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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수업 : 먼저 산 자, 선배시민 의 단단한 인생 2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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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이듦 수업] 시즌 2, "선배가 돌아왔다!" 이 시대 지식인 6인과 함께하는 릴레이 선배 수업

이 책은 지난 2016년에 출간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나이듦 수업]의 시즌 2 프로젝트다. 전작이 '문제'가 아닌 '존재'로서의 노년을 고민하면서 '중년 이후의 존엄한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모색이었다면, 이번에는 '선배시민'을 키워드로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나이듦'이란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춘다.
더 이상 노년을 '문제'로 취급하거나 연민하는 수준에만 머무는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노년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노년이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삶의 난폭함을 먼저 겪으며 얻은 경험을 후배들에게 풀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나'를 넘어 공공성의 관점에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후대를 위한 헌신인 동시에 자기 존재의 확장이기도 하다. 혹시 현재 우리가 너나없이 고되게 살고 있는 이유는 노년이 해야 할 일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어른다운 어른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청년 세대의 핀잔은 사실 도움을 요청하는 절규가 아닐까?
노년, 그리고 노년을 준비하는 중장년이 후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6명의 지식인과 6개의 키워드로 이야기해보자. 이른바 '먼저 산 자'―'선배'의 일이다.

출판사 서평

중년 이후, 더 이상 나이듦이 두렵지 않다!
나와 세계의 끝을 넓혀가는 희망의 노년인문학


100세 시대, 이른바 '호모 헌드레드 시대'다. 그러나 지금까지 노년 담론은 개개인의 노후의 경제적 공포를 토로하거나, 사회적으로는 '노인 문제'라는 프레임에만 머물러 있었다. 또한 그야말로 '난세'인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에서 노인 문제는 종종 세대 간의 갈등을 빚어내면서 '세대 전쟁'으로까지 치닫곤 했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의 가장 두터운 인구층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급격히 나이 들어가면서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이때, 우리는 어떤 노년을 준비해야 할까? 각자도생으로 치킨집이나 프랜차이즈 창업에 몰두하거나, 한정된 일자리와 복지예산을 두고 세대 간 전쟁을 치러야만 하는 걸까? 그도 아니라면 더 이상 '쓸모없어진'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슬퍼하며 스스로를 연민하거나, 애꿎은 타인에게 울분을 표출하는 분노조절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걸까?

먼저 산 자 ― '선배시민'의 일, 삶, 멋

홍시여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것을
- 나쓰메 소세키

'선배'는 흔히 '자신의 출신 학교를 먼저 졸업한 사람'을 뜻하지만, 요즘에는 학연과 관계없이 직장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들을 친근하게 부르는 호칭으로도 자주 쓰인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지위, 나이, 덕행, 경험 등이 자기보다 앞서거나 높은 사람'이라는 풀이가 먼저 올라와 있다. 외형적인 높이가 아니라 덕행과 경험에서 앞서는 사람이 '선배'인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인생의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보람차고 뿌듯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그런 선배는 저절로 되지 않는다.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부여되는 자격이 아니라, 스스로를 닦고 내적인 성장을 기하면서 형성해가는 품성이다. 자신의 일과 삶에서 '멋'을 빚어낼 수 있는 내공이다. 그런데 그 경지에 이르는 길은 각자 고독하게 걸어가는 오솔길이 아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민들이 손을 잡고 행진하는 대로(大路)다. 폐쇄적인 인연의 틀을 넘어서 공공선을 위해 연대하는 운동 속에서 우리는 삶을 고양시킬 수 있다. 사회의 진보를 위해 기여하고 후배의 성장을 위해 헌신하면서 자기 존재를 확장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선배시민'으로 나아갈 때, 상처와 얼룩투성이의 생애도 다음 세대를 위한 밑거름이요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노년의 삶을 이야기해줄 여섯 명의 저자를 초대했다.

