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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과 사귀다 : 이영광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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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이영광
  • 출판사 : 걷는사람
  • 발행 : 2019년 01월 11일
  • 쪽수 : 148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89128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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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영광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늘과 사귀다]가 도서출판 ‘걷는사람’을 통해 복간됐다. 2011년 한 차례 절판되었다가 다시 출간된 [그늘과 사귀다]는 2007년 첫 출간 이후 꾸준히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이영광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직선 위에서 떨다]에 이어 시인이 착안하고 있는 주된 이미지는 ‘죽음’이다.
추천사를 쓴 이장욱 시인의 표현대로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폐가를 키우고 관을 키우고 묘지를 키워서도 끝내 하나의 죽음을 이룩하지 않”으며 “이 과묵한 리듬은 삶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죽음을, 죽음의 내부에서 또 부활하는 형용모순의 생명들을 근근이, 유려하게, 하지만 강인하게 변주”하고 있다. 아울러 한영옥 시인이 지적한 것처럼 “이영광의 시편들은 훌쩍임 없는 비창이 되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 부려지는 비감은 오래오래 그 여운이 시리”게 남고, 독자들은 그의 시를 통해 “정신주의의 시퍼런 위풍당당을 서늘하게” 만나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영광 시인에게 ‘죽음’이란 기쁜 것 같기도 하고 슬픈 것 같기도 한‘「천국행」모습을 보여준다. 영원한 천국도, 지옥도 없는 듯해 보이는 ’죽음‘의 이미지들은 번뇌에 흔들리지 않는 그늘과 같다.

출판사 서평

몸은 제 몸을 껴안을 수가 없다
사랑할 수가 없다
빵처럼 부풀어도
딴 몸에게 내다 팔 수가 없다
탈수하는 세탁기처럼
덜덜덜덜덜덜덜덜덜, 떨다가
안간힘으로 조용히
멈춘다, 벗을 수 없구나
몸은 몸속에서 지쳐 잠든다
몸은 결국 이렇게 죽는다
('몸' 중에서)

우리의 몸은 촉촉한 생의 물기를 털어내고 있는지 모른다. 이영광 시인에게 ‘죽음’이라는 키워드는 어떤 의미도 필요 없어 보인다. 현상학적인 죽음만이 존재할 뿐이고 우리는 학습이 불가능한 죽음 앞에서 그런 불안한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삶을 추모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시인은 “불끈거리며 몸속을 달리는 정맥혈관”(「시는」)을 직시하며 “죽음과 더불어 더욱 확장되는 삶”을 살아내려 한다.

사람이 떠나자 죽음이 생명처럼 찾아왔다.
뭍에 끌려 나와서도 살아 파닥이는 은빛 생선들,
바람 지나간 벚나무 아래 고요히 숨 쉬는 흰 꽃잎들
나의 죽음은 백주 대낮의 백주 대낮 같은
번뜩이는 그늘이었다.

나는 그들이 검은 기억 속으로 파고들어와
끝내 무너지지 않는 집을 짓고
떵떵거리며 살기 위해
아주 멀리 떠나버린 것이라 생각한다.
('떵떵거리는' 중에서)

‘죽음’이 재구성하는 기억에 ‘슬픔’이나 ‘그리움’이 앞서는 이유는 ‘죽음’ 앞에 감정이 너무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영광 시인은 ‘죽음’을 통한 기억의 대상이나 감정에 집중하기보다는 ‘죽음’이 기억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더 시선을 두고 있는 듯하다. ‘끝내 무너지지 않는 기억의 집을’ 지어야 ‘사람이 떠나’도 담담하게 ‘번뜩이는 그늘’을 향유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혜원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라틴어를 통해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삶의 의지는 더욱 강렬해진다. 죽음을 의식함으로써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섬뜩하고 낯선 것으로 자각한다”며 “이번 시집에서 행해진 죽음에 관한 탐구로 인해 이영광의 시는 한 차원 새롭게 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죽음과 대면하면서도 허무에 함몰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의지로 환원”하는 시집 『그늘과 사귀다』가 죽음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다시금 의미 있게 조명될 것을 기대해 본다.

잊혀져 가던 그늘과 사귀다를 재발간해
새로 걷게 해준 ‘걷는사람’에 감사드린다.
이 두 번째 시집을 배고 낳을 무렵에 나는,
그늘에는 혼령과 멀고 가까운 부름들,
내가 아는 모르는 것들이 살고 있다고
무시로 생각하였다. 아니, 생각되었다.
능동적인 시간은 그늘에 없었다.
안아보려 했으나 지고, 눌리고, 당하고,
떠다녔다. 먼지로서. 그러나 피 묻은 먼지로서.
(조치원 우거에서)

이 어룽어룽하고 쓰린 세상에
멍멍한 사람으로서 와서
다름 아닌 시와 더불어 고행苦行하게 된 것이
행복하다

번개와 함께 나타난 골짜기의 나무들이
젖은 채로 타고 있듯이,
섬광일순일 뿐이지만

속수요,
무책이라고 생각한다

(정해년 봄, 광릉 숲에서)

