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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언 : 기독교는 어떻게 서양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가[양장]

원제 : Domin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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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타락하고 괴상한 것으로 취급받던 소수의 신앙에서 서양적 세계관의 절대 근원이 되기까지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탁월하게 직조하는 이야기꾼 톰 홀랜드가 펼쳐내는 신과 인간의 2500년 연대기

‘서양적 세계관’ 하면 대개 ‘신 중심의 비합리적 중세를 타파하고 인간과 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된 합리적 관점’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학적, 합리적, 휴머니즘적 사고조차 기독교의 저변 위에서 생겨나고 발전한 것이라면? 일부일처제, 자유의지에 따른 결혼, 법률과 과학은 물론이고, 계몽주의, 인권,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근대의 진보적 개념, 심지어 무신론에조차 실은 기독교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는 『도미니언』에서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세계관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로 세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과감하면서도 우아하게, 역설적이면서도 균형 있게 다룬다. 고대 로마부터 비틀스와 메르켈 총리까지 2500년을 연대순으로 ‘혁명’, ‘육체’, ‘우주’와 같은 핵심 키워드가 담긴 21개 장으로 묶어 흥미진진한 대서사시를 이룬다.

이 책이 보여주는 기독교 세계의 역사는 모순과 역설로 가득하다. 예수가 당시 가장 경멸받은 형벌이었던 십자가형으로 죽음을 맞았다는 것,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라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 자체가 역설이었고, 이후 모든 상하주종 관계에서 이 역설은 힘을 발휘했다. 한편으로 과거 고대 사회에서 박해받는 소수 세력으로서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영향을 미친 기독교도가 주류 지배 세력이 된 뒤에는, 바로 그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에 모순되는 행위에 대해 당사자 스스로가, 혹은 입장이 다른 교도들 간에 갈등이 일어났다.

출판사 서평

‘서양적 세계관’ 하면 대개 ‘신 중심의 비합리적 중세를 타파하고 인간과 이성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게 된 합리적 관점’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학적, 합리적, 휴머니즘적 사고조차 2천여 년 동안 도도히 흘러온 기독교의 저변 위에서 생겨나고 발전한 것이라면? 우리는 과연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세계관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톰 홀랜드의 《도미니언》은 이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깊은 통찰을 제공해주는 책이다.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탁월하게 직조하는 이야기꾼
톰 홀랜드가 펼쳐내는 신과 인간의 2500년 연대기

세계적인 역사 저술가 톰 홀랜드는 《루비콘》(2003)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논픽션 분야 상인 새뮤얼 존슨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헤셀-틸먼상을 수상했다. 이후 《페르시아 전쟁》(2005), 《이슬람제국의 탄생》(2012), 《다이너스티》(2015) 등 걸출하고 묵직한 고대 제국사를 주로 집필해오면서, 방대한 사료를 바탕으로 일관되면서도 확장되는 흐름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정평이 났다. 이는 그가 소설가 출신이라는 데 기인한다. 《뱀파이어》(1995, 당시 27세)를 시작으로 《뼈 사냥꾼》(2001)까지 여섯 편의 소설을 쓴 경험은, 이후의 논픽션에서도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의 토대가 되었다. 이번 책에서도 그런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톰 홀랜드는 기독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서구 사회와 서양인의 정신을 지배하게 되었는지, 과감하면서도 우아하게, 역설적이면서도 균형 있게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가 전개된 과정을 파노라마 같은 조감도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널리 퍼져 있고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는 기독교적 영향의 여러 흐름을 압축적으로 추적한다. 이를 위해 고대 로마부터 비틀스와 메르켈 총리까지 2500년을 21개 장으로 나누면서, 각 장을 ‘혁명’, ‘육체’, ‘우주’와 같은 핵심 키워드로 묶는다. 장마다 개별 인물이나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세 단락은 해당 장의 키워드로 일관된 흐름을 형성하고, 그러한 맥락이 점차 장을 거듭할수록 쌓여, 독자는 지금의 세상에까지 기독교가 미쳐온 영향력을 통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성장한 세계의 전제 조건들(사회가 조직되는 방식과 그 사회를 유지하는 방식)은 고전고대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서 생겨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서구 문명 속에 들어 있는 기독교의 과거에서 생겨났다. 기독교가 서구 문명의 성장에 미친 영향은 너무나 깊고 커서 마침내 우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 되었다. 기억되는 것은 불완전한 혁명들뿐이다. 다시 말해 그 승리가 당연시되었으나 승리하지 못한 사람들의 운명만 기억된다. 기독교의 승리는 너무나 완벽해서 아예 기억조차 되지 않는다. 이 책 《도미니언》의 목표는 기원후 3세기에 집필 활동을 한 어떤 기독교인이 말한바 “그리스도의 홍수 같은 물결”이 흘러간 과정을 탐색하는 것이다.” - 〈서론〉 (32~33쪽)

