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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날다 : 고광률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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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광률의 장편소설 『뻐꾸기, 날다』는 복마전 같은 정치판을 중심으로 우리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의 속내를 집요하게 파헤쳐 드러낸다. 그러면서 시종 긴장을 늦추지 않는 정치 스릴러의 재미도 일품이다. 남의 손을 빌려 새끼를 길러내는 뻐꾸기들의 세상, 그 세계에 발이 묶여 있는 다양한 인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추하게 발버둥 치는 모습은 지옥도를 방불케 한다. 거대하고 정교하게 짜여 있는 이 시대, 이 사회의 먹이사슬. 모두가 한 그물 안에 있고 모두가 공범들이다.

차량 추락 전복사고를 당한 허남두 회장의 죽음은 단순 교통사고로 처리되었으나, ‘SIU 보험사기조사전담요원’인 허동우의 직업적 감각에 의하면 아버지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허동우는 아버지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 음모의 주역들 뒤를 쫓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타살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은 총 여섯 명이다. 신당 대표 백대길, 그를 보좌해온 안민용,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무기상 나삼추, 백대길의 싱크탱크를 이끌었던 폴리페서 강중평, 정치인과 결탁하여 세력을 키우는 조폭 조왕구, 백대길의 비서실장 선우강규가 그 여섯이다. 검찰은 물증을 가지고 있음에도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 외 대학교수, 언론인, 경찰, 검찰, 조선족 불법체류자, 아파트 경비원, 운전기사…… 정치적 헤게모니 때문에, 몇 백억의 이권과 비자금 때문에, 몇 십만 원의 푼돈 때문에, 숨겨왔던 과거사 때문에, 남녀 관계 때문에, 이 모든 군상들이 저마다 살기 위해 발버둥친다. 정의가 무엇이고 진실이 무엇인지는 이들에게 중요하지 않다. 거물들은 거물들이라서 치열하게 암투를 벌이고 잔챙이들은 잔챙이들이라서 처절하게 진흙탕에서 나뒹군다.

안민용에게는 딸을 납치했다는 전화가, 백대길에게는 의문의 한시(漢詩)가 쓰인 협박 서신이 도착한다. 딸을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안민용은 매수한 운전기사를 살해하기까지에 이르나, 납치범에 대한 별다른 확증도 찾지 못한 채 괴한의 협박, 살인에 대한 죄책감, 상황이 주는 압박감에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스도쿠 형식을 빌려 만든 퍼즐 형태의 협박을 받은 선우강규는 불륜을 발각당하는 한편 안민용이 죽인 운전기사의 살인 누명을 쓰고, 조폭 조왕구는 ‘청부살해’ 당한다. 백대길은 필사적으로 지켜온 당의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져 존망의 위기에 선 상태에서 온갖 술수를 다 동원해 버텨내보려고 한다. 그러나 몸부림칠수록 과오의 흔적은 점점 더 짙어지고,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백대길의 추종자였던 이종걸 시의원의 갑작스러운 배신으로 안민용의 딸이 백대길의 혼외자식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 그런데 이 폭로의 배후에는 허동우의 장인인 서종대 의원이 있다. 서종대는 정치 권력을 위해서 백대길을, 금권을 위해서는 허남두 회장을 이용했다.
복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허동우는 어머니를 만나 어린 딸을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 데려다줄 것을 요청한다. 밀항 계획을 세운 허동우는 나삼추를 파산시키고, 나삼추의 수사가 시작됐다는 언론 뉴스를 뒤로한 채 밀항길에 오른다. 이로써 허동우의 치밀했던 복수전은 먼 길을 돌아 마침내 성공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백대길은 반신불수가 됐고, 안우용은 자살했고, 조왕구는 살해당했고, 강중평은 교수로서의 명예와 사회적 신의를 잃었다. 나삼추는 이제 사업체와 전 재산을 잃고 국제적인 수배자가 된다. 허동우의 계획은 치밀했다. 본인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이들이 서로를 배신하고 해치도록 교묘하게 조종했다.
그러나 그 어떤 확신도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단언하듯이, 소설은 결코 후련하고 편안하게 끝나지 않는다. 그의 뒤를 쫓으려 하는 또 다른 세력이 있다. 주모자는 장인인 서종대 의원이고, 그에게는 충분한 돈과 권력과 수완이 있다. 먹이사슬은 건재하다. 중국으로, 미국으로 건너간다고 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다. 더 절박하고 처절한 사람들이 아직 남아 있기에.

