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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미국 소설 [양장]

원제 : The Great American No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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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이 자네에게 뭔가?
그건 사람들을 뼈빠지게 일하도록 하고
규칙을 지키게 하는 단어야
미국은 민중의 아편이라네.


“필립 로스의 야구는 위대한 문학이다. 치명적인 허구다. 살아남은 진실이다.”
서효인(시인)

출판사 서평

미국의 국민 스포츠, 야구의 '가짜' 역사를 통해
그려보는 '진짜' 미국의 역사와 그 이면
거짓말이 진실을 대신하고 신화가 현실을 대신하는
세상에 대한 필립 로스식 짜릿한 우화


말하자면 야구는 위대한 문학보다는 위대한 기록에 가깝다. 야구 경기의 모든 플레이는 수치화된다. 수치는 곧 기록이다. 승리, 패배, 타율, 타점, OPS, BABIP, WHIP, WAR...... 이외 숱한 전문적인 용어가 야구의 기록을 위해 복무한다. 필립 로스에 의해 재건된 기억의 리그는 기록이 아닌 문학으로서 존재한다. 비극과 희극, 조롱과 풍자, 우화와 익살, 광기와 증오, 수치와 신념...... 그가 야구에 새로 남긴 기록이다. 그 기록으로써 야구는 문학이 된다. 필립 로스의 야구는 위대한 문학이다. 치명적인 허구다. 살아남은 진실이다. 오늘 저녁 당신이 텔레비전으로 본 프로야구는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필립 로스의 야구는, 확실히, 그러하다. _서효인(시인)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 [위대한 미국 소설]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야구의 열성 팬으로 알려진 로스가 쓴 유일한 야구 소설이다. 로스 특유의 유머와 재치로 그려지는 메이저리그의 간략한 역사와 커다란 은유처럼 등장하는 야구계 일화들이 실소와 감탄을 자아낸다. 로스는 감히, 그리고 자신 있게 말한다. 야구 이야기로 '위대한 미국 소설('Great American Novel'. 미국의 본질 혹은 정수를 체화했다고 여겨지는 전범과 같은 소설을 일컫는 용어로, 1868년 윌리엄 디포리스트의 에세이에 처음 등장했으며, 1880년 헨리 제임스가 GAN으로 축약해 사용한 바 있다.)'을 쓰겠다고. 너새니얼 호손의 [주홍 글자], 허먼 멜빌의 [모비 딕],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뒤를 잇는, 아니 그것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작품을 쓰겠다고 말이다.
필립 로스에게 야구란 그저 하나의 스포츠가 아니었다. 그에게 야구는 '미국적 삶'의 에너지가 상영되는 극장이자 국가적 이상의 체현이었다. [타임]에 발표한 에세이에서 로스는 이렇게 썼다. "나는 야구의 부드럽고 인간적인 면모들,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그것의 정신을 통해 애국주의를 이해하고 경험하게 되었다. 야구는 애국주의의 슬로건 그 자체다. 야구는 모든 계급과 지역에 영향을 미치며 공통적인 관심사와 충성심, 의례, 열정, 적대감으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일종의 세속 교회다." 로스의 이러한 야구관이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 바로 [위대한 미국 소설]이다.

동정심이 있는 자들에게는 눈물을,
정의로운 자들에게는 분노를,
잔인한 자들에게는 웃음을 안겨줄 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손가락 사이로 쉽게 달아나고 순진함, 미혹, 희망, 무지, 복종, 두려움, 친절함, 기타 등등에 포박당한 상상만이 남는다. 동정심이 있는 자들에게는 눈물을, 정의로운 자들에게는 분노를, 잔인한 자들에게는 웃음을 안겨줄 이야기가 펼쳐진다. _본문 165쪽

뉴저지 발할라 요양원의 노인들은 매년 야구 명예의 전당을 방문해 그해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선수를 투표로 결정한다. 스미티라는 전직 스포츠기자는 언제나 아무도 모르는, 누구의 기억 속에도 없는 선수의 이름을 써낸다. 명예의 전당 관계자들, 요양원 보호사들, 심지어 다른 노인들까지 그가 노망이 났다며 비웃지만 그는 한결같이 이렇게 주장한다. "옛날에는 메이저리그가 세 개였어, 패트리어트리그라고, 대단한 리그가 하나 더 있었지. 그런데 모두가 그 리그를, 그곳의 챔피언들을 까맣게 잊어버렸어! 야구 명예의 전당은 수치의 전당으로 이름을 바꿔야 해!"