모순과 역설,
기독교 세계의 역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

톰 홀랜드가 이 책을 집필한 동기는 그가 10대 때부터 가져온 기독교의 비합리성에 대한 의구심과, 그럼에도 서유럽인으로서 자신이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사고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었다. 이러한 ‘모순’과 ‘역설’이 곧 이 책의 서술방식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이는 책의 첫머리에서부터 뚜렷하게 드러난다. 십자가형은 고대 로마에서 가장 고통스럽고 경멸받은 “최고의 형벌”이었다. 그런 만큼 반항적인 노예에게 부과하기에 가장 적합한 징벌이었다. 그래서 예수의 처형 이후, 십자가형을 당한 사람을 신으로 숭배하는 것은 로마인들 대다수에게 매우 혐오스럽고 기괴한 일이었다. 심지어 당시 기독교인조차 ‘십자가형’이라는 형벌을 비참하게 여겨 시각적 형태로 묘사하지 않았다. 그러나 수백 년 뒤 십자가형은 죄악과 죽음에 대한 승리의 상징이 되었으며, 천 년이 넘자 전 인류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헌신과 연민의 아이콘이 되었다. “꼴찌가 첫째 되고 첫째가 꼴찌가 될 것이다”(〈마태오 복음서〉 20장 16절)라는 기독교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그 자체로 역설이었고, 이후 모든 상하주종 관계에서 이 역설은 힘을 발휘했다. 그런데 모순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1500여 년 뒤, 부주의한 당국에 의해 처형된 하느님을 숭배하는 기독교 교회가, 이제 반대로 이른바 ‘박해하는 사회’를 감독하게 된 것이다.

“기독교와 그 종교를 탄생시킨 세상의 상호 관계는 이처럼 역설적이다. 신앙은 고전고대의 가장 지속적인 유산인 동시에 그 시대의 완전한 변모를 보여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페르시아, 유대, 그리스, 로마 등 여러 전통을 하나로 취합하여 형성된 기독교는 그 신앙을 처음 배출한 제국의 붕괴 이후에도 살아남았고, 그 후 한 유대인 학자의 말을 빌리면, “일찍이 세계사가 배출한, 가장 강력한 패권적 문화 체제”가 되었다. 중세에 들어와, 유라시아의 그 어떤 문명도 라틴 서방처럼 여러 전통을 취합한 단일한 신앙 체계의 지배 세력으로 부상한 적이 없다.” - 〈서론〉 (24쪽)

이러한 모순과 역설은 한편으로 중세 이후 지배적 세력이 된 기독교 교회, 그리고 대항해 시대 이후 전 세계를 점령ㆍ지배하게 된 서유럽의 지위 변화에 크게 기인한다. 과거 고대 사회에서는 박해받는 소수 세력으로서 혁신적이고 진보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그들이 주류 지배 세력이 된 뒤에는 바로 그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에 스스로의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중세 이후 서양의 갈등은 가르침과 모순되는 행위에 대한 당사자 자신의 고뇌이자, 예수의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하려는 자들과 그 가르침을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달리 받아들인 자들 사이의, 일종의 교리 해석 싸움이었다.

“만약에 그들이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내준다면, 어떻게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느님께서 과연 사회의 기본 조직이 와해되는 것을 바라신다는 말인가? 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자선을 구하겠는가? 부자들이 점점 더 기독교 신자로 편입되는 세상에서 이런 질문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 〈5장 자선 | 362년, 페시누스〉 (209쪽)

