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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송 전라북도의 옛이야기 : 민담 설화편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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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드넓은 평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전라북도의 옛이야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낭송의 진수를 보여 주는 우리나라 각 지역의 옛날이야기들의 모음,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의 여덟번째 책으로, 전라북도의 옛이야기를 총 8개의 부로 나누어 실었다.
전라북도 사람들은 드넓은 평야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농사를 지으며 살았다. 그래서 전라북도 옛이야기에는 가족을 비롯해 농촌공동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다. 1부는 영웅들의 이야기, 2부는 어사 박문수에 대한 이야기, 3부는 지명이나 속담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았다. 4부는 사람들이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효와 우애, 우정과 신의에 대한 이야기들이고, 5부는 당시 지배체제의 윤리에 대해 저항한 열녀 이야기이다. 6부에서는 이런저런 복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7부와 8부에는 웃음과 해학이 가득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출판사 서평

『낭송 전라북도의 옛이야기』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것이라 ‘낭송’과 더욱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은 각 지역별로 옛이야기들이 모아져 있는 것이 특징인데요. 선생님께서 어떤 인연으로 전라북도의 옛날이야기들을 풀어 읽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 고향은 ‘생강’으로 유명한 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입니다. 어릴 때 붉은 황토밭에서 생강을 캐다가 친구들과 소꿉놀이 하던 추억과 할머니가 생강으로 만드신 ‘편강’의 달콤매콤한 맛이 생각이 나네요. 제가 살던 시골 동네는 이십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던, 작고 포근한 동네였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집집마다 숟가락 개수까지 다 알고 지내던 사이였죠.
어릴 때 부모님은 두 분 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학교 갔다 돌아오면 집은 항상 텅 비어 있었어요. 전 가방만 던져놓고 동네 이리저리로 쏘다니며 놀다가 해 질 무렵 엄마가 퇴근하실 때를 기다려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동네에서 재미있는 놀거리들을 찾곤 했는데 제일 좋았던 기억은 동네 어귀 정자에 항상 담배를 물고 앉아 계시던 할머니들이 해 주시던 이야기였어요.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불러다가 고구마나 옥수수도 챙겨 주시고 이야기도 들려주셨어요. 정신없이 할머니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금세 시간이 가서 나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전라북도 옛이야기를 낭송으로 풀어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잊고 지내던 유년의 기억이 떠오르며 기뻤습니다. 자칫 나의 어린 시절이 외로운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옛이야기가 그 시간들을 포근하게 채워주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없이 고향의 옛이야기들을 낭송으로 엮는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2. 낭송Q시리즈 민담·설화편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것은 각 지역의 사투리가 이야기 속에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일 텐데요. 사투리로 옛이야기들을 낭송할 때 어떤 장점이 있을까요? 또 사투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 주고 싶으셨나요?
옛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낭송입니다. 소리를 통해 이야기들은 살아 움직이며 생명력을 갖게 되지요. 특히 이야기 속 사투리에는 표준어로는 도저히 표현해낼 수 없는 그 지역만의 정서와 특징들이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사투리가 지닌 특이성 때문에 입말의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리듬감도 잘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전라북도 사투리는 충청도보다는 경쾌하고 남도보다는 정감 있고 따뜻합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듣고 쓰던 말이라 이야기 속에서 사투리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웠고 편안함을 느끼며 작업했습니다.

