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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 : 김성일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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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성일
  • 출판사 : 돌베개
  • 발행 : 2020년 11월 09일
  • 쪽수 : 22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88971993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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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어린 왕자]의 서정과 감동이 우주를 만나다!
“관계 맺음의 갈망과 그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듀나 추천 SF

서로 다른 별에서 외롭게 살아가던 존재들이
목숨을 걸고 광활한 우주를 건너간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너에게 가닿기 위해!


“로즈워터, 나는 여우가 사는 사막을 봤어. 쓰레기가 가득했지만, 적어도 뭔가가 가득하기는 했어. 아니, 아무것도 없어도 사실 상관없어. 거기 내 친구가 있으니까.”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는 생텍쥐페리의 동화 [어린 왕자]를 ‘스페이스 오페라’(우주 모험담)로 변주한 장편 SF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소행성대에서 지구로 모험을 떠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광활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등장인물은 [어린 왕자]의 캐릭터들과 다르면서도 닮았다. 소행성 13612의 연구 시설에 갇힌 채 인공지능에 의해 양육되고 있는 의문의 아이 ‘알렉스’, 인간 수준의 지능으로 ‘보완’되어 지구의 가정에 분양되었다가 리콜 명령이 떨어지자 룹알할리 사막으로 숨어든 ‘여우’, 소행성 13612의 실험체를 탈취하기 위해 파견되었다가 혼자 살아남아 우주를 표류하는 화성 출신 병사 ‘슈잉’, 알렉스를 비밀리에 양육하고 감시하는 인공지능 ‘로즈워터’. 이들이 원작의 누구와 연결되는지는 간략한 신상 정보만으로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원작의 ‘어린 왕자’가 그랬듯이 이 주인공들 역시 외로운 존재들이다. 서로 다른 우주 공간에서 고립된 채 살아가던 그들이 어느 날 억압적인 현실을 부수고 모험에 뛰어드는데, 그 원동력은 ‘그리움’이다. 그들은 철새들의 날갯짓에 의지하는 대신 거대한 우주선에 몸을 싣고 우주를 건너간다. 위기에 빠진 먼 별의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서로의 ‘이름’을 불러 줄 소중한 존재에게 가닿기 위해서.
작가 듀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철새에 매달려 우주 공간을 누비던 동화 속 세계는 운동법칙을 지키는 금속 우주선들이 나는 SF의 공간으로 옮겨 간다. 하지만 차가운 물리법칙이 지배하는 진공처럼 보이는 우주 공간은, 샘물을 품은 사막처럼 자기만의 기적을 감추고 있다. 관계 맺음의 갈망과 그 아름다움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출판사 서평

■ 초거대 기업이 태양계를 지배하는 미래의 이야기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는 초거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태양계를 개발하고, 때로 전쟁과 약탈을 벌이기도 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여전히 국가가 존재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국가 대신 기업연합의 영향력 아래 있다. ‘신분’이 무슨 뜻이냐고 묻는 알렉스에게 슈잉은 “네가 누구고, 어느 기업연합에 소속되어 있고, 나이는 몇이고, 가족은 누가” 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이 시대의 개인들은 그저 한 기업의 생산품을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존재 자체가 기업연합의 부속물이나 다름없는데, 저자는 이러한 설정이 이 소설에서 가장 SF다운 지점이라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 알렉스와 슈잉과 여우가 사는 세계는 전통적인 국가 대신 태양계 개발로 권력을 얻은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대국의 기업들이 손을 잡고서 작은 나라를 압도하는 현상은 현대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자본들조차도 어느 나라인가에 기반하여 그 나라 정부의 통제를 받아 왔다. 그러나 자본이 자기 기반을 우주로 옮기면 어떻게 될지? 그리고 스마트폰의 애플이나 인터넷의 구글을 연상시키는 속도로 성장하면 어떻게 될지?
_본문 216~217쪽(작가의 말)

