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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혹은 살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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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AI시대에 안티테크놀로지를 지향하는 전무후무한 반전 캐릭터
심각한 사건도 유쾌하게 해결하는 예리한 눈을 가진 사내
매사 유머러스하지만 공황장애와 더불어 사는 시니컬한 남자
그는 과연 탐정인가 아니면 연쇄 살인범인가!

[줄거리]

대학 교수이자 유명한 극작가 우청. 그는 자신이 극본을 쓴 연극의 뒤풀이 자리에서 끔찍한 주사를 부리고 만다. 결국 자괴감에 빠져 대학 강단과 연극계까지 떠나 허름한 뒷골목에서 사설탐정으로 변신, 은둔 생활을 시작한다. 타이완 최고(?) 사설탐정이라고 자부하지만, 현실은 남의 불륜이나 캐고 다니는 신세.
첫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어느 날, 이 오래되고 조용한 동네에 타이완 최초의 계획적인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특별한 공통점이나 목격자도 없고 믿을 건 오로지 CCTV뿐. 경찰은 살해 현장과 피해자 주변을 담은 CCTV를 분석하고 그중 두 명의 피해자와 공통적으로 함께 찍힌 용의자를 찾아낸다. 경찰서로 불려간 우청은 눈앞에 놓인 CCTV 화면 속 용의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친다. ‘아니, 내가 왜 저기에 있지?’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에서 하루아침에 용의자가 된 우청. 그는 과연 억울한 피해자인가 아니면 용의주도하고 치밀한 살인자인가?

출판사 서평

“흥신소가 제공하지 않는 서비스 중 그쪽에서 해주시는 게 있나요?” 사설탐정 간판을 내걸고 처음 찾아온 의뢰인의 미심쩍은 물음에 “흥신소가 제공하는 것들을 저는 해드리지 못합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완전 생초짜 탐정 우청. 그는 전 세계가 AI 시대로 돌입하는 시점에 도청기, 사진 촬영, 비디오 촬영, GPS 추적, 심지어 녹음기도 사용하지 않고, 정보원 하나 없이 혼자 뛰는 1인 사업자다. 차도 없고 탈 줄 아는 것은 오직 자전거뿐, 용의자를 미행할 때는 택시 기사를 직원처럼 이용하는 과감성도 겸비했다. 믿을 것이라고는 오직 두 눈과 귀, 튼튼한 다리. 최첨단 장비 대신 늘 지니고 다니는 것은 배낭 속에 넣은 노트와 휴대전화, 손전등뿐이다.

셜록 홈즈 같은 전문 지식과 추리력도 딱히 없고, 맥가이버처럼 물리, 화학, 기계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니다. 제임스 본드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마티니를 마시며 폼을 잡는 대신 동네 카페에 앉아 설탕 탄 홍차를 홀짝이고, 명함을 이쑤시개로 탕진하는 사내. 몸싸움도 젬병이다. 믿을 거라고는 타고난 신경질로 갈고닦은 예민함 덕분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줄 아는 ‘비밀스러운 눈’(사설탐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private eye’에 ‘s’만 더하면 ‘비밀스러운 눈’이 된다)과 타고난 도박꾼 기질로 길들여진 직감과 베팅력. 그럼에도 처음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했으니 사건 해결률 하나는 100퍼센트다!

집 근처에서 연이어 일어난 살인 사건, “아니, 근데 왜 내가 저기 있지?”
CCTV에 찍힌 범인의 모습은 바로 사설탐정 우청

우청이 첫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류장리 그의 집 인근에서 23일 동안 3명의 노인이 살해된다. 특별한 공통점이나 목격자도 없다. 유일하게 범인을 지켜보는 것은 CCTV. 경찰은 곧바로 살해 현장 세 곳 주위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하고, 그중 두 명의 피해자와 공통적으로 함께 찍힌 용의자를 찾아낸다. 경찰서로 불려간 우청은 눈앞에 놓인 CCTV 화면 속 용의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외친다. ‘아니, 내가 왜 저기에 있지?’ 범인의 흉기에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 깨어난 간병인도 우청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살해 도구로 의심되는 손전등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든 증거가 우청을 가리키고 있다. 과연 우청은 억울하게 누명을 쓴 피해자일까, 아니면 고도로 지능적인 연쇄 살인범일까.