3. 『낭송 전라북도의 옛이야기』를 풀어 읽으시면서 느끼신 여타의 지역과 다른 전라북도 옛이야기만의 특징을 한 가지만 꼽아 주세요. 
전라북도의 옛이야기들에는 유난히 효자, 열녀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 동안 나에게 열녀의 이미지는 한평생 정절을 지키며 가슴에 은장도를 품고 사는 양반가 아녀자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나라에서는 남편이 죽으면 따라 죽거나 평생 수절한 아녀자에게 열녀라 칭송하며 열녀비까지 세워 주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억지로 열녀가 되기를 강요받은 것이지요. 유교사회였던 조선에서는 흔들리는 사회질서를 잡기 위해 열녀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나라의 기강을 세우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내가 옛이야기 속에서 만난 평민 열녀들의 모습은 좀 다릅니다.
그녀들은 정절을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고 강요받는 양반가 여인들과 달리 사랑하는 남편의 목숨을 위해서라면 정절도 버릴 수 있는 여성들이었습니다. 남편을 구해 준 남자에게 가서 자식을 낳아 주고 다시 남편에게 돌아오는 열녀, 남편을 죽인 원수와 살면서 끝까지 진실을 밝힌 열녀, 벼슬 한자리 얻어 보려고 열녀를 찾아다니는 남편에게 열 남자와 잔 자기가 열녀 아니냐고 천연덕스럽게 묻는 열녀들까지 그녀들은 제도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며 살아간 멋진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라북도에도 열녀와 관련된 유명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이도령과 성춘향의 설화로 유명한 남원입니다. 옛날부터 남원에서는 매년 음력 4월 8일이면 거대한 규모의 춘향제가 열리는데 올해로 벌써 90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춘향제는 일제 강점기나 6.25 전쟁 중에도 멈춘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토록 춘향이 긴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춘향이 조선시대 지배계급이 강조한 수동적 열녀의 모델이 아니라 오히려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어 한 남자에 대한 사랑과 신의를 지킨 여성, 지배층의 권력에도 굴복하지 않은 당당한 여인이었기에 민중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남았던 것은 아닐까요.

4. 선생님께서 풀어 읽으신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옛이야기를 소개해 주시고, 이유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저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아기장수 우뚜리 이야기입니다. 우뚜리는 몸통만 있고 다리는 없는 모습으로 가난한 산골 부부에게 태어납니다. 하지만 우뚜리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하고 시루 안의 콩나물을 수십 명의 군사로 만들 줄 아는 비범한 능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뚜리가 영웅으로 태어난 것을 안 부모는 임금이 알게 되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그러자 우뚜리는 비록 지금은 윗도리만 있고 아랫도리는 없는 반쪽짜리 영웅의 모습이지만 3년이 지나면 완전한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결국 부모는 콩 한 말, 생쌀 한 말과 함께 우뚜리를 뒷산 큰 바위 안에 숨겨 줍니다.
얼마 후 이성계가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고 싶어 전국 산신령들을 찾아다니며 제사를 지냈는데 지리산 산신령만이 이성계를 새로운 왕으로 허락하지 않습니다. 진정한 왕은 이성계가 아닌 우뚜리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이 이야기를 들은 이성계는 우뚜리를 찾아 죽이고 왕이 됩니다.
줄거리만 본다면 아기장수 우뚜리는 완전한 영웅이 되는 날을 기다리다 마지막 하루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 죽임을 당하는 슬픈 영웅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부패한 지배층에 대한 민중의 저항의식이 숨어있습니다. 우뚜리는 민중의 희망을 담은 미래의 영웅을 상징하며 언젠가는 반드시 세상을 구하러 올 것이라는 희망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뚜리는 실패한 영웅이 아니라 전설을 통해 계속 되살아나는 ‘죽지 않는 영웅’입니다. 전라북도 부안에 녹두장군으로 유명한 전봉준의 동학혁명에 대한 이야기에서도 우뚜리와 같은 새로운 영웅의 부활을 기다리는 민중들의 또다른 바람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5. 마지막으로, 이 책을 독자들이 어떻게 활용했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세요. 
낭송집 작업을 위해 참고한 한국구비문학대계 전라북도편 이야기들은 각 지역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녹취하여 풀어 쓴 것입니다. 저는 처음 이 책을 읽을 때 무척 당황스러웠습니다. 눈으로만 읽는 것에 익숙했던 저에게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기승전결이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이야기에 다른 두서너 개의 이야기들이 섞이면서 전혀 다른 이야기로 끝나버리기도 했으니까요. 어릴 때 재미있게 들었던 할머니의 옛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잘 정리되지 않고 줄거리의 내용조차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방법을 바꿔 보기로 했습니다. 눈으로가 아니라 소리내어 읽어보기 시작한 거죠. 그러자 이야기의 맛이 살고 훨씬 재미있게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원고를 쓰고 다듬을 때는 줄거리나 문맥 구조에만 초점이 맞춰지며 글로만 보이던 이야기가 소리내어 읽기 시작하자 문장들이 리듬을 타기 시작하며 한 편의 연극처럼 생생하게 느껴지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을수록 마치 내 몸에 맞춘 것처럼 입에 착 달라붙기 시작했습니다.
옛이야기는 아무리 같은 줄거리라 할지라도 말하는 사람과 때에 따라 매 순간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됩니다. 왜냐하면 이야기하는 사람의 몸짓과 표정, 전달하고 싶은 마음들까지 모두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 그 사람만의 맛을 가진 이야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낭송 전라북도 옛이야기도 활자로 쓰여졌지만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맛을 더해 소리로 읽히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와 손자가 같이 마주 앉아 서로 한 편씩 소리내어 읽어주기를 해도 좋겠고 여럿이서 이야기 속의 인물들을 나누어 역할극을 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또 판소리같은 형식의 1인극 소리극을 만들어 봐도 좋지 않을까요?

