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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리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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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탈근대의 선구자,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 ‘언어’와 ‘회화’

흔히 모리스 메를로 퐁티의 철학을 ‘모호성의 철학’이라고 한다. 메를로 퐁티 이전의 프랑스 철학은, 인식 주체로서의 인간이 세계를 통일적으로 인식할 수 있으며, 세계에는 보편적인 진리가 존재한다는 헛된 믿음에 집착했다. 반면 메를로 퐁티는 인간을 분리되어 있는 정신과 육체의 결합체로 보는 시각에 반대하고, 자명한 것은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몸의 실존적 상황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철학적 전제를 전복시키는 메를로 퐁티의 철학은 이후의 현대 철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나 그 중요성에 비해 그의 삶과 철학은 우리에게 너무나 낯설다.

메를로 퐁티의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소개되는 글로, 몸의 현상학이라는 자신의 철학을 정립한 후, 후설 현상학의 영향력 아래 있었던 초기 사상에 대해 문제 제기한 글들을 묶은 [기호들Signes](1960)에 수록되어 있다. 이 글은 분량은 짧지만 메를로 퐁티 철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몸의 현상학 그리고 회화와 언어의 표현 형식에 대한 탈근대적 이해 등 그의 존재론과 예술론을 집약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에서 그는 언어와 회화는 개념적 언어가 아닌 침묵으로 표현되며, 철학은 예술의 표현 형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출판사 서평

◈ 몸의 현상학_사유하는 세계에서 살고 있는 세계로
메를로 퐁티의 철학적 입장은 사변이 아닌 세계의 사태성에 입각해 본질을 연구하고자 한 에드문트 후설의 현상학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는 몸과 정신의 분리를 전제로 초월적 의식의 귀환을 추구한 후설의 현상학을 뛰어넘어 몸과 대상 간의 상호 공동작용에 의해 지각 현상이 실현된다는, 이른바 ‘몸의 현상학’을 폄으로써 자신만의 독자적 철학세계를 구축해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사유하면서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지각하면서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의식에 억눌려온 몸과 감각이 복권된 셈이다. 메를로 퐁티의 몸의 현상학은 그의 예술론에서 더욱 심화되어 나타나며, 예술의 존재 형식은 철학의 그것으로 변용되어야 하는 것으로 제시된다.

◈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_언어와 회화의 표현성

그는 언어가 의미를 전달하고 지시하는 수단이라는 기존의 도구적 언어관에서 벗어나, 언어는 이성에 의해 단 하나의 의미로 환원될 수 없다고 전제한다. 따라서 존재의 발원적인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서 침묵적일 수밖에 없는 무언의 언어는 회화나 문학 같은 창조적인 예술작품의 표현 방식이며, 예술 작품이란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될 수 없는 존재를 가시화하는 방식, 즉 표현이라고 정의한다. 메를로 퐁티는 현대 회화에 대한 말로의 분석을 수정한다. 회화의 재현성에 반대하고 회화와 언어의 표현 형식이 동일하다는 데 착안한 말로의 관점에서 출발하는 한편, 말로가 화가의 주관성을 강조하고 현대 회화가 비현실의 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지향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의 관련성을 잃어버렸다고 비판한다.

예를 들어 퐁티는 세잔의 그림을 분석하면서 거기서 드러난 형태의 왜곡은 비현실 세계의 구현이라는 말로의 관점과는 무관한 세계의 실제적 가능성으로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그에게 있어서 개념이 아닌 침묵, 사유가 아닌 표현, 일의적 의미가 아닌 다의적 의미라는 예술의 존재 형식은 철학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이다. 이러한 그의 예술적·철학적 입장은 근대 철학의 근간을 뒤흔든 해체론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음은 물론, 장르 통합적인 현대 예술, 그리고 규범과 가치들이 혼란에 빠진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목차

들어가는 말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해제—메를로 퐁티의 현상학에 나타난 언어와 회화의 표현성

1. 메를로 퐁티의 생애와 저작
2. 메를로 퐁티의 존재론적 현상학
(1) 메를로 퐁티의 ‘몸의 현상학’
ㄱ. 몸도식
ㄴ. 지각
(2) ‘살’의 존재론
3. 예술론
(1) 회화: ‘살’의 가시화
(2) 언어와 회화의 표현성
ㄱ. 소쉬르 언어학의 성과
ㄴ. 표현적인 언어로서의 회화: 원초적인 파롤
ㄷ. 스타일: 몸을 통한 등가물의 체계


더 읽어야 할 자료들
옮긴이에 대하여

본문중에서

우리는 소쉬르를 통해 각 기호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도 없으며 각각의 기호는 하나의 의미를 표시하기보다는 그것과 다른 기호들 간의 차이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았다. 이와 같은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랑그langue는 이름terme이 아닌 ‘차이’에 의해 생성된다고 볼 수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랑그에서 나온 이름들은 단지 그들 간에 나타나는 차이를 통해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좀 어려운 개념일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만약 A라는 단어와 B라는 단어의 이름이 아무 뜻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그 두 단어 사이에 어떻게 의미의 차이가 생기는지 알 수 없으며, 만약 의사소통이 화자의 랑그 전체에서 청자의 랑그 전체로 진행된다면 반드시 그 랑그를 알고 있어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

