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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생 : 초라한 진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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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자의 일생』이 아니라 『어느 인생』이다!
100년 동안 잘못되었던 제목을 바로잡았다! 문제는 번역이었다.

《르 피가로 리테레르》지가 프랑스 고전 작가들의 판매 부수를 집계한 적이 있다. 장르에 상관없이 가장 많이 팔린 작가는 누구였을까? 많은 독자들이 생텍쥐페리를 예상했지만, 의외로 1위는 기 드 모파상이었다. 자료 조사 기간 8년 동안 무려 380만 부가 팔렸다. 그 가운데서도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여자의 일생』이었다. 그런데 이 위대한 고전의 제목이 원래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면 어찌 해야 할까?

작가인 기 드 모파상이 이 책에 붙인 제목은 ‘Une vie’, 즉 ‘어느 인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여자의 일생』으로 잘못 번역되어 읽혀온 것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Une vie』가 우리나라에 처음 출간된 판본은 김기진 번역의 『녀자의 한평생』(박문서관, 1926년.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소장.)이다. 김기진은 일본어판 『女の一生』(히로쓰 가즈오 역, 1916년.)을 중역한 것으로 추정되고, 영문학을 공부한 히로쓰 가즈오는 당시의 영어 번역본 제목인 ‘A woman’s life’를 중역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기진 번역본 이후 우리말 번역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이 1954년 박영준 판(문성당 간)으로 보이는데, 그 역시 제목이 ‘여자의 일생’이었다. 그 영향 때문이었는지 이후 쏟아진 수많은 번역본이 모두 ‘여자의 일생’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다. 결국 ‘어느 인생’은 불어에 서툴렀던 한 번역가가 당시, 일본어판을 중역해 잘못 붙여졌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던 셈이다.

이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면서 역자는 이 제목을 어떻게 옮길지가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고 한다. 실제로 이미 화석처럼 굳어버린 제목 ‘여자의 일생’을 버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 속에 ‘여자’라는 말은 들어 있지도 않거니와 내용면에서도 ‘한평생’과는 거리가 멀었기에 결국 제목을 바로잡기에 이른 것이다.

