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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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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도약을 이끈 푸겟의 대표작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알베르토 푸겟의 대표작 『말라 온다』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2번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칠레 작가인 알베르토 푸겟은 ‘마술적 사실주의’로 널리 알려진 기존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얽매이지 않고 서구화된 현실과 일상적인 경험,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을 그대로 작품 속에 녹여냈다. 『말라 온다』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끈 작품으로, 산티아고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십대 소년이 겪는 방황과 아픔, 그리고 성장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출판사 서평

『말라 온다』는 라틴아메리카 문학 전통을
뒤엎는 혁명의 시발점이 되었다. _안토니오 스카르메타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알베르토 푸겟의 대표작 『말라 온다』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2번으로 출간되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칠레 작가인 알베르토 푸겟은 ‘마술적 사실주의’로 널리 알려진 기존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얽매이지 않고 서구화된 현실과 일상적인 경험,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을 그대로 작품 속에 녹여냈다. 『말라 온다』는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끈 작품으로, 산티아고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십대 소년이 겪는 방황과 아픔, 그리고 성장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마술적 사실주의를 넘어선
현대 라틴아메리카 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후안 룰포, 알레호 카르펜티에르 등의 작가로 대표되는 마술적 사실주의로 붐(boom)을 이루며 비스페인어권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이국적이고 마술적으로 느껴지는 요소들은 사람들을 매료시켰고, 초현실적인 사건들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마술적 사실주의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기능했다. 1970년대, 80년대로 오면서는 이러한 문학 경향이 상투적으로 변질되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신자유주의 영향하에서 변화한 현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방향성을 지닌 포스트붐이 일기 시작하나 여전히 마술적 사실주의의 그늘 아래 있던 포스트붐세대는 붐세대와 크게 차별화되지 못한다.
1990년대 이후 라틴아메리카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알베르토 푸겟은 붐세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고, 또 그 성과를 여실히 보여준 작가다. 1996년 그는 동료 작가 세르히오 고메스와 함께 스페인어권 젊은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맥콘도』를 출간하는데, 그 단편집의 서문 ‘맥콘도 선언’에서 자신들의 문제의식을 명확히 밝힌다. 라틴아메리카 사람들이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다니고 숲속에 사는 것으로 묘사하는 마술적 사실주의가 현실과 대치됨을 비판함과 동시에, 고속도로, 지하철, 케이블 TV 망이 깔려 있으며 서구화?도시화된 현재를 강조한다. 『백년 동안의 고독』에 나오는 가상의 세계 ‘마콘도(Macondo)’가 아닌, 일상과 일치하는 문학 공간, “맥도날드도 있고, 매킨토시도 있고, 콘도도 있는” 맥콘도(McOndo)라는 나라를 인식시키려는 것이다.

알베르토 푸겟의 대표작인 『말라 온다』는 붐소설의 환상성을 뛰어넘어 ‘지금 이곳’의 삶을 섬세하게 그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라틴아메리카가 신자유주의의 세계로 편입되던 1980년대,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던 나라였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 따라 칠레의 사회는 급속도로 도시화되었고, 다국적기업의 상품들과 미국의 대중문화가 일상에 깊숙이 자리했다. 정치적으로는 아옌데 민주 정부를 무너뜨린 피노체트 쿠데타 이후 군사독재 정권이 억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며 시민들의 자유가 제한되었다. 이 작품에는 1980년 9월 칠레 산티아고의 생생한 현실이, 일상적인 공간과 경험이 그대로 드러난다. 록 음악을 듣고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를 먹는 십대들,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미국식 브런치를 먹는 가족, 당시 인기를 끌었던 TV 프로그램과 연예인,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와 통금 시간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 가상 세계가 아닌 현재의 경험이 서사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인공이 안고 있는 문제 또한 지극히 구체적이고 개인적이다. 피노체트가 만든 헌법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이 바탕에 깔려 있긴 하지만 그런 사회상은 배경으로 기능할 뿐 주인공의 고민은 철저하게 ‘나’를 향한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의 정체성을 묻고 역사와 정치적 갈등을 다루던 전 세대와는 달리, 푸겟은 ‘부르주아적인 환경에서 자란 도시의 십대 소년’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중심으로 그 대상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현실적이고 본질적인 고민에 초점을 둔다. “결론적으로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는 소외감,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곤혹스럽고 불안해진다”는 불안감,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괴롭히던 역겨움, 피로, 불신.” 그리고 “치즈버거엔 왜 치즈가 그렇게 조금밖에 안 들었을까?” 하는 사소한 집착까지, 일상의 감정들이 드디어 문학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숨막히는 사회, 질식할 듯한 절망감
거센 파도를 가로지르는 몸부림의 궤적

