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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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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오찬호
  • 출판사 : 북트리거
  • 발행 : 2020년 08월 25일
  • 쪽수 : 22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9799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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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억울하면 성공해라?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
불평등에 무감각한 세상에 사는 우리를 위한
사회학자 오찬호의 아주 특별한 강의

노력하면 웬만큼은 잘 살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그럴까? 이 책의 저자 오찬호는 사회가 그 정도로 무탈하지 않다고 말한다.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세상의 푸석한 민낯은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드러났다. 자영업자는 휘청거리고, 실업자가 증가하고, 취약 계층은 위기에 처했다. 사회가 흔들리니 약자부터 추락하는데, 세상은 우리를 ‘괜찮다’고 다독인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시점이다. 주사위를 굴린다고 생각해 보자. 각 면에는 긍정적 사고, 동기 부여, 자기 계발, 부자에게 배울 점, 경쟁에서 이기는 법 등이 적혀 있다. 가정과 학교, 회사에서는 주사위를 던져 매번 이 면에 담긴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한 면은 아무리 던져도 나오지 않으며, 어쩌다 나와도 ‘꽝’ 취급을 당한다. 그것은 바로 ‘사회구조를 보는 눈’이다. 우리 사회의 학력주의에 강력한 경종을 울린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2013)를 시작으로 성차별, 공무원 시험 열풍 등의 이슈를 깊게 파고들며 고정관념을 파괴한 사회학자 오찬호는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를 통해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14가지 키워드로 지금 이곳의 문제점을 짚어 본다.
이 책은 부동산, 교육, 소득 불평등, 정치 등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슈부터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던 난민, 장애인, 환경과 같은 주제까지 다룬다. ‘긍정’만 강조하느라 외면했던 ‘사회의 나쁜 면’을 바로 보며,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회의 실타래를 풀어헤친다. 성공해야 살아남는 사회는 올바른가? 불평등은 당연한가? 어떻게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함께 고민하다 보면 사회를 제대로 바라보는 균형 감각이 생긴다. 차별과 불평등에 관한 아주 특별한 강의에 귀를 기울이며, 어떠한 바이러스나 자연재해 앞에서도 덜 위태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준비를 시작해 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 서평

“살 만하다는 건 거짓말이다!”
차별에 찬성하고 불평등에 눈감는 세상,
어느 누구도 괜찮지 않은 사회를 바로 보다!


곳곳에서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통계청의 『2019 사회 조사』에 따르면, 본인 세대에 개인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2.7%에 불과했다. 2009년에 비해 10% 정도 줄어든 수치이다. 또한 자식 세대의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 더욱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우리 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더욱 불평등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개인의 노력과 능력에 따라 ‘계층’이 구분될 수는 있지만, 계층 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계급 사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전혀 무탈하지 않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내가 발붙이고 사는 이 세상이 전혀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제대로 사회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한국 사회에 누구보다 예민한 촉을 세우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자 노력하는 이 시대의 사회학자 오찬호가 불평등과 차별, 혐오가 일상인 우리 사회를 날카로운 눈으로 꿰뚫어 본다.

