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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 낸시 프레이저의 비판적 정의론과 논쟁들

원제 : Adding Insult to Inj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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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신자유주의의 반격으로 지난 30여 년간 경제 부정의와 문화 부정의가 한층 심각해졌고, 지구화(globalization)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정의의 경계(기존에는 국민국가가 그 경계였던)조차도 불분명해졌다. 이를 배경으로 프레이저는 일찍이 1990년대에 ‘경제 정의론’과 ‘문화 정의론’ 양 진영의 일면성을 비판하면서 경제와 문화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정의론을 설계했다.

프레이저는 논쟁과 대화를 매우 즐기는 이론가로, 다른 사상가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이에 답변하면서 자신의 정의론을 심화해 왔다. 프레이저 정의론의 확장 과정을 기록하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쟁점들에 관한 논쟁을 담고 있는 이 책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는 그녀 사유의 전모와 정수를 국내 독자에게 드러내 주는 동시에 프레이저가 진단한 현실과 사뭇 닮아 있는 지금 여기의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도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이자 정의 이론가인 낸시 프레이저의 사유와 논쟁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지난 20여 년간 프레이저는 경제와 문화, 정치의 고유한 부정의를 해명하고. 세 차원의 부정의를 모두 해소할 수 있는 개선책을 모색해 왔다. 나아가 체계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정의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비판이 그녀의 정의론에 가해졌지만, 프레이저는 오히려 비판과의 논쟁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한층 확장하고 심화했다. 저명한 여러 사상가와 프레이저의 논쟁을 담은 이 책은 낸시 프레이저 정의론의 전모와 정수를 모두 드러내 줄 것이다.
오늘 우리는 사회 전 분야에서 부정의가 끝도 없이 확대되고 깊어지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우리 곁에는 갖가지 정의론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프레이저의 정의론은 부당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책을 제시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회운동들의 노력에 힘을 실어 주려는 실천적인 의도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함을 지닌다. 사회 변혁을 위한 의지와 학문적 타당성을 모두 보유한 프레이저의 정의론과 이를 둘러싼 논쟁들은 지금 여기의 변혁을 꿈꾸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고민과 성찰, 발전의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를 통해

[출판사 보도자료]
비판적 정의론의 대표적 이론가 낸시 프레이저,
재분배, 인정, 대표를 포괄하는 3차원 정의를 제시하다!
경제적 불평등, 문화적 무시, 정치적 배제까지,
우리 삶을 나락에 빠뜨리는 부정의들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가장 비판적이고 민주적인 정의론을 설계해 온 낸시 프레이저의 사유를 통해
오늘날 만연한 부정의를 극복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페미니스트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와 탁월한 사상가들의 의견 교환을 묶은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낸시 프레이저의 비판적 정의론과 논쟁들』(Adding Insult to Injury: Nancy Fraser Debates Her Critics)이 그린비출판사의 ‘프리즘 총서’ 24권으로 출간되었다. 신자유주의의 반격으로 지난 30여 년간 경제 부정의와 문화 부정의가 한층 심각해졌고, 지구화(globalization)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정의의 경계(기존에는 국민국가가 그 경계였던)조차도 불분명해졌다. 이를 배경으로 프레이저는 일찍이 1990년대에 ‘경제 정의론’과 ‘문화 정의론’ 양 진영의 일면성을 비판하면서 경제와 문화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정의론을 설계했다. 또 2000년대 이후에는 지구화 시대가 초래한 초국적 부정의에 맞설 수 있도록 자신의 이론을 확장하면서 민주적 정의론의 ‘틀’(frame)을 새로이 설정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프레이저의 현실 진단과 그녀가 제안한 정의론은 지금 여기의 우리에게도 여러 시사점과 자극을 던져 준다. 그녀가 맞닥뜨렸던 시대 흐름이 전 지구적 자본주의 세계 체계를 토대로 우리 현실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며, 그녀가 현실의 이런 구체적인 부정의들을 숙고하면서 자신의 정의론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가 ‘재분배’와 ‘인정’을 포괄하는 정의론을 처음 제시한 1995년과 비교할 때 현재 우리는 훨씬 더 나쁜 처지에 놓여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최근의 노동개악이나 각종 복지의 후퇴에서 드러나듯) 경제적 불안정과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으며, (몇 년 전부터 이어진 성소수자 문제나 페미니즘을 둘러싼 사태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의 문화적 타자에 대한 반발적 무시(backlash misrecognition) 혹은 혐오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경제·문화 부정의를 해소하는 창구 역할을 맡아야 할 ‘정치’ 영역을 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끝 간 데 없이 추락한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비판적 이론과 사회운동 흐름 역시 프레이저의 진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정의론의 무게중심이 경제에서 문화로 이동했다는 그녀의 지적처럼, 한국도 1980년대까지는 경제 평등이 우세했다가 1990년대 이후에는 문화 영역이 강세를 보였다. 물론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갖춘 학술 집단이나 사회운동 집단은 언제나 두 영역의 부정의 모두를 해소하고자 노력해 왔다. 하지만 프레이저식으로 각 부정의의 근원과 개선책을 분석적이고 이론적으로 해명하려는 두드러진 시도는 찾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프레이저의 논의는 이곳의 이론과 실천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어 줄 것이다.
프레이저는 논쟁과 대화를 매우 즐기는 이론가로, 다른 사상가의 비판을 받아들이고 이에 답변하면서 자신의 정의론을 심화해 왔다. 프레이저 정의론의 확장 과정을 기록하는 동시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쟁점들에 관한 논쟁을 담고 있는 이 책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는 그녀 사유의 전모와 정수를 국내 독자에게 드러내 주는 동시에 프레이저가 진단한 현실과 사뭇 닮아 있는 지금 여기의 문제들을 이해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도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재분배냐 인정이냐’라는 양자택일을 넘어
― 낸시 프레이저, 기존 정의론이 맞닥뜨린 딜레마 해결 방책을 제시하다!


