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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 올리버 색스 평전[양장]

원제 : And How Are You, Dr. S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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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밝혀지지 않았던 올리버 색스의 모든 것

올리버 색스의 절친한 친구 로런스 웨슐러가 쓴 올리버 색스 평전『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신경학자 올리버 색스, 그는 의학계의 계관시인, 과학계의 셰익스피어라 칭송받은 우리 시대의 의사이자 작가다. 평전에서는 그동안 기존 올리버 색스 저작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웨슐러(렌)가 올리버 색스의 집필 비화와 삶의 궤적을 상세히 다룬다. 저자 로런스 웨슐러는 올리버 색스 만년의 공개 강연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며, 암과 싸우던 올리버 색스의 곁을 올리버의 연인이었던 빌 헤이스와 함께 끝까지 지킨 인물이다. 그는 올리버 색스와 교감을 나눈 수많은 인물들을 인터뷰해 올리버 색스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리버 색스 대표작의 집필 비화로 가득하다. 한 일화로 《편두통》 집필 당시 올리버 색스는 개요와 초고로 출판사와 계약을 마치고 이를 병원장에게 알린다. 그러나 병원장은 병원도 환자도 내 것이므로 책의 저작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주장한다. 그는 올리버가 진료 기록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올리버의 원고를 빼돌려 본인 이름으로 출간하기에 이른다. 올리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새벽을 틈타 진료 기록을 몰래 복사하여 책을 처음부터 다시 쓴다. 책의 출간으로 문체의 일관성이 올리버에게 있음이 밝혀지고 《편두통》이라는 명저가 올리버 색스의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된다. 평전에는 《편두통》 외에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등장하는 여러 환자들과 올리버 색스의 교감, 올리버가 ‘글막힘’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나는 내 침대에서 다리를 주웠다》를 탈고하는 과정, 《깨어남》이 어떻게 올리버 색스와 웨슐러를 이어주었는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뒷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출판사 서평

우리는 비로소 올리버 색스의 평전을 통해 온전히 그의 정신을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를 추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올리버에게 더없이 감사하는 일이다. 책을 덮으면서, 누구나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올려다볼 것이다. ‘거기 먼 곳에서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_정재승 뇌과학자,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열두 발자국》 저자

저자 우리는 온건하면서도 격정적인, 때론 지나치게 열정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섬세한,
일견 모순돼 보이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한 경이로운 신경학자를 발견한다. _ 정재승

눈부신 초상화. 마음을 사로잡는 황홀한 이야기.
_〈커커스 리뷰〉

자서전 《온 더 무브》에서도 밝혀지지 않았던 과학계의 셰익스피어 올리버 색스의 면면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올리버 색스의 모든 것