스페인어 ‘말라 온다(mala onda)’는 불만스럽거나 불쾌감이 들 때 쓰는 구어적 표현이다. 『말라 온다』에서는 ‘답답하다’ ‘마음에 안 든다’ ‘기분 나쁘다’ ‘시시하다’ ‘숨막힐 것 같다’ 등 외부적 세계를 향한 등장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면서 발화되는 표현으로 쓰였다.
이 소설은 제목이 시사하듯 한 소년이 느끼는 억압과 소외에서부터 출발한다. 소설의 첫 장에서 십대 소년 마티아스 비쿠냐는 리우데자네이루로 수학여행을 떠나 자유를 만끽한다. 새로운 환경에서 활개를 치며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던 마티아스는 산티아고로 돌아와 숨막힐 것 같은 현실에 직면한다. 사회 분위기는 억압적이고, 부르주아적인 습성에 젖어 있는 가족들, 친구들과는 소통이 되지 않는 가운데 내심 동경했던 문학 선생님에게도 실망하며 점점 고립되어간다.
군사독재가 남긴 음산한 그림자, 위선과 허무가 판치는 분위기에 질식할 듯한 절망감. Mala onda. “이놈의 현실은 삼류 영화보다 못한데, 나는 엑스트라 축에도 못 끼다니.” 마티아스는 세상과 자신을 이렇게 정의하며 마약과 알코올, 섹스, 록 사운드에 빠져든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통해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물 홀든 콜필드를 만나고, 아빠의 여린 모습에 꽁꽁 묶였던 마음이 풀리기 시작한 마티아스는 숨막힐 것 같은 현실이지만 도망가지 않고 이겨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도망가는 것은 버티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아직 도망갈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그럴 만한 힘도 없다. 계속 이 자리에서 버티고 싶다. (…) 아무래도 나는 한시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 답답한 심정이나 의심은 모두 떨쳐버리고, 저 아래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세상에 뛰어들고 싶다. 무사히, 잘 견뎌냈어. 내 힘으로 이겨낸 거야. 적어도 지금까지는.

마티아스는 마약을 하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고립되고, 집을 뛰쳐나가 거리를 전전하지만 결국은 자신이 있던 세계로 돌아가 씩씩하게 살아보려 한다. 겉에서 보기에는 타락하는 것 같아도 그의 내면에는 나름의 삶의 가치와 그 가치를 지키려는 힘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출한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신기한 건, 아직도 우리를 놀라게 하는 점이 있다는 점이다”라며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섬세하게 느끼고 그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성숙함도 보여준다.
세상에 대한 실망과 절망감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거센 파도를 가로질러가려는 몸부림. 그리고 조금씩 세상을 이해하고 마음을 열어보려는 시도. 이것 또한 『말라 온다』의 중요한 지점이다.

추천사

푸겟은 패기 있는 글로 젊은 작가들을 이끌며 아버지 세대의 작가들을 밀어낸다. 가장 에너지 넘치는 목소리를 내는 작가다.

목차

1980년 9월 3일, 수요일
1980년 9월 4일, 목요일
1980년 9월 5일, 금요일
1980년 9월 6일, 토요일
1980년 9월 7일, 일요일
1980년 9월 8일, 월요일
1980년 9월 9일, 화요일
1980년 9월 10일, 수요일
1980년 9월 14일, 일요일

해설 | 죽어 있는 자들의 도시, 혹은 1980년 9월 일주일간의 기록
알베르토 푸겟 연보

본문중에서

믿고 의지할 곳을 찾는 건, 없애기 힘든 나쁜 버릇이다. 어떤 것들이 아무리 마음에 안 들고 종종 짜증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우린 언제나 기댈 곳을 찾는다. 이 세상에 홀로 남는다는 것, 고립무원의 신세가 된다는 것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모든 걸 다 때려치우고 좋은 것을 하나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견디기 어렵다. _120쪽

나는 혼자다. 내 주변엔 아무도 없다. 조금 더 사랑하고 싶지만 두렵다. _126쪽

내가 정말로 자기중심적이라면 그것이야말로 내겐 영광이다.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으로 모든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고 싶다. 아무렴. 그래도 괜찮을 것이다. _178쪽

친구, 지금 네게 필요한 건, 공을 놓칠까봐 노심초사하는 게 아니라 과감하게 골을 먹는 거야. 그리고 때로는 경기를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_193쪽

이놈의 현실은 삼류 영화보다 못한데, 나는 엑스트라 축에도 못 끼다니. _200쪽

“너 같은 녀석은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게다.”
“아니에요, 카르멘 할머니, 우린 천국에 갈 거예요. 지옥에 간 다음, 잘 견디기만 하면 천국으로 올라간대요. 그것도 곧바로요.”
이젠 빈 연유병도 더이상 반짝거리지 않는다.
그게 뭔지도 모르는 카르멘은 병을 쓰레기통에다 던져버린다.
하긴 저 병도 결국 가야 할 곳으로 가는 것뿐이지. _226쪽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다 잊자. 지금부터, 바로 이 순간부터 이 세상에는 나 혼자뿐이다. 내가 전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건 단순한, 그리고 충분히 납득할 만한 착각이었을 뿐이다. _361쪽

페달을 힘껏 밟으며 최대한 높이 올라간다. 저 끝까지 가기 위해서. 그러나 어떤 길이든 끝이 있기 마련이고, 아무도 계속 올라가기만 할 수는 없다. _457쪽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괴롭히던 역겨움, 피로, 그리고 불신. 세상뿐만이 아니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만나는 친구들이 몇 명 있긴 하지만 내 곁엔 여자애는 없다. 마음이 맞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질식할 듯 답답한 분위기가 눈에 띄지 않게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그런데 그 방식이 어찌나 교묘한지 이 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만든다. 자신도, 그리고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_4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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