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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폭한 독서 : 서평가를 살린 위대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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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금정연
  • 출판사 : 마음산책
  • 발행 : 2015년 11월 30일
  • 쪽수 : 368
  • ISBN : 978896090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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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난폭한 독서』는 서평가 금정연이 자신을 살린 열 명의 작가와 그 위대한 소설들에 바치는 재기발랄한 서평집이다.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책에 깔려서도 끝없이 되읽고 싶은 위대한 풍자소설들을 현실적인 성찰과 유머 그리고 더없는 애정으로 소개한다.

출판사 서평

열 명의 위대한 작가에게 바치는 긴 헌사
소설처럼 흥미로운 서평 본연의 서평


『난폭한 독서』는 활자가 범람하는 시대에 서평을, 그러니까 책(작품)이 아니라 ‘책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되새기는 책이다. 서평이란 원텍스트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시간과 지면의 제약 때문에 책 안의 세계를 온전히 재현할 수 없으며, 그래서 책에 부수된다는 한계를 지닌 글이다. 하지만 금정연의 서평은 이런 한계를 가볍게 넘는다. 변사가 들려주는 영화처럼 추임새, 숨소리, 공간감을 살려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아는 책을 새롭게 읽고 또 선뜻 손이 가지 않는 책은 친근하게 만드는 글. 여기에 그는 서평가로서의 일상을 책 내용과 포개며 서평을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처럼 선보인다.
『난폭한 독서』는 서평가 금정연이 자신을 살린 열 명의 작가와 그 위대한 소설들에 바치는 재기발랄한 서평집이다.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책에 깔려서도 끝없이 되읽고 싶은 위대한 풍자소설들을 현실적인 성찰과 유머 그리고 더없는 애정으로 소개한다. 어떤 말로도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흠모의 감정. 저자는 그 애정을 참다못해 서평가에게 허용된 인용과 차용의 형식을 빌려 차라리 그들을 “납치”하기로 했다.

사건으로서의 역사나 가치로서의 역사, 두 방향의 접근이 이 책에는 없다. 다만 나 개인의 독서의 역사라고는 말할 수 있는데, 그건 단순한 취향의 나열을 넘어 서평가이자 독자로서 내가 끝없이 참조하고 의식하는 작품들의 목록이라는 뜻이다. 이때 중요한 건 시간이다. 작가의 시간. 작품의 시간. 독서의 시간. 그리고 나의 시간. 나는 그것들이 별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것을 함께 겹쳐 보이고 싶었다. 나는 과거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그것들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나 위상, 작품 안과 밖의 의의를 따져보는 대신 그것들을 나의 시간으로 끌고 오는 편을 택했다. 납치라고 말해도 좋다. 인용과 차용으로만 이루어진 방대한 책을 구상하던 베냐민은 자신의 글에 등장하는 인용문들은 무장을 하고 나타나 한가롭게 지나가는 행인에게서 확신(?berzeugung)을 강탈하는 도적 떼와 같다고 말했다. 이 책이 난폭하게 느껴진다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들어가며」에서

최초의 소설을 썼다는, 아니 최초로 “더럽게 웃긴 소설”을 썼다는 프랑수아 라블레부터 미겔 데 세르반테스, 조너선 스위프트, 볼테르, 드니 디드로, 로렌스 스턴,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니콜라이 고골, 귀스타브 플로베르,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험회사 직원” 프란츠 카프카. 이상 열 명의 작가는 르네상스 문학에서 시작해 계몽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 이를테면 ‘주의’가 필요한 문학으로 일컬어지는 서양 근현대 문학의 간략하고 주관적인 계보인 동시에, 더없을 조롱과 거드름으로 시대를 약 올린 위대한 풍자문학의 계보를 이룬다.
그러나 이 목록엔 그보다 중요한 의의가 있다. 바로 저자가 ‘존경’보다 ‘사랑’을 하고 싶은 작가와 작품이라는 것. 경애하고 존대하며 거리를 두기보단, 격하게 들이대어 말투까지 닮으려는 치열한 사랑의 기록. 그것이 금정연 식의 독서고 서평이다. 저자는 매 작가의 글쓰기를 모사한 카멜레온 같은 서평 속에서 돈키호테, 걸리버, 캉디드, 요제프 K 등의 주인공들에 깊이 동화되고, 각각의 소설을 자신의 일상처럼 읽어낸다. 일찌감치 소설이라는 문학 형식의 전형이 된 위대한 소설들, 그리고 그 안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21세기 서평가의 삶. 연재와 마감과 위반과 ‘자학’으로 이어지는 일상을 바쳐 저자는 삶 자체인 독서, 책이 여전히 무용(無用)하지 않은 삶을 보여준다.
『난폭한 독서』는 열 명의 작가와 그들을 대표하는 열세 개의 위대한 풍자소설을 총 28장에 걸쳐 소개한다. 이 책은 2013년 1월부터 2014년 5월 <프레시안북스>에 「요설」이란 제목으로 연재되었으며, 전면 개고를 거쳐 책으로 엮었다.