01_ 문화인류학자 김찬호 선생은 한국 사회의 세대 단절 혹은 세대 갈등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유대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에릭슨의 발달심리학에서 중년 이후의 과제로 제시된 '생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다음 세대의 성장을 위해 힘쓰는 삶이 구체적으로 무엇이고 어떻게 실현되는지 탐색해본다. 그리고 그 궁극적인 지향점으로서 공공 영역의 의미를 한나 아렌트의 이론에 기대어 설명하면서 거기에서 누리는 자유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아울러 후대에게 봉사하는 것이 자기 내면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가는 작업과 병행하는 것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창조성의 방향이 아래 세대로 향하는 것이 '생성성' 또는 '생산성'의 핵심인 것이죠. 내가 아래 세대를 보살핌으로써 나를 돌보는 것, 후대에 봉사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방법이니, 그야말로 상생입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양보하고 희생하는 게 아니라요. 자기의 삶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후배들의 통찰과 에너지를 빌려오는 것, 그러니까 '함께 배우는' 것입니다."
(/ p.33)

"그래서 공적 영역이 다음 세대를 기꺼이 성장시키고 환대하는,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안 나오고 정말 이 사회가 나를 품어 안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공허한 관념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아래 세대와 만나야 해요. 그 접점이 다양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만나는 곳이 가정, 일터, 전철 정도예요. 다른 데서는 별로 만날 일이 없어요."
(/ p.51)

02_ 고전인문학자 전호근 선생은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며 '성숙'을 기하는 것이 선배의 소임이라면서, 이를 위해 인생의 목표를 재점검하고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즉 수기(修己)와 극기(克己)를 통해 나를 바로 세우고, 나의 내면과 대화하면서 내 안에 있는 나를 존경하는 '경(敬)'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나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저자는 책 읽는 노년을 무시하는 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끊임없는 배움과 독서를 강조한다. 아울러 자신의 생애를 돌아보면서 기억을 되살려 자신만의 역사를 정리하는 글쓰기를 적극 권장한다.

"노인이나 여성이나 장애인을 따질 것 없이 늘 약자만 이렇게 규정당한다는 점입니다. 부자 노인과 부자 장애인과 부자 여성, 또는 권력자 노인과 권력자 장애인과 권력자 여성은 이런 용어로 규정당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혐오는 누가 다 떠안습니까? 약자들이 떠안는 겁니다.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여성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노인이 아니니까'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는 거예요."
(/ p.76)

"책은 우리가 슬픔을 가볍게 극복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몽테스키외가 이런 말을 했어요. '단 한 시간의 독서로 극복하지 못할 어떤 슬픔도 나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이건 몽테스키외가 편안한 삶을 살았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는지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자신이 쓴 [법의 정신]을 두고도 그는 '세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위해 나는 백발이 되었다'고 얘기하거든요. 얼마나 몰입해서 책을 읽는지 누군가가 평생 걸려 쓴 책도 몽테스키외는 세 시간이면 다 읽는 겁니다. 그런 몰입의 상태가 우리를 위로하는 커다란 힘입니다. 책 읽는 노년을 무시하는 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 p.92)

03_ 문학비평가 황현산 선생은 모든 것이 급변하는 사회에서 경험만으로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노년에는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열린 마음과 겸손함을 갖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삶에 어떤 바람직한 원형이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노년이 되면 심신이 쇠약해지고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연약함과 불완전함을 자각함으로써 오히려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위로한다. 그리고 그 희망을 사회적·정치적인 차원으로 확장시켜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다.

"나이가 들면 우선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됩니다. 사실 그 경쟁을 못 따라가죠. 이것 자체가 사람이 쓸모없어지고 폐기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이 어떤 점에서는 행운인 것 같기도 해요. 막 달려갈 때는 잘 몰랐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도 하는 겁니다. 우리가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발끝만 보고 있던 시선을 약간만 들어올리면, 그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p.120)

"시란 우리에게 '끝까지 희망하게 하는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하는 말이 곧 시의 말이죠. 시는 어떤 행복의 개념을 만들고, 그 행복의 세계를 꿈꾸면서 동시에 언어적으로 그 세계의 모습을 실현시킵니다. 그게 바로 미학적 실현이죠. 그 세계에 대한 설계도를 직접 만든다거나 그 행복에 이르는 운동에 매달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세계의 한 조각을 미학적으로 실현함으로써 그 세계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합니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그 세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그게 시라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긴 실천은 포기하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하지요."
(/ p.127)

04_ 신학자 박경미 선생은 '불복종'이라는 키워드로 '노년의 저항'을 이야기하는데, 그 핵심은 '어떻게 하면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가'이다. 특히 온몸으로 불복종의 삶을 살았던 탈근대 사상가 이반 일리치의 삶과 사상을 조명하면서, 의료·교육·교통 등 현대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이 거대한 시스템이 우리를 어떻게 노예로 전락시키는지를 드러내 보여준다. 아울러 우리가 살고 있는 장소에 자연스럽게 뿌리 내리고 친밀성을 가지면서 인간관계를 맺었던 전통사회의 삶이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그 토착적 삶의 방식을 재사유하자고 제안한다.

