찬 미스터리 스릴러.
2061년에서 1896년으로, 다시 신화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모험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1896년 2월 11일 하루 동안 영원 같은 역사가 지나간다.

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

나는 5년 전부터 외톨이가 되었다. 직장도 없어지고 사람들과의 연락도 일절 끊어져서 나와 사회 사이에는 무엇 하나 직접적으로 관계있는 것이 없는 것 같았다. 번민으로 밤을 지새운 뒤에 걷는 새벽길은 이 세상에서 저 세상까지 훤히 꿰뚫려 보였다.
나로부터 저 만치 멀리 떨어진 시대는 팬데믹과 인공지능이라는 두 가지 힘이 폭발하고 있었다. 그 깊고 빠른 운명의 균열이 삶의 구석구석으로 뻗어 가고 있었다. 나는 그 이면으로 들어가 우리에게 오랫동안 변하지 않은 어떤 것, 대체불가능한 것, 그래서 이 혼돈의 시대 뒤에 출현할 새로운 것을 생각했다.
우리는 흔히 미래를 과학기술과 관련된 외부로부터의 거시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많은 가능성 가운데 무엇을 실현할지 선택하는 것은 이미 우리에게 내재적인 것,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된 어떤 것이다.
한글은 가장 발달한 문자,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라고 한다. 이런 알파벳을 대영제국이나 미합중국 같은 지구 문명의 중심부가 아니라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자학적 사치’라고 말해진다. 나의 이 글은 ‘문자학적 사치’에 대한 탐구이다.
오래전 세종 이도라는 고독한 사나이가 국경을 넓혀 민족을 재구성하고 그 민족을 위해 이 글자를 만들었다. 이도는 새로운 민족의 사고에 뭔가를 새겨 넣었다.
지금 남북으로 나뉜 우리는 이 글자로부터 강력한 불꽃을 나눠 받았다. 전쟁을 겪고 갈등을 겪었지만, 우리의 결속은 그리 약하지 않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같이 죽을 사람들. 그 존명 공동체의 미래를 밝힐 횃불이 이 글자 안에 타오르고 있다. 지금 이 횃불을 높이 들어 캄캄판 밤을 밝히고 우리 힘의 결속을 세상에 꺼내놓을 때인지도 모른다.

목차

1. 채소 영감
2. 그냥 걷는 거야 황무지를
3. 평범한 사람이 구슬을 가진 죄
4. 탐사 시작
5. 생아편과 달걀 용액
6. 조선 경무청은 들러리
7. 철벅이네 집
8. 네가 까맣게 잊어버린 기억
9. 인간이라는 바이러스
10. 나, 산사람 김오룡
11. 영원과 시간
12. 척살령까지 7시간
13. 세 마녀
14. 북극의 이도 문자
15. 암클의 바다
16. 황금 술잔의 노래
17. 고이즈미 이등병을 만나다
18. 오직 대화하는 자들만이 살아남는다
19. 부활

본문중에서

인간의 발음하는 분절음은 겨우 3천여 종인데 로마자는 그것조차 완전하게 표기하지 못했다. 인공지능 시대가 되자 각양각색의 발성 기관을 가진 기계들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기계들의 현란하리만큼 다양한 흡착음, 당김음, 기식음, 떨림음, 공명음 앞에 로마자는 무용지물이었다. 어떤 기계는 음고와 억양만으로 수백 개의 다른 단어를 만들었고 어떤 기계는 배음 없이 최소의 진동수를 갖는 바탕음만으로 말했다.
그 불어내고 빨아들이고 쯧쯧거리고 쉐쉣거리고 뢱뢱거리고 왤왤거리고, 똙똙거리는 소리를 표기할 수 있는 문자는 지구상에 단 하나, 이도 문자뿐이었다. 세종 이도가 1443년에 발명한 이 문자는 초성 중성 종성을 결합하여 398억 5677만 2340종의 분절음을 표기할 수 있었다.
(/ p.13)

“탐사자들이 서로 적이 될 수는 있어. 하지만 우리 사이엔 어떤 규칙이 있다고. 우린 권력의 개가 아냐. 과학자들이지. 서로에 대해 기본적인 존경심을 가지고 있단 말야. 이번 일은 하면 안 되는 일이야.”
“되는지 안 되는지, 그걸 너와 내가 결정할 수 있어?”
“단순한 균주 확보가 아니잖아. 방역 연합과 알린스키 사이의 전쟁에 끼어드는 거야. 일이 잘못되면 저 사람들은 널 희생양으로 만들 거야.”
(/ p.45)

