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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녀의 일기 : 제6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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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매우 이질적으로, 이단적으로 다가온다. 그쪽은 동시의 길이 아니라고, 아무도 가려고도 들여다보려고도 하지 않았던 곳에서 걸어 나온 이 기이한 이야기는 그러나, 그렇기에 사뭇 매력적이고 유독 새롭다.
_심사평(안도현, 유강희, 이안)

개미 떼를 따라가면
죽어 가는 풍뎅이가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절뚝절뚝 걸어가는 나비가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쫀득쫀득 말라 가는 지렁이가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입이 더러운 병이, 병 속에서 우는 파리들이 나와요.

개미 떼를 따라가면
눈도 없고 날개도 없는 까만 새가 나와요.

_「개미 떼를 따라가면」 전문

출판사 서평

| 동시의 클리셰를 벗어던진, 음습하고 기괴한 이야기
| 압도적 존재감으로 제6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 수상

매해 단단한 개성을 지닌 수상작을 내며 우리 동시의 위상을 다져 온 문학동네동시문학상이 6회 수상작을 출간했다. 『어이없는 놈』 『엄마의 법칙』 『나 쌀벌레야』 『넌 어느 지구에 사니?』 『나는 법』 등 문학동네동시문학상 수상 작품들은 기존의 동시 통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독자와 동시단에 활기를 더해 왔다.

6회 동시문학상에 응모된 122편의 작품 하나하나가 “우리 동시의 토대가 이전보다 훨씬 굳건해지고 다양해졌”음을 보여 주었지만, 유독 기이한 모습으로 돌출되어 도드라진 작품이 있었다. 아름답기보다는 그로테스크하고, 순하기보다는 공격적이며, 삶보다는 죽음과 더 가까운 곳에 선 듯한 이 작품은 “매우 이질적이고 이단적”임에도 분명히 ‘동시’라는 이름을 지녔다. 그 중심에는 틀림없이 동심이 자리하고 있으나 다만 “아직 우리 동시가 가 보지 않은 길에서” 걸어 나왔을 따름이다. 심사를 맡은 안도현, 유강희, 이안 시인은 이 파격의 작품을 제6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하였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 앞에는 '낯설어서 반가운' 한 권의 동시집 『착한 마녀의 일기』가 놓여 있다.

제일 거친 상상력과 기세를 보여 주었다. 마치 덜 다듬어진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을 수상작으로 결정한 것은 이 야생의 언어가 우리 동시의 빈 곳을 채워 주리라는 확신 때문이다. 야생마처럼 빠른 속도의 감각과 비유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의 고뇌를 통과한 자의 자유로운 발길질 같다. _안도현(시인)

기존 동시 문법이 보여 주지 못한 동심의 ‘맹랑성’에 주목한 점이 새롭고 놀랍다. 언어적 금기 위반에 바탕한 날렵하면서도 묵직한 유머와 오늘의 현실을 읽어 내는 알레고리가 단연 압권이다. 우리 동시의 새 지평을 여는 텍스트로서 벌써 눈부시다. _유강희(시인)

발견이라기보다 발명에 가까운 것, 억압되고 금기시되었던 말과 내면이 거침없이 표현되면서 만들어 낸 새로움이 담겨 있었다. 독특한 ‘아래’와 ‘변두리’의 자리에서, 잊히고 소멸해 가는 것을 비(非)동시, 또는 반(反)동시적 방식으로 기록한 작품들은 대부분 동시 또는 동심에 대한 위반 충동을 장착한 것이었다. 보송보송하기보다 기분 나쁘게 그늘지고 축축하며, 반짝이기보다 붉게 녹슬어 금세 주저앉을 것 같은 말과 시간과 장소와 사물에, 그러나 동시 독자로서 맨 처음 매료된 것은 큰 기쁨이었다. _이안(시인)

하느님, 나의 하느님은
나를 조용히 나무 아래로 불러
검은 넝쿨처럼 자라난 손가락
하나씩 하나씩
예쁘게 잘라 주며 말씀하셨네.

아이고, 나쁜 생각이 많이 자랐구나.
손가락은 내가 가져갈게.

그러나 여전히
왼손은 사나운 수탉, 오른손은 날렵한 사냥꾼.
손가락은 금세 자라나고, 더 길어지고, 더 구부러지고, 완전 검어졌네.

다시 어느 날
하느님, 나의 하느님은
나를 길 가장자리로 불러 말씀하셨네.

얘야, 바삭하게 말린 뱀과 애벌레팝콘, 원숭이알사탕, 박쥐쫀드기, 기린주스는 불량 식품이야.
먹으면 배가 아파요.
내가 가져갈게.

나는 시옷 자의 풀밭에 누워
기름처럼 둥둥 뜬 흰 구름을 보며
생각하고, 고민하고, 의심하고, 추리했네.

