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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호텔의 철학자들

원제 : Hiking with Nietzs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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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알랭 드 보통과 마찬가지로, 존 캐그는 철학이 개인적 딜레마를 해결하는 데 적절하게 쓰일 수 있다고 믿는다.”
_ NPR 리뷰

차라투스트라가 탄생한 알프스의 질스-마리아.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테어도어 아도르노, 프리모 레비, 카를 융 등 니체순례자들이 니체의 삶과 철학을 좇아 알프스로 갔듯, 저자 역시 니체를 좇아 알프스를 두 번 찾는다. 자살로 마무리될 뻔한 열아홉의 첫 여정, 저자의 목표는 높고 비탈지며 위험한 코스를 따라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리고 17년 뒤,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 중년의 철학자가 된 저자는 어린 딸과 아내와 함께 알프스로 되돌아온다.

저자에게 알프스는 니체 그 자체다. 니체 철학 자체이고, 니체는 저자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저자는 그 거울로 본 자신을 가감 없이 써내려간다. 한 끼 식사에서도 저자와 니체의 삶이 겹쳐지고, 니체의 철학이 떠오른다. 저자는 알프스에서 니체와 더불어 끊임없이 자신을 상실하고 발견하는 ‘되어감’의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또한 니체의 삶과 철학이라는 산의 능선과 계곡을 톺으며, 철학이 삶과 뗄 수 없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출판사 서평

2018년 NPR 최고의 책 후보
삶과 철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장르의 글쓰기

니체로 자신을 발견한 철학자들

헤르만 헤세, 토마스 만, 아도르노, 칼 융, 프리모 레비…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니체 ‘덕후’라는 점이다. 그들은 그들의 아이돌인 니체의 삶을 뒤쫓는다. 그가 살던 곳, 그가 걷던 곳, 심지어 그의 숨결까지 느껴보려는 그들의 ‘덕심’은 뜨겁고도 순수하다. 미국의 철학교수인 존 캐그는 이 니체 덕후들의 계보를 계승한다. 그는 니체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증명하려는 듯하다. 니체를 사랑한 철학자들이 심연호텔로 모였듯 그도 심연호텔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인간 니체를 쓴다. 바그너가 니체에게 속옷 심부름을 시킨 일부터 루 살로메와의 관계에서 지질하기만 했던 모습 등 니체의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가감 없이 써내려간다. 그 뒤 인간 니체가 느낀 감정을 사상과 연결시켜 자신의 삶에 투영한다. 이는 니체의 삶과 철학이라는 밑그림을 두고, 그 위 그 자신의 삶의 윤곽선을 선명히 그리는 펜터치 기법같은 작업이다. 니체를 마주하면서 그는 점차 자신이 누구인지 찾아간다. 또한 그는 그 자신이 가이드가 되어 독자에게 니체가 살던 심연호텔로 들어오도록 안내한다.
니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망치가 되는가

망치는 무언가를 부수는 도구이자 고치는 도구이다. 존 캐그에게 니체 철학은 삶의 망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철학이 목숨을 구했다고 자주 말하지만, 실은 철학 때문에 죽을 뻔하기도 했다. 열아홉 살, 그에게 니체 철학은 삶을 부술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알프스로 첫 여행을 간 존 캐그는 알프스에 압도당한다. 즐비한 어버이산, 가파른 언덕길… 적막하기만 한 그곳의 모든 것이 그를 고독하게 했다. 니체가 거기서 자신을 돌아봤듯, 그도 그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그러자 심연도 그를 들여다본다. 살이 에는 듯한 고독, 무언가를 계속 갈망하게끔 만드는 욕망은 끝내 그의 정신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단식을 감행하다 크레바스로 몸을 던져 자살하기 직전 그는 겁에 질려 산행을 멈춘다. 그는 어릴 적 죽은 아버지의 기억을 떠올렸고 니체처럼 아버지를 갈망한다. 알프스에서 돌아온 뒤에도 니체 철학의 우울한 힘은 그를 계속 사로잡아왔다. 17년 뒤, 그는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 가족과 함께 알프스를 다시 찾는다. 아내인 캐럴을 만나며 “니체에게서 거의 벗어났”다고 주장하던 그는 다시 한번 니체를 마주친다. 전에 그를 무너뜨릴 뻔했던 니체 철학은 그의 삶을 고치는 망치가 된다. 니체 철학은 그의 안온한 삶을 부숴나가며 그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이 책은 그렇게 철학이 페이지 너머 꿈틀대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청년기의 철학에서 마흔의 철학으로