프레이저는 1995년 「재분배에서 인정으로?: ‘포스트사회주의’ 시대 정의의 딜레마」라는 글을 발표해 다양한 정의론 진영에 도발적인 문제 제기를 가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정의론의 주된 쟁점은 ‘경제 정의’ 혹은 ‘분배 정의’였고, 자유주의자와 사회주의자를 막론하고 사회 정의를 꿈꾼 다수가 나름의 방식으로 ‘평등한 경제 체계’를 실현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시의 이론과 실천에는 서구 중심성과 남성 중심성이 뿌리 깊이 박혀 있었고, 그 결과 ‘이성애자 백인 남성’이 아닌 사회의 타자들, 즉 여성, 성소수자, 유색인 등이 겪는 (경제와 직접 결부되지 않은) 차별과 고통은 대체로 간과되었다. 이에 대한 반발로 1960년대 이후에는 이처럼 종속되었던 집단들의 ‘인정’을 요구하는 ‘문화 정의’ 주장이 거세게 제기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문화 정의론자들은 경제 정의를 등한시하면서 거꾸로 사회의 모든 부정의를 문화 부정의로 환원하는 데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렇게 일면적인 한 흐름(경제 중심주의)이 역시나 일면적인 다른 흐름(문화 일원론)으로 대체되는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프레이저는 포괄적인 정의론을 구축하고자 시도한다. 이를 위해 그녀는 현대 사회에 만연한 부정의를 ‘경제 부정의’와 ‘문화 부정의’로 구분한다. 그리고 둘 모두 똑같이 근본적이며 하나가 다른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경제 영역의 부정의를 ‘잘못된 분배’(maldistribution), 문화 영역의 부정의를 ‘무시’(misrecognition)라 이름 붙이고, 전자의 해결책은 ‘재분배’(redistribution), 후자의 해결책은 ‘인정’(recognition)이라 명명한다. 강조할 점은 이 같은 경제/문화 구분이 ‘분석’을 위한 이론적인 구분일 뿐이며, 현실에서는 대부분 집단이 두 종류의 부정의 모두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이저에 따르면 현실의 부정의를 시정하려는 이들은 이 두 가지 해결책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프레이저의 ‘2차원’ 정의론의 독특함은 진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녀는 부정의의 해결책 역시 다층적으로 구분하는데, 이에 따라 부정의를 해소하는 방책도 ‘긍정적’(affirmative) 해결책과 ‘변혁적’(transformative) 해결책으로 나눈다. ‘긍정적’이라는 개념은 부정의를 발생시키는 근본 구조나 틀은 문제시하지 않은 채 그 결과를 교정하는 것을 뜻하며(이를테면 경제 영역의 사회복지 정책이나 문화 영역의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처럼), ‘변혁적’이라는 개념은 구조와 틀 자체를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뜻한다(예컨대 계급 없는 사회를 표방하는 사회주의나 젠더 해체를 주장하는 퀴어 정치 같은). 그녀의 구분에 따르면 ‘긍정적 재분배’와 ‘변혁적 재분배’, ‘긍정적 인정’과 ‘변혁적 인정’이라는 네 가지 해결책이 존재하며, 이 중 모순이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경제 부정의와 문화 부정의를 동시에 시정하는 방법은 ‘변혁적 재분배’와 ‘변혁적 인정’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다. 이는 사회주의 경제 정치와 해체주의 문화 정치를 결합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사회의 경제 구조를 민주적으로 건설하고 각종 문화적 구분(젠더, 인종 등)을 해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프레이저의 주장이다.
이처럼 프레이저는 재분배와 인정을 구분하고 긍정적 개선책과 변혁적 개선책을 나눔으로써 체계적이고 포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정의론을 구축할 수 있었다. 물론 그녀의 정의론은 이후 재분배 진영과 인정 진영 모두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는데, 오히려 프레이저는 이런 비판과 논쟁을 계기 삼아 자신의 이론을 한층 풍부화하게 된다.