"근대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가죠. 그리고 사실 의료 시스템도 단순히 누군가 아파서 병을 고쳐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산업이라는 거대한 산업체계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사회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고, 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한 그 안의 하나의 부속품인 우리는 선택권 없이 그 기계바퀴 안에서 돌아가는 거예요. 이반 일리치가 거부했던 것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시스템 속에서 그 시스템의 일부로 삼켜져 자신의 선택권이 소멸되는 것이었습니다."
(/ p.155)

"이반 일리치의 사상이야말로 진정한 '탈근대'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자기가 살고 있는 장소에 자연스럽게 뿌리 내리고 거기 있는 사물들과 사람들과 친밀성을 가지면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스스로 배워가면서 사는 삶이 바로 토착적 삶이고 전통사회의 삶인데 이반 일리치는 그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흔히 '오래된 미래'라고 그러잖아요. 진정한 미래는 어디 있을까요? 오래된 삶의 방식,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p.170)

05_ 미학자 김융희 선생은 고대의 다양한 예술작품들을 통해 고대 신화에서 계절의 순환이 지니는 상징을 인생에 연결시킨다. 그리고 카를 구스타프 융의 생각을 빌려서 오십 이후의 인생은 새로운 차원에서 다시 태어난다고, 쇠퇴와 재생은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제까지 외부의 요구에 맞춰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내면의 목소리와 직관에 귀 기울이면서 어린아이의 마음을 회복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전환점에서 우울이 찾아오기 일쑤지만 그것은 오히려 창조성의 꿈틀거림이며, '쓸모없음'의 소중함을 알아차리고 자유로운 창조와 놀이의 세계에 자신을 초대할 때 더 커다란 나를 만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인생의 전반부가 완성되고 49세가 되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체입니다. 50세부터는 다른 차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인 거죠. 그런데 우리는 이때 자꾸 쇠퇴하는 것에만 주목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옛날 사람들은 인생 또는 시간을 단순히 쇠퇴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어요. 모든 생명체들은 반대되는 것들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장소를 계속 바꾸는 거예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 p.197)

"쓸모없는 사람이 때로는 훌륭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쓸모 있는 것만 좋은 게 아니죠. 그리고 우리가 쓸모 있다, 쓸모없다 하는 건 어떤 측면에서만 그런 거예요. 하늘의 별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우리는 쓸모 있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존재를 느끼고 살아 있음을 경험하는 게 우리 삶의 (목적 아닌) 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눈뜰 때 우리는 비로소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죠. 아름다움이라는 건 쓸모가 생기는 순간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에요."
(/ p.218)

06_ 시인이자 사회학자인 심보선 선생은 문화 생산 주체로서 노년의 다양한 삶의 결에 주목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공론장'으로 이어져 사회 참여로 확장되는가를 탐색한다. 인간에게 시간은 관계적인 것으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낼 것인가를 조정하는 노력으로 채워진 것이며,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공론장 또한 저 멀리 있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가 여러 사람의 이야기로 연결될 때 형성되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독한 가운데서도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문화 생산의 주체로서 거듭나야 하며, 공론장에서의 세대 간 만남을 통해 공통의 문제를 논의하고 의사결정이 이뤄질 때 다음 세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는 지금의 어르신들을 가끔 그런 말로 표현합니다. '생존자'들이라고요. 전쟁에서 살아남았으니까요. 저도 생존자의 후예죠. 전쟁에서 부모님이 살아남았으니까 제가 있는 거잖아요. 결국엔 우린 다 생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생존자들이 공론장에서 나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 당연히 나라와 민족, 전쟁 이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우리 시대 '어른의 말'의 많은 부분이 나라와 민족, 전쟁, 죽음 이런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찌 보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토대가 되겠죠. 내가 이 나라를 위해서, 이 사회를 위해서, 혹은 타인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고 할 때 그 전제에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나의 책임을 행사한다, 이런 것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 p.245)