“[1738년에] 필라델피아 퀘이커교도들의 연간 총회에 참석한 레이는 … 장내에 울려 퍼지는 커다란 목소리로,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삼는 것이 “모든 나라와 모든 피부색의 인간을 똑같이 바라보고 소중히 여기는 전능하신 하느님의 눈엔 어떻게 보이겠소? 내가 이 성경을 칼로 찌르는 것처럼, 당신들이 아프리카인들의 심장을 찌르는 거라고 여기실 것이오”라고 했다. 이어 레이는 움푹 파낸 성경 속에 넣어 둔, 피처럼 붉은 포크베리 주스가 든 주머니를 칼로 푹 찔렀다. 주스가 온 사방으로 튀었다. 회관에서는 일제히 분노가 폭발했다. … 20년 뒤 중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을 때, 그는 새로운 퀘이커 총회에서 노예를 거래하는 퀘이커교도는 누구든 처벌한다는 결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레이는 감격하여 필라델피아 퀘이커 연간 총회에 초대를 받지도 않았는데 그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편안히 죽을 수 있겠어.”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15장 성령 | 1649년, 세인트조지 힐〉 (517~519쪽)

지금 이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교양

종교와 세속의 분리, 일부일처제, 가문이 아닌 당사자 간의 의지에 따른 결혼, 법률과 과학은 물론이고, 계몽주의, 인권, 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 같은 근대의 진보적 개념, 심지어 무신론에조차 기독교의 그림자가 드리워 있다. 지배 이데올로기인 기독교를 벗어나고자 한 근대의 운동조차, 과거 기독교의 파격적이고 혁명적인 움직임을 본딴 형국이 되고 마는 역설이 반복되어온 것이다.
이처럼 《도미니언》은 결국 서구 사회와 서양적 세계관의 근간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20세기까지의 몇백 년 동안 세계를 서유럽이 지배하다시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기독교 전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였음을 감안하면, 곧 현재의 세계를 깊이 이해하는 통찰을 제공한다고도 할 수 있다(책의 후반부는 그런 내용으로 가득하다). 그것이 비단 기독교에 관심이 있지 않더라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서구’는 기독교 세계가 발전하여 뚜렷이 다른 모습으로 변모한 사회라기보다는 그 기독교 세계의 계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종교 개혁, 계몽사상, 혁명 등을 통해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것이 오로지 근대에 들어와서만 할 수 있었던 일은 아니다. 그에 앞서 중세의 이상가들이 이미 그런 꿈을 꾸는 방식을 설정해 놓았다. 기독교인의 방식대로 꿈을 꾸는 것 말이다.” - 〈서론〉 (27쪽)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들을 알아내는 것은 그것들을 제정한 주 하느님을 더욱 명예롭게 하는 일이었다. 이러한 확신은 새로 설립된 대학들의 감독자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 가장 진실한 기적은 전혀 기적처럼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정반대였다. 하늘과 땅의 질서 정연한 운행이야말로 기적 중의 기적이었다. … “우둔한 정신은 물질적인 것들을 통해 진실에 다가간다.” 생드니의 문들에는 그렇게 쓰여 있다.” - 〈9장 혁명 | 1076년, 캉브레〉 (334~336쪽)

“1783년 미국의 첫 대통령이 되기 6년 전, 식민지 주민들을 독립으로 이끈 장군은 미국을 계몽의 기념물로 칭송했다. 조지 워싱턴은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 제국의 기초는 무지와 미신의 암울한 시대에 있지 않고, 인류의 권리가 이전 다른 어떤 시대보다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명확하게 규정된 시대에 있습니다.” 이런 호언장담은 기독교에 대한 경멸을 전혀 암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 미국 공화국의 가장 진정하고 궁극적인 사상적 배경은 구약성경의 〈창세기〉였다. … 미국 헌법을 작성한 사람들의 재능은 신생 국가의 주된 종교적 유산인 급진적 개신교에 계몽의 옷을 입히는 것이었다.” - 〈16장 계몽 | 1762년, 툴루즈〉 (536~537쪽)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볼 때, 페미니즘과 동성애자 권리 운동은 기독교 자체에 대한 공격이었다. … 그런데 하느님은 정말로 그들을 증오했는가?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반대자들이 성경의 계명을 위반했다고 고발하면서 2000년 기독교 전통의 배경을 내세웠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도 양성 평등이나 게이의 권리를 주장할 때 역시 기독교 전통의 배경을 내세웠다. 그들의 즉각적인 모델이자 영감은 침례교 목사였다. “본질적인 가치에 등급을 달리하는 눈금은 있을 수 없다.” 마틴 루서 킹은 암살되기 1년 전에 이런 글을 썼다. “모든 인간의 개성에는 창조주의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새겨져 있다. 모든 사람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성별이나 성적 취향에 근거를 둔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은 공통적인 전제 조건, 즉 모두가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양성 평등 사상을 공유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도와주어야만 계속 운동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 니체가 무척 경멸하며 지적했던 것처럼, 이 양성 평등의 원칙은 프랑스 혁명도, 미국 독립 선언도, 계몽 운동도 아닌 성경에 그 기원을 두고 있었다.” - 〈20장 사랑 | 1967년, 애비로드〉 (660~661쪽)