▶풀어 읽은이의 말
“또 죽었다 다시 산 사람의 이야기는 어떠한가. 염라대왕이 빌려 준 남의 복으로 부자가 되었지만 약속한 30년이 되자 자신의 재산을 모두 복을 빌린 사람에게 준다는 이야기이다. 내용으로 본다면 자신이 빌려 쓴 복을 원래대로 되돌려준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다른 사람의 복을 빌려 살았듯이 우리 역시 타자의 도움 없이 혼자서 살 수 없다. 옛이야기에는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타자와 함께 사는 삶을 위해 절제와 나눔의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삶의 철학이 스며 있다. 옛이야기의 세계는 상상 속 가짜 세계가 아니다. 거친 현실 세계를 살게 하는 힘과 철학이 담긴 리얼 팩트의 세계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옛이야기가 잊혀지지 않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수 있었던 생명력이다.”

목차

머리말 : 옛이야기를 굽다

1부 백성의 꿈으로 다시 살아날 영웅이여
1-1. 이성계와 아기장수 우뚜리 ①  — 몸통만 가지고 태어난 아기
1-2. 이성계와 아기장수 우뚜리 ②— 한 하늘 아래 두 영웅
1-3. 이성계와 아기장수 우뚜리 ③— 드디어 왕이 되다
1-4. 이성계와 아지발도
1-5. 호랑이 젖을 먹고 큰 아이
1-6. 새야 새야 파랑새야
1-7. 오랑캐를 세 번 혼낸 정평구
1-8. 혼이 전해 준 팔만대장경
1-9. 이서구의 구 년 공부

2부 어사 박문수 이야기
2-1. 이십 년 만에 얻은 아들
2-2. 박문수의 멋진 판결 시리즈(三快傳) ①  — 사흘 전에 끝난 과거
2-3. 박문수의 멋진 판결 시리즈(三快傳) ②  — 아무에게도 말 안 할 테니
2-4. 박문수의 멋진 판결 시리즈(三快傳) ③  — 더 이상 욕심내지 않아요
2-5. 작대기 하나면 살릴 수 있었느니라
2-6. 백정의 조카 박문수

3부 특별한 곳 특별한 이야기
3-1. 홀어미산성
3-2. 뒤돌아보지 마오
3-3. 일 년만 참았더라면
3-4. 오수의 개 무덤
3-5. 눕혀도 눕혀도 일어서는 송장
3-6. 성계골과 쌍선봉
3-7. 덕진못에서 건진 항아리
3-8.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4부 함께 산다는 것은
4-1. 버들잎 구멍에 담긴 진실
4-2. 덜어 낸 나락 한 사발
4-3. 고려장이 없어진 내력
4-4. 지렁이 국
4-5. 시아버지 팔려다가 효부된 며느리
4-6. 짐승보다 못한 인간
4-7. 쑥떡배 포대기에 쌓인 아기
4-8. 가화만사성
4-9. 아무리 친구라도 지 죽을 일 할랍디여
4-10. 지성이면 감천이지