나는 지금 이 나라에서 어느 누가 감히 입도 뻥끗하지 않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나의 항의 외에는 한마디 항의도 없이 역사책에서 찢겨나간 우리 과거의 한 장章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외국의 어느 포악한 독재자의 명령에 버금갈 정도로 극악무도한 역사 다시 쓰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천 년쯤 된 역사가 아니라, 불과 이십몇 년 전쯤에 종결된 어떤 일에 대해서. 그렇다, 나는 패트리어트리그의 완전 소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단지 사업에 실패해 사라진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국민의 기억에서 지워진 그것에 대해서. _본문 41쪽

패트리어트리그는 어떻게 미국의 역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었을까? 미국 국민들은 어쩌다 패트리어트리그와 그 챔피언에 대해 집단 망각하게 되었을까? 그 모든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전직 스포츠기자인 스미티 영감이 꺼져가는 영혼을 간신히 붙들고서 또다시 펜을 들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 혹은 국민의 자긍심이나 개인의 유명세를 위한 예술이 아니라, 기록을 위한 예술, 모든 말로 진실을 왜곡하고 배신하는 자들로부터 현재와 과거의 진실을 되찾아오는 예술"이자 '위대한 미국 소설'이 될 이 이야기를. 호손, 멜빌, 트웨인의 뒤를 이어 '위대한 미국 소설'을 쓸 인물은 헤밍웨이도, 피츠제럴드도 아니었다. 그 모든 영광과 치욕의 세월을 지나 파국의 현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스포츠기자였다.

"비극이 희극으로 바뀌어 있을 테니
그게 비극이지!"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던 루키 투수, 엄청난 강속구를 보유한 사이드암 투수이자 영웅 중의 영웅, 남자 중의 남자 길 가메시. 열아홉 살에 패트리어트리그 그린백스에 입단한 그는 첫 여섯 경기에서 내리 완봉승을 거두며 순식간에 대스타가 되었고, "난 누구나 이길 수 있다"는 그의 금언은 전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필드에서의 눈부신 활약은 물론 그의 실력에 걸맞은 자신감, 수줍음도 겸손함도 거칠 것도 없는 태도와 호전적인 언사는 대공황에 당황하고 두려움에 빠진 국민들에게 의사가 내린 처방이자 신이 주신 선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1933년 시즌이 한창이던 어느 날, 연승을 이어가던 길 가메시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게 이 사태의 배후요! 돈에 대한 사랑! 돈에 대한 숭배! 더 구역질나는 건 그들이 자신들의 탐욕을 성조기로 가리고 있다는 거요! 돈 때문에 살인을 저지르고 그걸 애국 행위라 부르지! _본문 159쪽

1943년, 미국은 독재자 히틀러로부터 유럽을 해방시키기로 마음먹었다. 2차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미 육군성은 스러져가는 패트리어트리그의 최약체인 루퍼트 먼디스 팀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먼디스의 홈구장을 미국의 젊은이들과 무기를 대서양 너머로 실어나르기 위한 출항 캠프로 쓰기로 한 것이다. 먼디스는 한때 리그 상위권에 우승컵을 거머쥐기도 했지만, 전 구단주이자 야구계의 위인 글로리어스 먼디가 세상을 떠나고 이윤에 미친 아들들이 구단을 물려받으면서 쇠락일로를 걷고 있었다. 물론 돈 때문에 홈구장을 육군성에 넘겨버린 먼디 형제는 그 결정이 절절한 애국심 때문인 양 위선을 떨었다.
그래서 먼디스는 1943년 시즌의 모든 경기를 원정으로 치러야 했다. 먼디스 내부에서도 이 사태를 '국가를 위한 숭고한 희생' 혹은 '하느님의 계시'로 여기자는 움직임이 있긴 했지만 이미 떨어질 대로 떨어져버린 선수들의 자존감과 기량을 회복해주진 못했다. 비극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진정 아무도 몰랐다. 루퍼트 먼디스의 몰락이 궁극적으로 패트리어트리그의 소멸을 야기할 줄은, 그리고 희극으로 바뀌어버린 이 비극이 모두의 기억 속에서마저 소멸되어버릴 줄은.
그러던 어느 날, 길 가메시가 돌아온다. 예전의 아름다움과 머리카락을 전부 잃어버린 채, 너덜해진 옷을 걸치고 공허밖에 남지 않은 표정을 하고서. 그리고 패트리어트리그를 향한, 미국 야구를 향한, 미국 그 자체를 향한 엄청난 음모가 밝혀진다.

