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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몸의 시간 : 서유미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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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엄마가 되고 싶지 않았던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소식, 임신
몸과 마음이 변해가며 이전의 나와 다른 세계로 진입하는 내밀한 40주의 기록


소설 쓰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서유미 작가에게 마흔 즈음, 모든 것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소설은 안 늘고 몸무게만 늘어가던”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는 세계로의 초대장이 날아온 것이다. 『한 몸의 시간』은 한 번도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며 겪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자, ‘나’인 채로 살아오고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사람이 아이와 ‘한 몸으로 지내는 시간’ 동안 겪는 성장통에 관한 기록이다. 엄마가 되면 ‘나’를 잃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심어준다.

출판사 서평

마흔 즈음, 모든 것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으며 등단한 후,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보여주며 고단한 현실을 위로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써온 소설가 서유미의 첫 번째 에세이 『한 몸의 시간』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서유미 작가는 『굿바이 동물원』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강태식 작가와 부부 사이다. 둘은 결혼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10년 넘게 그 약속의 테두리 안에서 살았다. 그들이 그린 미래 어디에도 아이는 없었다. 그저 많은 책을 꽂아둘 수 있는 커다란 책장과 소설을 쓸 수 있는 공간, 길이 잘든 1인용 소파 같은 걸 바랐을 뿐이다. 부부는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새울 때가 제일 행복했다.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설이었고, 소설이고, 앞으로도 소설일 것이었다. 그렇게 소설 쓰는 일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작가에게 마흔 즈음, 모든 것을 뒤흔드는 사건이 일어났다. “소설은 안 늘고 몸무게만 늘어가던”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되는 세계로의 초대장이 날아온 것이다.

우리는 걱정이 많지만 아이야, 너는 축복이란다

처음 들은 아이의 심장 소리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드러냈고, 온몸으로 쿵쿵거리는 순간 ‘너’라는 존재가 되었다. 걱정과 질문이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었지만,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축하를 받으면서 조금씩 낯선 세계로 발을 디뎠다. 그동안 먼저 엄마가 된 지인들에게 귀 기울여주지 못했던 것도 미안해지고, 아이가 태어나면 나는 언제 다시 책을 낼 수 있을까 싶어 조바심으로 작아지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길거리를 오가는 아이와 엄마에게 시선이 가고, 엄마 선배들의 이야기에 귀가 팔랑거렸다. 입덧과 태동, 태명과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쌓아가면서 그날은 점점 다가왔다.
『한 몸의 시간』은 태교에 대한 글도,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에 대한 글도 아니다. 임신으로 인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거나 인생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는 식의 호들갑을 떨지도 않는다. 엄마라는 이름이 여전히 낯선, 한 번도 엄마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이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며 겪는 다양한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자, ‘나’인 채로 살아오고 내가 하는 일이 중요한 사람이 아이와 ‘한 몸으로 지내는 시간’ 동안 겪는 성장통에 관한 기록이다. 40주의 임신 기간 동안 ‘내’가 어떻게 변하고 확장되어가는지, 그 시간을 통과하는 ‘나’의 몸과 마음이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해나가는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배 속의 아이보다는 임신의 주체인 ‘나’에 초점을 맞춘 이 책은, 조언이나 훈계가 아니라 철저히 딩크족이었던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큰 공감을 자아낸다.
태교도 물론 중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지금까지의 ‘나’와 앞으로 생겨날 ‘엄마’라는 정체성, 그리고 아기에 대한 관계성을 사유하는 일이다. 작가는 엄마는 너를 위해 결코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나’로서도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고, 소설을 쓰는 ‘나’와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 둘 모두를 존중하며 나란히 걸어가고 싶다고 말한다. 『한 몸의 시간』은 엄마가 되면 ‘나’를 잃는 게 아닐까 두려워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큰 위로와 용기를 심어줄 것이다.

목차

012 프롤로그-한 몸의 시간으로 | 015 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 020 교집합의 세계 | 023 그때는 몰랐던 것들 | 027 엄마가 되는 여자들 | 032 어른아이 | 034 너의 소리가 들려 | 036 진짜 둘이 되고 엄마가 되는 순간 | 040 들어가도 되나요? | 043 이름이 뭐예요? | 046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메슥거림 | 052 커피, 잠시 안녕 | 055 무리와 조심 사이 | 058 마음의 무게 | 062 우리는 모두 엄마의 배 속에서 살았지 | 065 많은 꿈 중에 태몽 | 068 남자 혹은 여자로 산다는 것 | 072 배려의 의미 | 075 짐승의 시간 | 080 다시 커피 | 082 안부를 묻다 | 085 나 여기 있어요 | 088 옷을 고르는 새로운 기준 | 090 부르면 꽃이 될 이름 | 093 세상과 나를 잇는 존재 | 096 한 팀이 된다는 것 | 099 몸의 변화 | 101 하지 않을 용기 | 104 부모가 되기로 선택했습니까? | 107 사람이 되는 꿈 | 112 천천히 걷기 | 115 생명에 대한 연민 | 118 초고는 대체로 엉망이다 | 120 먼 곳에서 도착한 위로 | 123 적응해간다는 것 | 126 새벽은 달콤하고 시간은 흐른다 | 129 반곱슬머리의 비애 | 132 사람을 이해하는 방식, 소설 | 136 너를 만나는 방법 | 140 준비됐나요? | 144 누구나 자기 복을 가지고 태어난다 | 147 너는 자라고 나는 넉넉해진다 | 152 배 속에 있을 때가 편하다는 말 | 155 너를 만나기 일주일 전 | 158 너를 만나기 사흘 전 | 161 너를 만나기 이틀 전 | 164 너를 만나기 하루 전 | 167 너를 만나는 날 | 170 보고 싶다는 말 | 174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 178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어도 | 181 가슴의 쓸모 | 184 처음 너를 안고 | 187 체력 보충 | 190 낯선 일상 | 192 오늘의 좋은 소식 | 194 너와 다시 만나는 날 | 198 육아의 원칙 | 201 초보 엄마 | 204 집으로 갑니다 | 207 안녕, 여기가 우리 집이야 | 210 에필로그

