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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말을 하는 곳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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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윤병무
  • 그림 : 이철형
  • 출판사 : 국수
  • 발행 : 2018년 11월 30일
  • 쪽수 : 240
  • 제품구성 : 전1권
  • ISBN : 9791196508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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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귓속말, 좋아하세요?
입속말, 종종 하세요?
눈속말도 하시나요?

눈으로 하는 말... 눈속말. 사람과는 눈빛으로 주고받는 말. 나무나 바위나 달에게는 건네기만 하는 말. 그럼에도 때때로 건네고 싶은 담백하거나 간절한 말. 그래서 눈속말에는 속엣말이 있고 속엣말에는 짠한 사연이 있다.

눈속말을 하는 곳은 누군가에게는 적요한 예배당이나 대웅전이기도 하고, 또 다른 이게는 세면대에 차오르는 수돗물이기도 하고, 대문 밖 길목에서 흔들리는 겨울나무이기도 하다. 그 곳곳에서 눈속말을 꺼내는 작가의 낮은 목소리가 모여 책이 되었다. 시인인 작가가 주목한 ‘곳’들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바빠서 눈여겨보지 못한 희로애락의 현장이다. 그곳은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점집이기도 하고, 배웅이 마중을 소망하는 철도역이기도 하고, 웃는 법을 가르쳐주는 옥상이기도 하고, 밤하늘에 눈을 씻는 산속이기도 하다. 그 출렁이는 서른 곳의 현지(現地)로 시인의 마음 길을 따라 가만히 동행하면 어느새 독자의 잊힌 추억이 먼발치에서 독자의 눈속말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의 관계에서 삶을 성찰하는 이 책은 일상의 공간에서 일어난 일화를 통해 나지막이 이야기하는 에세이이다. 그 공간-장소는 흔히 눈에 ‘보이는 것’이지만,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TV 에피소드에 빗대 이야기하듯 능동적으로 ‘보는 것’이 될 때 그 장소는 드러난 달빛처럼 환해지고 그 ‘곳’을 응시하는 사람의 성찰은 달의 이면처럼 깊어진다.

더불어, 이 책 속 곳곳에는 작가의 문체 물결과 참 잘 어울리는 삽화가 매 이야기마다 아랫목처럼 한 편씩 그려져 있다. 그 서른 편의 그림들은 모두 보기 드문 연필화인데, 그린이의 정감이 하나같이 목도리처럼 포근하면서도 묘한 애수를 담고 있어서 쓰다듬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여백의 절제미까지 표현된 그 그림만으로도 독자의 눈과 마음은 맑고 고요질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는 봄 동산을 산책하듯 이 책 속으로 가만히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곳에, 자기에게 건네는 눈속말이 진달래처럼 피어 있다.

목차

프롤로그: 보이는 것과 보는 것

1. 곳
절망과 희망이 함께 사는 곳 * 점집
왕복을 해도 늘 편도인 곳 * 버스 정류장
우연의 행복이 기다랗게 만나는 곳 * 국숫집
하고많은 인연이 두 시간마다 돌아가며 사는 곳 * 영화관
신앙 없이도 눈속말을 하는 곳 * 고찰(古刹)
배웅이 마중을 소망하는 곳 * 철도역
두 운명의 향방이 갈리는 곳 * 우편함
얼룩말이 누워 불행을 경고하는 곳 * 횡단보도
누구나 마지막으로 이사한 곳 * 묘소
‘희망’이라는 상호를 떠오르게 하는 곳 * 맥줏집

2. 곳곳
아무짝에도 쓸모없지만 꼭 필요한 곳 * 집골목
밤하늘에 눈을 씻는 곳 * 펜션
즐거움을 준비하는 즐거움이 있는 곳 * 야영지
두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곳 * 엘리베이터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 * 외가
비결은 달라도 다섯 가지 공통점이 있는 곳 * 맛집
독립된 마음이 자라는 곳 * 다락방
‘덤’이라는 마음의 저울이 있는 곳 * 전통시장
가장 편안한 15분이 있는 곳 * 미용실과 이발소
백 년 동안 손님을 맞이해주는 곳 * 처가

3. 곡곡
수천 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 서점
슬픔의 무게를 함께 들어주는 곳 * 빈소
단돈 몇십 원으로 언어 예절을 배웠던 곳 * 공중전화 부스
"당신은 내가 당신인 줄도 모르고 끌고" 가는 곳 * 사무실
작은 차이에서 입맛이 달라지는 곳 * 본점과 분점
웃는 법을 가르쳐주는 곳 * 옥상
정형외과 대신 가는 곳 * 안마원
몇천 원짜리 기쁨이 기다리는 곳 * 상설의류 할인매장
오롯이 나 혼자 있는 유일한 곳 * 화장실
거울 속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곳 * 산책 공원

본문중에서

‘눈속말’이라는 낯선 낱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귀에 소곤대는 말이 귓속말이면, 자기 마음을 누군가와 눈으로 주고받는 말은 눈속말입니다. 눈속말은 눈으로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닙니다. 그래서 상대의 눈빛과 표정만으로 마음을 읽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상대가 사람이 아니라 종교의 형상인 경우엔 과학적으로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많은 종교인은 자신이 믿는 신의 형상을 바라보며 기도라는 형식으로 속말을 꺼내 기원합니다. 그 빎은 간절한 말입니다. 그 말을 초월적 존재가 들어주길 간절히 바라는 겁니다. 그러기에 소통 여부를 떠나 그런 눈속말은 숭고합니다.
(/ p.49)