올리버 색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뉴요커〉의 베테랑 작가인 로런스 웨슐러가 쓴 올리버 색스 평전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이 출간된다. 올리버 색스는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신경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였다. 그는 의학계의 계관시인, 과학계의 셰익스피어라 칭송받은 우리 시대의 의사이자 작가다. 평전에서는 그동안 기존 올리버 색스 저작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웨슐러(렌)가 올리버 색스의 집필 비화와 삶의 궤적을 상세히 다룬다. 저자 로런스 웨슐러는 올리버 색스 만년의 공개 강연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며, 암과 싸우던 올리버 색스의 곁을 올리버의 연인이었던 빌 헤이스와 함께 끝까지 지킨 인물이다. 그는 올리버 색스와 교감을 나눈 수많은 인물들을 인터뷰해 올리버 색스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저자가 올리버 색스와 오랜 세월 함께 호흡하며 기록한 그의 생생한 음성이 책 속 활자를 타고 흘러 독자에게 전해진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고맙습니다》 《깨어남》 《나는 내 침대에서 다리를 주웠다》 《편두통》 등 올리버 색스 대표작의 집필 과정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며, 따뜻한 부성애를 떠올리게 하는 올리버 색스와 웨슐러의 딸 사라의 낭만적이고 휴머니즘 가득한 교감도 만나볼 수 있다. 결말부에서는 죽음을 앞두고도 삶을 긍정했던 올리버 색스의 모습, 올리버를 떠나보내며 슬퍼하지 않고 끝까지 사랑을 담아 보냈던 지인들의 모습이 밀도 있게 담겨 있어 마음을 울린다. 이는 지난해 뉴욕필름페스티벌(NYFF)에서 공개된 올리버 색스 다큐멘터리 영화 〈올리버 색스, 그의 생애His Own Life〉*를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한국에서는 가을 개봉 예정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고맙습니다》 《깨어남》 《나는 내 침대에서 다리를 주웠다》 《편두통》
올리버 색스 대표작의 집필 비화를 만나다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에는 올리버 색스 대표작의 집필 비화로 가득하다. 한 일화로 《편두통》 집필 당시 올리버 색스는 개요와 초고로 출판사와 계약을 마치고 이를 병원장에게 알린다. 그러나 병원장은 병원도 환자도 내 것이므로 책의 저작권이 본인에게 있음을 주장한다. 그는 올리버가 진료 기록에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올리버의 원고를 빼돌려 본인 이름으로 출간하기에 이른다. 올리버는 이에 굴하지 않고 새벽을 틈타 진료 기록을 몰래 복사하여 책을 처음부터 다시 쓴다. 책의 출간으로 문체의 일관성이 올리버에게 있음이 밝혀지고 《편두통》이라는 명저가 올리버 색스의 이름으로 빛을 보게 된다.
평전에는 《편두통》 외에도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등장하는 여러 환자들과 올리버 색스의 교감, 올리버가 ‘글막힘’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나는 내 침대에서 다리를 주웠다》를 탈고하는 과정, 《깨어남》이 어떻게 올리버 색스와 웨슐러를 이어주었는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뒷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평전에서 되살린 올리버 색스의 참모습
그리고 거기에서 잘 지내시나요, 색스 박사님?

탁월한 전기 작가인 로런스 웨슐러는 올리버 색스 평전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에서 직접 올리버와 생활하면서 얻은 풍부한 기록, 올리버 색스 지인들을 인터뷰한 방대한 자료를 통해 올리버 색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는다. 이 기록이 모여 형상화한 평전 속 올리버 색스의 얼굴은 무엇일까. 괴짜였지만 존재 자체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 냉철하고도 너그러운 과학자의 모습이다. 수염을 가득 달고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올리버는 우리에게 다가와 아이의 천진난만한 말투로 자신이 관찰한 바를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다. 관찰을 통해 도출해낸 결과를 흄, 칸트, 라이프니츠로부터 시작해 다윈, 루리야를 거쳐 오든의 사상과 연결 짓는 솜씨는 올리버 특유의 자유연상 기법과 작화증에 기반을 둔 터라 가히 과학계에서 마술적 리얼리즘을 뽐낸 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는 평전을 통해 올리버가 단순한 낭만주의자가 아니라 평생 동안 관찰에 몰두하며 현실과도 호흡했음을 본다. 이는 그의 식물 사랑과 인간애가 일생을 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올리버는 미크로네시아 섬 관찰기 《색맹의 섬》을 집필하기도 했으며 항상 환자와 오래도록 소통했다. 올리버의 초진은 4~5시간이 기본이었으며 환자와 친해진 올리버는 진료비 청구를 쑥스러워했다. 올리버는 열정 가득한 행동파로 괴팍해 보였지만 성실했고, 물욕을 멀리했으며, 환자들을 사랑하며 지적 탐구에 몰두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병원을 돈벌이와 허영의 도구로 삼으려는 세력과 맞섰으며 바보스러울 정도로 환자들만을 생각했다. 그는 지적인 대화와 글쓰기에만 끝없이 욕심을 부렸던 사람이다. 현대인이 추구할 만한 하나의 지향점이 바로 올리버 색스의 삶이 아닐까.
“올리버에게 존재함은 곧 행동함이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올리(올리버 색스의 애칭)는 늘 올바른 방향으로 온몸과 마음을 바쳐 세상에 선이 있음을 증명해나갔다. 그 모습을 우리는 평전에서 오롯이 만날 수 있다. ‘낭만적 과학’을 추구하던 한 마술적 박물학자는 그렇게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았다. 저자는 이렇게 책을 끝맺는다. “생각함이 곧 감사함입니다(Thinking is thanking).”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의 물음. ‘그리고 거기에서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추천사