재분배,인정,대표를 포괄하는 3차원 정의론에서
지구화 시대의 정의까지
― 논쟁을 통해 한층 더 풍부해진 프레이저의 정의론

▶ 경제와 문화의 구분이 과연 적절한가?: 프레이저 정의론을 둘러싼 논쟁들

프레이저가 1995년 글을 발표한 후 다양한 영역에서 그녀 정의론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우선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는 프레이저가 경제와 문화를 인위적으로 분리한 뒤 특히 문화를 ‘단지 문화적인’ 영역으로 격하시켰다고 비판한다. 반면 문화는 곧 경제이며 두 영역은 분리할 수 없이 뒤얽혀 있다는 것이 버틀러의 주장이다. 이에 프레이저는 자신의 구분이 ‘분석’을 위한 이론적 구분임을 재차 강조하면서, 현실에서 언제나 두 종류의 부정의(잘못된 분배와 무시)가 뒤얽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 부정의는 원인도, 개선책도 상이하기 때문에 분석적 구분을 유지해야 서로 모순을 일으키지 않는 해결책들을 찾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역설한다.
반대로 리처드 로티(Richard Rorty)는 버틀러와 프레이저 모두 ‘문화 부정의’를 과도하게 부각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경제 정의에 더욱 주력할 것과 ‘문화 차이의 인정’보다는 보편적 인간성에 기반한 ‘편견 제거’에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프레이저는 과거의 ‘경제 중심주의’로 돌아가자는 로티의 요청이 퇴행적이라 평가하면서, 여성과 성소수자, 유색인 등에게 자행되는 차별은 경제 부정의의 부산물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독자적인 문화 부정의라 주장한다. 나아가 문화 부정의는 (남성 중심적이고 서구 중심적이며 이성애 중심적인) 지배적 규범을 반영하는 ‘사회 제도와 실천’에 단단히 붙박여 있는 것이기에 단순히 사람들의 편견을 제거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변화시켜야 해결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한편 아이리스 매리언 영(Iris Marion Young)은 프레이저의 경제/문화 구분이 ‘이분법’적이라 비판하면서 이를 다원적인 부정의 범주(착취, 주변화, 무권력, 문화 제국주의, 폭력)로 대체하자고 제안한다. 이 비판에 답하면서 프레이저는 경제/문화 구분은 현실의 이론과 운동에서 발생한 ‘실제’ 분열을 반영하는 것이며, 자신의 정의론이 사회운동들이 맞닥뜨리는 딜레마를 해소할 방안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잉그리드 로베인스(Ingrid Robeyns)는 프레이저가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 존 롤스(John Rawls), 아마티아 센(Amartya Sen) 등 서로 다른 경제 정의론자의 논의를 너무 단순화시켜 이해했다고 비판하면서, 이 중 특히 아마티아 센의 ‘역량 접근’(capability approach)은 문화 부정의를 진단·개선하는 데도 유용하며 나아가 프레이저의 정의론보다 더욱 폭넓은 정의의 틀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논쟁을 통해 더욱 업그레이드된 3차원 정의론!
낸시 프레이저의 탁월함은 이 같은 다양한 반론들에 직접 답변하기도 하고 암묵적으로 참조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더욱 심화하고 확장한다는 점에 있다. 여러 논쟁 과정을 통해 그녀는 2000년에 발표한 「인정을 다시 생각하기: 문화 정치에서의 대체와 물화의 극복을 위하여」 등에서 정의를 ‘참여 동등’(parity of participation)으로 재개념화하는 한편 문화적 ‘무시’를 참여 동등을 방해받는 ‘지위 종속’(정체성 중심적 무시와 구별되는)으로 구체화한다. 나아가 그녀의 작업에 ‘정치’의 차원이 부재한다는 비판을 반영하기라도 한 듯, 2005년의 「글로벌한 세상에서 정의의 틀 새로 짜기」에서는 경제와 문화에 정치의 차원을 덧붙여 정의론을 3차원으로 재구성한다. 경제적 불평등과 문화적 무시뿐 아니라 일부 사람이 사회적/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정치적 ‘대표 불능’(misrepresentation)까지 부정의에 포함함으로써 그녀의 정의론은 한층 참여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이 글에서 그녀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부정의들이 창궐하는 지구화 시대에는 정의의 범위와 대상(예전에는 국민국가와 그 국민이었던) 자체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오늘날 정의론은 정의의 내용뿐 아니라 ‘대상/주체’와 ‘방법’도 새로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나라의 정부나 기업이 다른 나라의 시민에게 심각한 부정의를 초래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누가 정의의 주체인지’ 자체가 논란거리가 되며,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범세계적으로 한층 민주적인 제도를 창설해야 한다. 이로써 정의론은 정의의 주체와 방법을 설정하는 ‘틀 짓기’(framing) 과업까지 떠맡게 된다. 그러므로 그녀에 따르면 이제 정의론은 ‘참여 동등’이라는 규범 아래 경제와 문화, 정치의 차원의 모두 아우를 수 있어야 하며, 나아가 지구화 시대의 초국적 부정의를 저지할 수 있을 만큼 확장되어야 한다. 이것이 프레이저 정의론의 발전 과정이다.