금서만도 못한 책을 즐겁게 만드는 유머
고전의 참신한 해설


금서와 고전 사이에는 사실 아주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이다. 금서가 아무도 읽지 못하는 책이라면 고전은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금서가 되면 악의적인 평과 함께 『가톨릭 백과사전』에 이름이 실리고, 고전이 되면 지루한 설명과 함께 문학 교과서에 이름이 실린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차라리 『가톨릭 백과사전』 쪽이 라블레에게 더 어울린다. 교과서에는 웃음이 없고 웃음이 없는 곳에는 라블레도 없다.
-26쪽, 「태초에 방귀가 있었다」

저자가 말하듯 ‘고전’이라는 딱지는 차라리 금서만도 못한 불명예다. 금서는 욕망의 대상일 수 있지만 ‘고전’은 미움보다 더하다는 무관심의 대상이고 그것을 대하는 얼굴엔 어떤 표정도 없다. 하지만 고전이든 금서든 사실 작품의 본질은 변함없다. 다른 것은 오로지 책에 대한 독자의 인식일 것이다. 그렇다면 읽는 관점을 바꾸면 그만. 저자는 길게는 수백 년을 살아남은 위대한 풍자소설들에서 고리타분함의 멍에를 벗겨내고자 엄중함 대신 웃음의 요소를 조목조목 짚어낸다. 웃음만큼 살갑고 만만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간 혐오로 역마살이 든 걸리버가 또다시 여행길에 올랐다가 난파된 장면.

외진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최후는 또 얼마나 비참할지를 생각하며 그는 버림받은 개처럼 해변을 쏘다닌다. 그렇다고 무작정 집을 나선 그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아무려나 마흔넷이다. 집을 나서지 않더라도 충분히 서러울 나이다.
-108쪽, 「300년 뒤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들」

저자는 볼테르가 『캉디드』를 통해 조롱하는 라이프니츠의 낙관주의 명제를 아전인수 격으로 활용해 보이기도 한다. 책 읽기가 무섭게 자기 합리화의 구실로 삼는 저자의 글에서 ‘고전’ 그리고 ‘문학’의 현대적 실용성을 엿볼 수 있다.

물론 낙관주의가 영 쓸모없기만 한 헛소리는 아닐 것이다. 적당한 낙관주의는 마치 소금처럼 인생에 맛을 더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낙관주의는 어떤가. 나는 슬슬 이 장을 마칠 생각인데 누군가는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도 않은 채 변죽만 울리다 끝낸다고 불평할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낙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다음을 위해 중요한 부분을 남겨둔 것이니 그 또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153쪽, 「어떤 조롱은 우주만큼 크다」

그러나 웃음과 넉살을 동원한들 위대한 세계문학의 정점에 선 방대한 소설들을 온전히 소개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저자는 정색하며 서평가 본연의 임무를 환기한다. 서평가는 단순히 책을 요약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책을 찾아 읽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

나는 여기에 다소 고리타분한 서평가의 편견을 덧붙이고 싶다. 어떤 작품을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정말 잘 설명하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를 고스란히 다시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 권의 책을 타이핑하는 일은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더럽게 힘든 일이다. 나는 『돈키호테』를 정말 잘 설명하고 싶었지만 보시다시피 그럴 수는 없었다. 나를 비난하는 것보단 서점에 가서 『돈키호테』를 구입하는 게 당신과 나 모두를 위한 일일 것이다. 설마 당신은 가련한 서평가에게 이토록 두꺼운 소설을 고스란히 다시 쓸 것을 요구할 정도로 뻔뻔한 사람인가?
-86쪽, 「누구도 두 번 미칠 수는 없다」

금정연의 서평엔 용변을 보다 끊은 듯하여 반드시 원전을 찾아 읽게 만드는 고집스러움이 있다. 그렇게 『난폭한 독서』는 어떤 서평도 이 책에 실린 위대한 작가들의 원전을 대체할 수 없음을 내비친다. 전체적으로 『돈키호테』 식의 장 제목과 어조를 따른 이 책은, 서평 때문에 원전으로 한발 더 뻗지 않는 독서 현실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처럼도 보인다.