'위대한 미국'이라는 신화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 '위대한 미국 소설'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야구가 사라지면, 롤런드, 넌 미국에 작별인사를 하게 될 거야. 한번 상상해봐, 롤런드, 일요일 더블헤더 경기가 없는 미국의 여름, 월드시리즈가 없는 미국의 10월, 스프링캠프가 없는 미국의 3월. 아, 그들은 그때도 그걸 미국이라 부르겠지만 아주 다른 나라일 거야. 롤런드, 일단 메이저리그를 장난으로 만들면 나머지는 전부 도미노처럼 쓰러질 거야." _본문 420쪽

대공황 시절 미국민에게 야구는 일상을 버티게 해주는 마법적 판타지이자 이상과 정의가 살아 있다는 증표,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승리'의 맛을 일깨워주는 대상이었다. 야구장은 그들의 온갖 희망과 기대, 불안과 두려움을 마음껏 발산하는 카타르시스의 장이었다. 사람들은 가족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늦은 저녁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며 이런 애기를 나눴다. "오늘 경기 어떻게 됐지?" "베이브 루스가 또 홈런을 쳤나?" 야구는 수백, 수천만의 미국인을 형제처럼 묶어주고 경쟁자를 가족으로, 이방인을 이웃으로, 원수를 친구로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야구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가 되었다. 야구는 미국의 정신과 문화적 지표 그 자체이자 미국이라는 국가 이데올로기의 현신이었다.
로스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 야구를 통해 미국의 국가 신화를 통렬히 파헤치고 그 신화들이 쌓여 만들어진 역사를 되짚는다. 거짓이 진실이 되고 신화가 역사를 대신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묻는다. '위대한 미국'이라는 신화가 아니면 대체 무엇이 '위대한 미국 소설'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I. 솔제니친의 말을 빌려 이렇게 선언한다. "거짓과의 싸움에서 예술은 항상 이겨왔고, 언제나 확연히,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다! 거짓말은 이 세상의 많은 것을 방해할 수 있지만, 예술만큼은 방해하지 못한다."

추천사

로스는 야구를 순수한 익살극으로 재창조해냈다. 놀라운 성취.
- <뉴 리퍼블릭>

야구를 미국 그 자체로 여기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유쾌한 탐구.
- <뉴욕 타임스>

말하자면 야구는 위대한 문학보다는 위대한 기록에 가깝다. 야구 경기의 모든 플레이는 수치화된다. 수치는 곧 기록이다. 승리, 패배, 타율, 타점, OPS, BABIP, WHIP, WAR…… 이외 숱한 전문적인 용어가 야구의 기록을 위해 복무한다. 필립 로스에 의해 재건된 기억의 리그는 기록이 아닌 문학으로서 존재한다. 비극과 희극, 조롱과 풍자, 우화와 익살, 광기와 증오, 수치와 신념…… 그가 야구에 새로 남긴 기록이다. 그 기록으로써 야구는 문학이 된다. 필립 로스의 야구는 위대한 문학이다. 치명적인 허구다. 살아남은 진실이다. 오늘 저녁 당신이 텔레비전으로 본 프로야구는 그렇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지만, 필립 로스의 야구는, 확실히, 그러하다.
- 서효인 / 시인

목차

프롤로그 · 13
1. 홈 스위트 홈 · 91
2. 떠돌이 팀의 라인업 · 163
3. 황야에서 · 215
4. 뼛속까지 남자 · 301
5. 롤런드 애그니의 유혹 · 379
6. 롤런드 애그니의 유혹(계속) · 435
7. 길 가메시의 귀환인가, 모스크바의 지령인가 · 501
에필로그 · 589

필립 로스 연보 · 599

본문중에서

나를 스미티로 불러달라. 다들 그렇게 부른다.
(/ p.13)

노인들이 과거를 가지고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도 남는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사람들이 그저께 일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망상을 생각해보라.
(/ p.38)

