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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불 : 체사레 파베세 장편소설

원제 : La luna e i falo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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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파베세가 남긴 마지막 소설!
“상징적인 기호와 자전적인 모티프,
절대적인 언어를 사용한
파베세의 가장 밀도 높은 작품.”- 이탈로 칼비노


전후 이탈리아 문학에 네오리얼리즘의 열풍을 몰고 온
파베세의 대표작 국내 초역


이차대전 종전 후 이탈리아 문학계에 큰 자취를 남긴 체사레 파베세가 생전에 발표했던 마지막 소설 [달과 불]이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피곤한 노동](시 전집 01)과 [냉담의 시](시 전집 02)로 파베세의 시 세계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한 데 이어, 이번에 펴낸 [달과 불](파베세 선집 03)에서는 시인으로서의 한 시절과 작별을 고한 후 그가 어떻게 소설에 몰두했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시인에서 소설가로 변신에 성공한 파베세가 삶을 마감하기 직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완성한 이 작품은 가장 파베세다운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오늘날까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신사실주의)의 열풍을 확산시킨 걸작으로 평가되면서 많은 이들로부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사생아이자 미국에서 자수성가한 주인공 안귈라는 사업차 방문한 제노바에 머물면서 이십 년 전에 떠난 고향, 여름 축제가 열리는 산토스테파노벨보를 찾는다. 모든 것이 변했지만 또 이상하리만치 모든 것이 그대로인 그곳. 클라리넷을 부는 친구 누토가 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간직한 가미넬라 언덕의 옛집이 있고, 거기에 사는 불쌍한 절름발이 소년 친토가 있는 곳.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끝없이 이어지는 란게 언덕들, 포도밭의 풍경들, 그리고 풀과 나무, 들판에 생기를 불어넣던 하늘의 달, 해마다 생명의 약속처럼 다시 지펴지던 언덕 위의 불들. 그러나 주인공 안귈라가 그토록 그리던 달과 불의 추억은 하나씩 부서진다. 조금씩 밝혀지는 모라 농장의 최후와 광기에 불타 없어지는 오두막집, 이차대전 무렵 북이탈리아 피에몬테의 거친 현실이 신화처럼 펼쳐진다. 이 신화적 전망 속에서 기억은 비극적 현실이라는 새로운 육체를 얻는다.

출판사 서평

저 달은 우리가 사는 땅에 피를 돌게 하고
또다시 살기 위해 우리는 언덕 위에서 불을 지른다!


[달과 불La luna e i falo]은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1908~1950)가 남긴 마지막 소설이자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파베세는 1949년 9월 18일에서 11월 9일 사이에 집필하여 1950년 4월에 이 작품을 출간했다. 그리고 이 소설 출간 두 달 뒤인 6월에 그 전해 발표했던 소설 [아름다운 여름]으로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수상함으로써 많은 이들에게 인정받는 작가로서 우뚝 서게 된다. 하지만 두 달 뒤 싱그러운 여름날에, 파베세는 돌연 세상을 등져 그를 사랑하는 이들을 커다란 충격에 빠트렸다.

파베세의 [달과 불]은 작가 자신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담긴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산토스테파노벨보’라는 공간이 파베세 자신의 고향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파베세는 이 소설에서 고향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고향이란 아무리 아픔을 주어도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힘을 되살려주는 곳이자, 뿌리 뽑힘을 경험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위안처가 되고 지향점이 되는 곳이다. 다음으로 [달과 불]의 주인공 ‘안귈라’와 그의 절친한 벗 ‘누토’의 관계를 들 수 있다. 파베세가 산토스테파노벨보에 살던 시절의 절친한 벗이었던 피놀로 스칼리오니(1900~1990)를 모델로 하여 주인공의 친구 누토를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 또한 자전적이다. 이 소설에서 누토는 주인공이 부재했던 기간에 고향을 지킨 인물로 그려지며, 그가 주인공에게 들려주는 이차대전이라는 혼란기에 고향마을에서 일어난 갖가지 일화들은 이 소설의 전개에 지렛대 역할을 한다. 누토의 이야기를 거쳐서 주인공은 과거로 들어갔다가 현재로 나오기를 반복하고, 그럼으로써 이야기는 차츰 극점을 향해 뻗어간다. 끝으로 주인공 안귈라가 사생아라는 제약을 탈피하고 부유한 사람으로 거듭나게 되는 미국이라는 공간도, 토리노대학에서 월트 휘트먼을 연구하여 논문을 쓰고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했던 미국문학 전공자이자 번역가였던 파베세의 특징을 보여준다. 소설에서 미국이란 나라는 주인공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 기회의 땅인 동시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향의 정감이 사라진 비정한 땅으로 그려진다. 주인공이 지닌 유년기의 꿈이 고향 탈출이었다면 장년기의 꿈은 황량한 사막 탈출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안귈라의 특징인 아버지 없이 자란 사람과도 연결된다. 소설 속에서 어린 시절에 안귈라를 양육해준 ‘파드리노’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하지만 이 파드리노는 대부(代父)나 교부(敎父)를 뜻하는 보통명사이지 특정한 이름이 아니다. 그럼에도 파베세는 이를 고유명처럼 대문자로 사용한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파베세의 개인적 체험이 투명돼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듯 주인공은 끊임없이 새로운 땅, 현실의 부조리를 해소할 이상향을 찾는다.