최고의 사주팔자는 평범하고 무탈한 생활에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갈증에 잠깬 가수가 고등어를 바라보며 잠시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을 응시하는 안목과 태도에 사주팔자의 해석이 있지 않을까요? 동서고금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여러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 인류의 일생이 평화로웠던 때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우리가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라고 하는 말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닐 텝니다.
(/ p.23)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게 찾아오나 봅니다. 쿠바 음악을 전 세계에 알린 다큐멘터리 영화 [Buena Vista Social Club]의 멤버 중 최고령이었던(영화 제작 당시 92세) 꼼파이 세군도(Compay Segundo)는 그 다큐멘터리 영화로 일약 스타가 된 후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구나 꽃은 한번 핍니다. 그 꽃이 내게는 구십이 넘어서 피었을 뿐입니다."
(/ p.42)

선친의 차례에서 제가 몇 번 듣고서야 저는 고복수의 [짝사랑]이 선친의 애창곡임을 알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선친이 별세하신 지도 14년이 지났습니다. 지난가을, 저는 바깥 술자리를 마치고 한적한 밤길을 걸어 귀가하다가 저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 대목에서 눈물이 핑 돌며 목이 메었습니다. 당시 지금의 제 나이셨을 30여 년 전 아버지께서 바로 같은 대목에서 목이 메이시는지 더 이상 발성을 못하시던 오래전 그날 밤처럼 말입니다.
(/ p.79)

고향보다 더 그리운 곳도 있을까요? 있다면 그곳은 ‘외가’가 아닐까요? 우리가 출생하기까지의 고향은 어머니의 배 속이었고 갓난아이였을 땐 그 품속이었으니 우리의 첫 고향은 어머니일 것이고, 어머니의 고향은 ‘외가’이니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향의 뿌리인 ‘외가’는 그리움의 진앙지일 텝니다.
(/ pp.121~122)

늦은 아침밥을 먹고 빈둥대다가 선선한 황토방에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으면 뒷집 문식이네 라디오에서 귀에 익은 시그널 뮤직이 낮은 담장을 넘어 외가 뒷마당으로 건너왔습니다. 문식이네 아주머니께서 일부러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으신 겁니다. 살림하는 본인이 마당이나 부엌에서도 들을 수 있게끔 볼륨을 최대로 높인 것이었겠지만, 생각해보면 라디오 한 대만으로 앞뒷집에서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게 아닐까 합니다.
(/ p.128)

그러한 맛집의 또 다른 공통점은 그 위치가 외진 곳이어도 맛 자체에 이끌려 단골손님들이 기꺼이 찾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비유하자면 맛집은 벌 나비가 아니라 꽃입니다. 멀리서도 손님들이 맛집의 향기를 맡고 부단히 찾아오니 말입니다. 그때, 손님은 시간과 거리를 보상받습니다. 손님의 입과 마음에 살맛이 나기 때문입니다.
(/ p.134)

왜 작가가 되었냐는 질문에 ‘여러 인생을 살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한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유한한 인생의 여정 에서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책을 쓰거나 책을 읽는 일일 텝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끔 작가와 독자를 잇는 돌다리가 서점일 텝니다. 그러기에 서점은 세상만사가 빼곡히 모여 있는 또 다른 세계인 셈입니다. 그 세계에서 삶의 지평을 확장하는 일은 독서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자만의 몫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p.172)

그 시절에는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집전화를 받은 첫 수신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대면도 없이 인사를 나눌 일이 잦았기에 발신자와 수신자 간에는 사회적 예의를 주고받았습니다. 따라서 많은 공중전화 부스는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을 위한 인간관계의 교육장이 되었습니다. 특히 9시 뉴스가 진행 된 이후의 밤 시간에는 발신자의 예의는 더욱 깍듯해야 했습니다. 그 언어 예절의 교육비는 한 번에 몇십 원이었습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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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31종
판매수 597권

시인이자 산문가인 지은이는 문학을 전공했으며 오랫동안 출판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지은이가 편집한 책 중에는 『셰익스피어 전집』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한 권으로 출간된 그 방대한(1808쪽) 책은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운문으로 번역한 대작입니다. 꼬박 2년간 그 번역 원고를 고치고 편집하는 동안 지은이는 ‘국어’야말로 ‘번역’이라는 마차를 이끄는 말[馬]이자, 말[言語]을 부리는 마부라는 사실을 생생하게 경험했습니다. 한편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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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각영상디자인과를 다니며 틈틈이 그린 연필화가 졸업 즈음 지은이의 눈에 들어 교양 심리학 책 일러스트를 그리며 데뷔했다. 연필심의 질감이 그린이의 손을 타면 묘한 페이소스를 새겨낸다. 그림 속 인물들은 웃고 있어도 그 표정과 풍경은 선과 면을 다 채우지 않아 잔잔한 애수를 불러들인다. 지은이의 이야기를 좋아해 매 이야기마다 즐겁게 그렸다. 그린이가 쓰고 그린 책을 준비하고 있다. 그린이가 그린 책으로 <아파도 아프다 하지 못하면: 감정 마주하기 수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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