책 읽고 글 쓰기를 반복하는 삶
책과 동화되는 서평가의 일상


『난폭한 독서』는 열세 편의 소설, 열세 개의 삶을 다루지만 독자는 처음부터 한 개의 삶을 더 맞닥뜨리지 않을 수 없다. 책 읽고 글을 쓰며 마감과 위반을 반복하는 서평가 금정연의 삶이다. 독자로서 관찰자로서 소설들의 결을 따르다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서평가의 일상과 자아가 몰입은 했지만 주체성을 잃지 않는 바람직한 독서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현실에 대한 불평과 마감일을 넘긴 변명 모두 책을 핑계 삼는 창의적인 독서.

내게도 직업윤리라는 게 있어 (참고서인)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를 찾아 읽을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미 절판되어 정가 3만 5000원짜리 책이 헌책으로 6만 4500원에 팔리는 상황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그나마 헌책도 이틀 후에 팔려버렸는데? 이런 글을 쓰고 내가 얼마를 받는지 당신은 아는가?
-39~40쪽, 「태초에 방귀가 있었다」

볼테르가 얼마나 날렵하게 치고 빠졌는지는 작품의 길이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미크로메가스」와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라는 두 개의 소설에 옮긴이의 해설과 볼테르 연보까지 싣고 있지만 분량은 고작 232쪽에 불과하다. 참고로 지금까지 우리가 다뤘던 작품의 쪽수는 다음과 같다.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 512쪽, 『돈키호테』 784쪽, 『걸리버 여행기』 392쪽. 앞으로 다룰 작품들 역시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렇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볼테르가 필요한 것이다.
-135~136쪽, 「어떤 조롱은 우주만큼 크다」

하지만 서평가의 희화화된 일상만이 이 책을 채우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서평가의 단조로운 삶, 읽기와 쓰기를 반복하는 삶, 그래서 더욱 책에 빠져들게 되는 삶에 대한 진지한 물음으로 지면 곳곳을 메운다. 거기엔 소설과 독서, 출판에 대한 고민이 두루 담겼다. 그리고 책에 빠져 살고 싶지만 책만 보며 살 순 없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반어적인 격려 또한.

유아론이란 무엇인가? 실재하는 것은 자아뿐이고 다른 모든 것은 자아의 관념이거나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세상 전체가 되어버린 비대한 머리통이다. 사실 그런 비대한 자의식이 없다면 누구도 글
을 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자의식의 괴물들이 만들어낸 저마다의 세계를 방문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소설에 대해 말할 때 우리의 머리통이 조금쯤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212쪽, 「감상적이지 않은 모험」

교훈은 분명하다. 남자를 망치는 취미는 ‘통상적으로’ 생각하듯 카메라도 오디오도 차도 아닌 바로 책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부바르와 페퀴셰』를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접어두시라. 부바르와 페퀴셰의 생활이 궁금해졌다면 차라리 결혼을 하시라. 톨스토이가 말했듯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온갖 불운과 독서라는 나쁜 습관에도 불구하고 부바르와 페퀴셰가 이룬 건 행복한 가정이었고 당신이 이룰 것 또한 그것이 분명하니까.
-310쪽, 「얻을 수 없는 건 얻을 수 없는 대로 두라」

추천사

정성일(영화평론가, 영화감독)
이 책은 대부분의 서평가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려고 작정한 모험이다. 어떤 길? 보르헤스가 제목으로 썼던 길. 고다르가 이어받아서 <동풍Le Ventd’est>에서 했던 말. 두 개의 길.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 당신은 종종 중얼거릴지 모르겠다. 마치 돈키호테가 된 기분인걸. 곁에 있던 금정연은 자신을 산초 판사라 부르는 대신 내가 돈키호테다, 주장하며 당신이 탄 말을 빼앗으려 달려들 사람이다. 그렇게 이 책은 난폭한 책이다. 자신이 다루는 책들에 대해서 어떤 존경심도 표명하지 않는 독서. 하지만 금정연은 나를 맞받아칠 것이다. 하지만 난 이 책들을 몹시 사랑해요. 원래 그런 것이다. 사랑을 하게 되면 존경은 물러나는 법이다. 어떤 법? 존경하던 선생님과 사랑에 빠지면 반말을 하기 시작하는 법. 정확하게 그런 의미로 나는 이 책에서 사랑을 읽는다. 당신도 그럴 것이다.