▶ 구체적인 논쟁으로 현실의 문제들을 이해한다
다른 한편 이 책에 수록된 여러 글은 단순히 프레이저 이론의 진화 과정에 도움을 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중요한 쟁점들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재분배와 인정은 뚜렷이 구분되며 모두 독자적인 정의의 영역인가? 조지프 히스(Joseph Heath)는 로널드 드워킨을 따라 (‘복지의 평등’과 대비되는) ‘자원의 평등’의 우선성을 강조하는 한편 ‘문화적 인정 정치’를 자원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렇다면 긍정적 해결책과 변혁적 해결책을 구분하는 것은 적절한가? 엘리자베스 앤더슨(Elizabeth Anderson)은 프레이저가 ‘긍정적’(affirmative) 해결책을 부당하게 격하했다고 비판하는 가운데 고등교육에서 ‘유색인종’에게 우선권을 주는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가 어떻게 모순을 일으키지 않고서 재분배와 결합될 수 있는지를 살핀다. 또 민주주의에 내재하는 모순은 없는가? 케빈 올슨(Kevin Olson)은 참여 동등이라는 이상과 민주주의가 역설을 초래함을 밝힌다. 부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참여 동등이 필요하지만, 동등한 참여가 가장 절실한 사회의 약자들이야말로 동등하게 참여할 경제적/문화적 조건을 가장 적게 갖춘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또한 잉그리드 로베인스가 주장하듯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제공되는 ‘기본소득’은 경제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겠지만, 젠더 정의 관점을 갖추지 못하면 고용된 일부 여성을 가정으로 재유입시키는 귀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편 조지프 히스가 지적하는 것처럼 여성이 다수인 직업의 ‘재가치평가’는 여성들이 전통적인 남성 직업군에 진출하고자 할 동기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나아가 레너드 C. 펠드먼이 상기시키듯 동성애나 노숙인 등의 사회의 타자를 국가가 법으로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이들을 종속적 지위에 붙잡아 놓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논의들은 우리가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빠질 수 있는 함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고려할 수 있게 도와준다.


정의론이 부족하지 않은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비판적이고 민주적인 정의론!