이 책의 미학은 니체 철학을 두 번 쓴다는 점이다. 한 번은 머리로, 한 번은 몸으로. 혹자는 때때로 니체 철학을 청소년용 철학이라고 말한다. 자아도취에 빠진 질풍노도의 청년이면 니체가 잘 어울릴지 몰라도 어른이 되기 전에는 떨쳐내야 하는 과대망상의 산물이라고. 청년기의 존 캐그는 니체 철학에 흠뻑 빠진 채 살아왔다. 그러나 나중에 한 번 파경을 겪고 난 뒤 니체 철학의 자장에서 벗어나려 해왔다. 그는 다시 온 알프스에서 머리나 가슴으로만 알던 니체 철학을 몸으로 다시 써내려간다. 니체가 아버지가 된다면 어떨까? 그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니체 철학을 고독한 철학이 아닌 삶을 긍정하고 “그 자신이 되어”가는 과정으로의 철학으로 받아들인다. 산길에서 니체를 사유하는 그의 태도는 위대한 철학자들이 지닌 산책자의 태도와 비슷하다. 몸으로 사유한 니체는 그에게 삶을 다시 살게끔 해주는 철학자다. 그리고 앞으로 걸어 나가듯 자신의 삶을 솔직히 써내려가며 니체 철학이 청소년용 철학이라는 오명을 벗겨내고 중년의 철학으로 다시 써내려간다. 그러나 철학이 모든 것을 곧장 해결하지는 못한다. 그는 두 번째 알프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계속 치열한 사유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암시한다. 그것이 니체가 말한 끊임없는 “되어감”의 과정이기에.

목차

프롤로그

1부
여행의 시작
영원한 동반자들말인
영원회귀

2부
사랑에 빠진 차라투스트라
산 위에서
도덕의 계보
퇴폐와 역겨움
심연호텔

3부

이 사람을 보라
황야의 늑대
너 자신이 되어라
후기: 모르게슈트라이히

니체의 삶과 저작
참고문헌
감사의 말

|책 속에서|

본문중에서

니체 철학은 때때로 청소년을 위한 철학이라고 조롱받는다. 자기도취에 빠진 순진한 십대 시기에는 잘 어울릴지 몰라도 성인이 되기 전에 떨쳐버리는 것이 가장 좋은 과대망상의 산물이라고. 맞는 말이다. 많은 독자들은 성장기의 막바지에 이 “좋은 유럽인good European”에게서 대담함을 배웠다. 그러나 니체의 몇몇 가르침은 젊은이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사실 오랜 시간에 걸쳐서 나는 니체의 글이 실은 중년의 정점에 다가선 사람들에게 특별히 적합하다는 생각에 도달했다 (p.10)

사랑은 늘 불확실한 무언가, 획득해야만 하는 무언가였다. 그리고 결코 채워질 수 없는 것이었다. 이 궁핍감의 출처는 실제 빈곤이 아니라 사랑과 애착에 대한 특정한 견해였는데, 꼭 나의 집안만 그 견해를 품은 것은 아니다. 그 견해에 따르면, 사랑과 애착은 거래다. 애착을 주고받는 일은 당연히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일과 똑같이(물론 이것은 나의 진심이 전혀 아니지만) 성취감을 준다. 그러나 거래는 끊임없이 더 큰 거래를 추구하는 욕망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지 못한다. 사랑 상황Love's condition의 파산은 모든 것을 미친 듯이 움직이게 만든다. (p.23)