젠장, 나는 분명 삥 뜯기고 있는 거야.

_「착한 마녀의 일기」 전문

| 우리 동시가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은 그곳,
| ‘아래’와 ‘변두리’로부터 들려오는 착한 괴물들의 목소리

한 아이가 참매미 한 마리를 잡아 날개를 자르고, 사마귀 같은 더듬이를 떼어 내고, 몸통을 정성껏 다듬고 사포로 문지르기까지 하여 ‘참매미 보청기’를 완성한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할머니를 위해서다(「참매미 보청기」). 또 아이는 거리에 놓인 구두 속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는, 커다란 돌 하나를 구두 위에 올려놓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간다. ‘구두 귀뚜라미’가 도랑에 빠질까 걱정되어 한 행동이지만, 덕분에 귀뚜라미는 영원히 울지 않게 되었다(「구두 귀뚜라미」). 우리는 이 아이를 ‘나쁜 아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독자가 고민하는 사이, 정작 아이는 스스로가 “괴물”임을 선언하고 만다(「푸른 전봇대」). “아이고, 나쁜 생각이 많이 자랐구나.” 자상하게 말하며 서슴없이 손가락을 가져가 버리는 뻔뻔한 하느님들이 아이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착한 마녀의 일기」).

‘착한 아이’라는 이름으로 재단된 반듯한 틀 밖으로 비어져 나온 아이들은 곧바로 나쁘다고 단정되거나, 아예 없는 존재인 양 외면당해 왔다. 다른 생명을 죽이고 거친 말을 쓰는 아이가 ‘마땅히 해야 할 반성’조차 하지 않는 모습으로 동시에 등장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송현섭 시인의 동시에는 이제까지 편집되어 온 아이의 모습이, 그리고 뻔뻔하고 추악하여 진정한 ‘괴물’이라 할 만한 세상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송현섭 동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작고 작은 존재만을 노리며 태연히 거짓말하는 포식자의 모습은 실은 무척 익숙한 것인데도 동시에서 만나기에 낯설다. 이러한 새로움의 진정한 의의는 이제껏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우리 동시의 ‘빈 곳’을 비로소 인지하게 한다는 데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언제나 아름답고 따뜻한 곳은 아님에도 언제나 따뜻하기만 했던 동시에 깃든 기묘한 괴리감, 그 이질성을 아이러니하게도 “매우 이질적”인 동시가 자각시켜 주는 것이다.

송현섭 시인은 동시 바깥의 구석에 내몰렸던 현실의 아이들을 동시의 중심에 세움으로써, 누구도 귀담아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목소리 또한 우리에게 들려준다. 자신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이 세상을 무서워하고, 그 무서운 마음에 보고 배운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며 세 보이려 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좁은 의미의 ‘동심’만을 그려 왔는지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기존 동심의 전형을 무시한 채 모든 아이들의 목소리를 차별 없이 담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어린 존재들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송현섭 시인만의 동심이라 할 것이다. 이 세계에서 작은 괴물들이 실은 “삥 뜯기고” 있었음이 명백해지는 순간, 대상을 가려 가며 붙었던 ‘착한’이라는 수식어는 비로소 다른 단어에도 가 붙을 수 있다. “착한 마녀”라는 낯선 단어의 조합이 탄생하는 순간이다(「착한 마녀의 일기」).

스승님, 도대체 동심이 뭐죠?
동심은 눈높이지. 넌 몸을 낮추고 아이들과 눈을 맞춰야 돼.
꼭 학습지처럼 말씀하시는군요.
(…)
동심이나 순수함이란 관찰의 대상이 아니에요.
아이들은 너무 바빠서 순수할 겨를도 없어요.
더구나 아이들은 유충의 단계가 아니라 이미 완전체라고요.
아마도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면 고가 사다리가 필요할걸요.
알고 보면 아이들은 어마어마한 거인이거든요.

_송현섭, 수상 소감 중에서

| “꼬꼬들에게 감사를, 열두 마리 길냥이들에게 부스러기 감사를 표합니다.”
| 범상치 않은 시인의 탄생 - 동시 동네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송현섭 시인은 199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1992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근 이십 년째 치킨집을 운영하는 중이다. 물론 그는 시를, 아니 동시를 꾸준히 써 왔다. “나는 동시를 쓰기 시작했다. 왜 그랬냐고 물으면, 달리 할 말은 없다. 그냥 그때 울리기로 한 알람이 울렸을 뿐이니까.”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저 정해진 수순을 밟듯 동시를 쓰며 시심을 벼려 왔고 그러다 어느 날, 때가 되었다는 듯 제6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어 불과 6개월 만에 동시로서는 처음으로 제23회 창비 ‘좋은어린이책’ 창작 부문에 선정되어 두 번째 동시집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오랜 기간 다부지게 다져진 내공은 탄탄한 동시뿐 아니라 범상치 않은 수상 소감에서도 드러난다. “그 많은 닭들은 나를 폭삭 늙게는 했지만 그나마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었고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준바, 이 기쁨을 꼬꼬들에게 바친다.” 그러고는 소감 말미에서 “나머지 감사의 부스러기들”을 열두 마리 길냥이들과 나누었다. 매번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며, 매번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유머를 곁들이는 것. 이것을 송현섭 시인이 새로이 발명해 낸 따뜻함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그의 글은 언제나, 일견 서늘해 보일지언정 파고들면 따뜻함에 훨씬 더 가깝기 때문이다.