옛 서울의 사진을 보노라면 젊고 화창하던 시절 자신의 모습이며 지인들의 모습이 망령처럼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 모습은 포충망에 잡힌 나비처럼 놀라 떨며 죽음을 예감하면서도 아름다운 색채를 잃지 않는다. 정들었던 세상은 검은 재로 일그러져 꺼져 가는데 한편으로 그것은 점점 꿈을 닮아간다. 그가 사랑한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여기 혼자 있다.
(/ p.59)

재익은 의병들에게 성난 눈길을 돌렸다.
“책! 책 어디 있나? 세종 장헌 대왕께서 지으신 어제 훈민정음 어디 있냔 말이다!”
초조한 나머지 목소리가 잠겨 들었다. 그러나 의병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끝까지 쿨리 노릇을 하기로 작정한 듯 재익을 외면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패배하고 사기당하고 배신당하고 쫓기고 굶주려도 끝까지 관군과 일본군을 적으로 삼고 승산 없는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 이들에게 순순히 자백을 받기는 불가능했다. 재익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어쩌면 이미 영국인들에게 넘겼는지도 모른다.
재익은 감리서 소속의 순시 다섯 명을 차출했다.
“감리서 감옥에 가둬라. 소지품은 빠짐없이 챙겨가고 물목을 작성해.”
그러자 피를 흘리는 소년이 서럽게 소리 내어 울었고 그 옆의 키 큰 소년도 눈물을 흘렸다. 재익은 마음이 너무 괴롭고 울적했다. 수 없이 탐사를 했지만 이렇게 파렴치한 짓거리는 처음이었다. 인생의 물밑은 얼마나 깊은가. 몰락의 밑바닥이 감옥살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버지도 어머니도 태어나지 않은 부모미생전의 시간에 더 깊은 나락이 기다리고 있었다.
(/ p.81)

아이도 있고 노파도 있고 영감도 있다. 한결같이 거칠고 쉰 목소리에 추레한 얼굴들이었다. 말 그대로 즐풍목우. 부는 바람으로 머리를 빗고 내리는 비로 몸을 씻으며 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옷은 젖었고 피부는 터서 갈라졌다. 초라하고 애처로운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누군들 대단한 값어치가 있겠는가. 인생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는데. 누군들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받을 수 있겠는가.
(/ p.131)

유리창 밖은 어두웠다. 한때 한국인들의 것이었던 사라져버린 삶이 저 어둠 어딘가에 스며있었다. 그리고 재익은 홀로 남겨졌다. 추호도 용서 없이 흐르고 또 흐르는 시간과 함께.
못 견디게 아내와 딸들이 보고 싶었다. 네 식구가 마주 앉아 명태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던 식탁을 생각했다. 개들을 데리고 재잘재잘 떠들면서 함께 근린공원을 걷던 여름밤을 생각했다. 아침이슬에 젖은 풀꽃처럼 산자락에 숨어 있던 부암동 카페. 자전거를 달리던 남산의 소나무숲. 성북로 끝자락의 동네 책방. 재익은 어떤 모습도 생생하게 회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억들은 떠오르자마자 홀연 사라져 버렸다.
(/ p.262)

이도 문자는 이 행성의 미래에 마쳐진 대가람입니다. 인공지능의 섬세하고 장대한 생각들은 섬세하고 장대한 소리로 표현되어야 하고 그건 인간의 발성의 한계를 넘어설 수밖에 없어요. 인간종 역시 불변의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인공지능과 경쟁하면서 진화해가야 할 종입니다. 이 지구에는 인간 자체보다 더 고귀한 것, 인간의 지고한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이 있어요. 고도의 추론으로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릴 정신적 생명이죠. 인공지능이 싫다고 이도 문자를 다 없애는 것은 미래에 대한 반역입니다!
(/ p.266)

