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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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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로봇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돼!”
“인간은 실수를 반복하고, 효율적이지 못해.”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더니 아예 문명의 주인 자리를 꿰차 버린 기계인간, 그리고 하루아침에 모든 걸 빼앗기고 황무지로 추방당한 인간. 인간은 자동차도 항생제도 전기도 없는 황무지에서 살아가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다시 처음부터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다 해도 기계인간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이다.
최영희 작가의 어린이 SF 소설 『써드』는 디스토피아적 인공지능 세상을 배경으로 한다. 도시에는 로봇들이 머물고, 인간들은 국가도 사회도 해체된 채 로봇들이 허락한 곳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숲에서 마을의 주민 압둘라가 죽은 채 발견된다.

출판사 서평

“인사드려라, 요릿. 도시에서 온 조사관님이다.”
“도시요? 그럼 쟤가 로봇?”
오래전 추방령이 내려진 뒤로 도시에는 단 한 명의 인간도 남아 있지 않았다. 로봇들에게 도시의 모든 걸 넘겨주고 빈털터리로 쫓겨났으니까.
“어헛! 예의 바르게 굴어야지.”
촌장님은 요릿을 돼지우리 앞으로 끌고 갔다.
“내일 조사관을 동북쪽 숲으로 안내해야 한다. 숲을 잘 아는 약초꾼들이 하필이면 다른 마을로 약초를 팔러 떠났지 뭐냐. 보름은 지나야 돌아올 텐데, 조사관이 내일 당장 숲에 가야 한다고 하고……. 암만 생각해도 너밖에 떠오르질 않더구나. 너는 약초꾼들만큼이나 숲길에 밝잖니.”(본문 15-18쪽)

도시에서 온 로봇 조사관 리처드와 돼지치기 인간 소녀 요릿은 한 팀이 되어 숲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숲속에서는 인간의 것도, 로봇의 것도 아닌 기이한 흔적들이 발견되고 급기야 리처드와 요릿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괴물을 마주치기에 이른다. 그러나 괴물은 요릿과 리처드를 오히려 도와주고 인간의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데……. 이 괴물은 어디에서 온 걸까? 괴물은 왜 마을 사람을 죽인 걸까?

“책”과 “이야기”의 힘으로 이어지는 인간사회
SF의 영원한 주제, “나는 누구인가?”
『써드』는 수천 년간 인간이 이룩한 모든 문명을 빼앗긴 상황에서, 인간에게 남은 ‘로봇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찾아간다. 그리고 작가는 인간 집단이 가지고 있는 상상력, 로봇들이 ‘망상’이라고 부르는 것, 주인공 요릿의 언니가 ‘꿈’이라고 부르는 그것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바로 ‘이야기’이다.
『써드』에서 요릿의 마을에는 단 한 명의 할아버지만이 ‘독서’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 로봇들이 인간들을 쫓아낼 때 책을 모조리 빼앗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봇들의 도시에 창고를 만들어 꽁꽁 숨겨 두었다. 기계인간들의 ‘분서갱유’인 셈이다. 그러나 필요한 데이터에만 접근하고 수집하는 로봇들과 달리, 인간들은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오랜 시간 간접적으로 수많은 책의 이야기를 접하고 전승해 왔다. 온전치 않은 기억으로 전해진 이야기의 빈틈을 메꾸는 건 아이들의 몫이 되었다.

“책을 지키고 이야기를 지켜 낸다면, 인간은 무너진 세상을 다시 세울 수 있다!”(〈작가의 말〉에서)

최영희 작가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머물지 않고, 『써드』 속 마을 할아버지처럼 이야기의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취한다. 소설을 관통하는 또 다른 소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시작으로, 「빨간 모자」, 「인어공주」와 같은 동화뿐만 아니라 알퐁스 도데의 「별」, 제인 오스틴의 『노생거 수도원』, 알베르 까뮈의 『페스트』를 곳곳에서 언급하며 어린 독자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갖게 한다.
특히 최초의 SF작가라고 여겨지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써드』 속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실마리가 되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이 던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써드』의 괴물에게로 이어지며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다.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인가? “존재”는 무엇으로 이름 지어지는가?
어린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
로봇은 만들어지는 재료와 방식 때문에 마음이나 영혼 따위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기계인간에게 마음이 없다고 말하려면 인간의 마음도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감동적인 영화나 찡한 장면을 보았을 때 가슴 한구석이 저려 오는 걸로 보아 그 언저리에 마음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현대 과학이 밝혀 낸 바에 따르면 마음도 두뇌에서 발생하는 전기 신호의 일종일 뿐이다. 그렇다면 전기 신호로 움직이는 기계인간도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도시에서 온 수사관 리처드는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에도 위화감이 없게 용모가 만들어진 로봇이다. 체격 조건이나 능력도 또래 나이의 인간과 유사하게 설계되었다. 주인공 요릿과 숲을 탐사하다가 깊고 큰 구덩이에 빠지던 순간에는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요릿을 구하기도 한다. 아무리 재조립을 통해 ‘리셋’될 수 있는 로봇이라지만 이렇게 ‘효율적’이지 못한 선택은 기계인간에게도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한다. 요릿이 로봇들을 비하하며 ‘고철족’, ‘로봇팔의 후손’ 등으로 부를 때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점에서도, 여럿이 모여 문명을 이루고 판단과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는 점에서도 인간과 기계인간의 경계가 희미해진다.