"'1960~70년대의 청년 문화가 아닌, 현재 어르신들의 문화 혹은 기성세대의 문화에도 인디문화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저는 이 질문이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과연 현재 어르신들 혹은 기성세대 문화에 대안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말하자면 '어르신들이 문화 생산의 주체인가? 주류 문화와도 다르고 또 젊은이들의 문화와도 다른, 그 세대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 거예요."
(/ p.255)

세대 간 단절을 넘어 세대 통합의 길로 가는 나침반

여섯 강좌에 일관되게 흐르는 논지는 자아를 갱신하면서 세상과 새롭게 접속하라는 것, 삶의 주인공으로 중심을 확고히 세우면서도 타인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라는 것이다. 즉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과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수렴되는 지점에 삶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주의와 허세의 낡은 굴레를 벗고, 경쾌한 마음과 배움을 향한 열망으로 젊은 세대를 대면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훈계하거나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도 존재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선배가 돌아왔다'라는 이번 강좌의 제목은 곧 드높은 덕성과 인격의 회복을 암시하는 것이다.
'벗이 있어 먼 곳에서 찾아오니 또한 즐겁지 않겠는가'라는 논어의 구절은 다시 해석될 필요가 있다. 교통과 통신이 고도로 발전하여 공간적 거리가 날로 줄어드는 현대 사회에서, 멀리서 찾아오는 것은 옛날만큼 가슴 뭉클하지 않다. 지금은 마음의 거리가 문제다. 함께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세대 간의 단절이 두드러진다. 나이의 간격을 뛰어넘어 '먼 곳에서' 찾아오는 벗이 참으로 절실하다. 그 길은 어디로 뻗어 있는가. 이 책이 그 지도와 나침반이 되길 소망한다.

목차

머리말 _ 선배가 돌아왔다

01 생성 - 생산자로서의 노년, 공공성에 기여하기 _ 김찬호(문화인류학자)
나이 든다는 것
'헬조선'과 세대 갈등
에릭슨의 사회심리 발달 단계와 생성성
인생의 이모작, 아래 세대와 함께 하기
공공 영역의 창조, 그 공적 해방감
내 안의 새로운 존재 탐색하기

02 성숙 -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노년, 나 자신을 만나는 일 _ 전호근(동양고전학자)
소년의 마음
노인을 혐오하는 시대
삶의 목적을 다시 생각하기
나를 닦고 나를 세우며 나를 존경하라
나를 만나는 방법 하나, 느린 독서
나를 만나는 방법 둘, 기억의 글쓰기

03 겸허 - 자기를 비우는 노년, 좋은 사회의 희망에 대한 약속 _ 황현산(문학비평가)
삶에 원형이 있다는 오래된 고정관념
한 발 물러서기, 새로운 시선 찾기
내 마음속의 작은 파라다이스 하나
좋은 사회에 대한 희망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출발

04 불복종 - 저항하는 노년, 시스템의 노예로 살지 않기 _ 박경미(신학자)
이반 일리치, 불복종의 삶
내 몸의 주인은 나다
시스템의 노예로 살게 만드는 현대 사회
우리의 삶을 노예의 삶으로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
자유, 오래된 미래, 그리고 노년의 저항에 대하여

05 창조 - 놀이하는 노년, 쓸모없음의 즐거움에 눈뜨는 시간 _ 김융희(미학자)
봄 꽃 가을 낙엽, 인생의 가을과 겨울에 대하여
마흔아홉 이후, 진짜 나를 발견하는 시간
인생의 저녁, 놀고 창조하고 휴식하는 시간
우울은 창조성을 품고 있다
말하는 나, 어린 나, 깊은 나
놀이와 창조, 쓸모없음에 눈뜨는 시간

06 참여 - 연대하는 노년, 어른의 대안문화를 꿈꾸다 _ 심보선(시인, 사회학자)
'어떤' 시간인가
어른의 말
공론장과 마을
노년의 대안문화는 없는가
고독, 무식한 시인

본문중에서

창조성의 방향이 아래 세대로 향하는 것이 '생성성' 또는 '생산성'의 핵심인 것이죠. 내가 아래 세대를 보살핌으로써 나를 돌보는 것, 후대에 봉사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는 방법이니, 그야말로 상생입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헌신하고 양보하고 희생하는 게 아니라요. 자기의 삶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 후배들의 통찰과 에너지를 빌려오는 것, 그러니까 '함께 배우는' 것입니다.
(/ p.33)

