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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명작에세이

원제 : Travels with a Donkey in the Ceven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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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새로운 번역으로 읽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여행에세이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 [보물섬]과 인간의 이중인격을 다룬 책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이 책 [당나귀와 함께한 세벤 여행]은 스코틀랜드 출신인 그가 암탕나귀를 데리고 종교분쟁의 한 중심지였던 프랑스 남부의 세벤 지역을 둘러본 여행기이다.
나귀 모는 법도 모른 채 나귀와 함께 길을 떠나기로 한 여행자와 제 본분은 잊고 하염없이 느릿하기만 한 암탕나귀 모데스틴. 두 동행은 열이틀 동안 230킬로미터를 걸으며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다 여정의 끝에서 눈물로 헤어진다.
1879년에 출간한 이 책에서 스티븐슨은 종교를 축으로 살아가는 산골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며 인간의 삶과 종교의 관계를 생각하고, 인간사에 내재해있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과 관용을 반추한다.

출판사 서평

나귀 모는 법도 모르는 여행자가 암탕나귀와 함께한 프랑스 남부 세벤 여행,
오늘날 전 세계 도보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스티븐슨 트레일’ 개척기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암탕나귀와 함께 프랑스 남부 세벤 지방을 여행하고 쓴 이 책은 말 안 듣는 나귀를 데리고 좌충우돌하며 산악지역을 여행한 이야기가 주축이지만, 사실 저자는 이 책에서 종교분쟁의 한 현장이었던 세벤 지역의 역사와 인간사에 내재해있는 종교적 신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러한 독특한 내용이 1879년에 출간된 이 책을 140여 년 동안 살아남게 하고, 오늘날에도 매년 수천의 여행자들이 이 책을 읽고 들고 이 길을 따라 걷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저자가 책의 초반부에서 나귀와의 탐색과 기싸움의 장면들로 독자를 확실하게 끌어당기는 바람에, 중간에 나오는 종교에 관한 심오한 대화들도 흥미롭게 느껴지고, 그렇게 이 책은 여행의 에피소드들과 역사 탐구가 적절히 묵직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엔지니어가 되기를 원했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법학을 전공한 후 인생의 길을 모색하던 20대 후반의 스티븐슨은 1878년에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르 모나스티에라는 마을에서 한 달쯤 머물다가 모데스틴이라는 암탕나귀를 데리고 남쪽의 세벤 지방으로 여행을 떠난다. 9월 말의 더없이 좋은 날씨에 시작한 여정의 최종 목적지는 230킬로미터 떨어진 생장뒤가르라는 마을이다. 스티븐슨은 애초 이 여행에 몇 가지 계획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한 것이었다.
이들의 여행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도를 제대로 챙기긴 한 건가 싶을 정도로 자주 길을 잃고, 왜 굳이 이렇게 인적이 드문 산악지역을 여행코스로 선택했을까 궁금해지고,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면면이 참 다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역시나 이런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들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드는 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어쨌든 여행기인 이 책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이 길이 오늘날 유명한 트레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한 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구절, “나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기 위해 여행한다.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여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움직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과 장애가 되는 것을 더 가까이서 느끼는 것, 문명의 포근한 침대를 박차고 나와 날카로운 부싯돌이 박혀 있는 둥근 화강암을 발밑에서 느껴보는 것이다”가 담겨 있기도 하다. 여행을 가는 데 그보다 분명한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그만큼, 이 책의 저자 스티븐슨은 일찍이 당나귀를 끌고 산악지대를 여행하며 자연스레 대단한 트레일을 개척한, 그리고 그 경험과 성찰을 글로 남긴, 여행작가들의 대선배인 것이다.

스티븐슨이 걸은 이 세벤 지방은 대체로 황량하고 거친 산악지대이다. 1878년에 스티븐슨이 이곳을 여행한 후, 그 여정 그대로 르 모나스티에에서 출발하여 생장뒤가르에 이르는 230킬로미터의 이 길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트레일’이라 불리고 1992년에는 정식으로 ‘GR 70’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제 이 길은 매년 약 6000명가량이 걷는 도보 여행의 명소가 되었고, 이벤트로 또는 재미로 스티븐슨처럼 나귀를 데리고 걷는 여행자들이 많은 걸 보면, 그만큼 이 책이 140여 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운 자극을 준 듯하다.