어떻게 이런 놀라운 기록이 세상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내 삶을 이렇게 기록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서전을 읽는 것이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한 인간의 영혼을 엿보는 행위라면, 가까운 동료가 써내려간 평전을 읽는 것은 생각과 행동이 만들어내는 숱한 모순들을 통해 한 인간의 정수를 들여다보는 행위다.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온 더 무브》를 읽었을 때, 떠나간 옛 연인을 고즈넉한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그동안 살아온 얘기를 담담히 듣는 듯했다. 살아오면서 많이 외로웠노라고, 불안이며 고독과 싸우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말이다. 직접 써내려간 그의 글에는 타인의 고독을 치료하겠다는 의사로서의 사명으로 버텨낸, 평생 고독과 싸웠던 불세출의 임상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외로움을 해부하며 써내려간 자서전이 환자를 섬세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듯 스스로를 솔직하고 은밀하게 보여준다면, 로런스 웨슐러가 써내려간 평전 《그리고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은 마치 내 연인 올리버와 각별했던 친구로부터 뒤늦게 그에 대해 듣는 듯한 소회의 글이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에 그는 어땠는지’ ‘그와 어떤 시간들을 함께 보냈는지’ 내게 애써 들려주는 우정 어린 연서다. 이 평전을 읽는 내내, 우리 모두는 충분히 오랫동안 그를 추억하고 다시 사랑하고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온건하면서도 격정적인, 때론 지나치게 열정적이면서도 놀랍도록 섬세한, 일견 모순돼 보이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한 경이로운 신경학자를 발견한다. 그는 온통 환자 생각뿐이면서도,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을 멈추지 않았다. 젊은 시절 우울증에 시달렸으며,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항상 불안했던, 그리고 일찍이 유명해졌으나 학계로부터 온갖 비판을 감내해야 했던, 그럼에도 아름답고 통찰력 있는 문장으로 감동을 선사한 타고난 이야기꾼이 모든 문장 속에 자리하고 있다.
올리버 색스는 언제나 환자들의 믿음직한 친구였다. 특히나, 환자에 대한 애정과 통찰로 가득한, 창의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글들이 어떻게 탄생하게 됐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를 위대한 의사로 만들었는지, 가장 내밀한 관찰자 로런스 웨슐러는 냉철하면서도 다정하게 써내려간다.
우리는 비로소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과 이 평전을 통해 온전히 그의 정신을 각자 저마다의 방식으로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를 추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올리버에게 더없이 감사하는 일이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책을 덮으면서, 누구나 고개를 들어 하늘 위를 올려다볼 것이다. ‘거기 먼 곳에서 잘 지내시나요, 올리버 색스 박사님?’

목차

프롤로그

Ⅰ 올리버가 걸어온 길 (1933~1980)
1. 보트놀이
2. 유년기, 끔찍한 유배생활, 잔인한 유대교, 동성애, 어머니의 저주
3.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밥 로드먼, 톰 건과의 대화
4. 미국자연사박물관 방문과 일식집에서 점심식사
5. 올리버의 사촌: 아바 에반, 카멜 로스와의 대화
6.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 (1962~1967)
7. 편두통 클리닉 (1966~1968)
8. 깨어남의 드라마 (1968~1975)
9. 베스에이브러햄 진료실에서 올리버와 함께
10. 오든과 루리야
11. 올리버와 함께 방문한 런던: 에릭 콘, 조너선 밀러, 콜린 헤이크라프트와 대화
12. 경로수녀회, 브롱크스 주립병원에서 올리버와 함께
13. 23번 병동
14. 투레터 존

Ⅱ 올리버는 어떻게 존재하고 행동했나(1981~1984)
15. 오랜 글막힘에서 벗어나기 시작 (1982~1983)
16. ‘영혼의 신경학’이 틀을 갖추는 동안 ‘다리 책’ 완성 (1984년 전반기)
17. ‘다리 책’ 출간 후 호평, 올리버 전기 집필 중단 (1984년 후반기)

Ⅲ 그 이후의 발자취 (1985~2015)
18. 친구들과 함께 (1985~2005)
19. 보충설명: 신뢰성의 의문과 낭만적 과학의 본질
20. 그의 생애 (2005~2015)

나가며
추신
감사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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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본문중에서