출판사 서평

『여자의 일생』이 아니라 『어느 인생』을 읽는다면,
단지 한 여자의 불행한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혜성처럼 문학의 삶에 들어와 벼락처럼 떠난” 모파상은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문단 생활에서 단편소설 약 300편을 쓰는 등 열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다. 시력 장애와 척추 통증, 전신마비증세 등의 지독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집요할 정도로 작품 집필에 매달렸다. 심리적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 헨리 제임스는 모파상을 “길 위의 사자”에 비유하며, 같은 길을 걸으려는 이들은 모파상을 피해 돌아가거나 다른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콩쿠르문학상 수상 작가인 로제 베르셀은 “거의 병적이다 싶을 정도로 놀라운 감수성을 타고나서 본능적으로 삶의 세밀한 디테일을 발견해 내는 경이로운 예술가, 군더더기 하나 없이 본질만 남은 모파상의 문체는 시간에 부식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한 찬사들에 걸맞게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읽어도 그의 작품은 명작으로 손색이 없다.
모파상의 첫 장편소설 『여자의 일생』에 덧붙은 부제는 ‘초라한 진실’이다. 모파상은 한 여성의 삶을 통해 인생 전반에 대한 그만의 통찰을, 삶의 ‘초라한 진실’을 보여 주려 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니까 흔히들 말하듯이, 이 작품에서 19세기에 한 여성이 혹은 여성 전체가 산 불행한 삶을 읽을 수도 있겠으나, 저자의 시각은 그보다 더 본질적인 차원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이 특정 시대 여성의 사회적 조건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의 삶 자체를 통찰하는 작품이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이 작품을 통해 모파상이 말하려는 건, ‘보라, 이 여자의 일생을’이라기보다는, ‘보라, 이것이 인생이다’인 셈이다.
모파상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 속 인물들을 가만히 응시한다. 섣불리 비난하지도 않고 성급히 연민하지도 않는다. 그러면서도 세세하게 인물의 심리를 보여주고 있어서, 모파상을 읽는 것은 인간의 낮과 밤을 관찰하는 것과도 같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다면 모파상을, 인생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게 좋겠다. 『여자의 일생』이 아니라 『어느 인생』을 읽는다면, 단지 한 여자의 불행한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생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레미제라블』 이후 프랑스 문학의 최고 걸작”
불운과 불행에 좌절하면서도 희망을 품었던 어떤 인생 이야기.
톨스토이가 “『레미제라블』 이후 프랑스 문학의 최고 걸작”이라 한 모파상의 대표작 『어느 인생』. 가난한 귀족 출신의 바람둥이 남편 쥘리앵, 불순하다며 분만 중인 어미 개를 죽이는 신부, 그런 신부를 비난하며 자연법칙을 예찬하는 아버지, 가엾은 엄마가 남겨 놓은 비밀스러운 편지, 온 가족의 과한 사랑을 받으며 엇나가는 아들, 살아 있는 가구처럼 존재감이 없는 이모, 낮에는 내내 졸다가 밤이면 배회하는 늙은 개……. 주인공 잔느의 인생에는 여러 삶이 겹친다. 무엇보다 잔느와 함께 젖을 먹고 자라 여동생이나 다름없었지만 쫓겨난 하녀 로잘리를 빼놓을 수 없다. 불운과 불행을 겪으며 혼자 남게 된 잔느를 찾아오는 로잘리. 그녀의 늙고 투박한 손이 절망에 빠진 잔느의 손을 잡아주고, 두 사람이 함께하며 서로의 삶을 얘기하는 모습은 다정하고 눈물겹다.
귀족의 외동딸인 잔느는 수녀원을 벗어나 자유와 사랑과 행복을 꿈꾸며 결혼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그녀의 소중한 기대는 파괴된다. 첫날밤 굶주린 사람처럼 자신을 안는 남편의 난폭함보다 입을 반쯤 벌린 채 평온하게 잠든 얼굴이 그녀를 더 화나게 했다. 그녀는 능욕당한 기분이었고, 하찮은 여자 취급을 받은 것 같았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남편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 행복이 깨진 환멸 앞에서 그녀는 마음속 깊이 절망해야 했다. 이어지는 인생은 쉽지 않았다. 악착스럽게 자신을 따라다니는 운명을 탓하면서도 어떤 날에는 삶의 행복이 마음속에 파고들어 그녀는 다시 몽상하고, 희망하고, 기대하기도 한다. 운명이 제아무리 가혹해도 화창한 날에는 희망을 품어 볼 수 있는 법이니까. 모파상의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언어, 오늘의 언어이자 내일의 언어”로 담아낸 인간의 고독과 인생의 쓸쓸함. 많은 독자와 전문가 사이에서 명징함과 섬세함을 인정받는 번역가 백선희의 유려한 번역이 모파상의 필력을 더욱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목차

역자의 말_다시 읽는 모파상

어느 인생_초라한 진실

기 드 모파상 연보

본문중에서

온갖 은밀한 목소리들이 약속해 주던 남편, 지극히 선하신 신께서 이렇게 그녀가 가는 길에 던져 주신 남편이 바로 ‘그이’일까? 그녀를 위해 창조된 존재, 그녀가 삶을 바쳐 헌신할 존재가 바로 그일까? 그들 두 사람은 애정으로 결합되어 끌어안고 분리할 수 없게 하나가 되어 ‘사랑’을 낳도록 운명 지어진 존재일까? (pp.67~68)

두 사람은 서로의 눈 속에서, 눈길 너머에서, 헤아릴 길 없는 미지의 존재 속에서 서로를 찾았고, 말없이 집요한 물음 속에서 서로를 탐색했다. 그들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가 될까? 그들이 함께 시작한 삶은 어떠할까? 결혼이라는, 파기할 수 없는 이 긴 대면에서 서로에게 어떤 기쁨, 어떤 행복, 혹은 어떤 환멸을 마련해 두고 있을까? (p.90)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이 결코 영혼까지, 생각의 깊이까지는 다가서지 못하리라는 걸, 때때로 포옹을 해도 하나가 되지는 못하리라는 걸, 각자의 정신적 존재는 평생 영원히 혼자로 남으리라는 걸 깨달았다. (p.112)