“기계인간도 마음이 있고 생각이 있어. 너희 인간들은 끝까지 인정 안 하는 것 같지만.”(112쪽)

‘인간’이라는 정체성만으로 기계인간을 상대하는 인간들, 그런 인간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며 ‘완벽한 인간’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기계인간들, 인간의 상상력을 탐냈다가 미쳐버린 기계인간, 그리고 세상에 없던 새로운 존재인 괴물 등 『써드』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존재론적 고민과 마주하며, ‘인간다움’에 관한 여러 철학적 고민을 유도한다.

“과학으로 생각하고 과학으로 상상하라!”
어린이 과학 전문 브랜드 “동아시아사이언스”의
“SF ? 어린이” 시리즈 첫 작품!
과학의 교양화·대중화에 힘써 온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오직 ‘과학’으로 생각하고, 상상하고, 만들고, 공부하는 어린이 브랜드 ‘동아시아사이언스’를 시작한다. 동아시아사이언스는 〈창비청소년문학상〉, 〈한낙원과학소설상〉, 〈SF어워드〉, 〈황금가지ZA문학상〉 등을 수상한 최영희 작가의 어린이 SF소설 『써드』를 첫 책으로 선택했다. 동아시아는 그동안 SF브랜드 ‘허블’을 통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나인폭스 갬빗』 등 국내·외 SF소설을 출간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SF적 상상력이 담긴 이야기들을 동아시아사이언스에서 지속적으로 출간할 예정이며, 『써드』로 초등 고학년 이상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어린이 문고 ‘SF ? 어린이’ 시리즈를 연다. ‘SF ? 어린이’ 시리즈는 미래 세대가 다양하고 주체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가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줄 것이다. 오랜 시간 안정적으로 버텨 온 직업군들조차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위태로워지는 만큼, 어린이들에게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줄 수 있는 SF소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목차

프롤로그

1. 돼지치기 요릿
2. 조사관 리처드
3. 숲으로
4. 구덩이
5. 괴물
6. 감시자
7. 박사
8. 닥터 프랑켄
9. 믿음과 함정
10. 선택
11. 써드
12. 닥터 프랑켄의 수조
13. 오두막에서

에필로그

작가의 말

본문중에서

요릿은 내리막길을 볼 때마다 초우싱치 할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올랐다. 어느 목동이 목초지에서 혼자 양을 돌보며 지내는데 주인 아가씨가 마차를 끌고 온다는 이야기였다. 초우싱치 할아버지가 열두 살 때 알퐁스 도데의 「별」이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라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우싱치 할아버지는 목동과 주인 아가씨가 주고받은 이야기는 홀랑 까먹어 버린 상태였다. 이듬해 도시에 추방령이 내려지는 바람에 할아버지는 도데의 책을 영영 다시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추방령 당시 로봇들이 인간들을 빈손으로 내쫓았다는 건 요릿도 아는 사실이었다.
_〈1장. 돼지치기 요릿〉(13쪽)

“저거…… 네가 쓴 거야?”
그건 ‘로봇한테는 가위바위보도 지면 안 돼!’라는 낙서였다.
“내가 오두막에 처음 왔을 때부터 있던 거야.”
“아무튼 네가 쓴 건 아니란 거지?”
조사관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로봇들은 스스로를 도시의 시민이라 불렀고, 시민을 모욕하거나 폭행하는 인간은 태형에 처했다. 태형은 도시 외곽 성벽에 있는 형장으로 끌고 가서 채찍으로 매질을 하는 형벌이었다.
“내가 돌았냐? 저런 걸 쓰게.”
요릿은 딱 잡아뗐다. 볼 때마다 기막힌 문장이라고 감탄을 했을 뿐, 맹세코 요릿이 지어낸 문장은 아니었다. 물론 글자가 흐릿해진 것 같아서 엊그제 저녁에 목탄으로 덧칠을 하긴 했지만.
_〈2장. 조사관 리처드〉(21쪽)