나와 매우 가깝게 지낸 1980년대 초반의 4년 동안 올리버 색스는 간혹 자기 자신을 일컬어 임상존재학자(clinical ontologist)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건 그의 의사 생활이 환자를 상대로 한 다음과 같은 질문의 연속이었음을 의미했다. “어떻게 지내세요?(How are you?)”이 질문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니라 “어떻게 존재하세요?(How do you be?)”라는 존재론적 질문이었다. 더욱이 그에게 존재함(being)은 곧 행동함(doing)이었다.
_9쪽

“스물한 살 때, 그러니까 옥스퍼드를 떠나 고향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었어.” 그가 말을 시작했다. “어느 날 저녁, 나는 왕진 중인 아버지를 수행했어. 승용차를 함께 타고 가는데, 아버지가 요즘 잘 지내냐고 물으셨어. 나는 ‘아, 네…’라고 조심스레 대답했지. 그랬더니 이번에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여자친구는 없니?’라고 물으시는 게 아니겠어? ‘네.’ ‘왜 여자친구가 없어?’ ‘난 여자에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어… ‘그럼, 남자애들을 좋아한다는 뜻이니?’ ‘네, 아버지.’ 내가 대답했어. ‘나는 동성애자이니까, 어떤 경우에도 어머니에게 말하지 말아주세요. 어머니는 이해하지 못해 심장이 터질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아직 실제적인 경험을 한 건 아니었어.
경위가 어찌됐든, 다음 날 아침 어머니가 계단을 우당탕탕 뛰어 내려오며 나에게 비명을 지르고 〈신명기〉에 나오는 저주를 퍼부으며 끔찍한 심판적 선고를 했어. 어머니는 1시간 동안 비명과 저주와 선고를 퍼부은 후 조용해졌어. 그러고는 3일 동안 완전히 침묵을 지킨 뒤 평상시 모습을 회복했어. 그 이후 평생 동안 그 주제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지.”
_64~65쪽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그들의 말을 경청한다. 부모님은 마치, 그를 나르시시즘에서 구원하는 것 같다. 그들은 그를 수렁에서 건져낸 후, 그와 세속적인 말을 미주알고주알 주고 받는다.
그러나 의료기관에서 발견되는 환자들은 그에게 예외적 존재다. 그는 거절당한 자들의 공동체에 기꺼이 소속되어 그들의 일원으로 행동한다.
_75~76쪽

다음 날, 올리버와 나는 뉴욕으로 돌아간다. 에어인디아 기내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올리버는 내게 작은 여행가방의 내용물을 보여준다(그는 다른 수하물을 전혀 반입하지 않았다). 가방 속에는 4주간 영국에 머무르는 데 필요했던 물건들이 들어 있다. 약간의 내의, 다섯 개의 안경집(그중 하나에는 펜이 들어 있다), 두 벌의 수영복, 고글, 그리고 한나 아렌트의 《정신의 삶The Life of the Mind》.
“이 속에,” 올리버가 빙그레 웃는다. “색스의 정수가 있어.”
_325~326쪽

“나는 완전한 잉여인 동시에 완벽한 대체불가야.” 올리버가 선언한다. “어떤 곳을 가든 스스로 수요를 창출한 후, 스스로 수요를 충족하고 공간을 차지하거든. 그리고 내가 그곳을 떠나면, 수요와 공간도 암점처럼 사라지고 말아. 솔직히 말해서, 이 세상에 신경철학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나는 희귀한 신경철학자로, 특히 관심이 많은 분야는 엔테오젠(entheogen), 신경학적 놀이(neurological play), 그리고 임상존재학(clinical ontology)이야.”
_327~328쪽

그분은 겉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모든 환자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요. (순결하고 고아한 수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흥미롭고 신기하다.)
나는 그분이 환자를 기술하는 방법을 좋아해요. 그분의 소견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그것(It)은 내(I)가 되었고, 이제 인격체(person)로서 존재한다.’ 이건 실제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적은 거예요. ‘식물인간’ 속에 ‘내’가 들어 있다고 상상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그리고 ‘인격체’를 지각 있게 대하는 의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예컨대, 나는 한 환자를 기억해요. 불안증에 걸린 여성이었는데, 그분에게 발견되는 순간 그녀의 세상이 변했어요. 박사님은 매주 수요일 여기에 오시는데, 수요일만 되면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요. 그러나 그분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그녀는 금세 침울해져요.
_333쪽