그래서 공적 영역이 다음 세대를 기꺼이 성장시키고 환대하는,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이 안 나오고 정말 이 사회가 나를 품어 안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 수 있도록 기성세대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공허한 관념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아래 세대와 만나야 해요. 그 접점이 다양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만나는 곳이 가정, 일터, 전철 정도예요. 다른 데서는 별로 만날 일이 없어요.
(/ p.51)

노인이나 여성이나 장애인을 따질 것 없이 늘 약자만 이렇게 규정당한다는 점입니다. 부자 노인과 부자 장애인과 부자 여성, 또는 권력자 노인과 권력자 장애인과 권력자 여성은 이런 용어로 규정당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혐오는 누가 다 떠안습니까? 약자들이 떠안는 겁니다. 노인이나 장애인이나 여성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노인이 아니니까'라고 해봤자 소용이 없는 거예요.
(/ p.76)

책은 우리가 슬픔을 가볍게 극복하게 해주기도 합니다. 몽테스키외가 이런 말을 했어요. "단 한 시간의 독서로 극복하지 못할 어떤 슬픔도 나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이건 몽테스키외가 편안한 삶을 살았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커다란 즐거움을 느꼈는지 잘 보여주는 말입니다. 자신이 쓴 [법의 정신]을 두고도 그는 "세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을 위해 나는 백발이 되었다"고 얘기하거든요. 얼마나 몰입해서 책을 읽는지 누군가가 평생 걸려 쓴 책도 몽테스키외는 세 시간이면 다 읽는 겁니다. 그런 몰입의 상태가 우리를 위로하는 커다란 힘입니다. 책 읽는 노년을 무시하는 사회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 p.92)

나이가 들면 우선 경쟁에서 한 발 물러서게 됩니다. 사실 그 경쟁을 못 따라가죠. 이것 자체가 사람이 쓸모없어지고 폐기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이것이 어떤 점에서는 행운인 것 같기도 해요. 막 달려갈 때는 잘 몰랐던 것들이 비로소 보이기도 하는 겁니다. 우리가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발끝만 보고 있던 시선을 약간만 들어올리면, 그때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p.120)

시란 우리에게 '끝까지 희망하게 하는 말'이다,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버리지 않게 하는 말이 곧 시의 말이죠. 시는 어떤 행복의 개념을 만들고, 그 행복의 세계를 꿈꾸면서 동시에 언어적으로 그 세계의 모습을 실현시킵니다. 그게 바로 미학적 실현이죠. 그 세계에 대한 설계도를 직접 만든다거나 그 행복에 이르는 운동에 매달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세계의 한 조각을 미학적으로 실현함으로써 그 세계가 있다는 증거를 제시합니다. 그래서 시를 읽으면 그 세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든다고, 그게 시라고 저는 생각해왔습니다. 긴 실천은 포기하지 않는 데서부터 시작하지요.
(/ p.127)

근대의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자본주의의 발전과 함께 가죠. 그리고 사실 의료 시스템도 단순히 누군가 아파서 병을 고쳐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료산업이라는 거대한 산업체계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현대 사회의 시스템이 돌아가는 것이고, 이 시스템이 돌아가는 한 그 안의 하나의 부속품인 우리는 선택권 없이 그 기계바퀴 안에서 돌아가는 거예요. 이반 일리치가 거부했던 것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시스템 속에서 그 시스템의 일부로 삼켜져 자신의 선택권이 소멸되는 것이었습니다.
(/ p.155)

이반 일리치의 사상이야말로 진정한 '탈근대' 사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자기가 살고 있는 장소에 자연스럽게 뿌리 내리고 거기 있는 사물들과 사람들과 친밀성을 가지면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어떻게 살아가는가를 스스로 배워가면서 사는 삶이 바로 토착적 삶이고 전통사회의 삶인데 이반 일리치는 그 얘기를 하는 거거든요. 흔히 '오래된 미래'라고 그러잖아요. 진정한 미래는 어디 있을까요? 오래된 삶의 방식,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p.170)

인생의 전반부가 완성되고 49세가 되면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완전체입니다. 50세부터는 다른 차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시간인 거죠. 그런데 우리는 이때 자꾸 쇠퇴하는 것에만 주목하는 것 같아요. 반면에 옛날 사람들은 인생 또는 시간을 단순히 쇠퇴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어요. 모든 생명체들은 반대되는 것들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 장소를 계속 바꾸는 거예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 p.197)