본문중에서

“쿵쿵, 쿵쿵, 쿵쿵, 쿵쿵.”
심장 소리는 규칙적으로 힘차게 울렸다. 그 소리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존재와 살아 있음을 드러냈다. 임신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나는 입을 벌린 채 초음파 화면을 쳐다보았다. 온몸으로 쿵쿵거리는 하나의 생명이 내 안에 있었다. 그 소리는 희미하게 떠돌던 불길함과 두려움을 가만히 잠재웠다. 나는 또 하나의 심장이 힘차게 뛰고 있다는 사실에 압도당했다.
병원 밖으로 나와 손으로 배를 쓸어보며 나는 어떤 순간을 지나 어느 지점 너머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걸 직감했다. ‘엄마’라는 이름은 여전히 낯설었지만, 내가 너를 가진 게 아니라 네가 나에게 찾아왔다는 것을, 두 개의 심장을 품고 있는 사람이 엄마라는 걸 알 것 같았다.
(/ p.35)

나 혼자 차지하던 모든 것이 아이에게 자리를 내주느라 혼란에 빠진 듯했다. 마음이나 생활뿐 아니라 몸도 아기를 위한 공간을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배의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라앉았다. 자기 전에 배에 튼살 크림을 바르며 “아가” 하고 불러봤다. “아가”라고 나직이 부를 때 사람들은 누구나 너그러워질 것이다. 더 뚱뚱해지고 무거워져도 좋으니 마음껏 자라라. 나는 넉넉해진 기분으로 속삭였다. 말라깽이 시절은 추억만으로 충분했다.
(/ p.60)

아이가 없을 때는 세상일에 무심한 편이었다. 어차피 세계는 망해가는 중이고 나는 죽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자 나와 세상, 나와 미래 사이에 연결고리가 생겨버렸다.
세상으로 눈을 돌리는 순간 시름이 깊어지고 걱정이 자라났다. 공기의 질이 이렇게 나쁜데, 북극의 빙하가 자꾸 녹는데, 사람을 생명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는데 괜찮을까. 여자로 사는 것도 남자로 사는 것도 아이나 어른, 동물로 사는 것 모두 녹록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야 했다. 그런 걱정의 굴레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오랫동안 아이 없는 삶을 고집해왔던 건데 이제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 의미 없었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이 세계를 유지하고 고쳐나가야 할 책무만이 남아 있다. 지금도 이후에도 이곳은 사람이 사는 세상일 테고 차근차근 썩어가는 중에도 양심과 진심은 존재하고 빛을 발할 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다. 그리고 온 힘과 마음을 다해 아이가 이 세상에서 씩씩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배에 손을 얹고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축복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해라’였다. 어쩌면 태교는 아이에게 좋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이가 가장 평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근심보다는 희망을 품는 것인지도 몰랐다.
(/ pp.94~95)

“어디 아픈 건 아니지?”
가족들도 볼 때마다 물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얘 손 가늘고 예뻤는데 부은 것 좀 봐” 하며 놀랐다.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도 부은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살 많이 찌셨네요” 했다. 임신 전에 한 번 뵈었던 분과 다시 만날 일이 있었는데 나를 못 알아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그럴 수 있지요”라고 말하며 속으로 울었습니다). 옆 사람은 못생겨지는 나를 보며 괜찮다고 나아질 거라고 위로했다.
붓고 못생겨지는 게 아들을 가져서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왜 때문에 그런 걸까요) 아기와 합이 안 맞아서 그렇다는 의견도 있었다(이건 태어나기 전부터 너무 슬픈 거 아닙니까).
의사 선생님은 체질 문제,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임신하고 영 안 맞는 거군요.”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은 예의 그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좋게 생각해요. 임신 체질이라서 임신할 때만 뽀얗고 예쁜 것보다 낫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요. 그런데 그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말인 것 같았다.
(/ p.10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7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21종
판매수 5,987권

소설가.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7년 『판타스틱 개미지옥』으로 문학수첩작가상을, 『쿨하게 한걸음』으로 창비장편소설상을 받았다. 소설집 『당분간 인간』, 『모두가 헤어지는 하루』,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 『끝의 시작』, 『틈』, 『홀딩, 턴』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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