5부 진짜 열녀, 가짜 열녀
5-1. 남편 병만 고칠 수 있다면
5-2. 원수와 산 이유
5-3. 두 남편과 산 여자
5-4. 살아서 받은 열녀문
5-5. 열녀(㤠女)와 열녀(十女) ①  —  열녀(十女)
5-6. 열녀(㤠女)와 열녀(十女) ②  —  열녀(㤠女)
5-7. 열녀는 호랑이도 알아본다

6부 니 복 내 복 누구 복으로 사나
6-1. 점 한 번 보는 데 천 냥
6-2. 단지 속에 든 것은
6-3. 염라대왕이 빌려준 삼십 년
6-4. 한강 다리에서 만난 그 사람
6-5. 내 복에 산다
6-6.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6-7. 두꺼비로 맺은 연분
6-8. 반쪽이 신랑
6-9. 새끼 세 발

7부 너는 그것이 사람으로 보이더냐
7-1. 여우누이
7-2. 떡 먹고 나무로 변한 사람
7-3. 아내의 수상한 밤 외출
7-4. 우렁 색시
7-5. 마지막 남은 담배 한 개비
7-6. 진짜 아들, 가짜 아들
7-7. 전라 감사가 된 소금장수 ①  —  하루를 살다 죽더라도 전라 감사
7-8. 전라 감사가 된 소금장수 ②  —  여우와 족제비

8부 말, 말, 말
8-1. 진지 먹고 감주 먹자
8-2. 참기 내기
8-3. 콕 찍었다 쏙 뺐다
8-4. 문풍지야 떨지 마라
8-5. 파리와 포리
8-6. 무툼벙, 무뚝뚝
8-7. 흐리 하리 풍터쿵
8-8. 홍시 맛이 참 구리네
8-9. 호박떡은 워따 쓸라고?
8-10. 세 명의 도둑들
8-11. 돌이 말할 때까지 벙어리가 된 며느리
8-12. 청어 값이 얼매요

본문중에서

어느 날 박문수가 어사가 되어 첫 잠행을 나갔을 때였어. 홀로 산길을 걸어가고 있을 때 갑자기 초립동이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살려 달라며 애원을 하는 거야.
“나리, 어떤 놈이 지를 죽일라고 쫓아오는디 제발 좀 살려 주셔요.”
그러더니 덤불 속으로 뛰어 들어갔어. 그러자마자 덩치가 산만한 놈이 쇠 방망이를 들고 뛰어와서 다짜고짜 박문수에게 물었어.
“초립동이 하나 지나가는 거 봤냐 못 봤냐? 그놈이 분명 이리로 왔는디? 만약 니가 봤는디도 안 일러 주먼 이 쇠망치에 맞아 죽을 각오를 히야 헐 것이여.”
사내는 금방이라도 쇠망치를 휘두를 것처럼 눈을 번뜩이며 다그쳤어. 놀란 박문수는 겁에 질려 그만 초립동이가 숨은 곳을 일러 주고 말았어. 사내는 박문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덤불 속으로 달려가 초립동이를 쇠망치로 때려죽이고 말았어.
그 일이 있고 난 후 어사 박문수는 마음이 무척 괴로웠지. 자신의 목숨을 지키느라 초립동이를 죽게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 한양으로 돌아온 박문수는 궁으로 들어가 임금을 뵈었어.
“세상에 나가 보니 백성들 사는 것이 어떠하더냐?”
“전하, 실은 저에게 마음에 한이 되는 일이 있었사옵니다.”
그러고는 초립동이를 숨겨 주지 못하고 죽게 한 일에 대해 아뢰었지. 그러자 임금님은 박문수에게 말했어.
“조금만 생각했더라면 너도 살고 초립동이도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아까운 목숨 하나만 잃었구나.”
“전하, 그것이 무신 뜻이옵니까?”
“그것같이 쉬운 일이 어디 있는가, 작대기 하나만 있으면 둘 다 살 수 있지 않았는가?”
박문수는 여전히 임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리며 앉아 있었어.
“어허, 참으로 답답한지고. 이래서 어찌 너에게 앞으로 어사 일을 맡길 수 있단 말인가? 잘 들어 보거라. 작대기 하나를 짚고 눈을 딱 감고서 서 있으면, 쫓아오던 놈이 니가 소경인 줄 알 것 아니냐? 그럼 놈이 물어도 소리만 들었지 어디로 갔는지 못 봤다고 하면 될 것 아니냐?”
박문수는 임금의 말에 부끄러워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어. 그리고 평생 동안 초립동이의 죽음을 잊지 않았어. _옥구군 나포면
( '2-5. 작대기 하나면 살릴 수 있었느니라' 중에서)