올리버는 난생처음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건 주로 한나 아렌트 때문인데, 그는 아렌트의 사상에서 출발하여 전체주의와 혁명으로 관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나와 (내가 최근에 쓴) 폴란드 여행기도 그에게 약간의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어쨌든 놀라운 것은, 그가 일전에 갑자기 “레이건이 양원합동회의(joint session)에서 행한 엘살바도르에 관한 ‘거짓 연설’을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렇게 말했다. “어리석은 대중을 속이더라도 언어상실증 환자를 속일 수는 없어. 자네도 알다시피, 그들은 내용을 집어내지 못하더라도 어조를 집어낼 수 있어. 다시 말해서, 그들은 논증의 명제, 흐름, 서정적 순서(lyric sequence)를 이해하거나 재현할 수 없지만, 어조에 관한 한 거의 초자연적인 감수성을 통해 연설의 진실성과 성실성을 판단할 수 있어. 그러므로 그들은 레이건의 선동적 어조에서 천박함과 악취(‘개 짖는 소리’의 전형적 특징)를 꿰뚫어 본 거야. 나는 종종 언어상실증 환자를 속인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껴.”
_413쪽

“우리는 찰떡궁합이에요.” 그녀가 말한다. “우리는 진짜 팀이에요. 나는 까다로운 남성들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그는 조그맣고 나이든 여성들의 로망이에요. 환자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10여 장의 검사지만 들여다보는 많은 의사들과 달리, 색스 박사는 전인격을 평가하고 그 맥락에서 EEG를 검토해요. 만약 문제점이 발견된다면, 그는 ‘왜 그렇죠?’라고 물어요. 그는 인내심이 매우 강해서, 한 환자에게 5분에서 2시간까지 할애해요. 환자가 흥미로운 한,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리든 개의치 않아요.
그는 매우 지적이지만, 종종 기초상식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는 친구와 ‘다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무한한 충성심을 발휘해요. 그러나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경우, 관계를 끊지 못하고 걱정 근심 때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해요.
그는 나를 존중하고 보호해줘요. 언젠가 남편이 죽고 두 아이만 남았을 때, 내 급여를 인상해주려고 노력했어요. 나는 브롱크스 주립병원에서 일주일에 100달러도 못 벌었어요. 그는 원무과에 편지를 보내, ‘그녀는 청소부보다 적은 돈을 받고 있으며,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어요.” 그게 도움이 됐을까? “그렇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노력이 중요한 거예요.”
_425쪽

아! 그즈음 올리버는 너무나 쇠약한 상태여서, 사라의 진심 어린 편지에 답장을 쓸 기력이 없었다. 그러나 일주일이 조금 더 지난 8월 14일, 우간다에 있던 사라는 케이트에게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그것은 올리버의 구술을 글로 옮긴 것이었는데, 편지(특히 주기율표를 형상화한, 사랑스러운 편지지와 편지봉투)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는 말로 시작되었다. 뒤이어 올리버는 그녀에게, 자신을 어느 누구(특히 올리버 자신이나 그녀의 부모)와도 비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너는 너만의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으며, 너만의 길을 걸어갈 거야. 그리고 이미 그 길에 제대로 들어선 것 같아.” 그녀의 앞에 펼쳐진 미래로 가는 긴 여정을 언급한 후,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난 알아. 네가 너의 삶, 독특한 재능, 갈망을 최대한 활용할 거라는 걸. 너만의 열정을 자유롭게 추구하기를 바라.” 마지막으로, 그는 작별 인사를 한 후 사랑을 듬뿍 담아 “너의 대부, 올리버”로 끝을 맺었다.
_624쪽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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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양병찬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하다 진로를 바꿔 중앙대학교에서 약학을 공부했다. 약사로 활동하며 틈틈이 의약학과 생명과학 분야의 글을 번역했다. 지금은 생명과학 분야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포항공과대학교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바이오통신원으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해외 과학 저널에 실린 의학 및 생명과학 기사를 번역해 학계의 최신 동향을 소개하고 있다. 『아름다움의 진화』로 제60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그 밖에 옮긴 책으로 『유리우주』 『모든 것은 그 자리에』 『크레이지 호르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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