나는 모두가 익숙하게 믿어온 달콤하고 어리석은 신화를 영원히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최고 권위자들마저 얼마나 뻔뻔하게 양심을 외면하는지, 보통의 신봉자들 또는 팬들이 그 신화를 얼마나 포기하기 싫어하는지를 드러내기 위해, 그 거짓말이 오래 지속되는 현상에 주의를 환기하고자 한다.
(/ p.40)

“그들에게 진실은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 인류의 진짜 과거는 전혀 중요하지 않으니까! 그들은 과거를 자기들한테 편리한 대로 왜곡하고 위조해! 그리고 미국 대중에게 공식 동화와 거짓말을 퍼뜨리지. 오만 때문에! 수치심 때문에! 지독한 양심의 가책 때문에!”
(/ p.46)

당신이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반대편에 선다면 그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길 순 있겠지만, 그럼에도 포기하고 탄광으로 기어내려가 이와 발톱으로 벽을 파헤치는 편이 나을 것이다.
(/ p.49)

일생을 사는 동안 다른 모두가 부인하는 진리를 붙잡고 애태우는 것만큼 사람을 지치게 하는 일은 없다. 팬 여러분, 고통을 모르는 사람은 고통을 모른다.
(/ p.49)

요즘엔 다들 마구잡이로 두운을 사용하는데, 대부분은 거짓말을 위해서다.
(/ p.53)

팬 여러분,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포악한 법칙이다. 오늘은 희열, 내일은 회오리바람.
(/ p.83)

일간지를 들춰보라. 또다른 강, 또다른 도시, 또다른 생물종이 말살당했다는 뉴스가 매일 나온다. 기다려보라, 이제 곧 모든 대륙이 소인 찍힌 우표 신세가 될 테니. 쾅, 아프리카! 쾅, 아시아! 쾅, 유럽! 쾅, 북아메리카! 쾅, 남아메리카! 아, 숨으려 하지 말라, 남극이여, 너 역시 쾅! 이 땅덩어리는, 팬 여러분, 그걸로 끝일 게다.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등장한 것이다.
(/ p.88)

야구의 아름다움과 의미는 다이아몬드의 불변의 기하학적 구조와 그 위에서 이루어지는 민첩성, 힘, 타이밍에 대한 시험에 있었다.
(/ p.153)

야구는 구장의 모든 좌석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경기였고, 그래서 모든 관중이 저마다 오후 내내 동시에 본 순간의 광경들을 모아 그림 한 장으로 합칠 수 없다면 정확히 전달할 수 없는 경기였다. 또한 거기에는 경기 시간의 절반을 넘는다고 할 순 없지만 거의 그 정도에 육박하는 정적인 순간들, 기다림과 망설임, 준비와 회복의 순간들, 관중의 소음을 포함해 모든 것이 멈춘 순간들처럼 배트에 맞은 공이 유유히 담장을 넘어가는 극적인 몇 초에 뒤지지 않는 야구만의 매력적인 순간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 p.153)

인류 대부분에게 대재앙인 상황이 인류 공동체 변두리에 사는 소수에게는 항상 유익하게 작용한다는 건 인생의 섬뜩한 아이러니 중 하나다. 인류 공동체의 변두리에 산다는 것도 그 자체로 섬뜩한 아이러니지만.
(/ p.1889)

“만고의 지혜는 이거야. 세상은 거짓투성이라는 것. 너희 얼간이들은 너무 진지해서 탈이야.”
(/ p.228)

“무엇이 이 나라를 하나로 묶어주지, 롤런드? 자, 수백만, 수천만의 미국 남성을 형제처럼 묶어주고, 경쟁자를 친족으로, 모르는 사람을 이웃으로, 적을 친구로 만들어주는 게 뭔지 기억났어? 이 게임이 계속되어야만 그 일이 가능한데? 바로 야구야! 그래서 그들은 미국을 파괴하려고 그걸 노리는 거야, 젊은이, 그들의 사악하고 영리한 계획은 우리의 국민 스포츠를 파괴하는 거야!”
(/ p.416)

“난 승리하는 걸 얘기하고 있어, 롤런드, 승리. 그게 이 나라를 지금처럼 만들었어! 제정신을 가진 어느 누가 거기에 반대할 수 있지?”
(/ p.453)

