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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이 끝났을 때 : 세상의 멸망을 예언했던 현대의 어느 집단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연구

원제 : When Prophecy Fai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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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들의 변명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이 책은 특정일에 홍수가 일어날 것이고, 자신들은 외계의 존재가 와서 안전하게 데려갈 것이라 예언했던 어느 종교 집단을 참여관찰한 기록이다. 예언의 날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철회하지 않는다. 도리어 더 많은 사람들을 향해 전도 활동을 펼치려 한다. 연구자들은 이 작은 집단이 보여 주는 심리적 변화와 행동 변화를 살펴보고 ‘인지부조화’ 이론을 발달시켰다.
사람들은 홍수가 일어나지 않자 자신들의 열렬한 기도가 세상을 구원했노라 이야기하는가 하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이들을 위해 조금 미뤄진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물론 그중에는 믿음을 잃고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간 사람도 있다. 연구자들은 믿음의 반대 증거가 뚜렷하게 나타난 뒤에도 신념을 꺾지 않는 이들일수록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강력한 투자 행동을 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든 돈이든, 직장을 그만두거나 집을 나오는 등 투자 행동이 클수록 반대 증거 이후에도 신념을 철회할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종교 집단 사람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종말론, 휴거론, 영생론 같은 비합리적인 믿음을 철회하지 않는 광신도들의 신념 체계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자신의 믿음을 방어하기 위해 사람들이 갖다 붙이는 다양하고도 독창적인 궤변들은 이 연구가 진행되던 1950년대의 미국뿐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대한민국에서도 얼마든지 목도할 수 있다. 어떤 결정적인 공격이나 예언이 틀렸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뒤에도 굴하지 않고 맹렬한 전도 활동을 펼치는 모습은 놀랍기까지 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것이 ‘기이한’ 집단 사람만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인간 보편의 속성이라는 점이다.

“확신에 찬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에게 ‘나는 당신에게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해 보라. 그는 외면할 것이다.
그에게 사실관계 정보와 수치 근거들을 제시해 보라. 그는 출처를 의심할 것이다.
그에게 논리적으로 반박해 보라. 그는 당신 말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다.”

“믿음에 바친 투자 행동이 너무나 강했기 때문에, 믿음을 버리는 것만 아니라면 무엇이든지 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심지어는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믿음을 버리는 것보다 어느 정도의 부조화를 참는 편이 차라리 덜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믿음을 버리는 방식으로 부조화를 해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예언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해 버리는 것도 부조화를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지만, 그러기에는 운동 참가자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반증의 현실적인 증거가 너무 명백하다.”
|잘못된 믿음에 빠져드는 ‘아주 보통의’ 사람들|

보통의 가정주부, 대학생, 직장인, 의사와 그 가족… 대홍수설을 믿고 자신의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린 이들의 면면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 행동을 보자. 전화가 걸려 오면 그 상대가 외계의 존재라고 생각하고, 누군가 집에 찾아오면 그 또한 외계인이 자신을 방문한 것이라 믿으며,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특정 프로그램에서 자신들을 향한 메시지를 찾는가 하면 검정 도화지에 3센트짜리 우표를 붙인 ‘여권’을 만들어 비행접시에 탈 때 제시하려고 한다. 비행접시에 탈 때 대야 하는 암호 “모자를 집에 두고 왔어요”를 진지하게 암기하고, 비행접시의 좌석 번호까지 배정받는다. 또한 몸에 그 어떤 금속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옷에서 지퍼를 떼어내고, 허리에는 벨트 대신 밧줄을 묶고, 잔돈은 물론 시계도 풀었다. 구두 끈 들어가는 구멍에 있는 작은 금속을 떼어내느라 정신이 없는 이들의 모습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방불케 한다. 멀찍이에서 바라보면 말도 안 되는 이런 일을 행하는 당사자들은 진지하기 짝이 없다. 그것은 이들이 문맹이어서도 아니고, 배움이 짧아서도 아니고, 특별한 가정불화가 있어서 도피처가 필요했던 까닭도 아니며, 혹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도 아니다.
독자들은, 특별하지 않은 보통의 인물들이 잘못된 신념에 빠져들고, 그 신념을 공공히 하고,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이어 가는 모습을 통해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신의 믿음을 철회하는 대신, 드러난 반대 증거들을 외면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편을 택하는 것이다. 이것이 60여 년 전의 미국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 이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뭔가 무서워지기까지 한다.
저자들은 예언한 종말일에 가까워올수록 그들이 어떻게 믿음을 점점 더 체계화, 합리화하고 되돌릴 수 없는 ‘투자 행동’을 하는지, 그리고 예언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이 드러난 다음 어떻게 믿음이 오히려 더욱 강화되는지를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예언의 반대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논파된 비합리적인 신념이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유는 결국 스스로 그 믿음에 행한 투자 행동 때문이었다. 또한 그 믿음이 자신의 공동체나 집단에 의해 지지받을 때는 더욱 강화되기 마련이라는 사실 또한 확인했다.

|참여관찰을 통한 연구 진행의 장점과 한계|

지금은 가능하지 않은 참여관찰을 통한 연구(연구 대상이 되는 구성원에게 사실을 밝히지 않고 진행하는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 때문)이기 때문에 획득할 수 있었던 생동감 있는 연구 결과는 독자들이 마치 그 집단에 들어간 듯한 구체적인 실체감을 준다. 참여관찰을 위해 몰래 이 집단에 들어가려는 연구자의 행동을 ‘특별한 방문’으로 해석해 자신들의 믿음을 더 굳게 하는 증거로 삼는다든가 하는 의도치 않은 영향을 끼친 한계는 남는다. 저자들의 우려대로, “우리가 그곳에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우리가 행한 몇 가지 행동이 그들의 확신과 투자 행동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효과를 낳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럼에도 같은 구성원이 아니었으면 확인할 수 없었을 방대한 대화들, 외부인에게는 절대로 보여 주지 않았을 행동들, 같은 믿음을 가진 집단에서만 일어날 수 있었을 에피소드들이 공개될 수 있었던 것은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이들이 모여 있는 집에서 조금 떨어진 호텔에 자리를 잡고 녹취록을 풀고, 녹음이 여의치 않을 때는 구성원들과 나눈 대화를 잊지 않고 그대로 기록하기 위해 화장실에서 불편한 자세로 최대한 빨리 기록을 하는 등 연구자들의 노력 또한 돋보인다. 덕분에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이렇게나 현실감 있는 기록을 볼 수 있었다.

목차

서문

1장 실현되지 않은 예언과 실망한 메시아
2장 우주에서 온 가르침과 예언
3장 세상에 예언을 전파하다
4장 명령이 오기를: 오랜 기다림의 시간
5장 “구원” 직전의 나흘간
6장 실현되지 않은 예언과 한층 더 고무된 예언가
7장 예언이 끝났을 때
8장 홀로, 그리고 깨어나서

에필로그
부록 방법론에 관하여

1장 미주
옮긴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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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레온 페스팅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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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 대학 사회관계연구소Laboratory for Research in Social Relations of the University of Minnesota]의 연구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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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기자로 일했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글로벌 거버넌스, 물질세계와 사회 등을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물건 이야기』, 『큐브, 칸막이 사무실의 은밀한 역사』, 『건강 격차』, 『계몽주의 2.0』, 『친절한 파시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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