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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스튜피드 : 홍문식 시집[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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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바보가 됐다
홍문식

내비를 달고 난 후부터 길치가 됐다
내비 없이는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스마트폰 단축키를 사용하면서부터 멍청해졌다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가 없다
컴퓨터를 사용하면서부터 바보가 됐다
아내가 일정을 챙겨주면서부터
할 일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TV에 빠지면서 생각하는 힘이 사라졌다
카톡을 하면서 나랏말도 바르게 쓰질 못했다
영정사진을 놓고 제사를 지내면서
지방 쓰는 것도 잃어버렸다
노래방에서 가사를 보고 노랠 부르다보니
가사가 전혀 생각나질 않았다
레시피를 따라 음식을 만들다 보니
손맛이 달아났다 기억력이 없어졌다
아는 것이 떠나갔다 생각하는 게 싫어졌다
객관식 문제만 풀어 버릇 했더니
창의력과 사고력이 사라졌다
먹을게 많다보니 배고팠던 시절을 잃어버렸다
모든 걸 시켜 버릇 했더니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내 욕심만 채우다보니 남의 딱한 사정을 보지 못했다
난 그렇게 나밖에 모르는 바보가 되었다
----홍문식 시집, {호모스튜피드}에서

인간의 정신(의식)이 존재를 결정하는가, 인간의 사회적 존재(지위)가 정신을 결정하는가라는 문제는 유심론과 유물론의 싸움이며, 이 싸움에서 승리한 것은 유물론이라고 할 수가 있다. 헤겔은 모든 생산물마저도 인간의 정신의 결정체로 본 반면, 마르크스는 인간의 정신을 사상해버리고 그 모든 것을 물질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자본주의는 상부구조로서의 사상과 이념, 문화와 예술의 힘을 무시했지만, 그 결과는 오늘날의 ‘인간의 죽음’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상부구조로서의 사상과 이념, 문화와 예술은 정치, 경제, 사회의 목적이 무엇이며, 자본이 고도로 축적된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더욱더 행복한 삶을 향유할 것인가를 다룬다고 할 수가 있다. 어떻게 하면 부의 공정한 분배와 만인이 평등한 사회를 건설할 것이고, 어떻게 하면 서로가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행복한 사회를 건설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돈만 많고 마음이 가난한 사람을 구원할 것이고, 어떻게 하면 비록, 돈은 없더라도 마음이 부자인 삶을 살 것인가? 최종심급은 경제이지만, 상부구조로서의 이러한 인간의 정신이 하부구조로서의 경제문제를 지배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의 정신이 그의 존재를 결정할 때도 있고, 사회적 존재가 그의 정신을 결정할 때도 있다. 정신과 물질,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는 둘이 아닌 하나이며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구조이지만, 유심론과 유물론자들은 이처럼 분리할 수 없는 것을 분리해낸 판단력의 어릿광대들이었던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돈(물질)이 최고인 사회이며, 이 돈의 유무에 따라서 인간의 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 돈이 없으면 부모형제의 모임에도 갈 수가 없고, 돈이 없으면 동창회나 친목모임에도 갈 수가 없다. 돈만이 있으면 최고의 권력자도 머리를 숙이고, 그 어디를 가나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돈이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돈을 위해 있는 것이다. 돈은 다만, 물물교환의 기호(도구)에 지나지 않지만, 돈이 물물교환의 기호가 아닌 전지전능한 신이 되는 순간, 그 모든 가치가 전도된다. 모든 인간들은 생명 있는 도구(노예)가 된 것이며, 이 도구의 사용가치는 매우 다양한 용도로 쓰이게 된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되 내비 없이는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길치가 되었고, 스마트폰 단축키를 사용하면서부터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 없는 바보가 되었다. 아내가 일정을 챙겨주면서부터 할 일을 기억할 수가 없게 되었고, 카톡을 하면서부터 나랏말을 바르게 쓰질 못하게 되었다. 영정사진을 놓고 제사를 지내면서부터 지방 쓰는 법을 잊어버렸고, 노래방에 가서 가사를 보고 노래를 부르다 보니까 가사를 전혀 외울 수가 없게 되었다. 레스피를 따라 음식을 만들다 보니 손맛이 없어졌고, 객관식 문제만 풀어 버릇했더니 독창성과 창의력이 없어졌고, 그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 바보가 되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최고인 사회이며, 더 많은 돈을 축적하기 위해서 날이면 날마다 과학혁명, 즉, 돈 많이 버는 대사기극을 연출해내는 사회라고 할 수가 있다. 라면을 먹는 것도 돈에게 봉사하는 것이고, 술을 마시는 것도 돈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다. 자동차를 사는 것도 돈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도 돈에게 봉사를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신봉하지, 신을 믿지 않는다. 컴퓨터와 빅데이터를 신봉하지, 인간의 두뇌와 그 능력을 신봉하지 않는다. 요컨대 돈을 찬양하고 돈에게 효도를 하지, 부모와 국가와 형제들을 사랑하지 않는다. 그 옛날보다 더욱더 편리한 생활을 하면서도 더욱더 불행한 삶을 살고, 더욱더 불행한 삶을 살면서부터 모든 인간 관계를 파괴시킨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인간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죽었다. 피보다 더 진한 것은 돈이고, 살모사의 독보다 더 잔인한 것이 돈이다. 돈에게 밉 보이면 부모형제도, 친구도, 장관도, 대통령도 다 물어 뜯어 죽여버린다. 돈은 마피아 두목이고, 전제군주이며, 그 어떤 반대파도 다 몰살시켜버리는 아돌프 히틀러와도 같다.