니체가 대표하는 자유사상가 유형은 전형적으로는 만화 속의 매우 진지한 남성, 규칙 파괴자, 회의주의자, 에머슨의 표현을 빌리면 “비순응주의자nonconformist”였다. 나는 이런 유형이기에는 너무 나이 들었다. 사십대를 코앞에 둔 내가 그 철학적 우상 파괴자를 추종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었다. 스위스에 얽힌 과거를 생각하면 그곳에 돌아가 보자는 캐럴의 제안은 존경스러울 만큼 용감했지만, 그녀와 함께 알프스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하기만 해도 악몽 같은 예감이 덮쳐왔다. 지적인 전성기에 인간관계를 끊어버리고 - 또한 자신을 죽이다시피 하고 - 참된 위대함 혹은 (이 가능성이 더 높은데) 상상된 위대함의 경계선에서 미친 듯이 글을 쓰는 한 남자. 니체의 알프스는 어떤 상승이나 하강도 더 심화하는 섬뜩한 능력을 지녔다. (p.56)

이 위험, 동반자 관계가 자아를 파괴할 위험은 《차라투스트라》의 핵심에 놓인 주제다. 때로는 영원회귀가 아니라 이 위험이 그 작품의 정수로 보이기까지 하지만 이것은 정확하게 옳은 해석이 아니다. 그 작품의 정수는 영원회귀다. 그러나 자아를 짓누르는 부담들이 끊임없이 그 정수를 위태롭게 만든다. 그 자아는 밀봉되고 통합된 행위자가 아니다.(니체는 이를 잘 알았다.) 그 자아의 번영은 두 가지 조건에 달려있다. 첫째, 그 자아는 자신의 길을 가능한 최대한도까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그렇게 선택할 수 없을 때, 그 자아는 자신에게 닥친 운명을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에 빠지면 이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위태로워질 수 있다. (p.113)

불안과 공포. 일상에서 우리는 불안과 공포를 열심히 회피한다. 더 정확히 말해서 우리는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는 대상들(거미, 시험, 총격, 광대, 빠르게 흐르는 강물)을 회피한다. 그러나 19세기와 20세기의 유럽철학자들에게 불안과 공포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사상가들은 불안과 공포가 회피할 수 있거나 회피해야 할 것들이 아니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니체를 비롯한 실존주의자들에 따르면 공포는 특정 대상이나 원인과 결부된 것이 아니라 불편하게도 인간임이라는 구덩이 자체에서 나온다. 키르케고르의 말을 빌리면 공포란 “자유의 가능성을 감지함”이다. 당신의 삶이 지닌 모든 가능성을 상상해보라. (p.194)

나는 눈가를 훔쳤다. 지난 17년 동안 아무것도, 계곡도, 등산로도, 냇물도, 양도, 사랑도, 삶도, 죽음도 변화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영영 변화하지 않을 것이었다. 아니, 이제까지와 똑같은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었다. 사랑과 다툼이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나는 여기에 와본 적이 있었다. 코르바치 봉에 간 적도 있었고, 화이트산맥의 높은 곳에는 여러 번 가봤다. 모든 것이, 삶의 모든 긴장과 동요가 변함없이 그대로였다. 그러나 내가 발 펙스에서 꾼 낮 꿈은 나의 한구석을 바꿔놓았
다. 지금도 나는 때로 그때의 느낌을 느낀다. 그 꿈은 나에게 단지 암시만 주었다. 삶은 변화하지 않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는 변화할 수도 있을 거라는. 그리고 이것은 사소한 변화가 아니다. 사실 이것은 어쩌면 유일하게 가능한 유의미한 변화일지도 모른다. 잠깐, 행복했다. 내가 여전히 여기에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행복했다. (p.230)

저자소개

존 캐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매사추세츠대학교 철학 교수. 《뉴욕타임스》, 《하퍼스매거진》 등에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 『미국 철학American Philosophy: ALove Story』은 2016년 NPR 최고의 책 및 뉴욕타임스 Editors’Choice로, 『심연호텔의 철학자들』은 2018년 NPR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아픈 영혼을 위한 철학』은 2021년 미국출판협회 프로즈상 철학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개인적인 경험과 철학을 매혹적으로 결합하는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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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호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9

1969년생.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독일 쾰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199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현재는 과학 및 철학 분야의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시집 '가끔 중세를 꿈꾼다', '성찰'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 '기억을 찾아서', '수학의 언어', '산을 오른 조개껍질', '아인슈타인의 베일', '생명이란 무엇인가', '푸앵카레의 추측', '유클리드의 창', '초월적 관념론 체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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