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김청 수필집 『공돌이의 푸른 산책길』. 저자 김청의 수필 작품을 담은 책이다. 크게 7부로 나뉘어 있으며 책에 담긴 주옥같은 수필 작품들을 통해 독자들을 작가의 작품 세계로 안내한다.

과거와 오늘이 잘 직조되면 놀랍도록 신비로운 문학의 발현을 이루게 되는데, 그러한 작품이 바로 김청의 문학 세계이다. 공학도였기에 다분히 과학적이며 분석적인 지식까지 적절히 배합되어 있는가 하면, 고성의 푸른 바다를 품고 살았던 서정의 온기를 담은 작품은 거대한 현대사의 보고이자, 그리움의 바다를 펼친 디아스포라의 ‘밀다원’이 되어, 읽는 동안 명치를 찌르듯 후련하고도 살가운 비린내를 맡게 한다. 고성에서 독일 드레스덴의 종소리를 울리며, 숫자에 매여 사는 오늘을 직시하는 예리한 공학도가 빚어낸 「공돌이의 푸른 산책길」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낸 개인사이자, 오디세이이기에 신라천년의 미소처럼 온화하고 깊다.

제1부 미완의 방랑객

캐나다에서 온 여인
신화의 거리, 21C
청춘을 부르는 노래
나의 December
모모의 산책길
일흔 미아의 고백
시시포스의 형벌
B M W
숫자에 매여 산다
상처 난 사과
오월 예감
아뿔싸, 그게 아니네

제2부 아날로그, 그 거칠고도 깊은 맛

마음으로 찍은 사진
안녕, 백열등
물이 콜라보다 비싸다고?
눈물의 종류
아날로그, 그 거칠고도 깊은 맛
휴대폰 세상
되찾은 그녀
자선의 행운
어느 합동결혼식
무애의 차원을 만나다
다시 만난 스코필드 박사
나그네 길 한잔 술

제3부 열아홉 계단의 추억

우면산의 단상
꿈이여 다시 한 번
손자와 나들이
아버지의 생애
진짜 바보의 눈물
일흔의 청년 아버지를 만나다
즐거운 제삿날
788번지 사람들
유레카, 영혼의 무게
열아홉 계단의 추억
한여름 밤의 연가

제4부 민들레 홀씨의 꿈 - 고향으로 가다

잠에든 고향집
고향집 설계
백발 귀향객
이장移葬
불타버린 유언장
제 자리는요?
공손수公孫樹의 부활
나팔꽃과 메꽃
민들레 홀씨의 꿈
약초와 잡초 사이에서
고구마 줄기를 타고 온 추억
고향의 식탁

제5부 유년의 골목길

고향의 설날
백발소년의 연날리기
달집에 달린 소망
꿈길에 만난 외가
백발의 숲
유년의 골목길
손금이 좋았는데
나이를 빼주는 해변 길에서
자이뻔덕의 전설
껍질에 싸인 종족 이야기
고성 남산에 오르다
천막교사로 돌아온 중학생

제6부 병산서원에서 서애를 만나다

병산서원에서 서애를 만나다
양동마을 현인을 기다리며
천년의 미소
상족암의 공룡
한산도 제승당을 다녀오다
한강에서 다시 독일을 보다
벽방산 정상에서
삼백리 한려수도 꿈이런가 -통영산책
한려수도 미륵산
임진강은 흐른다 -제3땅굴

제7부 인생은 아름다운 점심

아, 달다 -한라산 백록담 등정
백두산 천지 장관
두만강 푸른 물에
계룡산 단풍론
인생은 아름다운 점심 -문경새재를 넘으며
장사도의 자연
오동도의 여심화
드레스덴의 종소리
지구 종말론과 마야의 달력
공돌이의 푸른 산책길

머리말

카이로스의 순간을 붙들며
참으로 지루하고 무더웠던 금년 여름, 이글거리는 땡볕으로 맹위를 떨치던 폭염에 선풍기를 끼고 살아도 힘들었습니다. 년 초에는 입춘을 넘기고도 가지 못한 겨울이 꽃샘추위로 발버둥을 치더니. 하지만 아무리 늦추위가 몰아치고 무더위와 열대야가 기승을 부려도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곧 단풍으로 세상을 물들이는 가을을 맞이하나 했더니 또 겨울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봄, 여름, 가을이, 그리고 겨울을 지나면서 우리네 인생도 계절을 순환하며 세월 속에 묻혀가는가 봅니다. 더위와 추위, 혹서와 혹한, 태풍과 천둥, 가뭄과 장마를 수없이 만나며 삶의 희로애락, 성공과 실패를 겪듯이 말입니다.
세파 속에서 등 떠밀려 살아온 황혼녘 어느 날 문득 거울 앞의 나를 보았습니다. 영혼의 마른 바닥만 드러낸 채 주름살 패인 백발노인이 서 있습니다. 부질없는 욕망의 부스러기만 남아 결실의 곡식은 쭉정이뿐이라는 사실에 뒤늦게 탄식합니다. 이길 저길 살길 찾아 숨 가쁘게 달려온 젊은 시절의 꿈은 아스라한 허상뿐이어서 부랴부랴 나를 찾아 나섰습니다.
도시에서 살다가 세월 다 흘려보낸 다음에야 고향에 돌아왔습니다.
백발을 이고 찾아와 잡초에 묻혀 잠에 든 고향집을 깨웠습니다. 맨몸이지만 반갑게 맞이하며 안아주는 친지들이 있기에 어머니의 품속마냥 포근한 고향인가 봅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숨결을 타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뒷산 솔밭과 앞바다를 오가는 바람, 풀벌레와 새들의 노래 벗 삼아 차 한 잔을 나누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벽방산 위로 떠오르는 아침 햇살에, 정오의 높다란 태양에, 해질녘 석양의 황혼에,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에도 고향집과 나를 비춰보며 살아가려 합니다. 저 세상에서 기뻐하실 부모님과 뜰 안팎의 생명들을 가족으로 오후의 아름다움을 함께 하며 글을 쓰고 푸른 고향산을 닮아가려는 작은 소망을 담아봅니다.
몇 해 전 윤년 윤달에 부모님을 가족묘지로 합장하여 모셨고, 작년에는 아버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어머니 추모비 옆 ‘이민열차’와 ‘식탁’의 두 시비를 헌정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제막식에서 많은 이들이 울먹였습니다. 그 비는 나라의 해방을 보지 못하고 나팔꽃보다 짧은 생을 마감한 아버지의 한 맺힌 눈물이었습니다. 이제 그 한을 풀고 천상에서 아름다운 시를 읊을 것이라고들 축하해 주셨습니다.
아버지 얼굴도 기억 못하는 자식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자리하게 되어 얼마나 마음 뿌듯했는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자 행복이었습니다.

그동안 쓴 작은 글들을 모아 신록의 봄에 첫 수필집으로 이야기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공돌이의 삶에다 글이 설익어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나의 편린들을 세상에 내보냅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자연과 사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한 사유를 어떻게 언어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고뇌하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을 붙들고 있을 뿐입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푸른 산책길 따라 사색하며 나를 경작해보려 합니다. 늘 허전하고 공허하기만 했던 마음속 빈자리를 글의 열매로 채워가며 젊은 시절의 문학에 대한 향수와 갈증을풀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이 수필집을 통하여 아버지와 어머니, 우리 가족을 함께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문학의 길을 인도하며 보잘것없는 글의 출간을 격려해주신 한국문인 이철호 이사장님, 소설가 이수정 박사와 문우님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2016년 11월 향리에서
김 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