32장으로 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에서 주목할 대목들이 있다. 부모가 누군지 모르는 주인공 안귈라는 가난한 농가에 입양되어 어린 시절을 보내다 십대가 됐을 무렵 인근의 부유한 모라 농장에 맡겨져 하인 생활을 한다. 이런 안귈라의 꿈은 자신을 묶어둔 밑바닥 환경(고향)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는 마침내 농장을 도망쳐 미국으로 이주해 온갖 고생 끝에 성공하여 나름대로 돈을 벌고, 그리움을 달래기 위해 고향을 방문한다. 이 소설은 이십 년 만에 고향을 찾은 주인공이 겪는 보름 동안의 일을 다루고 있다. 때마침 열린 여름 축제 기간에 안젤로 여관에 머물면서 고향의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그가 떠나 있던 시기에 고향에서 벌어진 갖가지 사건들에 관해 듣게 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 ‘친토’라는 어린아이다. 주인공이 기대 없이 찾은 가미넬라 언덕의 옛집에 사는 이 절름발이 소년은 주인공의 유년을 거울처럼 비추는 존재다. 아무 희망 없이 속박된 소년의 모습에서 주인공이 희구하는 희망의 정체가 윤곽을 드러낸다. 또 이와 나란히 축을 이루는 것이 모라 농장의 세 딸 이야기다. 선망의 대상이면서 자신과 다른 계층인, 쉬 다가갈 수 없는 지체 높은 신분의 아가씨들. 마지막에서야 이들의 쓰디쓴 인생사가 밝혀지면서, 이차대전 말기 북이탈리아의 복잡다단한 비극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몰락의 한복판에서 단말마처럼 발악하는 파시스트들의 이탈리아사회공화국(일명 살로 공화국)과 전후에 처절히 배제되는 빨치산들 간의 대결은,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는 개인의 운명과, 무정한 역사의 수레바퀴를 깨닫게 해준다.

[해외 언론 리뷰]
파베세에게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를 사로잡고 도처에서 시적으로 스며든다.
뉴욕타임스 북리뷰

이차대전 말기의 이탈리아를 “순환하는 동시대의 역사”로 그린 소설.
네오리얼리즘 작가들 가운데서도 파베세는 도드라지는 뛰어난 솜씨를 지녔다.
더 뉴욕 리뷰 오브 북스

한마디로 창조적이고도 거대한 침울함.
토리노 주변 언덕들에서 펼쳐지는 빨치산 투쟁을 그린 걸작이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목차

달과 불 ___________________ 009쪽
옮긴이의 말 __________________ 213쪽

본문중에서

알바 성당 계단에 나를 버린 아가씨는 어쩌면 시골 출신이 아니라 어느 저택 주인의 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몬티첼로, 네이베, 크라반차나의 가난한 여자 둘이 포도 따는 광주리에 나를 담아왔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육체로 만들어졌는지 그 누가 말해줄 수 있을까? 나는 충분히 세상을 떠돌았기 때문에 모든 육신이 훌륭하고 동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피곤을 느끼며 자신의 육신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또 진부한 계절의 순환 이상으로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뿌리를 내려 땅과 고향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p. 9)

그러다가 나는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만이 병원의 사생아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학교 등굣길에서 아이들이 나를 사생아라고 놀려대도 그것이 가령 겁쟁이나 뜨내기나 다를 바 없는 별명이라 생각하고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꾸를 했었다. 다 큰 소년이 되어 면사무소에서 더는 양육비를 지불하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내가 비르질리아와 파드리노 두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가미넬라에서 나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부누이들처럼 개암나무 밑이나 우리집 암염소의 귀에서 솟아나지 않았다는 뜻이란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p. 11)