지역 격차, 소득 불평등, 교육, 부동산, 노동자…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14가지 키워드를 통해
제대로 의심하는 힘을 기르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대한민국의 여러 사회문제를 거울삼아 지금 이 시대가 얼마나 건강한지 종합 진단하는 책이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이거 봐, 세상은 역시 무탈하지 않아)에서는 환경, 지역 격차, 교육, 가족 등을 주제로, 지금까지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한 채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의심하고 고민한다. ‘교육’을 예로 들어 보자. 대체로 우리는 시험을 통한 선발이 공정하며, 그 결과에 수긍해야 한다고 받아들인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빈부 격차 역시 당연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저자는 ‘공정한 시험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저 인류는 어제보다 더욱 공정한 시험 제도를 만들어 갈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시험 결과가 엄청난 빈부의 차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짚는다. 이 외에도 저자는 환경(환경 앞에선 정말 모두가 평등할까?), 지역 차별(한국 사회에서 ‘지방’은 어떤 의미일까?), 가족(과연 ‘정상 가족’이 존재할까?) 등의 주제를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살핀다.
두 번째 이야기(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해 예의가 필요하다)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고통받는 존재인 동물, 난민, 장애인, 노동자 등을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동물에게는 정말 권리가 없을까? 왜 그렇게 난민을 혐오할까? 왜 당연한 권리를 장애인에게는 특혜라 할까? 저자는 차별과 혐오,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에 끝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혹시 동물, 난민, 장애인은 나와 멀게 느껴진다면, 노동 문제는 어떨까? 수많은 이들이 ‘노동자’ 신분이지만, 정작 노동 문제에 대해서는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육체노동자에 한정한 탓이다. 학창 시절에 노력하지 않은 자가 육체노동을 떠맡게 된다고 치부하기도 한다. 이렇게 평범한 노동을 경시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을까? 또한 고소득 전문직, 인기 유튜버, 기업가가 아니면 인생이 불안한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결코 건강할 리 없다. 저자는 이런 세상에서는 제대로 된 사회정책을 만들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세 번째 이야기(불평등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 끝까지 의심하기)에서는 부동산, 소득 불평등, 종교, 미디어, 정치와 같이 사회를 둘러싼 커다란 틀을 의심하고 세상에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최소 대기업 정규직 정도는 되어야 먹고살 수 있고(소득 불평등), 누구나 ‘수도권 똘똘한 집 한 채’를 갖기를 소망하는(부동산) 세상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내 마음처럼 되지 않기에 신에게 기도할 따름이다(종교). 평소 편견으로 가득한 뉴스와 거짓 정보에 익숙해지다 보면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 버린 진짜 이유를 찾아내기가 힘들다(언론). 결국엔 무력감에 빠져서 투표조차 귀찮아지게 마련이다(정치). 저자는 이 모든 자세를 경계하며, 지금껏 당연하게 여겨 온 고정관념을 끝까지 의심하고 따져 봐야만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견고한 선입견을 깨고자 시도하며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이 모이면 사회가 변화한다. 그런데 개인이 눈뜨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우리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의심해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제대로 의심하는 법’을 익힐 수 있을 것이다.

괜찮다고 다독이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사회구조를 바라보는 지혜를 주다!


저자가 짚는 사회문제들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이슈들이다. 다만 세상은 원래 그렇다거나 혹은 내 일은 아니라며 외면해 왔을 뿐이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바로 그런 자세에 경보를 울리는 역할을 한다. 저자는 사회와 타인에 대한 관심 없이 나만 잘 살겠다는 태도는 우리 사회를 결국 병들게 하고 말 것이라고 말한다. 차별하는 이도 어떤 집단에서는 차별당하는 입장이 될 수 있다. 또한 불평등을 기본값으로 둔 사회가 오랜 시간 제대로 굴러가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 누구도 괜찮지 않은 사회를 염려하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호소한다.
차별과 불평등을 풀 수 있는 답은 결국 ‘사회구조를 보는 눈’이다. 사회구조를 보는 눈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개인에게 너무나도 얄팍한 처방과 위로를 일삼는다. 그러나 이는 고충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사회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엄청난 노력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 우리 주위의 친숙한 문제를 낯선 시각으로 바라보며, ‘괜찮다’고 다독이는 사회를 향해 ‘그렇지 않다’고 소리칠 수 있는 힘을 길러 보자. ‘조금 더 무탈한 사회’는 그런 개인이 모인 변화의 결과로 만들어질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첫 번째 이야기_
이거 봐, 세상은 역시 무탈하지 않아


[환경] 환경 앞에선 정말 모두가 평등할까?
_더위로 인한 죽음은 천재지변이 아니다
[지역 격차] 한국 사회에서 ‘지방’은 어떤 의미일까?
_서울 사람은 절대 모르는 차별이 있다
[교육] 공정한 시험은 가능할까?
_‘억울하면 합격하라’는 말은 틀렸다
[가족] 과연 ‘정상 가족’이 존재할까?
_뭉치면 행복하다는 건 이제 옛말

두 번째 이야기_
이 세상 모든 존재에 대해 예의가 필요하다


[동물] 동물에게는 권리가 없을까?
_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예의가 필요하다
[난민] 왜 그렇게 난민을 혐오할까?
_대한민국 난민 인정률 0.4%, 그래도 난민이 싫다면
[장애인] 당연한 권리를 왜 장애인에게는 특혜라 할까?
_호의를 베풀었더니 권리인 줄 아느냐는 이들에게
[노동자] 평범한 노동을 하찮게 대하는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_오늘도 배달 노동자는 목숨을 건다