낸시 프레이저의 정의론이 지닌 강점 중 하나는 그것이 보편 인간성에서 시작해 정의를 연역하는 추상적이고 몰현실적인 이론이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 부정의로 고통받는 집단들의 경험에 기반을 두는 구체적이고도 비판적인 이론이라는 점이다. 그녀의 이론 작업에는 부당한 현실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책을 제시함으로써 불평등과 억압, 모욕을 철폐하기 위한 사회운동의 시도에 힘을 실어 주려는 실천적인 의도가 내재하고 있다. 이처럼 동등한 참여, 평등, 사회 변혁이라는 실천적 목표를 지향하고 있기에 프레이저의 정의론은 그 어떤 다른 이론보다도 민주주의적인 특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의론이 부족하지 않은 시대, 하지만 동등하고 자율적인 삶을 위한 현실의 토양은 점점 말라 가고 있는 이 시대에 낸시 프레이저의 정의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며, 이 책의 논쟁들은 크고 작은 변혁을 꿈꾸고 실천하는 모든 이에게 고민과 성찰, 발전의 계기를 제공해 줄 것이다.

추천사

대화에서 배움을 얻는 재능, 날카로운 분석 정신, 놀라운 종합 능력을 갖춘 프레이저는 비판 이론 전통에서 매우 드문 사상가이며, 비판 이론의 유산을 21세기에 되살릴 자격을 보유한 인물이다.

목차

서문 케빈 올슨 6

1부 _ 재분배냐 인정이냐, 잘못된 안티테제
1장 재분배에서 인정으로?: ‘포스트사회주의’ 시대 정의의 딜레마 _ 낸시 프레이저
2장 단지 문화적인 _ 주디스 버틀러
3장 이성애 중심주의, 무시 그리고 자본주의: 주디스 버틀러에 대한 답변 _ 낸시 프레이저?
4장 ‘문화적 인정’은 좌파 정치에 유용한 개념인가 _ 리처드 로티
5장 왜 편견을 극복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리처드 로티에 대한 답변 _ 낸시 프레이저
6장 제멋대로의 범주들: 낸시 프레이저의 이원론 비판 _ 아이리스 매리언 영
7장 폴리안나 원칙에 반대하며: 아이리스 매리언 영에 대한 답변 _ 낸시 프레이저
8장 불평등에서 차이로: 대체의 극단적 사례? _ 앤 필립스
?
2부 _ 재분배와 인정, 두 차원의 정의를 중재하다
1장 인정을 다시 생각하기: 문화 정치에서의 대체와 물화의 극복을 위하여 _ 낸시 프레이저
2장 참여 동등에 대해 논하기: 낸시 프레이저의 사회 정의 구상에 대하여 _ 크리스토퍼 F. 주언
3장 적극적 조치와 프레이저의 재분배-인정 딜레마 _ 엘리자베스 앤더슨
4장 분배 정의론에 대한 낸시 프레이저의 비판은 정당한가 _ 잉그리드 로베인스
5장 자원 평등주의와 인정 정치 _ 조지프 히스

3부 _ 정의의 세번째 차원, 정치적인 것
1장 지위 부정의: 국가의 역할 _ 레너드 C. 펠드먼
2장 참여 동등과 민주적 정의 _ 케빈 올슨
3장 글로벌한 세상에서 정의의 틀 새로 짜기 _ 낸시 프레이저

4부 _ 철학적 토대: 인정, 정의, 비판
1장 인정의 의미를 둘러싼 투쟁 _ 니컬러스 컴프리디스
2장 중요한 일부터 먼저: 재분배, 인정 그리고 정당화 _ 라이너 포르스트
3장 참여 동등의 정의를 우선시하기: 컴프리디스와 포르스트에 대한 답변 _ 낸시 프레이저
?
감사의 말
옮긴이 후기
찾아보기
저역자 소개

본문중에서

이러한 상호 얽힘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경제 부정의와 문화 부정의를 분석적으로 구분할 것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두 종류의 서로 다른 개선책 또한 구분할 것이다. 경제 부정의의 개선책은 특정한 유형으로 정치-경제를 재구조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마도 소득 재분배, 노동 분업의 재조직, 민주적 결정에 따른 투자, 또는 여타 기본적 경제 구조의 변혁을 포함할 것이다. 이런 다양한 개선책은 그 강조점에 있어서 구분되지만 나는 이 전부를 총괄해 ‘재분배’라는 용어로 나타낼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문화 부정의에 대한 개선책은 특정 유형의 문화적 혹은 상징적 변화이다. 이것은 무시된 정체성과 비난받는 집단의 문화 생산물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을 포함한다. 이것은 또한 문화 다양성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 나아가 이것은 모든 사람의 자아감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사회의 재현?해석?의사소통 패턴을 전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개선책들은 그 강조점에 있어서 구분되지만 나는 이 전부를 총괄해 ‘인정’이라는 용어로 나타낼 것이다. (낸시 프레이저, 「재분배에서 인정으로?」, 32~33쪽)