쓸모없는 사람이 때로는 훌륭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쓸모 있는 것만 좋은 게 아니죠. 그리고 우리가 쓸모 있다, 쓸모없다 하는 건 어떤 측면에서만 그런 거예요. 하늘의 별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요? 우리는 쓸모 있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존재를 느끼고 살아 있음을 경험하는 게 우리 삶의 (목적 아닌) 목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눈뜰 때 우리는 비로소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죠. 아름다움이라는 건 쓸모가 생기는 순간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에요.
(/ p.218)

저는 지금의 어르신들을 가끔 그런 말로 표현합니다. '생존자'들이라고요. 전쟁에서 살아남았으니까요. 저도 생존자의 후예죠. 전쟁에서 부모님이 살아남았으니까 제가 있는 거잖아요. 결국엔 우린 다 생존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생존자들이 공론장에서 나의 문제이자 우리의 문제에 대해 얘기할 때, 당연히 나라와 민족, 전쟁 이런 얘기를 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우리 시대 '어른의 말'의 많은 부분이 나라와 민족, 전쟁, 죽음 이런 이야기일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찌 보면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의 토대가 되겠죠. 내가 이 나라를 위해서, 이 사회를 위해서, 혹은 타인을 위해서 뭔가를 한다고 할 때 그 전제에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나의 책임을 행사한다, 이런 것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 p.245)

"1960~70년대의 청년 문화가 아닌, 현재 어르신들의 문화 혹은 기성세대의 문화에도 인디문화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저는 이 질문이 굉장히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과연 현재 어르신들 혹은 기성세대 문화에 대안문화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는가? 말하자면 '어르신들이 문화 생산의 주체인가? 주류 문화와도 다르고 또 젊은이들의 문화와도 다른, 그 세대 고유의 독특한 문화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 거예요.
(/ p.255)

저자소개

생년월일 1962-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사회과학과 인문 학을 연결하는 글쓰기와 강연을 해왔다. 저서로[문화의 발견],[돈의 인문학],[모멸감],[눌변]등이 있다.

생년월일 1963-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맹 유학과 조선 성리학을 전공했고, 16세기 조선 성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은사이신 안병주 선생과 함께 [역주 장자]를 펴냈다. 아내와 더불어 [공자 지하철을 타다]를 쓰고, 아이들을 위해 [열네 살에 읽는 사기열전]을 썼다. 또 [대학 강의], [장자 강의], [맹수레 맹자],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공저), [강좌한국철학](공저), [논쟁으로 보는 한국철학] (공저), [동양철학산책](공저), [동서양고전의 이해](공저),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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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45~2018.08.08
출생지 전남 목포
출간도서 20종
판매수 7,778권

1945년 목포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기욤 아폴리네르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프랑스 현대시에서 상징주의와 초현실주의를 연구하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 『내가 모르는 것이 참 많다』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우물에서 하늘 보기』 『밤이 선생이다』 『잘 표현된 불행』 『말과 시간의 깊이』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앙드레 브르통의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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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59~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13종
판매수 2,458권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대학원에서 성서신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1995년 이후 현재까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신약성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전하다], [예수 없이, 예수와 함께], [마몬의 시대 생명의 논리], [서구 기독교의 주체적 수용](공저), [새하늘 새땅 새여성]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갈릴리], [삶은 기적이다], [생태학적 치유], [고린도전서], [요한복음], [사도행전] 등이 있다.

생년월일 196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신화와 예술과 영혼을 탐구하는 인문학자. 대학에서 철학과 미학을 공부하고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일했다. 낯선 것, 오래된 것, 아름다운 것 들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알고 싶어 공부하고 강의하며 살고 있다. 지금은 연구공동체 ‘신화와 상징의 숲’에서 공부한 것을 나누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삶의 길목에서 만난 신화》, 《빨강》, 《검은 천사, 하얀 악마》, 《예술, 세계와의 주술적 소통》, 여럿이 함께 지은 《선배수업》,《발트해》, 《눈, 새로운 발견》 등이 있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시인, 사회학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풍경」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내가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오늘은 잘 모르겠어] [눈앞에 없는 사람]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예술비평집 [그을린 예술]이 있다. 어빙 고프먼의 [수용소]를 옮겼다.

- 김종삼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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