어느 부잣집에서 주인과 머슴이 한날한시에 똑같이 아들을 낳았어. 그런데 주인의 아들은 코도 한쪽, 눈도 한쪽, 사지도 한쪽인 반쪽이었고, 머슴 아들은 사지도 멀쩡하고 인물도 아주 훤했어. 주인은 아들이 반쪽이라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어. 그래서 집 밖을 나가 본 적이 없는 반쪽이에게는 머슴 아들이 유일한 친구였지.
세월이 흘러 장성한 둘은 혼인할 나이가 되었어. 하지만 주인댁에서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누가 반쪽이에게 딸을 시집보내려고 하겠어? 그때 마침 다른 마을 부잣집에서 혼사가 들어왔어. 고심하던 주인은 머슴의 자식을 아들이라고 속이고 자기 아들 대신 선 자리에 내보냈어. 처녀네 집에서는 인물 훤한 머슴 아들이 단번에 마음에 들었어. 양쪽 집안은 당장 혼례를 올리기로 했지.
마침내 혼례식 날, 머슴 아들은 반쪽이 도령 대신 신랑 노릇을 하며 혼례식을 치렀어. 밤이 되자 머슴 아들은 품 안에 몰래 반쪽이 도령을 넣고 신방에 들어갔어. 그리고 새색시가 곤히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가 반쪽이 도령을 꺼내 새색시 옆에 뉘여 놓고 방을 나왔어. 그리고 마당 한가운데 있는 고목으로 올라가서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어.
“야, 이놈들아. 느그들이 이렇게 부자로 잘사는 것이 다 누구 덕인 줄 알어? 다 내가 보살펴 준 덕분이여. 근디 그것도 모르고 나한티는 술 한 잔도 안 내놓응게 내가 너무나 괘씸혀서 새 신랑 반쪽을 가져간게 그런 줄 알거라!”
머슴은 이렇게 세 번 외치고 얼른 나무에서 내려왔어. 한밤중 괴이한 소리에 자다 깬 동네 사람들은 무슨 일인가 하고 모두 신부 집으로 몰려왔어. 그리고 신방에 가서 불을 켜 보니 정말로 반쪽이 신랑이 누워 있는 거야. 각시도 사람들도 모두 고목나무가 노해서 신랑의 반쪽을 가져가 버린 거라고 믿었지. 각시는 반쪽 신랑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섬기고 잘 살았대. 물론 머슴 아들도 다른 곳으로 장가가서 잘 살았다지. _ 전주시 동완산동
( '6-8. 반쪽이 신랑' 중에서)

저자소개

풀어읽음 안은숙 [기타]
생년월일 -
출생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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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0권

충청북도 청주에 살고 있다. 한때는 아이들 교육에 열을 내는 도서관 투어 맘이었다. 어느 날 지금처럼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함께 내 공부가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접속한 곳이 공부공동체 해인네(해성인문학네트워크)이다. 지금은 서울 ‘감이당’과 청주 ‘해인네’를 오가면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 공부로 맺은 친구들과 밥 해 먹고, 일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좌충우돌 분투 중이다.

풀어읽음 김은실 [기타]
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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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완주군 봉동읍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다. 들로 산으로 쏘다니며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살다가 도시로 전학 가서 방황기를 거치며 책 읽기의 매력을 알게 되었다. 잡식성 독서로 책 속에 빠져 20대를 보냈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나서는 소설보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옛이야기를 더 좋아하게 되었다. 손으로 하는 일은 뭐든지 좋아하며 그중에서도 빵 만드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 지금도 책과 빵이 주는 무한한 기쁨을 즐기며 매일매일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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