이 작품의 앞부분에는 스티븐슨이 나귀와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스티븐슨은 짐 안장을 한 번도 얹어보지 않은 작은 암탕나귀에 이런저런 짐을 가득 싣고 호기롭게 열이틀 동안의 여정을 시작한다. 그럭저럭 잘 가는 듯하던 두 동행의 여정은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하고, 나귀가 처음엔 안쓰러웠으나 이내 미워지기 시작한 여행자는 나귀와 엎치락뒤치락 기싸움을 하며 어렵사리 길을 나아 간다. 하염없이 느리게 걷는 나귀의 보폭에 맞추다 보니 발을 허공에 너무 오래 두고 있어야 해서 힘들었다는 얘기며, 어쩔 수 없이 암탕나귀를 작은 지팡이로 살짝 때리면서 여성을 함부로 대하는 자신이 신사답지 못하다고 생각하고, 여관 주인이 만들어준 몰이막대로 나귀를 때리다가 나귀가 옛날에 만났던 여인을 닮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죄책감을 느끼는 장면들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고, 어둠 속에서 야영지를 찾느라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나귀에게 빵부터 챙겨 먹이는 모습에서는 사람과 동물 간의 잔잔한 정을 느끼게 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인 스티븐슨이 굳이 프랑스 남부의 이 지역을 여행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프로테스탄트였던 스티븐슨은 카미자르 전쟁의 근원지였던 이곳에서 프로테스탄트들의 저항의 역사를 살펴보고 싶었다. 카미자르 전쟁은 1702년에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간에 오랜 갈등이 폭발하여 일어난 종교전쟁으로, 프로테스탄트가 종교적 자유를 얻는 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다.
스티븐슨은 세벤 지역의 산과 깊은 계곡을 오가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종교적 신념이 그들 삶에 매우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특히 ‘눈의 성모 마리아’라는 매우 독특한 이름을 가진 수도원에서 하룻밤 머물며 그곳의 수도자들 및 방문객들과 나눈 대화는 매우 인상적이다. 스티븐슨은 굳이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지 않은 채, 수도자들과는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고 길 위에서 만난 프로테스탄트들에게서는 거친 환경 속에서도 평온한 양심으로 삶을 살아낸 그들의 열망과 고통을 느낀다.

“우리가 여행 중에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뭐니 뭐니 해도 진정한 친구 아니겠어요. 참된 친구를 여럿 만나는 여행자야말로 운이 좋은 것입니다”라고 친구에게 한 얘기대로, 열이틀 동안 산길을 걷고 산골 마을을 거쳐 가며 스티븐슨은 다양한 인간상을 경험한다. 서툴기만 한 두 동행을 진심으로 도와준 사람도 있고, 그들을 골탕 먹인 사람도 있다. 산길에서 길을 묻는 절박한 여행자를 못 본 척 지나가 버리는 사람, 일부러 잘못된 길을 알려준 소녀, 길을 알려달라는 애절한 부탁을 집 밖으로 나가기 싫다며 외면하는 남자와 그 가족은 스티븐슨을 절망에 빠뜨린다.
반면에 먼 곳까지 몸소 길을 안내해준 노인, 서툰 나귀몰이꾼에게 몰이막대를 만들어준 여관 주인, 식당에서 만난 아름다운 몇몇 여인 등은 스티븐슨의 기운을 북돋아 주고, 길 위에서 만난 근면한 농부들과 신앙심 깊은 프로테스탄트들을 보면서는 삶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나는 나의 푸르른 여행자 쉼터에 정중하게 초대받아 후한 대접을 받았다. 방은 바람이 잘 통했고, 물은 맛이 꽤 좋았으며, 새벽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나를 깨워주었다. 융단과 독특한 모양의 천장은 물론 창밖으로 보이는 전망에 대해서는 새삼스레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처럼 아낌없이 환대받은 나는 누군가에게 빚을 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곳을 떠나며 반쯤은 장난스럽게 숙박비에 해당하는 동전 몇 닢을 땅에 놓아두었다.”

최종 목적지인 생장뒤가르에 도착한 스티븐슨은 당나귀 모데스틴과의 헤어진 후 결국 눈물을 쏟는다. “아당 영감은 모데스틴을 내게 팔고 울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내가 모데스틴을 팔았고, 그때 나는 아당 영감과 똑같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부와 너덧 명의 친절한 젊은이들 사이에서 혼자가 되자 망설이지 않고 내 감정에 굴복해 버렸다.”