이렇게 말의 연쇄가 끊임없이 교차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대화를 가시적으로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어떤 음소계가 출현하면 마침내 어린아이는 말문을 트게 된다. 전체로서의 랑그만이 어린아이를 어떻게 언어의 세계로 끌어들이는지, 그리고 어떻게 어린아이가 안에서만 열리는 문의 안쪽으로 들어서게 되는지 설명할 수 있다. 랑그가 내면을 가지고, 결국에는 하나의 의미를 획득하게 되는 것은, 기호가 변별력을 가지고 스스로 구성, 조직되기 때문이다.
(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중에서/ p.22)

말로Malraux는, 회화와 언어를 그것들이 ‘재현하는’ 것과 떼어놓음으로써 그것들을 창조적인 표현의 범주 안에 결합시킬 때에만 회화와 언어가 비교될 수 있다고 했다. 회화와 언어가 같은 성향을 지닌 두 개의 형식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다. 화가와 작가는 수세기 동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작업의 유사성에 대해 의심해보지 않은 채 일해왔지만, 이들이 동일한 모험을 감행해온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미술과 시는 처음에는 도시와 신을 비롯해 신성한 것에 헌정되었고, 외부의 힘을 거울같이 반영하면서 비로소 자신들의 진정한 기적을 탄생시켰다. 그러다가 얼마 후 자신들은 성스러운 시대의 세속화로 나타난 고전주의 시대를 겪게 된다. 당시의 회화는 자연의 재현, 즉 자연이 회화에게 가르쳐준 비법에 따라서 자연을 이상적으로 미화하는 재현이었다. 라 브뤼예르가 말했듯이, 이 시대의 파롤은 언어에 의해 사물 자체에 미리 할당된 정확한 표현을 재발견하는 것 외에 다른 역할은 일절 수행하지 않았다.
(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중에서/ pp.35~36)

당대의 라이벌이자, 후세 사람들이 쌍둥이로 알고 있는 들라크루아와 앵그르는 고전주의적인 화가이기를 원했으나 고전주의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 머물러야 했다. 이러한 스타일은 창작자의 시선에 포착되지 않으며, 박물관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작품들을 모아들일 때나, 사진으로 세밀화를 확대하고 그림의 한 부분을 틀에 끼워 하나의 그림으로 변형시키고, 스테인드글라스, 양탄자, 동전 등을 그림으로 변형시켜서 회화를 항상 회고적으로 의식할 때에만 눈에 보이게 된다. 그러나 만일 표현이라는 것이 재창조하고 변형시키는 일이라면, 우리 시대 이전이나 회화가 존재하기 이전의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각은 이미 사물들 속에 인간적인 제작의 흔적을 새겨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중에서/ p.60)

동굴 벽화에 그려진 최초의 그림이 하나의 전통을 수립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또 다른 전통, 즉 지각이라는 전통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예술의 준영원성은 몸으로 구현된 실존의 준영원성과 뒤섞여 있다. 우리는 몸과 감각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몸과 감각이 우리를 세상에 밀어 넣는 만큼 우리는 몸과 감각을 실행하고, 우리의 문화적 몸짓화가 우리를 역사 속에 끼워 넣어주는 만큼, 우리는 무엇이 문화적 몸짓화인지 이해하게 된다. 언어학자들은, 라틴어가 끝나고 프랑스어가 시작되는 날짜를 역사 속에서 엄밀히 표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단 하나의 언어와 함께 끊임없이 작용하는 단 하나의 혀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마치 우리 몸이 가능한 모든 대상을 지배한 덕분에 하나의 공간을 이룬 것처럼, 표현의 계속적인 시도가 하나의 역사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 중에서/ pp.82~83)

메를로 퐁티가 말하는 우리의 ‘고유한 몸corps propre’은 의식의 지향성에 의해 의식화된 몸이 아니라, 의식이 몸의 지향적 특성에 입각해서 자신을 세계의 사건으로 발견되게 만들어주는 몸이다. 따라서 몸의 지향성은, 단순한 몸의 반사행위조차 객관적이고 맹목적인 자극의 결과가 아니며, 어떤 상황에 처한 몸의 지향적인 표현으로서 주관의 실존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메를로 퐁티의 존재론적 현상학' 중에서/ p.122)

저자소개

모리스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8~1961
출생지 -
출간도서 7종
판매수 1,139권

1908년 태어나 1952년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임명되어 철학을 가르치다가 1961년 사망했다. 그는 신체 행위와 지각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몸의 현상학이라는 독자적인 철학을 구축했다. 한때 사르트르와 함께 사회주의적 정치 활동을 하기도 했으나, 한국전쟁을 계기로 현실 사회주의에 회의를 느끼고는 정치 활동은 물론 사르트르와도 결별했다. 저서로[행동의 구조],[지각의 현상학],[변증법의 모험],[의미와 무의미],[기호들] 등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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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홍익대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 10대학 철학과에서 ‘형식들의 논리학과 미학’ 부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부터 숭실대에서 조형 예술과 영상 예술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논문으로〈미켈 뒤프렌의 미적 지각〉등이 있고,《비잔틴 세계의 미술》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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