프레이저는 『중단된 정의』에서 “젠더”가 “정치경제의 기본적인 구조적 원리”임을 인정했지만, 그 근거는 젠더가 무급 재생산 노동을 구조화한다는 것이었다. 비록 그녀는 레즈비언과 게이의 해방 투쟁을 지지하고 동성애 혐오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혔지만, 자신이 제안한 개념화와 관련하여 이러한 지지가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급진적으로 밀어붙이지는 않았다. 프레이저는 정치경제 내에서 ‘젠더’의 장소를 보증하는 재생산 영역이 어떻게 성적 규제에 의해 제한되는지, 즉 어떤 강제적 배제를 통해 재생산 영역이 제한당하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처럼 고착되는지 묻지 않는다. 규범적인 이성애 중심주의와 그 ‘젠더들’이 어떻게 재생산 영역 내에서 생산되는지를 분석할 방법이 있는가? 더군다나 트랜스젠더뿐 아니라 동성애와 양성애도 성적 ‘비체’abject로 생산하는 강제적 방식을 언급하지 않은 채, 그리고 바로 이러한 규제라는 사회 메커니즘을 적절하게 설명하도록 생산양식을 확장하지 않은 채 이를 분석할 방법이 있는가? 따라서 이러한 생산들이 정치경제의 성적 질서가 기능하는 데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다시 말해 그런 생산들이 정치경제의 실행 가능성에 근본적인 위협을 구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러한 생산들을 ‘단지 문화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주디스 버틀러, 「단지 문화적인」, 85~86쪽)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정 정치가 경제 정의에 관한 관심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향을 비판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프레이저의 지적은 옳다. 그러나 프레이저가 제안하는 해결책, 즉 정치경제를 전적으로 문화에 반대되는 것으로 재범주화하는 방식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정치경제와 문화에 대한 프레이저식의 이분법은 페미니스트, 인종차별 반대자, 동성애 운동가가 인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추구하는 것처럼 간주한다. 그러나 이들이 문화적 인정을 추구하는 이유는 그것이 경제 정의와 정치 정의를 위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리스 매리언 영, 「제멋대로의 범주들」, 144쪽)

심의 개념은 이 전략이 갖는 일관성과 규범적 확고함으로 인해 참여의 규범에 관한 최선의 전략으로 자리 잡는다. 이에 대해 나는 프레이저의 저작을 둘러싼 이전 토론에서 이미 다룬 바 있다. 프레이저 역시 난제에 대해 심의적 해결을 선호한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참여 동등의 규범은 공적 토론의 민주적 과정을 통해서 반드시 대화적이고 담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런 모든 이유 때문에 나는 사회 정의의 핵심에 놓인 참여 규범은 풍성한 심의를 거친 것이어야 한다고 확신한다. (케빈 올슨, 「참여 동등과 민주적 정의」, 399쪽)

그러나 지금 형태의 민주적 정의론은 아직 불완전하다. 자기 독백의 방식에서 대화식 이론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려면 대화적 전환의 대다수 옹호자가 숙고하는 것 이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따라서 민주적 결정 과정이 ‘어떤’ 정의에 국한되지 않고 ‘누구’ 그리고 ‘어떻게’의 사안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이 경우 정의 이론은 ‘어떻게’를 풀기 위해 민주적인 접근을 채택함으로써 글로벌한 세상에 걸맞은 외양을 갖추게 된다. 일반 정치적 수준뿐만 아니라 메타-정치적 수준에 이르는 모든 수준에서 대화식이 가능해지면, 그 이론은 포스트-베스트팔렌적인 민주적 정의론이 될 수 있다. (낸시 프레이저, 「글로벌한 세상에서 정의의 틀 새로 짜기」,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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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올슨 (엮음), 낸시 프레이저, 주디스 버틀러, 리처드 로티, 아이리스 매리언 영, 앤 필립스, 크리스토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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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아, 박건, 이현재 [역]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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