■ 기업연합의 권력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담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는 기업연합의 무한 팽창과 권력관계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담이다. 주인공들은 모두 기업연합에 소속되어 있고, 기업연합의 이해 다툼에 따라 부침을 겪는다.
알렉스는 ‘티타니아 그룹’의 연구 시설에 격리된 채 인공지능 로즈워터의 감시를 받는 처지다. 티타니아 그룹은 빛보다 빠르게 생각을 전달하는 알렉스의 능력을 연구해, 태양계는 물론 외우주까지 ‘실시간 통신’으로 연결할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편 ‘란차오 상방’은 강력한 경쟁자 티타니아 그룹의 실험체(알렉스)를 탈취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데, 슈잉이 바로 이 임무를 띤 병사들 중 한 명이다. 레이저 공격으로 파괴된 우주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슈잉은 알렉스와 여우 덕에 우주 미아가 될 위기에서 벗어난다. ‘베터 프렌즈 컴퍼니’에서 반려동물로 생산된 여우는 의무 리콜 명령을 거부하고 사막으로 숨어든 뒤 티타니아 그룹에 쫓기고 있다. 본래 란차오 상방의 계열사였던 ‘베터 프렌즈 컴퍼니’가 티타니아 그룹에 인수되었기 때문이다.
알렉스와 여우와 슈잉은 거듭되는 위기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협력하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먼저 알렉스와 여우가 우주를 표류하던 슈잉을 구출하고, 이어서 슈잉이 로즈워터 기지에서 알렉스를 탈출시키며, 마지막으로 알렉스와 슈잉이 여우를 구하기 위해 소행성대에서 지구로 모험을 감행한다.

§ “슈잉이 우주선을 갖고 왔어. 그걸 타고 지구로 갈 거야.”
여우는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떴다.
“지구에는 왜?”
앨리스가 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널 만나러! 그러니까 그때까지 잡히지 마. 내가 가서 도와줄게!”
가슴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앨리스가 온다, 나를 만나러.
항구에서 헤어진 그 앨리스도 아니다. 수년간의 고독이 만들어 낸 환상도 아니다. 휴대폰 사진 속의 누군지 모를 사람도 아니다. 저 우주 멀리 정말로 존재하는 앨리스가, 나를 위해 그 먼 길을 온다. 여우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_본문 85~86쪽

■ 자립과 자유에 관한 이야기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는 자립과 자유의 소중함에 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알렉스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고 왜 연구 시설에 갇혀 있는지 알지 못한다. 로즈워터가 가르치는 대로 배우고, 주는 대로 먹으며 살아가던 알렉스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자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고 반항하기 시작한다. 결국 알렉스는 로즈워터의 구슬림과 으름장을 뿌리치고 자유를 찾아 기지를 탈출한다.
여우는 룹알할리 사막으로 숨어든 뒤 직접 만든 로봇 ‘새끼양’과 함께 비밀 아지트에서 살아간다. 사막에서 혼자 사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지만, 여우는 탁월한 지능과 손재주와 강인함 덕에 티타니아 그룹의 추적을 따돌리고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해 나간다.
슈잉은 공장에서 일하던 동생 ‘밍샤’를 산업재해인 골수암으로 잃었다.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보상으로 공장에서 벗어나 보안직에 채용되지만, 우주선에서 홀로 살아남은 뒤 란차오 상방을 저버리고 자유의 길을 선택한다.