추천사

선데이 타임스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보게 만드는 참으로 훌륭한 책. 매우 도발적이고 흥미롭다.
- 올해의 역사책 선정

피터 프랭코판(《실크로드 세계사》 지은이)
멋지고, 대담하고, 야심차고, 열정적이다.

디아메이드 맥클로흐(《종교개혁의 역사》, 《3천년 기독교 역사》 지은이)
이 놀라운 책은 톰 홀랜드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과감하면서도 우아한 글솜씨로 많은 사건들을 서로 잘 연결시켜 거대한 태피스트리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질문을 끊임없이 유도해 독자의 상상력과 판단력을 계속 자극한다.

목차

서론

1부 고전고대
1장 아테네 | 기원전 479년, 헬레스폰트
2장 예루살렘 | 기원전 63년, 예루살렘
3장 선교의 임무 | 기원후 19년, 갈라티아
4장 믿음 | 177년, 리옹
5장 자선 | 362년, 페시누스
6장 천상 | 492년, 가르가노산
7장 엑소더스 | 632년, 카르타고

2부 기독교 세계
8장 개종 | 754년, 프리지아
9장 혁명 | 1076년, 캉브레
10장 박해 | 1229년, 마르부르크
11장 육체 | 1300년, 밀라노
12장 종말 | 1420년, 타보르
13장 종교개혁 | 1520년, 비텐베르크
14장 우주 | 1620년, 레이던

3부 모데르니타스
15장 성령 | 1649년, 세인트조지 힐
16장 계몽 | 1762년, 툴루즈
17장 종교 | 1825년, 바로다
18장 과학 | 1876년, 주디스강
19장 그림자 | 1916년, 솜강
20장 사랑 | 1967년, 애비로드
21장 각성 | 2015년, 로스토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미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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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서론 (24쪽)
기독교와 그 종교를 탄생시킨 세상의 상호 관계는 이처럼 역설적이다. 신앙은 고전고대(classical antiquity)의 가장 지속적인 유산인 동시에 그 시대의 완전한 변모를 보여 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페르시아, 유대, 그리스, 로마 등 여러 전통을 하나로 취합하여 형성된 기독교는 그 신앙을 처음 배출한 제국의 붕괴 이후에도 살아남았고, 그 후 한 유대인 학자의 말을 빌리면, “일찍이 세계사가 배출한, 가장 강력한 패권적(覇權的) 문화 체제”가 되었다. 중세에 들어와, 유라시아의 그 어떤 문명도 라틴 서방처럼 여러 전통을 취합한 단일한 신앙 체계의 지배 세력으로 부상한 적이 없다.

2장 예루살렘 | 기원전 63년, 예루살렘 (105쪽)
천지를 창조하신 주 하느님은 이스라엘의 자손들에게 획기적이면서도 전례 없는 명예를 내려 주었는데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계약이 그것이다. 다른 민족들은 이런 계약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신들은 계약을 증명하는 존재이지 계약의 당사자는 아니었다. 인간이 감히 어떻게 신과 동맹을 맺을 수 있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유대인만이 이런 기발하고 신성 모독적인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주 하느님과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그들이 신성을 이해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성궤는 그 계약(모세가 산에서 갖고 내려온 두 개의 석판에 적힌 것)을 담기 위한 것이었다. 솔로몬이 건설한 신전의 지성소에 모셔진 것은 바로 그 계약이었다. 바빌로니아 사람들이 그 성전을 파괴한 이후에도 주 하느님과 선택된 민족 사이의 계약은 취소되지 않았다. 계약의 조건들은 그대로 지속되었다. 성궤가 사라진 후 수세기 동안에 편집되고 재편집된 히브리어 성경은 대체로 그 계약을 간직하기 위해 편찬되었다. 성경을 공부하는 모든 유대인은 그 계약을 가슴속에 깊이 새긴다.