승리라니! 아, 승리가 좋은 이유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승리와 똑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손쉬운 승리, 큰 점수 차로 승리, 압도적 승리, 우연한 승리, 아슬아슬한 승리, 이길 자격이 없는 승리. 아무리 깎아내려도 승리만한 건 없다. 승리가 최고다. 야구의 또다른 이름이 승리다. 승리가 모든 것이다. 승리가 모든 것의 처음이자 끝이다.
(/ p.453)

“인생에는 승패의 기록에서 읽을 수 있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네, 내 훌륭한 친구들이여.”
(/ p.460)

의미 있는 고난, 영혼을 고양시키는 고뇌, 품위를 높여주는 절망이 있어야 할 곳에 우스꽝스러움과 그 이하의 것들이 있었다.
(/ p.461)

“당신은 낙인이라고 말하지만 낙인이란 없어요. 전복이 있을 뿐이죠! 음모와 파괴뿐이라고요!”
(/ p.506)

그 시절엔 그런 자들을 쉽게 만났다. 당시에는 증오할 독일이나 일본이 없었고, 자신의 땅, 자신의 조국밖에는 미워할 대상이 없었다. 그 대공황 시절에 그가 만난 사람들 중 (희생자의 말을 들어보면) 미국으로부터 학대, 굴욕, 사기, 좌절, 파멸을 겪지 않은 자가 있던가? 포트루퍼트와 시애틀 중간에 있는 어느 술집에 해결할 원한이 없고, 물어야 할 배상금이 없고, 들끓는 증오를 품지 않은 사람이 있던가?
(/ p.511)

각자 어리석음에 따라 생산하고 각자 탐욕에 따라 분배한다.
(/ p.518)

그게 바로 소작민들이 자신의 운명에 넌더리를 내기 시작할 때 저들이 그 가난뱅이들한테 써먹는 말입니다. 쇠고랑을 찬 노예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보슈, 대체 여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요?’라고 물을 때 저들이 노예들한테 써먹는 말입니다. 유감이야, 정말 미안하군, 하지만 오늘 지렁이처럼 짓밟힌 너희에게 해줄 건 아무것도 없어. 다 하느님의 뜻이지. 그분이 그렇게, 너희는 바닥에 있고 우린 꼭대기에 있기를 원하시지. 자, 이제 돌아가서 일이나 해. 혹시라도 그 쇠사슬에 어떤 변화가 생긴다면 그때 얘기해줄게……
(/ p.541)

“어쨌거나 나라라는 게 여러분에게 뭐가 좋은 겁니까?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자리가 전혀 없다면?”
(/ p.544)

이 세상의 평범한 소외계층은 어떻게 하지? 인류의 90퍼센트를 차지하는데! 그들은 꿈도 없어야 하나, 애그니? 희망도 없어야 해? 도대체 어떤 놈이 너희 반듯한 개자식들한테 이 세상을 소유하라고 말했지? 누가 너희 반듯한 개자식들한테 이 세상을 맡겼지?
(/ p.557)

진실은 소설보다 더 기이하지만, 거짓은 진실보다 더 기이하지요.
(/ p.583)

제 예술은 예술을 위한 예술 혹은 국민의 자긍심이나 개인의 유명세를 위한 예술이 아니라, 기록을 위한 예술, 모든 말로 진실을 왜곡하고 배신하는 자들로부터 현재와 과거의 진실을 되찾아오는 예술입니다. 알렉산드르 I. 솔제니친이 말했지요. “거짓과의 싸움에서 예술은 항상 이겨왔고, 언제나 확연히,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이, 최후의 승리를 거머쥔다! 거짓말은 이 세상의 많은 것을 방해할 수 있지만, 예술만큼은 방해하지 못한다.”
(/ p.597)

저자소개

필립 로스(Philip Roth)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
출생지 미국 뉴저지
출간도서 27종
판매수 8,400권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예술훈장(National Medal of Art)을 받았고, 2002년에는 존 더스패서스, 윌리엄 포크너, 솔 벨로 등의 작가가 수상한 바 있는, 미국 예술문학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필립 로스는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다. 2005년에는 "2003∼2004년 미국을 테마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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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술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그 후 오랫동안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문학과 예술의 곁자리를 지키고 있다. 『빈 서판』 『본성과 양육』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무엇이 예술인가』 『진화심리학 핸드북』 『하워드 가드너 심리학 총서』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이것이 우리의 마지막 팬데믹이 되려면』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제45회 한국백상출판문화상 번역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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