처음 며칠이 지나 축제와 축구대회가 끝나자 안젤로 여관은 조용해졌고, 파리들이 붕붕대는 창가에서 텅 빈 광장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실 때면 내가 면사무소 발코니에서 마을을 굽어보는 면장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집에서 멀리 떠나 열심히 일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성공한다는 것-성공이라 함은 그렇게 멀리 떠나고, 그렇게 부자가 되고, 크고 건장해지고 자유로워져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뜻했다.
(/p. 52)

그런데 이번에는 입술을 쭈뼛대며 묵묵히 있더니만, 내가 그루터기들에 놓는 불 이야기를 꺼내자 그제야 고개를 들더니,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당연하지,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일이지. 땅을 깨어나게 만드니까.”
“하지만 누토, 그런 것은 친토도 믿지 않아.”
누토는 말했다. 그 이유가 무언지는 모른다고, 수액이 깨어나게 만드는 것이 열인지, 아니면 불꽃인지. 어찌 됐든 간에, 가장자리에서 불을 놓아서 태운 경작지가 더 싱싱하고 단물 많은 수확을 내는 것은 사실이라고.
“새로운 이야기로군. 그렇다면 너, 달도 믿어?”
누토는 말했다. “당연하지, 믿을 수밖에. 보름달이 떴을 때 소나무를 잘라봐, 벌레들이 다 먹어버릴걸. 나무통은 초승달이 됐을 때 씻어야 해. 심지어 접붙이기도 초승달 무렵에 하지 않으면 잘 붙지를 않는 거라고.”
(/p. 62)

그리고 기차가 왔다. 처음에는 한 마리 말, 자갈길 위로 마차를 끄는 말 같았는데 어느 순간 전조등이 보였다. 나는 그것이 자동차이거나 멕시코 사람들의 마차이길 바랐다. 곧 들판이 온통 시끄러운 굉음으로 가득차고 불꽃이 튀었다. 뱀과 전갈들은 이런 광경을 보고 뭐라 할까? 도로 위에 선 나를 향해 돌진하는 기차는 좁은 창문의 불빛으로, 내 트럭과 선인장, 깜짝 놀라 줄행랑치는 작은 짐승 하나를 비추더니, 덜컹거리며 대기를 빨아들이곤 내 뺨을 후려치며 지나갔다. 그렇게 기다렸는데 다시 어둠이 내려앉고 모래가 휘날렸고, 도대체 이 자들은 사막에서조차 날 평온히 놔두질 않는구나 싶었다. 감옥에 갇히지 않으려 내일 당장 도망쳐 숨어야 할 때도 기차가 돌진하듯 벌써 경찰의 손이 덮쳐오는 걸 느낄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미국이었다.
(/p. 75)

나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자들을 만났다. 금발이든 갈색 머리든 간에 여자들을 찾았고 많은 돈을 썼다. 더이상 젊지 않은 지금, 여자들이 나를 찾지만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나는 마테오 씨의 딸들이 가장 아름다운 여자들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다 큰 산티나는 본 적이 없으니 어떨지 모르지만. 마테오 씨의 딸들이 지닌 아름다움은 달리아나 스페인 장미처럼 정원의 과일나무 밑에서 자라는 꽃들의 아름다움이었다. 또한 그녀들의 재주가 뛰어나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녀들은 피아노, 소설, 차, 양산을 가지고도 나름의 삶을 만들지 못했고, 진정한 부인이 되지도 남자와 집을 지배하지도 못했다. 오히려 이 계곡에 사는 많은 시골 여자들이 더 멋지게 자신을 드러내며 지배할 줄 알았다. 이레네와 실비아는 시골 여자도 아니었지만 진정한 숙녀도 아니었다. 그들은 불쌍하게 죽을 만큼 불쌍하게 살았다.
(/p. 141)

그 모든 것에서, 모라 농장에서, 우리의 삶에서 지금 무엇이 남아 있는가? 여러 해 동안 저녁 바람결에 실려 오던 라임나무 향기만으로도 나는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고, 그와 동시에 진정한 나 자신을 느꼈는데, 왜 그런지 그 이유조차 알 수 없었다. 내가 언제나 생각하는 것은, 그 계곡에, 또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그때 우리에게 일어났던 일들이 바로 지금도 계속 일어나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또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p. 165)