§ 아래를 내려다보자 거의 스무 대에 가까운 안드로이드들이 벽을 타고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아까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다. 하지만 에어록은 바로 코앞이다. 알렉스가 로즈워터 기지를 떠나는 것은 이제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
알렉스는 슈잉이 열어 준 에어록으로 들어갔다. 슈잉도 뒤따라 들어왔다. 어느 안드로이드인가가 로즈워터의 목소리로 외치는 말이, 닫히는 문틈으로 새어 들어왔다.
“여기서 나간다고 달라질 것 같아? 절대 아니야! 너는 격리되어 있어야 해!”
알렉스는 몸을 한 번 부르르 떨며, 그것이 마지막으로 듣는 로즈워터의 목소리이기를 빌었다. _본문 97쪽

■ 세 방향에서 한 곳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이야기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는 여우와 알렉스와 슈잉의 시점이 번갈아 등장하는 구조로 짜여 있다. 1장부터 18장까지 여우, 알렉스, 슈잉의 장(章)이 순서대로 반복되며, 마지막 19장은 예외적으로 알렉스의 시점이다. 세 주인공은 알렉스의 텔레파시로 연결되어 있지만, 물리적으로는 서로 다른 공간에 분리된 상태다. 여우는 지구의 룹알할리 사막에, 알렉스는 소행성 13612의 비밀 기지에, 슈잉은 파괴된 우주선이 떠도는 우주 공간에 뿔뿔이 흩어져 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출발해 서로에게 서서히 다가가던 주인공들은 결말에 이르러 지구에서 그들만의 공동체를 이룬다. 이처럼 이 소설은 세 주인공이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 서사를, 시점 이동과 플롯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전개한다.

작가의 말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는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어린 왕자]의 이미지들을 빌려 온 것은 아마 외로움과 그리움이 많이 닮은 감정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어린 왕자]를 읽은 독자가 그 차이를 눈치챈다면 아마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를 읽으며 속으로 조금 더 웃을 수 있을 터이다.

추천사

소행성에 사는 어린 주인공, 유일한 이웃인 장미, 조난당한 비행사, 주인공과 친구가 된 여우. 자연스럽게 모두가 내용을 아는 유명한 책의 제목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시대 배경이 인류가 지구를 벗어나 태양계를 개척하기 시작한 우주시대라면? 어린 주인공이 대기업의 실험 대상이고, 비행사는 기업 간의 전쟁에 말려든 우주인이고, 여우는 유전자 조작으로 지능이 향상된 개량 생물이고, 장미는 비밀을 숨기고 있는 AI라면?
김성일의 [널 만나러 지구로 갈게]에서 우리가 아는 익숙한 캐릭터들은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는다. 철새에 매달려 우주 공간을 누비던 동화 속 세계는 운동법칙을 지키는 금속 우주선들이 나는 SF의 공간으로 옮겨 간다. 하지만 차가운 물리법칙이 지배하는 진공처럼 보이는 우주 공간은, 샘물을 품은 사막처럼 자기만의 기적을 감추고 있다. 관계 맺음의 갈망과 그 아름다움은 여전히 남아 있기에.
- 듀나 / 작가

목차

1. 여우 7 / 2. 알렉스 19 / 3. 슈잉 30 / 4. 여우 41 / 5. 알렉스 52 / 6. 슈잉 66 / 7. 여우 78 / 8. 알렉스 88 / 9. 슈잉 98 / 10. 여우 111 / 11. 알렉스 121 / 12. 슈잉 133 / 13. 여우 144 / 14. 알렉스 155 / 15. 슈잉 167 / 16. 여우 178 / 17. 알렉스 189 / 18. 슈잉 201 / 19. 알렉스 208 / 에필로그 210 / 작가의 말 216