홍문식 시인의 [바보가 됐다]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지식인의 탄식이며, 인간이 인간을 믿고 사랑할 수 있는 ‘대화엄의 세계’를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화엄불교에 따르면, 천지만물과 나는 한 몸이고, 천지는 인간과 동식물들과 해와 달과 별들이 다 함께 살아가야 할 삶의 공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이 우주, 이 자연의 질서를 ‘돈의 질서’로 전도시킨 사회이며, 그 모든 인간들이 몸과 정신을 다 팔아버리고 바보가 된 사회라고 할 수가 있다. 홍문식 시인의 [바보가 됐다]는 자본주의 사회에 순치된 자의 탄식이면서도, 그 ‘바보됨’을 씻어버리는 시의 효과(진정제 효과)로서 ‘대화엄의 세계’를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바보가 됐다]는 어느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극사실적이면서도, 그 바보됨을 일깨워주는 극적인 효과가 내장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바보가 됐지만, 이제는 진정한 인간으로 돌아갈 때가 된 것이다.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초심

서시序詩 12
경고 13
미친놈Crazy guy 14
Homo Stupid (바보 인간) 16
설화舌禍 18
섬 19
위리안치 20
시비 22
목포 23
고수高手 24
목어 25
람보르기니 26
상품商品 28
연하장 29
종이 집 30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 32

2부 호모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 34
세상 사는 법 35
마음 비우기 36
인간 37
삶이 죽음으로 바뀌는 시간 38
신뢰도 39
개만도 못한 인간들 40
나는 새가 아니다 41
난 이 세상에 잘못 온 것 같다 42
양상 43
나의 색깔 44
인간들 46
새만도 못한 인간 47
알다가도 모를 인간 48
유물론자들의 주기도문 49
무서븐 인간 50

3부 버려야 할 것들

영양실조 52
덧방치기 54
불안 56
어디로 가야 하나 58
세상을 보는 눈 60
빛과 어둠 61
문제는 다른 곳에 62
개나발 여행 63
가면 64
볼록렌즈로 들여다보기 66
밥솥 안에 갇힌 뻐꾸기 69
바보가 됐다 70
고비 72
사도師道 73
사랑방 한글 교실 74
애 호박 애 오이 그리고 가지 75
오목눈이둥지 속의 뻐꾸기 76

4부 살모사

종기 78
사족동혈四足同穴 79
회상 80
무상 81
부뜰아재의 죽음 82
감성 84
고목에 핀 꽃 85
밍크고래 86
엘로이 엘로이 라마 사박다니 88
어머니 속 타셨겠다 89
완전탈피 90
너를 위하여(레카) 92
비애 94
깨달음 96
전복을 통해 바꾸고 싶은 세상 97
살모사 98

해설 인간성 회복을 위한 기도신충범 10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2~
출생지 충북 단양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충북 단양 출생으로 시집 『이상한 계산 법』,『 미필적 고의』,『 사에 이르는 길』,『 oh my God』, 『나쁜 여자 나쁜 남자』, 『갈매빛 내 사랑』을 펴냈다. 내륙문학회원 및 시산맥시회 특별회원으로 활동하며 스토리 속에 의미가 담긴 시를 쓰는 데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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