세 번째 이야기_
불평등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 끝까지 의심하기


[부동산] 내 집 마련에 목숨 거는 세상, 이대로 괜찮을까?
_모두가 건물주를 꿈꾼다
[소득 불평등] 정말 ‘계급’은 사라졌을까?
_‘노오력’을 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종교] 종교에 의지하는 사회가 건강할까?
_북유럽 사람들은 좀처럼 기도하지 않는다
[미디어] 언론과 가짜 뉴스, 이대로 괜찮을까?
_뉴스를 검색할수록 차별에 물든다
[정치] 정치와 상관없는 개인이 존재할까?
_‘그런다고’ 세상이 달라진다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모두에게 연봉 1억을 보장하라고 했는가. 단지, 누구라도 위기 상황에서 추락하지 않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라고 했을 뿐인데 우리 사회는 그러지 못했다. 여기는 유토피아가 아니라면서 불평등의 크기를 줄이는 데 무심했던 이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는 단 한 번의 충격으로도 뒤집어지게 되었다. 바늘구멍을 통과한 자들에게만 화려한 조명을 비추는 세상은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무심하다. 2주간의 격리만으로도 일자리를 잃는 이들에게 주목하지 않는다. 푸석한 사회가 흔들리니 약자들부터 추락하고 있지만,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만 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를
외면한다. 좋은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세상을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알아야 하는데, 한국은 소수만이 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로 다수가 처한 나쁜 현실을 덮는 데 익숙하다.
( '프롤로그' 중에서/ p.9)

“태양에도 특허를 내나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조너스 소크Jonas Salk 박사가 특허권을 누가 가지게 되는지를 묻는 기자의 물음에 한 대답이다. 인류를 구하는 백신은 아무런 조건 없이 빛을 제공하는 태양처럼 공공재의 가치를 지녀야 한다는 뜻이었다. 상업적 이득을 포기하고 제조법을 무료로 공개한 소크 박사 덕분에 전 세계는 소아마비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태양이 공공재란 건, 어마어마한 자연적 실체 앞에서 인간은 누구든지 평등하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공공재인 태양은 개인이 지닌 조건에 상관없이 인류 모두에게 공평하게 영향을 미칠까? … 정말 환경 앞에서 인간은 평등할까? 미세먼지만 예로 들어도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고 ‘마시는’ 사람이 따로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공기가 특정인이 사유할 수 없는 공공재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모두가 나쁜 공기를 동일하게 마시지는 않는다. 사회경제지표는 열악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더 많이 죽는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 '환경-환경 앞에선 정말 모두가 평등할까?' 중에서/ pp.17~18)

나는 원인을 ‘성실하게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자기 계발 담론이 지나치게 부유하는 데서 찾았다. 자기 계발이 개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수준을 넘어서 타인을 재단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잘못된 사회구조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향해 개인의 잘못이라며 탓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명성 높은 대학에 진학한 다음 전문직 종사자가 되어 안정적으로 살겠다는 바람이 왜 문제겠는가. 하지만 모두가 이런 전투적인 목표 의식을 가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하며 세상의 불평등을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회는 곤란하다. 빈곤을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학교에서 공부 안 한 결과’로 여기는 사람이 대다수인 공동체는 어떨까? 열심히 공부했기에 차별에 찬성한다는 이들이 정치인이 되고 교육자가 된다면, 사회 양극화는 그저 별수 없는 세상의 이치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러면 불평등의 크기가 줄어들 리 없다. 차별을 차별이 아니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은 세상을 병들게 만든다.
( '교육-공정한 시험은 가능할까?' 중에서/ pp.47~48)

분명한 점은 어떤 사회든 경제활동인구의 절대다수는 평범한 임금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모두가 벤처사업가이고, 모두가 유튜버인 세상은 존재할 수도 없지만 존재해서도 안 된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그렇지 않으면 인생이 망해 버리는 살얼음판을 걷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결코 건강할 리 없다. 인생에 승부를 걸겠다는 결의와 모험심은 개인의 선택으로서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모두 두 주먹 불끈 쥔 채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가기를 강요받아서는 안 된다. 처한 상황이 다른데 어찌 도전적인 삶이 공통 임무가 되겠는가. 좋은 사회란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는 사회이지 않겠는가.
성공하는 ‘예외’가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갈 ‘다수’에 주목하는 사회에서는 고정관념 없이 노동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학교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고,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편견 없이 이해하며 노사의 단체교섭을 체험한다. 중학생 때부터 노조 대표가 되어 회사와 임금 협상을 벌이는 교육을 받기도 한다. 노동자로서 존엄하게 살 권리를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이야기다.
( '노동자-평범한 노동을 하찮게 대하는 사회, 이대로 괜찮을까?' 중에서/ pp.123~124)