“아…… 아버지.”
놀랍게도 괴물은 박사를 아버지라 불렀다. 그렇지만 박사가 무서운지 몸을 움츠렸다.
“아버지……. 절 죽일 거예요?”
“일단 얌전히 집으로 돌아가자꾸나. 그 전에 먹이를 좀 먹어둬도 좋고.”
박사가 턱 끝으로 요릿을 가리켰다. 요릿은 괴물의 질문을 떠올렸다.
‘나는 누구입니까?’
요릿은 괴물이 왜 그런 걸 묻고 다니는지 알 것 같았다. 녀석은 정말로 자신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저 미치광이 박사를 아버지를 부를 만큼 무지했다.
“네가 누군지 궁금하다 그랬지? 그 답을 찾으려면 박사를 따라가선 안 돼. 네가 답을 찾기도 전에 죽일 거라고. 그러니까 달아나, 괴물아!”
_〈7장. 박사〉(91쪽)

“사형 집행 직전에 도시에서 달아난 죄수야. 닥터 프랑켄이란 이름도 자기가 지은 거야. 원래 도시에 등록된 이름이 뭐였는지는 몰라. 프랑켄이란 이름을 지은 뒤 자신의 과거 기록을 싹 다 지워 버렸거든. 우리가 아는 정보는 저 섬뜩한 얼굴이랑, 저 인간이 도시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이 책 창고였다는 사실뿐이야.”
“책 창고? 도시에 그런 게 있어?”
“응. 인간의 창조물들 중에 소설책만 모아 둔 폐쇄구역이야. 일반 시민들은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곳이지. 소설은 인간이 만든 것들 중에서도 가장 비효율적이고 불합리한 사고가 담겨 있어. 시민들에겐 아주 위험한 물건들이지.”
어제오늘 두 번이나 요릿의 목숨을 구해 준 리처드였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리처드가 미웠다. 사람들이 아끼고 사랑하던 책들이 로봇들 손아귀에 있었다. 초우싱치 할아버지는 뒷이야기를 영영 알 수 없게 된 소설들을 평생을 두고 그리워했다. 리처드라는 이름이 등장하는 『노생거 수도원』처럼 말이다.
_〈8장. 닥터 프랑켄〉(98쪽)

“계곡을 따라가다 보면 저 정도 높이에 있는 구멍이 수십 개는 있을걸?”
“하지만 구멍 앞에 저렇게 평평한 댓돌이 놓인 건 없겠지.”
요릿이 손끝으로 구멍 아래쪽에 놓인 바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리처드는 놀라다 못해 황당한 표정으로 요릿을 보았다.
“너희 기계인간들은 툭하면 인간의 망상이 어쩌고 하면서 조롱하지? 너희가 망상이라 부르는 건 내가 모르는 것들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상상력이야. 이런 걸 무기로 사용했던 옛날 우리 조상님 때부터 이어진 선물이지.”
_〈10장. 선택〉(121쪽)

그러나 요릿은 첫 번째 손잡이를 움켜쥐다 말고 써드를 돌아보았다. 초우싱치 할아버지가 들려준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이야기가 다시 떠올랐던 것이다.
“참말로 가여운 괴물이었지.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것도 딱하지만 늘 혼자였으니 얼마나 외로웠겠니?”
할아버지는 괴물이 혼자여서 가엾다고 했다. 그때 요릿이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었던 건 마을에만 해도 혼자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도박꾼 압둘라 아저씨도 의사 고모리 아줌마도 평생 가족 없이 혼자 살았다. 그리고 언니가 죽은 뒤에 요릿도 홀로 남았으니까. 하지만 이제 요릿은 할아버지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릿이 혼자인 것과 써드가 혼자인 건 달랐다. 요릿에겐 요릿과 비슷하게 생긴 마을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써드는……. 인간도 기계인간도 아닌 써드는 밤하늘의 달처럼 혼자였다. 세상 어딜 가도 자신과 닮은 친구를 만날 수가 없을 것이었다.
_〈12장. 닥터 프랑켄의 수조〉(150-151쪽)

그건 세상 누구보다 압둘라가 잘 아는 눈빛이었다. 아침마다 거울 속에서 마주하곤 했으니까.
내가 왜 살아 있는지, 내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자들의 눈이었다.
“가엾기도 하지.”
압둘라는 저도 모르게 한 발짝 괴물에게 다가섰다. 괴물은 조금 물러서며 압둘라를 경계했다.
“너도 혼자였구나, 나처럼. 우리 엄마는 말이다. 나만 보면 비난을 퍼붓지 못해 안달이었지. 그날 일로 야단을 치는 걸로는 성에 안 차는지 먼 미래의 일들까지 끌어당겨서 미리 혼을 냈지. 그래서 나도 영영 모르게 돼 버렸단다. 내가 누군지 말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그때마다 묻고 싶은 건 딱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누구입니까?’”
_〈에필로그〉(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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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했다. 이십 대 때 잠시 소설을 쓰다가 그 뒤로 번역을 하고 칼럼을 썼다. 2013년에 '어린이와 문학'에 청소년 소설로 등단했고, 단편 청소년 소설 <똥통에 살으리랏다>로 제11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 《첫 키스는 엘프와》 《초희가 썼어》 《조신선은 쌩쌩 달려가》 《닥터 홀의 싱크홀 연구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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