여행지도 여행법도 너무나 다양해진 시대에, 두 동행의 서툴기 그지없는 여행 이야기가 140여 년이 지난 지금 새삼 아스라한 느낌으로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뭘까. 아무 때고, 걱정 없이, 낯선 이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귀한 일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만일 풍경이 내 어린 시절의 캐릭터 종이처럼 흑백은 1페니, 컬러는 2펜스씩에 팔린다면, 나는 평생 하루도 안 빼놓고 2펜스씩 쓸 것이다”고 한 저자의 말처럼, 책을 읽다 보면 그 풍경 속을 하염없이 함께 걷고 싶어지기 때문일까?
이 책은 오늘도 ‘스티븐슨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과 더불어 스티븐슨의 길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독자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목차

블레

나귀, 짐, 안장 13
초록색 옷차림의 나귀몰이꾼 24
놀이막대를 갖게 되다 43

북부 제보당

어둠 속의 야영 59
셀라르와 뤽 81

눈의 성모마리아 수도원

아폴리나리 신부 93
수도사들 103
기숙자들 119

북부 제보당(계속)

굴레 산을 넘다 135
소나무 숲에서 보낸 하룻밤 142

카미자르들의 고장

로제르 산을 넘다 155
퐁드몽베르 165
타른 강 계곡에서 179
플로락 200
미망트 계곡에서 205
세벤 지방 한가운데서 214
마지막 날 229
잘 있어, 모데스틴! 241

옮긴이의 말 246

본문중에서

나는 어딘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가기 위해 여행한다. 여행 그 자체를 위해 여행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움직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과 장애가 되는 것을 더 가까이서 느끼는 것, 문명의 포근한 침대를 박차고 나와 날카로운 부싯돌이 박혀 있는 둥근 화강암을 발밑에서 느껴보는 것이다.
(/ p.87)

밤은 지붕 아래서는 죽음처럼 따분한 시간이지만, 열려 있는 세계에서는 별과 이슬, 향기와 더불어 가볍게 지나간다. 자연의 얼굴이 바뀌는 것을 보면 시간을 짐작할 수 있다. 벽과 커튼 사이에서 숨 막힘을 느끼는 사람에게 일종의 일시적인 죽음처럼 느껴지는 잠이 야외에서 자는 사람에게는 가볍고 활기찬 잠이 된다. 거기서 그 사람은 밤새도록 자연이 깊고 자유롭게 내쉬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
(/ p.143)

그러나 나는 프랑스 프로테스탄트가 그냥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활발하고 관대한 전통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만일 북부 세벤 지방 사람들이 편협한 종교적 판단을 내리고 관용보다는 열정으로 충만해 있다면, 과연 나는 이 박해와 보복의 땅에서, 교회의 압제로 인해 카미자르 전쟁이 일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미자르들에 대한 두려움이 가톨릭을 믿는 농민들로 하여금 합법적으로 봉기를 일으키게 하여 카미자르들과 플로랑탱 가톨릭 민병대가 산속에서 서로의 목숨을 노리고 잠복해 있던 이 땅에서 무엇을 찾아야 할까?
(/ p.162)

“어르신, 누가 하나님을 알고 있는지를 말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할 일이 아닙니다. 프로테스탄트든 가톨릭이든, 그리고 심지어는 돌을 숭배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분을 알 수 있고, 그분에 의해 알려질 수도 있을 겁니다. 왜냐면 그분이 모든 것을 만드셨으니까요.”
(/ p.192)

‘아름다운 별’에서 잠을 자보지 못한 사람은 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물론 이런 사람은 별의 이름이라든가 거리, 크기는 알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별이 인간의 마음에 미치는 고요하고 즐거운 영향 같은 오직 인간과만 관련된 것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것이다. 시의 대부분은 별에 관한 것이고, 이 말은 타당하다. 왜냐면 별이야말로 가장 고전적인 시인이기 때문이다.
(/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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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uis Stevenso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50.11.13~1894.12.03
출생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출간도서 147종
판매수 48,871권

1850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건설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에든버러 대학에 입학하여 아버지의 바람대로 엔지니어 교육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몸이 약해 법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일찍이 문학에 뜻을 두고 꾸준히 글을 썼으며, 대학 졸업 후 법률가 자격을 획득했으나 문학가의 삶에 전념했다.
짧은 생애 동안 소설·희곡·에세이·평론 등 여러 분야에 작품을 남겼고, 놀라운 상상력과 탁월한 통찰을 담은 그의 작품들은 후대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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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강원대학교, 상명여대 강사를 지냈다. 지금은 프랑스에 머무르면서 프랑스어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가벼움의 시대》 《달빛 미소》 《나는 걷는다 끝.》 《하늘의 푸른빛》 《프랑스 유언》 《세상의 용도》 《어느 하녀의 일기》 《시티 오브 조이》 《군중심리》 《사회계약론》 《꾸뻬 씨의 행복 여행》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 《마법의 백과사전》 《지구는 우리의 조국》 《밤의 노예》 《말빌》 《세월의 거품》 《레이스 뜨는 여자》 《눈 이야기》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프랑스를 걷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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