목차

들어가며

태초에 방귀가 있었다
프랑수아 라블레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

제1장 라블레는 어떻게 방귀를 뀌었는가 또는 그의 엉덩이가 품고 있던 놀라운 것들에 관해서
제2장 거리의 엉덩이에서 튀어나온 거인의 외침 그리고 그가 들려준 더럽게 새로운 이야기
제3장 라블레의 실패한 농담 그리고 팡타그뤼엘의 거대한 입에 관하여
제4장 다시 한 번, 라블레의 실패한 농담 그리고 팡타그뤼엘의 거대한 입에 관하여

누구도 두 번 미칠 수는 없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제5장 세르반테스의 꼬여버린 족보와 그의 사려 깊은 친구가 들려주는 탁월한 조언
제6장 어느 미친 독자의 영웅적이고 미미한 모험에 대한 이야기
제7장 유쾌하고 엄숙한 검열식이 행해지고 작가가 탄생하다

300년 뒤에도 달라지지 않을 것들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제8장 걸리버가 항해한 소인국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라블레를 떠올리게 하는 몇몇 분변학적 장면이 언급된다
제9장 거인국에 남겨진 걸리버의 수난이 그려지고 거대한 젖가슴에 관한 이야기와 걸리버가 떠나온 유럽에 대한 거인왕의 비판이 쏟아진다
제10장 어느 때보다 다양한 것들을 접하는 걸리버의 모험이 펼쳐지고 걸리버는 그 모든 것에서 혐오스러운 인류의 모습을 본다
제11장 마지막 항해를 떠난 걸리버는 말들의 나라에 표류하고 마침내 인간이길 포기한다

어떤 조롱은 우주만큼 크다
볼테르 *「미크로메가스」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제12장 우주에서 온 거인들이 지구의 철학자들에게 삶, 우주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한 답이 담긴 한 권의 책을 선물한다
제13장 닉 혼비가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어쩌라고?
제14장 닥터 팡글로스 혹은 캉디드는 어찌하여 낙관을 멈추고 정원을 가꾸게 되었는가

아주 조금……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운명
드니 디드로 *『운명론자 자크』

Interlude 운명론자 자크 혹은 글쓰기의 모험 혹은 여름 그리고……
제15장 선생님, 디드로의 넓적다리는 다른 어느 소설가의 다리보다 더 깁니다

감상적이지 않은 모험
로렌스 스턴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

제16장 로렌스 스턴 혹은 글쓰기의 기술─첫 문장은 내가, 다음 문장은 하느님께
제17장 오, 독자여 어디 있는가(O Reader, Where Art Thou?)
제18장 (파티 타임)
제19장 토비 삼촌, 우리 모두에게는 죽마가 필요한 거죠, 그쵸 ?

낭만적인, 너무도 낭만적인
요제프 폰 아이헨도르프 *『방랑아 이야기』

제20-1장 이토록 낭만적인 마음 (1)
제20-2장 이토록 낭만적인 마음 (2)
공지 사항

지금 여기, 뻬쩨르부르그
니콜라이 고골 *「코」 「외투」

제21장 그래, 자기. 잘 봐. 우리 모두는 고골의 콧구멍에서 나왔어
제22장 패딩 일기

얻을 수 없는 건 얻을 수 없는 대로 두라
귀스타브 플로베르 *『부바르와 페퀴셰』

제23장 자연의 빛에 의한 진리 탐구 혹은 불행한 독서
제24장 18×6〓백팔번뇌
제25장 “어떤 책이든 언제나 너무 길다!”