억울한 피해자 VS 지능적인 연쇄 살인범
살인 현장을 선으로 잇자 점차 하나의 도형이 떠오르는데……

오십여 가구가 모여 사는 골목, 낮에도 어두컴컴하고 밤이면 더욱 음산한 공동묘지 같은 조용한 동네, 한때는 장의사들이 모여들면서 죽은 사람들이나 찾아오곤 했던 곳, 대도시에서 조용히 숨어살기에 더없이 좋은 오래된 골목에 새로 둥지를 튼 지 한 달여 만에 우청은 유례없는 연쇄 살인 사건의 주인공으로 일약 유명인이 되어 텔레비전에 등장한다. TV 프로그램은 용의자로 지목된 우청의 신상 털기에 나서고 과거의 행동 하나하나가 낱낱이 까발려짐과 동시에 살인자의 징후와 연결되는데…….
수사 당국은 타이베이 지도를 펼치고 살해 현장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한다.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그 지점을 표시하고 선으로 이어나가자 하나의 도형이 떠오르고, 도형의 의미를 짐작한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한다. 또 다른 살인이 이미 예정되어 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예리한 풍자,
독특한 인물 묘사가 돋보이는 블랙 코미디 미스터리

극작가이자 대학 교수인 우청은 어릴 때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을 앓다가 성인이 되어 공황장애와 더불어 살아가는 시니컬한 인물이다. 냉소적이면서도 자의식이 강한 나머지 천상천하유아독존처럼 시국을 원망하고, 학계를 얕보고, 연극계를 무시하며, 타인에 대한 독설과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성격은 소설에서 타이완의 엘리트층과 서민들을 바라보는 시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청의 눈을 통해 묘사되는 오래되고 복잡하며 분주한 타이베이의 일상은 살인이라는 무거운 주제와 묘하게 대조를 이룬다.
이 책을 빛내는 것은 여느 추리소설에서 등장한 적이 없는 독보적인 주인공의 캐릭터에 있다. 비판적 시각을 유쾌한 풍자로 풀어내는 작가의 필력은 이러한 주인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냉소적이고 매사 심드렁한 주인공이 살인 사건에 얽히면서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조금 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는 과정도 흥미롭다. 시종일관 유머와 풍자로 사건을 전개해 나가면서도 타이완 사람들의 정체성과 사회 분위기를 노련하게 풀어냄으로써 시대정신 또한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 주인공 우청 캐릭터

- 극작가이자 전직 대학 연극과 교수
- 술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독설을 퍼부은 다음 한마디로 쪽팔리고 스스로 한심해서 사표를 던지고 타이베이의 오래된 뒷골목에 월세를 얻어 사설탐정 사무소를 차림
- 디지털 시대에 과감하게 안티테크놀로지를 내세우는 초짜 탐정
- 전문 지식도 경력도 없지만 자신감은 타이완 최고
- 수사 내공을 쌓기 위해 매일 추리소설과 신문 사회면 정독 중
- 가끔 택시 기사를 이용하는 1인 사업자

▶ 서평

★★★★★ 연쇄 살인자의 본성에 대한 탐구와 미스터리 장르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인 동시에 무엇보다도 현대인의 불안과 욕망, 광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 「컬처트립」
★★★★★ 페이지를 자꾸만 넘기게 만드는 책. 시리즈로 나왔으면 좋겠다. - 터키 독자
★★★★★ 서스펜스의 구조를 띠고 있지만 사회 비판, 뉴스 리얼리즘, 현대인에 대한 조소와 깊은 이해, 당대 예술계의 적나라한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 뤄즈청(羅智成, 타이완 작가)