추천사

그의 시편들은 폐가를 키우고 관을 키우고 묘지를 키워서도 끝내 하나의 죽음을 이룩하지 않는다. 이 과묵한 리듬은 삶의 내부에서 태어나는 죽음을, 죽음의 내부에서 또 부활하는 형용모순의 생명들을 근근이, 유려하게, 하지만 강인하게 변주한다. 그것은 부서지지 않는 강인함이 아니라 막다른 곳에서 서서히 허물어지면서, 허물어짐으로써, 허물어지기 때문에 버티어내는 자의 강인함이다. 이 허물어지는 자의 강인함을 금강 로켓이라고 부르자. 금강 로켓은 저 육친들의 뼈아픈 죽음을 태운 관의 이름이지만, 그것은 또 사활(死活)과 재활(再活)을 건너 식은 밥처럼 처연히 부활(復活)하는 뭇 생명들의 거처이기도 하다. 이제 호두나무가 제 그늘의 키를 다섯 배로 늘이는 시간에, 비어 있는 것과 가득 찬 것이 구분되지 않는 유현한 시간에, 우리는 이 저음의 시인을 따라 한 잔의 술을 마시도록 하자. 음복하듯이, 탁발하듯이, 금강 로켓의 영원회귀를 떠올리는 한 사내의 무심결과 더불어.
- 이장욱 시인

"우동 그릇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걸 피하듯/어떤 과열을 지닌 생을/나는 두려워했다/지겨워했다/사라지기 직전의/저 시린 얼음산으로 갈 수 있을까"(「얼음산」)…… 이 시집의 정신들은 올곧게 이 '얼음산'을 향하고 있다. 얼음산과 대비하여 어느 생인들 천박스럽지 않으랴. 또 어느 생인들 얼음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면 장엄하지 않으랴. 이영광의 시편들은 생의 남루와 장엄을 뒤섞으며 비애의 과열을 힘겹게 피한다. 하여 그의 시편들은 훌쩍임 없는 비창이 되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 부려지는 비감은 오래오래 그 여운이 시리다. "물로는 도려낼 수 없는 흉터"(「흉터」)로 점철된 몸의 처절함, 그 흉터마다 고인 곡진했던 시간의 핏물을 찍어보면서 시인은 결국 목숨의 측은함을 꿰뚫는 시선을 얻었으리라. 때문에 시집 도처의 죽음들은 편안하게 "제상은 그의 돌상,/뼈에 붙은 젖을 물려주고/숟가락 쥐여주고/늙은 집은 이제 처음부터 다시 그를 키우리라"(「음복」)는 넉넉한 목소리 안에 누워 있다. 비애의 구구한 내력이 아닌 이미 얼음산 위에 올라앉은 투명한 비애를 쪼개어 보여주는 한 편 한 편에서 이 땅, 정신주의의 시퍼런 위풍당당을 서늘하게 우리는 만날 것이다.
- 한영옥 시인
"우동 그릇에서 올라오는 뜨거운 걸 피하듯/어떤 과열을 지닌 생을/나는 두려워했다/지겨워했다/사라지기 직전의/저 시린 얼음산으로 갈 수 있을까"(「얼음산」)…… 이 시집의 정신들은 올곧게 이 '얼음산'을 향하고 있다. 얼음산과 대비하여 어느 생인들 천박스럽지 않으랴. 또 어느 생인들 얼음산을 머리에 이고 있다면 장엄하지 않으랴. 이영광의 시편들은 생의 남루와 장엄을 뒤섞으며 비애의 과열을 힘겹게 피한다. 하여 그의 시편들은 훌쩍임 없는 비창이 되지만 읽는 이의 마음에 부려지는 비감은 오래오래 그 여운이 시리다. "물로는 도려낼 수 없는 흉터"(「흉터」)로 점철된 몸의 처절함, 그 흉터마다 고인 곡진했던 시간의 핏물을 찍어보면서 시인은 결국 목숨의 측은함을 꿰뚫는 시선을 얻었으리라. 때문에 시집 도처의 죽음들은 편안하게 "제상은 그의 돌상,/뼈에 붙은 젖을 물려주고/숟가락 쥐여주고/늙은 집은 이제 처음부터 다시 그를 키우리라"(「음복」)는 넉넉한 목소리 안에 누워 있다. 비애의 구구한 내력이 아닌 이미 얼음산 위에 올라앉은 투명한 비애를 쪼개어 보여주는 한 편 한 편에서 이 땅, 정신주의의 시퍼런 위풍당당을 서늘하게 우리는 만날 것이다.
-한영옥 / 시인

목차

오래된 그늘
휴식
경계
호두나무 아래의 관찰
음복
4월

나의 살던 고향
성묘
떵떵거리는
나무 금강(金剛) 로켓
수양버드나무 채찍
쉼,
소리 지옥
황금 벌레
슬프고 어지러운 그림자
문병
청명
눈꽃열차

생각하지 않는 사람
신비의 도로 1
신비의 도로 2
우도
빗길
길의 장례

망우리 취중(醉中)
뼈 1
뼈 2

시詩는
동해 2
라일락 라일락
물 위를 걷다
저수지
빨랫줄
사라진다
현대문학
백운동
절 1
절 2
몰골(沒骨)
일찍 죽은 사람
그 집
그러니까
한순간도
정상 부근
천국행(行)
세월
미동도 않는 돌기둥
흉터
내소사
거울 얼굴
얼음산
광활한 감옥
동쪽 바다
일 포스티노

식은 풍경
탁본

해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 이혜원(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5~
출생지 경상북도 의성
출간도서 17종
판매수 1,436권

1965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1998년『문예중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그늘과 사귀다』『나무는 간다』『끝없는 사람』
『해를 오래 바라보았다』『깨끗하게 더러워지지 않는다』
산문집 『나는 지구에 돈 벌러 오지 않았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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