가까워질수록 멀어지는
프란츠 카프카 *『소송』 『성』

제26장 독자들께 드리는 보고 (1)
제27장 독자들께 드리는 보고 (2)
제28장 독자들께 드리는 보고 (3)

추천의 글 _ 정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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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라블레가 발견한 것은 똥이다. 은유로서의 똥이 아니다. 상징 같은 것도 아니다. 영어로는 쉿(shit), 불어로는 카카(caca), 한자로는 인분(人糞)이라고쓰는 그 똥이다. 똥을 싸야만 하는 인간과 똥을 싸야만 하는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발견. 라블레시언이 가리키는 것을 기억하라.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라블레는 먹고 마시고 자고 싸는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그것이 그의 위마니슴이다. 그러니 그걸 인문주의나 인본주의가 아닌 인분주의(人糞主義)라고 부른다고 해도 라블레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25쪽

모든 작가는 자기만의 문학사를 갖는다. 밀란 쿤데라의 말이다. 세르반테스 또한 그것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발사와 신부의 검열이라는 구체적인 행위로 소설 속에 들어오는 순간 문제는 달라진다. 작가 자신이 젖줄을 댄 사적인 문학사에 대한 장난스러운 언급을 넘어서는 것이다. 선택과 배제. 이발사와 신부라는 (다소 자질이 의심스러운) 두 명의 검열관은 비평가가 되어 그들 자신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공식적인(혹은 공익적인) 문학사를 정립하고 있는 것이다. (…) 돈키호테는 이미 읽었고 읽은 것을 받아들였다. 검열은 그가 읽은 것을 오히려 더 풍요롭게 만들어줄 뿐이다. 책이 금지된 세상에서 입에서 입을 통해 전해지는 책의 내용이 시간과 함께 그렇게 되는 것처럼.
그리하여 돈키호테는 두 번째 출정을 떠난다. 세르반테스의 소설이 기사 소설에 대한 공격 혹은 패러디와 이별하는 것도 바로 이 시점이다. 돈키호테의 모험은 이제 더 이상 이야기 속 기사들의 우스꽝스러운 답습이 아니다. 이발사와 신부라는 비평가, 그리고 조카딸과 가정부라는 대중에의해 폐기된 어떤 전통을 새로운 방식으로 되살리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되는 것이다. 세르반테스 자신의 소설이 그런 것처럼.
-81~82쪽

그 섬은 걸리버의 모험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바위로 가득 찬 작은 무인도다. 소인이나 거인은커녕 프라이데이도 없다. 걸리버는 익숙한 비탄에 잠긴다. 외진 곳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최후는 또 얼마나 비참할지를 생각하며 그는 버림받은 개처럼 해변을 쏘다닌다. 그렇다고 무작정 집을 나선 그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 아무려나 마흔넷이다. 집을 나서지 않더라도 충분히 서러울 나이다.
-108쪽

볼테르가 얼마나 날렵하게 치고 빠졌는지는 작품의 길이만 봐도 알 수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미크로메가스/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는 「미크로메가스」와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라는 두 개의 소설에 옮긴이의 해설과 볼테르 연보까지 싣고 있지만 분량은 고작 232쪽에 불과하다. 참고로 지금까지 우리가 다뤘던 작품의 쪽수는 다음과 같다. 『가르강튀아/팡타그뤼엘』 512쪽, 『돈키호테』 784쪽, 『걸리버 여행기』 392쪽. 앞으로 다룰 작품들 역시 만만치 않은 분량을 자랑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그렇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볼테르가 필요한 것이다.
-135~136쪽

이미 누군가 어떤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면 그보다 잘하지 못할 게 뻔한 내가 구태여 수고를 반복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이 내가 인용을 그토록 사랑하는 이유다. 무릇 작가라면 자신의 문장을 써야 한다는 고지식한 주장을 펼치는 이들이 있지만 내 생각에 그것은 ① 좀처럼 2차 텍스트라고는 찾아보지 않는 게으름이거나(60퍼센트) ② 단어 몇 개와 문장구조를 바꿔 자신의 말처럼 도용하며 그것을 자신의 문장으로 소화했다고 믿는 뻔뻔함(35퍼센트) 혹은 ③ 쉬운 길도 돌아가는 괴팍함일 뿐이다(5퍼센트). 원한다면 ③을 가리켜 성실함이라고 해도 좋다. 뭐라고 부르건 마감과 쥐꼬리만 한 원고료로 영원히 고통받는 자유기고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미덕이다.
-186쪽

유아론이란 무엇인가? 실재하는 것은 자아뿐이고 다른 모든 것은 자아의 관념이거나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세상 전체가 되어버린 비대한 머리통이다. 사실 그런 비대한 자의식이 없다면 누구도 글
을 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자의식의 괴물들이 만들어낸 저마다의 세계를 방문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소설에 대해 말할 때 우리의 머리통이 조금쯤 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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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금정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인문 분야 MD로 일했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글자들의 뒤를 쫓으며 현재 여러 매체에 책에 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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