목차

사표
미행
절연체
결벽증
비밀스럽게 피는 꽃
격랑의 한복판에서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파도가 되었던 우리의 사흘
연쇄 살인과 줄 서는 문화
하루하루가 아슬아슬
현미경 아래 발가벗은 신세
하루에 두 번이나 먹은 족발 국수
경찰서, 집, 경찰서
미처 못 봤던 나무 한 그루
자칭 불교 신자의 아름다운 신세계
두 손에 장을 지지게 된 왕 팀장
지옥은 분노가 만들어 낸 개념
내일 목마르지 않으려고 오늘도 한잔

본문중에서

대학에 사표를 냈다. 무미건조하게 이어 온 결혼 생활도 끝냈다. 분양 받은 아파트도 팔았고, 이름깨나 날리던 연극 판도 떠났다. 틈만 나면 모여서 부어라 마셔라 했던 형님들, 아름다운 여인들과도 모두 관계를 끊었다.(술이 생각나고 포커를 치고 싶어도 다시는 나를 찾지 말길!) 몇 년은 그럭저럭 살 수 있는 돈을 마련한 다음 어두컴컴한 신하이 터널을 지나 새똥이 누덕누덕 덧입혀진 공동묘지 같은 이곳 워룽제에 새로 둥지를 틀고 사설탐정이 됐다.
(9쪽)


“흥신소는 조직적인 회사입니다. 하지만 저는 보따리장수에 불과하죠. 잘나가는 흥신소는 경찰과 정재계에 정보원들을 심어놓고 뇌물도 주고 건당 얼마씩 수고비도 줘가며 정식 루트를 통해 정보를 얻지만 저는 1인 사업자라서 정보원도 없습니다. 흥신소는 도청기, 사진 촬영, 비디오 촬영, GPS 추적 같은 최신 과학기술을 이용합니다. 냉전시대 때 활동한 스파이들이 봤으면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날걸, 하고 한탄했을 기계들이죠. 하지만 저는 안티 테크놀로지입니다. 녹음기도 사용하지 않죠. 오직 두 눈과 귀, 제 튼튼한 다리만 믿습니다.”
(27쪽)


“그럼 미행할 때 드는 택시비도 사모님이 부담하셔야 합니다.”
“음…… 그럴게요……. 차가 없으세요?”
“없습니다.”
“오토바이는요?”
“탈 줄 몰라요. 탈 줄 아는 건 저것뿐이에요.”
나는 한쪽에 세워둔 자전거를 가리켰다.
이미 의자에서 엉덩이를 반쯤 뗀 린 부인은 다시 앉아야 하나 일어나야 하나 망설이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그녀의 속마음이 대충 짐작되었다.
‘맙소사. 내가 차도 없는 사설탐정을 고용했다니.’
(34쪽)


타이완의 흉악범들은 대부분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혀를 찰 정도로 바보 같으며, 돈, 감정, 원한의 3종 세트를 벗어나지 않는 범행 동기로 살인을 저지른다. 타이완에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르는 것 외에 미해결 사건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38쪽)

나는 린 부인의 사건에 대해 몇 가지 전략을 기록하고 나서 노트를 접고 신문을 읽으며 수사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사설탐정이 된 뒤로 저녁마다 신문 사회면에 실린 살인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읽는 것이 필수 과제가 됐다.
지금까지 타이완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모두 해결되었고, 사건의 전말은 대부분 나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발생한 살인 사건 하나가 내 호기심을 끌었다.
내가 사는 집에서 20분 거리에서 일어난 사건인데, 어떤 남자가 집에서 죽은 지 이틀 만에 가족에게 발견되었다.
(39쪽)

직감을 믿는다는 것은 사설탐정으로서 자격이 충분하지 않고 능력이 보잘것없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나는 전문적인 소양도 없고, 빈틈없는 추리력도 없고, 물리, 화학, 기계에 대한 지식도 중학교 수준에서 멈췄다. 무기, 몸싸움, 격파에 대해서는 아예 젬병이다.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구석은 복인지 재앙인지 모를 타고난 신경질뿐이다. 열아홉 살 때 병이 생긴 뒤로 신경질이 더 심해졌고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을 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눈’은 더 예민해졌다. 그러고 보니 사설탐정을 뜻하는 영어 단어 ‘private eye’에 ‘s’만 더하면 ‘비밀스러운 눈’이 된다.
(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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