3장 선교의 임무 | 기원후 19년, 갈라티아 (128~130쪽)
“사실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는 할례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갈라티아 사람들에게 할례의 칼을 받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할례 없이는 그리스도가 그들을 구제할 권능이 없다고 말하는 셈이었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십자가형으로 유대인과 온 세상 다른 민족들의 구분이 허물어졌다는 바울의 가르침을 부정하고 그런 구분을 다시 설정하려는 것이었다. 이는 보편 종교의 전도에 나선 바울의 일을 원천 무효로 만드는 것이었다. 따라서 갈라티아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바울이 자신의 가르침을 그대로 준수하라고 회유도 하고 호소도 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구호는 양날의 검이었다. 바울이 갈라티아를 떠난 후, 그리스도를 마음속에 받아들인 일부 신자들은 생활의 지향점이 사라졌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도시의 신들을 부정하는 것은 곧 시민 생활의 리듬을 부정하는 것으로, 가족과 친구들의 관계를 위태롭게 하고 카이사르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었다. 갈라티아의 위기는 바울에게 냉엄한 교훈을 남겼다. 개종자들이 느끼는 단절감은 매우 심각하여 그들 중 일부가 나아갈 방향을 재조정하다가 할례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유대인들은 아주 오래된 민족이었고 그들의 율법은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배타적이면서 숭고한 정체성이 지닌 매력은 바울의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하지만 그는 타협하기를 거부했다. 오히려 자신의 주장을 전보다 두 배로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개종자들에게 그들 자신을 갈라티아 사람이나 유대인으로 생각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사람 혹은 천상의 시민으로 생각하라고 요구했다. 그들에게 혁신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정체성을 갖추라고 했다. 이는 지역 정서를 당연시하고 새로운 것을 수상하게 여기는 시대에 아주 과감한 전략이었다. 그리고 바울은 그런 전략에서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바울이 모세의 율법에 어느 정도 권위를 부여한 이유는 하느님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보편적 우애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모든 율법은 한 계명으로 요약됩니다. 곧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라고 하신 계명입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사랑뿐이다.

4장 믿음 | 177년, 리옹 (186~188쪽)
주교들이 밀비우스 다리에서의 승전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야 했던 것처럼, 콘스탄티누스 황제도 기독교 세계의 사정에 적응해야 했다. 황제는 그리스도의 종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자신이 아주 가파른 학습 곡선 위에 올라탔음을 발견했다. 도나투스와의 언쟁을 거치면서 황제는 교회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비록 자신은 온 세상을 지배하는 황제였지만 정작 교회에 대해서는 그 어떤 공식적인 통제권도 없다는 것이었다. … “당신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거나 아예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을 두고서 그토록 싸우면서 왜 당신들의 견해를 서로 조화시키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습니까? 왜 당신들의 의견 차이를 각자의 마음과 생각에 위임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곧 콘스탄티누스는 이런 질문이 너무 순진했음을 깨달았다. 그리스도의 정체가 무엇인가? 그리스도는 어떻게 하여 인성과 신성을 동시에 갖게 되었는가? 삼위일체는 어떻게 정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가? 이런 문제들은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그리스도의 본성에 대하여 계속 의문이 제기된다면 어떻게 하느님을 올바르게 경배하며, 로마가 온 세상을 지배해도 좋다는 하느님의 승인을 어떻게 얻을 수 있겠는가? 콘스탄티누스의 전임자들은 예전처럼 희생 제물과 영예를 바침으로써 하늘을 달래려 했는데, 예전 황제들의 이러한 태도는 황제의 필수적인 역할을 크게 오해한 것이었다. “어떻게 경배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경배하느냐가 중요하다.” 콘스탄티누스는 진정한 종교란 경건한 의식, 제단에 동물 피 뿌리기, 제단에 향 피우기 같은 행위들이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믿음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신학과 로마 정부의 위세가 결합하여 전에는 시도된 적 없는 혁신이 이루어졌다. 온 세상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신앙의 신조가 선언된 것이다. 브리튼에서 메소포타미아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서 온 수많은 대표단은 자신들이 참가한 종교회의 결정 사항에 엄청난 무게감을 부여했다. 그것은 단 한 명의 주교나 신학자가 감히 도전을 걸 수 없는 그런 권위를 갖게 되었다. 사상 처음으로 교회의 신조는 오리게네스의 천재성으로도 마련할 수 없던 정통성을 획득했다.