두 명의 사십 대 가장 A, B가 있다. 10년 전에 같은 아파트 단지로 첫 입주했다. 차이가 있다면 A는 집을 ‘사서(buy)’ 왔고 B는 아파트 내 임대 단지 세입자로 ‘살러(live)’ 왔을 뿐이다. A는 부모님의 지원을 종잣돈 삼아 집을 마련했고, B는 혼자힘으로 돈을 모아 보증금을 납부했다. 세월이 흘렀다. B는 10년 동안 열심히 저축하면서 돈을 알뜰히 모았고, 보증금 인상금을 납부했다. … 꽤 친했던 둘은 지금은 어색한 사이가 됐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B가 대한민국 집값 폭등이 징글징글하다며 하소연하면 A는 차갑게 말한다. “그렇다고 지금 집값이 내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집 한 채가 전부인 사람들까지 망할 수는 없잖아요?” 이상한 건, B는 ‘나도 열심히 살았다!’고 따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우주의 기운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A가 집을 샀을 때도, A의 집값이 올랐을 때도 ‘고생 끝에 낙이 있네!’라면서 격렬히 축하했다. 이 분위기에서 억울해하면 질투하는 것밖에 안 되는 듯했다. ‘루저’가 된 더러운 기분에 B는 혼잣말을 뱉는다. “아이고, 내 인생 억울해라.”
( '부동산-내 집 마련에 목숨 거는 세상, 이대로 괜찮을까?' 중에서/ pp.155~156)

현대사회에서도 계급은 존재할까? 카스트제도처럼 엄격한 신분 구별을 하는 나라가 아니라면 계급은 낯선 개념이다. 이론적으론 한국 사회에서 계급은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골품제도 없고 사농공상(士農工商)에 따른 신분 차이도 존재하지 않으니 말이다. 양반 족보를 사려고 은밀한 거래를 하는 시대도 아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평등의 가치가 헌법 전문에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우리는 노력하면 누구나 출세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위인전에는 어릴 때는 가난했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돈과 명예를 얻은 이들의 이야기가 즐비하다.
하지만 세상이 이론만으로 설명되겠는가. 곳곳에서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가 들려온다. 많은 사회 비평가들이 오늘날에도 계급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면서 우려를 표한다. 한번 가난한 사람이 좀처럼 가난을 극복하기 힘든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충분히 지원을 받지 못해 공부에 매진할 수 없고, 그 결과 안정적인 직업을 얻지 못해 가난한 삶을 살 확률이 높다.
( '소득 불평등-정말 ‘계급’은 사라졌을까?' 중에서/ p.174)

정치가 모든 것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많은 것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먹고살기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 없다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나의 최저임금은 정치가 결정한다. 주말에 휴식을 취하면 ‘주휴 수당’이 나오는지, 공휴일이나 야간에 일하면 ‘초과 수당’으로 급여가 계산되는지 여부도 정치가 정한다.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거나 출신 지역을 기재하는 것을 금지한 블라인드 채용도 정치가 가능하게 했다. 누군가 항의하고, 시위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서명을 받아 가며 문제 제기를 한 끝에 ‘규정’이 만들어졌다. 즉 정치는 개인 권리의 범위를 넓혀 주는 창이자 권리 침해를 막아 주는 방패다. 물론, 그 반대의 결과를 야기하는 나쁜 정치도 있다. 중요한 건 정치가 내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 '정치-정치와 상관없는 개인이 존재할까?' 중에서/ pp.216~217)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주사위 한 면의 이야기는 낯선 거지 틀린 게 아니다. 하지만 다른 면에만 익숙한 사람들은 자신들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렇게 말한다. 과격·편파·난폭·거세다·지나치다·온건하지 않다 등등. 고정관념이 진리가 되면, ‘고정관념을 깨자’는 이야기는 찬밥 취급을 당한다.
사회구조를 보는 눈을 외면하는 사람들은 힘들어하는 개인에게 너무나도 얄팍한 처방과 위로를 일삼는다. ‘행복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좋은 뜻이겠지만, 사람의 고충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 주는 사회시스템이 존재한다면, 우리들은 엄청난 노력 없이도 행복하지 않겠는가. ‘열심히 살다 보면 운이 따른다’는 덕담은 세상에 주눅 들지 말고 묵묵히 성장하라는 의도겠지만, 밑도 끝도 없이 이런 주술을 뱉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운이 점점 줄어드는 사회구조의 폭력성이 은폐되기 마련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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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1978~
출생지 -
출간도서 16종
판매수 5,467권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여러 대학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괴롭히는지를 추적하고 드러내는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다. 대구와 서울을 거쳐, 지금은 제주의 시골에서 집필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전국 100여 개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토론 도서로 선정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시작으로 《진격의 대학교》,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1등에게 박수치는 게 왜 놀랄 일일까?》, 《하나도 괜찮지 않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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