본문중에서

여우는 앨리스를 마지막으로 본 날을 생생하게 기억했다. 앨리스가 그 작은 몸에 맞지도 않는 큰 코트를 두르고, 그 안에 여우를 숨겨서 항구에 풀어 준 날이다. 앨리스는 펑펑 울면서,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게 절대로 잡히지 말라고 말했다. 여우는 앨리스가 우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슬펐다.
여우는 앨리스가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 반려동물로 앨리스의 집에 들어왔다. 당시에는 보완된 동물을 아이에게 선물하는 것이 부유층 사이에 유행이었다고 한다.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았던 여우는 그렇게 앨리스와 함께 십여 년을 보냈다. 촉수로 기저귀를 갈아 주고, 풍성한 꼬리로 덮어 재우고, 함께 밥을 먹고, 잔디가 깔린 널찍한 마당에서 같이 뛰어놀았다. 나이가 좀 더 든 뒤에는 같이 공부를 했다. 앨리스가 여섯 살이 되자 부모는 이혼을 했다. 어머니는 화성으로 갔고, 아버지는 승진한 뒤로 집에 안 들어오는 날이 않았다. 황량할 정도로 큰 집에서, 여우는 앨리스와 둘이서 시간을 보냈다.
의무 리콜 명령이 내릴 때까지는.
( '1장. 여우' 중에서/ pp.14~15)

알렉스는 손을 뻗쳐 여우의 등을 쓰다듬었다.
“누가 잡으러 온다는 거야? 사막에 혼자 살고 있잖아. 아무 잘못도 안 했잖아.”
여우가 훌쩍였다.
“앨리스, 나는 있는 게 잘못이야. 잘못 만들어졌어. 잘못 태어났어.”
알렉스는 가슴을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다. 두 팔로 여우를 꽉 껴안았다. 아까 먼지가 눈에 들어갔을 때와는 다른 눈물이 갑자기 솟구쳤다.
“그런 게 어딨어! 있는 게 어떻게 잘못일 수가 있어?”
여우의 눈물이 어깨에 느껴졌다. 알렉스는 대답 없이 계속 훌쩍거리는 여우를 더 세게 껴안았다. 그리고 목소리를 가다듬어 다시, 최대한 밝게 말했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 '5장. 알렉스' 중에서/ p.61)

“아까부터 여우는 왜?”
알렉스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지금 잡혀가게 생겼단 말이에요!”
알렉스의 두 손이 슈잉의 팔을 꽉 붙잡았다. 슈잉은 직원 대기실에서 느꼈던 한없는 애처로움을 다시 느꼈다. 여기는 소행성대 깊은 곳의 비밀 연구소다. 사방 수백만 킬로미터에 사람이라고는 슈잉과 알렉스 둘뿐이다. 그 희박한 인구 밀도의 우주에서 알렉스는 슈잉의 목숨을 구해 주었고, 이제 자기를 도와 달라고 말하고 있다.
슈잉은 붙잡히지 않은 손으로 알렉스를 꽉 끌어안았다. 아직도 울음이 그치지 않아 등이 들썩이고 있다.
“알았어, 밍샤. 내가 도와줄게. 지구에 가자.”
서서히, 알렉스의 등이 들썩이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아까보다 좀 더 밝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밍샤가 아니라 알렉스예요.”
( '6장. 슈잉' 중에서/ p.77)

“나야. 왔어.”
여우는 마음으로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리고 꼬리를 마구 흔들 뿐이다. 알렉스는 우리의 옆면으로 돌아가, 문에 걸려 있던 빗장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여우의 목걸이를 풀자, 여우가 달려들듯 품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얼굴을 보며 짖었다. ‘앨리스’라고 말하는 것 같다. 알렉스는 여우를 두 팔로 꼭 껴안고 말했다.
“내 이름은 알렉스야. 하지만 네가 뭐라고 불러도 알아들을 거야.”
( '19장. 알렉스' 중에서/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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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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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판타지를 주로 쓴다. 지은 책으로 『메르시아의 별』, 『별들의 노래』가 있고, 단편집 『엔딩 보게 해주세요』에 「성전사 마리드의 슬픔」을 수록했다. 「라만차의 기사」로 2018년 SF어워드 단편 부문 우수상을 받았으며,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 『메르시아의 마법사』와 『올빼미의 화원』을 연재했다. 1997년부터 도서출판 초여명의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피아스코』를 비롯한 여러 TRPG 작품을 집필하고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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