5장 자선 | 362년, 페시누스 (209쪽)
도시 엘리트 계층이 지배하는 교회 상층부에서 볼 때 마르탱은 당혹스러운 인물이었다. 그의 남루함, 열악한 성장 환경, 부자와 빈자 사이의 간극을 없애야 한다는 가르침 등은 그들 사이에서 환영받지 못했다. 마르탱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마르탱이 살아생전에 몸소 자선을 실천하여 주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 천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교들은 그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기존 사회 질서의 수호자로서 자신들이 맡은 역할이 아주 고상하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그들이 전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다 내준다면, 어떻게 자신들의 권위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느님께서 과연 사회의 기본 조직이 와해되는 것을 바라신다는 말인가? 부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디에서 자선을 구하겠는가?
부자들이 점점 더 기독교 신자로 편입되는 세상에서 이런 질문들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6장 천상 | 492년, 가르가노산 (228~229쪽)
기독교인들은 페르시아나 유다 왕국의 학자들보다 더 생생하게 악마에게 개성적인 얼굴을 부여했다. 전에는 그처럼 극적이고 기괴한 모습이 묘사된 적 없었고 이런 강력한 권능과 카리스마가 악마에게 부여된 적도 없었다.
“‘빛’과 ‘어둠’이라는 용어는 두 무리의 천사를 상정한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런 문장을 쓸 때 자신이 이단의 학설을 아슬아슬하게 비켜 가고 있음을 알았다. 이 말은 선과 악은 동일한 힘을 가진 두 원리라는 페르시아의 신학 사상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그런 원리를 신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개종하면서 그런 교리를 거부했다.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단 하나의 전지전능한 신을 믿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악마는 독립적인 위상은 갖고 있지 않으며 단지 선이 부패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상의 모든 유한자는 천상의 무한자의 희미한 흔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다스리기로 되어 있는 그 도시는 이 지상의 도시와는 아주 다르다. 땅과 하늘의 차이, 영원한 삶과 일시적 즐거움, 실제적 영광과 공허한 찬양, 천사들의 무리와 인간들의 무리, 해와 달을 만드신 분의 빛과 해와 달에서 나오는 빛, 이러한 두 가지 것들 사이의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악마들은 위대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 왕들과 황제들이 좋아하는 우렁찬 트럼펫 소리와 군대의 깃발 등을 흔들어대면서 유혹하지만 그것은 연기로 만든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어둠의 천사들이란 결국 빛의 천사들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그렇지만 기독교인들의 상상 속에서 악마는 선의 부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는 듯했다. 생생하게 상상할수록 악마는 더 자율적인 존재가 되어 갔다. 그러나 악마의 대제국은 전지전능하고 전선한 하느님의 주권과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리스도가 죽음을 파멸시켰는데, 왜 사탄의 그림자가 이토록 길게 뻗치는가? 천상의 군대가 무장한 상태로 들판에서 악마에 맞서 싸워야 할 정도인데, 어떻게 인간이 악마에 맞서 싸우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악마를

저자소개

톰 홀랜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8

저자 톰 홀랜드(Tom Holland)는 1968년 영국 솔즈베리에서 태어났다.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두 과목 최우등으로 졸업했고, 이후 옥스퍼드 대학에서 바이런을 주제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뱀파이어에서 고대 제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의 역사책과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 또한 헤로도토스,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등의 작품을 각색해 BBC 라디오에서 방송하기도 했다. 국내에 번역 소개된 저서로 《루비콘(Rubicon)》(2003), 《페르시아 전쟁(Persian Fire)》(2005), 《이슬람제국의 탄생(In The Shadow Of The Sword)》(2012), 《다이너스티(Dynasty: The Rise 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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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54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 브리태니커 편집국장과 성균관 대학교 전문번역가 양성과정 겸임 교수를 역임했다. 주로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교양서를 번역했고 최근에는 E.M.포스터, 존 파울즈, 폴 오스터, 제임스 존스 등 현대 영미작가들의 소설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전문 번역가로 활동한 이래 지금까지 140권의 책을 번역했으며, 500권을 목표로 열심히 번역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번역을 잘 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며 20만 매에 달하는 번역 원고를 주무르는 동안 글에 대한 안목이 희미하게 생겨났고 번역 글쓰기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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