|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세계의 이면을 응시해 온 화가 소윤경의 절묘한 쉼표

『호텔 파라다이스』 『콤비 Combi』 『레스토랑 Sal』 등의 그림책을 펴내며 잘 드러나지 않는 세계의 이면을 주목해 온 화가 소윤경이 『착한 마녀의 일기』 그림을 맡았다. 『거짓말 학교』 『난 쥐다』 등 다양한 동화에 그림을 그리고, 2018 광주 비엔날레 작가로 선정되어 『콤비 Combi』를 전시하는 등 회화와 일러스트의 경계를 오가며 왕성히 활동해 온 소윤경 화가다. 이번에는 과감하고 그로테스크한 송현섭 시인의 작품에 결을 맞추어 색과 구도가 대담한 그림을 그렸다. 시원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그림들은 산문시가 많은 송현섭 동시 사이사이에서 절묘한 타이밍에 쉼표가 되어 준다.

[심사평]

가장 문학적인 동시는 내용과 의식이 가장 파격적일 때 생산된다. 야생마처럼 빠른 속도의 감각과 비유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생의 고뇌를 통과한 자의 자유로운 발길질 같다. _안도현(시인)

기존 동시 문법이 보여 주지 못한 동심의 ‘맹랑성’에 주목한 점이 새롭고 놀랍다. 이 ‘맹랑성’은 우리 동시가 미처 가지지 못한 동심 언어의 새 공기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_유강희(시인)

여태껏 읽어 보지 못한, 매우 이질적인 동시였다. 발견이라기보다 발명에 가까운 것, 억압되고 금기시되었던 말과 내면이 거침없이 표현되면서 만들어 낸 새로움이 담겨 있었다. _이안(시인)

목차

1부 젠장, 나는 삥 뜯기고 있는 거야
푸른 전봇대 | 구두 귀뚜라미 | 덩굴장미 울타리 | 나무 위 고양이 |
착한 마녀의 일기 | 참매미 보청기 | 바느질 자국 | 동생의 복수를 위해 |
용왕님께 | 딸기 | 잔머리 굴리지 말기 | 고양이와 나

2부 부탁이야, 꺼져 줘
개미 떼를 따라가면 | 엄마 아빠 놀이 | 버드나무 | 잠꾸러기 고양이 |
암탉의 유언 | 부엉이 | 아기 고래 | 목격자 | 자전거 도둑들 | 크리스마스 | 일기예보

3부 무셔, 무셔, 무셔
괜찮아 | 뱀에게 | 비밀이, 풀풀 | 오솔길의 나무들이 | 할머니의 기억 상자 |
북을 두드리는 여덟 개의 발 | 우리 마을에 내리는 눈은 | 토란잎 | 회전목마 | 잠자리 | 섬

4부 토끼는 풀을 지우고, 할아버지는 토끼를 지우고
평화를 위해 | 토끼는 풀을 지우고, 외할아버지는 토끼를 지우고 | 옥수수밭 |
조개 씨에게 | 꼬마 톰슨가젤의 수업 시간 | 감나무 아래 |
옥상의 날개들 | 장마가 길어지면 | 초록 벌레 | 얼음꽃

해설_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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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송현섭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7

저자 송현섭은 1967년 군산 옥구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고 1992년 <문학사상>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매우 이질적이고 이단적인 동시'라는 평을 받으며 2018년 제6회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소윤경 [그림]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파리국립8대학에서 조형 예술을 전공하고, 회화 작가로 여러 차례의 개인전과 전시에 참가했습니다. 그림책 『내가 기르던 떡붕이』, 『레스토랑 sal』, 『콤비 combi』, 『호텔 파라다이스』, 에세이 『호두나무 작업실』을 쓰고 그렸고, 「귀신 감독 탁풍운」 시리즈, 「구스범스」 시리즈, 『우주로 가는 계단』, 『거짓말 학교』, 『벌거벗은 임금님』, 『착한 마녀의 일기』, 『아기도깨비와 오토 제국』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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