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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연애 : 전윤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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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전윤호 시인은 196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으며,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고, 시집 [천사들의 나라] 외 다수를 썼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시인이라면 누구나 연가집을 꿈꾼다. 괴테가 그랬고, 릴케가, 네루다가 그랬다.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도 궁극적으로는 한 편의 연가다. 연가는 받아쓰는 것이다. 사랑을 행하는 주체는 ‘나’인 듯하지만, 실은 ‘사랑’이 나를 급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운명을 직감하게 하며 열병을 앓게 만든다. 어떠한 시련이나 난관도 사랑에 휩싸인 자에겐 그저 하찮을 뿐이다. 사랑에 빠진 자는 이미 천국에 이르렀고 역경은 차라리 구원의 약속일 따름이다. 사랑에 수몰된 자에게 모든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이 우주적인 의미를 지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사랑은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신의 계시로 전치시키며 단 한 번의 미소만으로도 생 전체를 충만하게 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랑은 극히 잠깐 행복을 속삭이고 이내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자신의 그림자를 통해 스스로를 입증한다. 그것은 비탄과 절망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며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탄생시키고 마침내 현재와 미래마저 잠식한다. 요컨대 사랑은 부재로서 자신을 완성한다. “당신이 없는 바로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곧 글쓰기의 시작이다.”(롤랑 바르트) 그렇다. 진정한 연가는 환원 불가능한 상태의 지속이며 매 순간 죽음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놀라워라, 연가는 바로 그 순간 시작한다. 사랑은 그것의 소멸을 통해 끊임없이 재림하며, 연가는 그때 비로소 불멸의 기록으로 갱신된다. 전윤호 시인은 [세상의 모든 연애]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수몰 지구]) 이 문장을 올바르게 번안하자면 ‘이제야 정녕 사랑이 시작되었다’일 것이다.(이상 채상우 시인의 추천사)

시인의 말

태풍이 몰아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일생을 견딘 건
어쩌다 불빛이 반짝이는 연애라는 항구 덕분이었다

추천사

시인이라면 누구나 연가집을 꿈꾼다. 괴테가 그랬고, 릴케가, 네루다가 그랬다. 김소월과 한용운의 시도 궁극적으로는 한 편의 연가다. 연가는 받아쓰는 것이다. 사랑을 행하는 주체는 ‘나’인 듯하지만, 실은 ‘사랑’이 나를 급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운명을 직감하게 하며 열병을 앓게 만든다. 어떠한 시련이나 난관도 사랑에 휩싸인 자에겐 그저 하찮을 뿐이다. 사랑에 빠진 자는 이미 천국에 이르렀고 역경은 차라리 구원의 약속일 따름이다. 사랑에 수몰된 자에게 모든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들이 우주적인 의미를 지니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사랑은 미풍에 흔들리는 나뭇잎도 신의 계시로 전치시키며 단 한 번의 미소만으로도 생 전체를 충만하게 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사랑은 극히 잠깐 행복을 속삭이고 이내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사랑은 자신의 그림자를 통해 스스로를 입증한다. 그것은 비탄과 절망 속에서 더욱 굳건해지며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순간을 탄생시키고 마침내 현재와 미래마저 잠식한다. 요컨대 사랑은 부재로서 자신을 완성한다. “당신이 없는 바로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것, 이것이 곧 글쓰기의 시작이다.”(롤랑 바르트) 그렇다. 진정한 연가는 환원 불가능한 상태의 지속이며 매 순간 죽음을 경험하는 일이다. 그러나 놀라워라, 연가는 바로 그 순간 시작한다. 사랑은 그것의 소멸을 통해 끊임없이 재림하며, 연가는 그때 비로소 불멸의 기록으로 갱신된다. 전윤호 시인은 [세상의 모든 연애]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수몰 지구]) 이 문장을 올바르게 번안하자면 ‘이제야 정녕 사랑이 시작되었다’일 것이다.
- 채상우 / 시인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움집
미명
맨날 이별
맑은 아침
나의 소도
공주탕
비진도
한진항
울릉도 블루스
쓸모없는 희망
평생 실연
천정호
벚꽃 조문
독종
뒷북
더 깊은 긍정
너 없는 아침
소녀
부재의 법칙
봄독
폐사지
녹슨 아침

제2부
거미 듣는 저녁
세상의 모든 연애
입맛
이별의 원리
양은 냄비
해피엔딩
침몰선
취미
종일 비
장마의 시작
서해대교
바다가 보이는 횟집
먼 그대
딱따구리
당진 풍랑
단수
낮잠
새벽 비
상사병
비관 기계
고별

제3부
세상의 모든 실연
석문방조제
겨울이 오면
내 벌
늦은 비
모바일 시인
무연고 대기실
거울을 보다가
큰사리
젖은 바다
혜성 버스
오늘의 택배
이별도 때가 있다
이미 늦은
극지의 사랑
별거
콩국수
한밤의 백팔 배
수몰 지구

본문중에서

세상의 모든 연애

세상의 모든 연애가 뻔해지는 나이
햇살이 직각으로 떨어지는 한여름
떠나는 네 등 뒤로 눈보라가 날려도
하나도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나이

첫 장을 읽은 소설의 결말이 보이고
중간에 본 영화의 앞까지 짐작되는
사람도 귀신도 아닌 모습으로
밤거리를 쏘다니는 나이

계속 만나면 얼마나
서로 상처 줄지도 짐작하고
지금까지 지은 죄로도
19층 지옥이 예약된 상태

세상이란 세트장을 뒤에서 보는 나이
모든 주의 사항이 우스워지고
헛된 희망을 씻어 밥솥에 안치며
두 벌의 수저를 꺼내는 나이 ***

수몰 지구

자꾸 네게 흐르는 마음을 깨닫고
서둘러 댐을 쌓았다
툭하면 담을 넘는 만용으로
피해 주기 싫었다
막힌 난 수몰 지구다
불기 없는 아궁이엔 물고기가 드나들고
젖은 책들은 수초가 된다
나는 그냥 오석처럼 가라앉아
네 생각에 잠기고 싶었다
하지만 예고 없이 태풍은 오고 소나기는 내리고
흘러넘치는 미련을 이기지 못해
수문을 연다
콸콸 쏟아지는 물살에 수차가 돌고
나는 충전된다
인내심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기를
꽃 피는 너의 마당이 잠기지 않기를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 ***

입맛

신장개업한
자리 몇 없는
동네 평양냉면집
행여 문 닫을까
가끔 들른다
자주 가기도 어색해
걱정만 한다
내 입에 맞는 심심한 맛
당신도 그렇지만
내가 사랑하는 우주는
언제나 간신히 열려 있다 ***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4~
출생지 강원도 정선
출간도서 25종
판매수 2,526권

1964년 강원도 정선에서 태어났다.
1991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동국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천사들의 나라] 외 다수를 썼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한국시인협회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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