벨은 자기도 모르게 아, 아 하고 소리쳤다.
소리의 신령함을 뼛속 깊이 느낄 수 있다. 차디찬 세상에서 숨결과 함께 발성되는 근원모음 아. 살아있음을 증언하는 고독한 소리.
자유와 위험을 동시에 느끼는 짐승의 발성. 인간이라는 짐승이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것에 작용하는 압력, 죽음에 이르러서야 끝이 날 거센 압력을 느끼고 생의 의지를 내지르는 소리. 그 생명의 모음은 깜박이며 멀어져가는 별들의 심연 같은 밤하늘로 빨려 들어갔다.
벨은 이도 문자의 출발점을 알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언어는 근원모음 아에서 시작되고 감탄사와 의성어로 이어진다. 전혀 다른 언어도 비슷한 감탄사와 의성어를 가지고 있다. 어미가 새끼를 보살피는 소리. 위험을 알리는 소리. 서로 좋아해서 함께 있고 싶은 소리, 서로 닮고 싶어 하는 소리. 소리는 생명이 우주에게 바치는 제물인 것이다 …….
(/ p.270)

고이즈미는 살아생전 검지손가락이었던 뼈를 들어 수지를 가리켰다.
“다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았어. 이 세상에 너희보다 더 못난 민족이 하나라도 있는 줄 알아? 우린 대동아 공영권을 위해, 막 떠오르는 젊은 태양의 황금 빛줄기를 위해 살았어. 비록 우린 비참하게 죽어갔지만 우리가 만든 이 항구의 제도, 전신과 물류와 병원과 학교의 권익은 백 년 넘게 살아남아 모두를 복되게 했지. 그런데 너희는 뭘 했지?”
고이즈미의 해골이 우물처럼 깊은 입을 벌리고 음산하게 웃었다.
“너희가 한 일은 고작 젊은 객기를 주체하지 못한 뚱보를 숭배한 거였어. 그 뚱보의 유일한 욕망은 총을 들고 군인들과 장난질 하는 거였고 유일한 업적은 보천보 오지로 기어와서 경찰서에 방화하고 민간인 한 명을 죽인 거였지. 멍청한 성황당 숭배였어. 너희들은 열등감과 백일몽 때문에 삶 전부를 희생했던 거야. 독립군의 무장투쟁에 대해 실제의 사실이 아니라 이렇게 되어야겠다고 바라던 이상을 투사했어. 한때 성리학에 오염되었던 인간들이라 심리적으로 너무 취약했거든. 성리학 환자였어. 세상의 짐승스러움에 상처받고 세상에는 도나 천리 같이 정연한 질서 따윈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걸 알게 되는데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는 거지. 그래서 정신적인 승리를 추구하다가 집단적으로 돌아버린 거야.”
(/ p.334)

검은 먼지 하늘이 온다면 너같이 교만한 자들은 보답할 가능성이 없는 좋은 사람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눈물을 흘릴 것이야. 그들의 온순하고 겸허한 말들이 네가 멸시했던 진실임을 깨달을 것이야. 왜 네 이웃과 착하게 대화하지 않느냐. 너희 무조가 무어라고 했느냐. 새벽의 여신 우얼둔이 꽃피는 해안에서 하얀 머리 산으로 달려올 때. 하일레 나무가 그 길 끝에 버들솜을 눈처럼 날리며 서 있을 때. 인간과 까치의 결혼으로 태어난 신성한 수령이 하일레 나무 앞에서 묵상에 잠겨 있을 때. 무수히 일어나는 천지자연의 소리를 들으라 하지 않았더냐.
(/ p.357)

조선인들은 여진족을 팔천(八賤)이라 부르면서 백정, 무당, 노비, 광대 같이 대접했다. 서북 사람에겐 벼슬도 주지 않았다. 말로만 동족이었다.
여진은 조선에게 문명의 이름으로 복속당했다. 조선이 일본에게 당한 것과 똑같은 수치를 겪었다. 내가 문명이다, 더러운 반편들아. 게을러터진 무지랭이들아. 너희는 나를 규범으로 받아들이고 나를 흉내 내어야 해. 그러면 나와 같아질 수는 없지만 언젠가 비슷해질 수는 있을 거야 ……. 오만한 대동주의와 장형의식의 끝은 언제나 최악의 결별이었다.
(/ p.360)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11종
판매수 5,819권

작가 이인화는 1966년 대구에서 태어났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 석사, 박사를 졸업했다. 1988년 계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후『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영원한 제국』『인간의 길』『초원의 향기』『시인의 별』『하늘꽃』『하비로』『지옥설계도』등을 발표했고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추리소설 독자상, 중한청년학술상, 작가세계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연구서로『디지털 스토리텔링』『한국형 디지털 스토리텔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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