저기 먼지 속에서, 누가 큰길을 달려오는, 꼭 개가 내달리는 것 같은 모습이 보였다. 한 소년이 절룩이며 우리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친토임을 식별했을 때, 그는 벌써 우리 앞에 당도해 나의 다리께로 몸을 던지며 개처럼 웅얼거렸다.
“무슨 일이야?”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았다. 아버지가 집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너희 아버지가? 뭘 어쨌다고?” 누토가 물었다.
“집에 불을 질렀어요.” 친토가 되풀이해 말했다. “날 죽이려 했어요…… 목을 맸어요…… 불을 질렀어요……”
“등잔을 엎었다는 거야.” 내가 말했다.
“아니, 아니요.” 친토는 외쳤다.
(/p. 169)

나는 아직도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울타리 난간에 앉아서, 그 많은 죽은 사람들 중에서도 마테오 씨의 딸들만큼은 머릿속에서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실비아는 그렇다고 치고. 집에서 죽었으니까. 하지만 이레네는 그 뜨내기랑 어떻게 됐을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서는…… 그리고 산티나, 그 산티나는 또 어떻게 죽었을는지 누가 알겠어……”
(/p. 200)

우리는 보잘것없는 포도밭을 가로질러갔고 그곳의 단단한 둥치에는 산 모양의 조그마한 노란색 꽃과 양치식물이 가득차 있었다-그 꽃들을 씹어 껍질이 터진 포도나무 줄기에 붙여 막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언덕은 계속 오르막이었다. 우리는 여러 농가를 지나 이제 탁 트인 곳에 이르렀다.
“너한테 할 얘기가 있어.” 갑자기 누토가 눈을 깔고 말을 이었다.
“나 산티나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 거기에 있었어.”
(/p. 202)

그러다가 1943년 여름과 더불어 산티나의 호시절도 끝이 났다. 누토는 소식을 듣고 또 전하기 위해 늘 카넬리에 갔지만 더이상 커튼 쪽으로는 눈을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산티나가 무리의 우두머리와 알레산드리아로 도주했다고 했다.
9월이 되자 독일과의 전쟁이 다시 기승을 부렸다-민병대원들은 굶주린 채 변장을 하고 맨발로 집에 숨어들었고, 파시스트들은 밤새 총질을 했다. 모두들 수군거렸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공화국이 시작되었다. 어느 날 누토는 산티나가 카넬리에서 돌아와 파시스트들의 본부에서 일을 다시 시작했고, 술에 취해 검은 여단 대원과 잠자리를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p. 203)

산티나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파악하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던 누토는, 마침내 지금은 이쪽인지 저쪽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자신은 결정을 했다고, 자신은 탈주자들과 애국자들, 공산주의자들 편에 섰다고 말했다. 자신들을 위해 사령부에서 첩자 노릇을 해달라고 그녀에게 부탁을 해야 했지만, 누토는 감히 그렇게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특히 여자를, 그것도 산티나를 그렇게 위험한 일에 개입시킨다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정작 그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산티나 자신이었고, 그녀는 누토에게 군의 움직임과 사령부의 명령, 파시스트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었다.
(/pp. 205~206)

두 달 뒤인 5월 말, 산티나는 카넬리에서 떠났다. 그들이 눈치를 채고 잡으러 왔기 때문이었다. 독일군 순찰대가 들이닥쳐 그녀 집을 수색했다고 영화관 주인이 말해주었다. 카넬리에서는 그 이야기뿐이었다. 산티나는 언덕 위로 달아나 빨치산 대열에 합류했다. 누토는 밤중에 들러 임무를 전하는 동지들한테서 간간이 소식을 들었는데, 그녀는 무장을 하고 다니며 모두로부터 존중받고 있다고 했다. 나이든 어머니, 빌어먹을 집만 아니라면, 누토 역시 그 무리 속에서 산티나를 도왔을 것이다.
(/p. 207)

저자소개

체사레 파베세(Cesare Paves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08~1950
출생지 이탈리아 산토 스테파노 벨보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에서 움베르토 에코 지도하에 불교 공안의 기호학적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기초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신곡] [광란의 오를란도]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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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이탈리아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에서 움베르토 에코의 지도하에 화두(話頭)에 대한 기호학적 분석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기초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현대 기호학과 문화 분석], [신곡 읽기의 즐거움 - 저승에서 이승을 바라보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칼비노의 [마르코발도 혹은 도시의 사계절], [팔로마르], [우주만화], 단테의 [신곡]과 [향연], 아리오스토의 [광란의 오를란도], 에코의 [거짓말의 전략], [이야기 속의 독자], [논문 잘 쓰는 방법], 모라비아의 [로마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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