그는 그녀에게 낯선 사람이 되었다. 영혼도 마음도 그녀에게 닫혀 버린 낯선 사람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만나서 사랑하고 애정의 격정 속에 결혼한 그들이 어떻게 갑자기 함께 잠을 잔 적 없는 것처럼, 거의 모르는 사람처럼 되었을까 하고 종종 생각했다. (p.138)

사람들이 어머니를 관에 가두고 땅에 묻을 테고, 그러면 완전히 끝일 것이다. 더는 어머니를 보지 못할 것이다.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어떻게? 그녀에겐 이제 엄마가 없다? 눈만 뜨면 보였던 그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얼굴, 팔만 벌리면 사랑해 주었던 그 큰 애정의 배출구, 하나뿐인 존재, 모든 존재를 합친 것보다 더 중요한 존재인 어머니가 사라졌다니. 어머니의 얼굴을, 움직임도 생각도 없는 저 얼굴을 바라볼 시간도 이제 몇 시간밖에 없었다. (pp.243~244)

처음의 흥분 상태가 가라앉자 그녀의 마음은 다시 거의 평정을 되찾았다. 질투심도 증오심도 없이 경멸감만 들었다. 그녀는 쥘리앵을 거의 생각하지 않았다. 그에 대해서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었다. 친구인 줄 알았던 백작 부인의 이중적 배신에는 화가 났다. 모든 사람이 신의 없고, 거짓말쟁이요, 위선적이란 말인가. 눈물이 흘렀다. 인간은 죽은 이들 때문에도 울지만 때론 착각 때문에도 그만큼 슬프게 운다. (p.229)

“오! 나는 운이 나빴어. 모든 불행이 내게 쏟아졌지. 운명이 평생 악착스레 나를 따라다녔어.”
그러나 로잘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마님. 그렇게 말해선 안 되죠. 결혼을 잘못 하신 겁니다. 그뿐이에요. 그런 식으로, 약혼자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결혼하면 안 되지요.” (p.326)

그녀는 수시로 되뇌었다. “살면서 나는 운이 없었어.” 그러면 로잘리는 외쳤다. “마님께서 빵을 얻기 위해 일을 하셔야 했다면, 날품팔이를 하러 가기 위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셔야 했다면 무슨 소리를 하실 겁니까? 그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런 사람들은 너무 늙어 일을 못하게 되면 비참하게 죽어간다고요.”
잔느가 대답했다. “나는 혼자인데, 아들마저 나를 버렸다는 걸 생각해 봐.” 그러면 로잘리는 격렬하게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문제랍니까! 군대에 가는 자식들도 있어요! 미국으로 가서 사는 자식들도 있고요.” (p.366)

“보시다시피 인생은 우리가 믿는 것처럼 결코 그리 좋지도 그리 나쁘지도 않답니다.” (p.380)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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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8500805

프랑스의 소설가.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명석한 문체와 훌륭한 인물·풍경·심리묘사 등으로 천재라는 평을 듣는다. 파리에서 법률을 공부하다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발발하자 군에 자원입대했다. 전쟁에서 끔찍한 살육의 현장을 체험한 그는 그 뒤 우울증에 사로잡혔고, 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귀스타프 플로베르에게 문학수업을 받았고, 에밀 졸라가 주축이 되어 엮은 단편집 메당 '야화'에 단편 '비곗덩어리'를 발표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 '목걸이', '오를라', '여자의 일생' 등 약 300여편의 단편 소설과 6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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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전문 번역가. 덕성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그르노블 제3대학에서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덕성여자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맹 가리ㆍ밀란 쿤데라ㆍ아멜리 노통브ㆍ피에르 바야르ㆍ리디 살베르 등 프랑스어로 글을 쓰는 중요 작가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옮긴 책으로 《웃음과 망각의 책》 《마법사들》 《햄릿을 수사한다》 《흰 개》 《울지 않기》 《예상 표절》 《하늘의 뿌리》 《내 삶의 의미》 《책의 맛》 《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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