소설의 배경은 2012년이다. 10년의 시간 동안 하지만 과연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의 속내는 이 소설이 보여주는 적나라한 그림에서부터 얼마나 멀어졌을까.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이들의 얼굴이 달라지고, 언설이 달라졌을 뿐 상황은 여전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광률은 『뻐꾸기, 날다』를 통해 정치인과 자본가가 어떻게 서로 야합하고 배신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자본가와 유권자들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위선과 기만, 사기와 배신으로 점철된 이전투구와 이합집산을 통해 우리의 현실 정치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진흙탕 싸움 속에서 뒹구는 인물들에게서는 왜인지 애처로움도 묻어난다. 가령, 중국에 있는 아들을 위해 납치에 가담하는 조선족 양동춘이나 부당하게 챙긴 돈을 모아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는 비리 경찰 서동오가 그렇다. 친딸도 아닌 인애 때문에 안우용은 무너진다. 자살이라면 보험금 5천만 원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아들 시신 부검에 동의하는 구만복 어머니를 섣불리 손가락질하기는 쉽지 않다. 그 구만복은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죄에 발을 담갔다. 이들의 일그러진 얼굴은 오늘날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어떤 얼굴들과 결코 다르지 않다. 그래서 『뻐꾸기, 날다』는 바로 ‘오늘’의 소설이고 ‘오늘’의 보고서다. 풍속도이자 해부도다. 우리가 잊은 것, 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소설 속 인물들이 증언할 것이다. ‘지금’ 이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작가의 말
이 소설은 권력과 부를 틀어쥔 자들이 자기들끼리의 이해를 위해 어떻게 면종복배하며 이합집산하고, 또 보복하는지를 얘기한다. 그들은 사적 복수마저도 공공의 자산과 없는 자들의 피로써 한다. 물론 없는 자에게는 어떤 대가도 의미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가진 자들의 일희일비를, 없는 자들이 공유·공감하거나, 공유·공감해줘야만 살 수 있는 세상이다. 물론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자들도 있다. 나는 탁란으로 종을 번식하고 보존하는 뻐꾸기 같은 자들의 파렴치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이 소설을 썼다.

추천사

고광률은 최근 눈에 띄게 활발한 모습이다. 이번 작품 『뻐꾸기, 날다』에서도 ‘독한 리얼리스트’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현미경 같은 그의 눈으로 그려내는 이 시대 이 사회의 진면목은 하나의 거대하고 정교한 먹이사슬이다. 거물 정치인에서부터 금융계 인사, 대학교수, 검찰, 경찰, 언론, 조직폭력배, 조선족 불법체류자에 이르기까지 한 덩어리로 얽혀 돌아가며 저마다의 이익을 추구한다. 서로가 가해자요 서로가 피해자로, 물고 물리는 관계들이다. 그 정점에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아 키우는 뻐꾸기 같은 자들이 버티고 있다. 그들에게 아버지를 잃은 주인공 허동우의 끔찍하도록 치밀한 복수극을 뼈대로 하고 있는 이 소설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도 그런 먹이사슬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느냐고. 우리 사회의 풍속도이면서 해부도 같은 이 소설이 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대가 어떤 시대였는가를, 그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았는가를 두고두고 증언해주었으면 좋겠다.
- 고원정 /소설가

목차

데스노트
탁란
뻐꾸기

발문 | 먹이사슬, 우리 시대의 벽화 | 고원정
작가의 말
참고 자료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1~
출생지 충북 청주
출간도서 6종
판매수 631권

1961년 청주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호서문학]에 단편 [어둠의 끝]을, 1991년 17인 신작소설집 [아버지의 나라](실천문학사)에 단편 [통증]을 발표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소설집 [어떤 복수] [조광조, 너 그럴 줄 알았지] [복만이의 화물차], 장편소설 [오래된 뿔](전2권)이 있다. 2012년 호서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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