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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옳다 : 길리언 플린 단편소설[양장]

원제 : THE GROWN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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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공포소설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릴러의 진수

길리언 플린 소설 『나는 언제나 옳다』. ‘나’는 ‘성스러운 종려나무’라는 호텔에서 일하는 매춘부이다. 손목에 문제가 생겨 남성 고객들 사이에서 평판이 자자하던 수음 테크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호텔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점을 보며 사람들의 기운을 읽는다. 물론 실제로는 신기와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익힌 요령으로 손님들의 상황을 짐작해 마음을 읽어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전 버크가 찾아온다. 그녀는 카터후트 메이너 가문의 낡은 저택을 처리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다. 낡은 저택은 그녀의 문제투성이 의붓아들, 열다섯 마일즈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퇴마사를 자처하며 귀신이 나온다는 저택을 정화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직접 본 저택과 마일즈의 상태는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벽마다 기괴한 핏자국이 나타나고, 마일즈는 나를 볼 때마다 이 집에서 나가라고 하는데….

출판사 서평

3만 7519자, 193매, 96페이지
가장 짧고 가장 섬뜩하고 가장 강렬하다!

아마존, 반스앤드노블, 〈허핑턴 포스트〉, 〈퍼블리셔스 위클리〉
〈오 매거진〉, 〈글래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선정
2015 최고의 작품
2015 에드거상 최우수 단편상 수상


출간의의

《나를 찾아줘Gone Girl》 뉴욕타임스 185주 베스트셀러
《다크 플레이스Dark Places》 뉴욕타임스 139주 베스트셀러
《몸을 긋는 소녀Sharp Objects》 뉴욕타임스 92주 베스트셀러

할리우드 영향력 1위, 글로벌 베스트셀러 작가 길리언 플린
공포소설의 한계를 뛰어넘는 스릴러의 진수를 선보이다!


《나를 찾아줘Gone Girl》, 《다크 플레이스Dark Places》, 《몸을 긋는 소녀Sharp Objects》.
지금까지 발표한 모든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타고난 이야기꾼’, 데뷔 6년 만에 ‘할 리우드 영향력 1위 작가’가 된 천재 스토리텔러, 길리언 플린이 돌아왔다. 원고지 200매가 채 되지 않는 단편소설, 《나는 언제나 옳다The Grownup》을 가지고.
출간 직후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나는 언제나 옳다》 는 방대한 분량, 셀 수조차 없는 등장인물, 실타래처럼 엉킨 인물간의 관계, 몇 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악연 등 스릴러 소설의 공식을 완전히 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러 면서도 등장인물간의 치열한 심리 싸움, 마지막 페이지까지 계속되는 반전, 책을 덮고 나서 도 식지 않는 여운에 이르기까지, 작가 특유의 페이지 터너 효과를 발휘해 ‘역시 길리언 플 린’이라는 찬사를 얻고 있다.

줄거리

“수전을 믿어요, 나를 믿어요? 누구를 믿을지는 아줌마한테 달렸어요.”


‘나’는 ‘성스러운 종려나무(Spiritual Palms)’라는 호텔에서 일하는 매춘부이다. 손목에 문제가 생겨 남성 고객들 사이에서 평판이 자자하던 수음 테크닉을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호텔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점을 보며 사람들의 기운을 읽는다. 물론 실제로는 신기(神氣)와 상관없이, 어릴 때부터 익힌 요령으로 손님들의 상황을 짐작해 마음을 읽어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수전 버크가 찾아온다. 그녀는 카터후트 메이너(Carterhook Manor) 가문의 낡은 저택을 처리하느라 지칠 대로 지쳐 있다. 낡은 저택은 그녀의 문제투성이 의붓아들, 열다섯 마일즈에게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나는 퇴마사를 자처하며 귀신이 나온다는 저택을 정화해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직접 본 저택과 마일즈의 상태는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벽마다 기괴한 핏자국이 나타나고, 마일즈는 나를 볼 때마다 이 집에서 나가라고 협박한다. 저택에 관해 조사하던 나는 100년 전 카터후크 가문이 이 저택에서 큰아들의 손에 잔인하게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진으로 본 큰아들은 마일즈와 무서울 정도로 닮았다.
하지만 마일즈는 수전이 나를 죽이기 위해 이 집으로 끌어들였으며, 이 집에 계속 머물다 가는 두 사람 모두 수전의 손에 죽을 거라고 말한다. 반면 수전은 마일즈가 자신과 친아들을 살해하고 말 것이라며 제발 도와달라고 매달린다. 나는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고, 저택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의문의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결말을 안 뒤에 더 생각하게 만드는 수수께끼 같은 책!”
길리언 플린, 자신이 가장 잘 쓰는 글을 선사하다


《나는 언제나 옳다》는 《나를 찾아줘》로 전 세계를 강타하며 ‘여성 스릴러’의 진수를 보여준 길리언 플린이 야심차게 내놓은 단편소설로, ‘미국의 톨킨’이라 불리는 조지 R.R. 마틴이 의뢰해 집필한 작품이다. 2014년 조지 마틴은 미스터리, 공포물, 순문학 등 장르 구분 없이 필력이 탁월한 작가들에게 단편을 청탁, 《사기꾼Rogues》라는 크로스 장르 선집을 냈다. 여기에 길리언 플린은 〈무슨 일 하세요?What do you do?〉를 기고했는데, 이 작품으로 2015 에드거상 최우수단편상을 수상한다.
장르 문학의 대가 스티븐 킹이 “진짜 물건”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은 〈무슨 일 하세요?〉는 2015년 11월 3일 《그로운업The Grownup》으로 출간되자마자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데 이어 아마존, 반스앤드노블, 〈허핑턴 포스트〉, 〈퍼블리셔스 위클리〉, 〈오 매거진〉, 〈글래머〉, 〈엔터테인먼트 위클리〉가 ‘2015 올해의 작품’으로 선정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매가 안 되는 짧은 소설이 왜 이토록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전통적인 공포소설’에 대한 길리언 플린의 오마주다.
낡고 오래된 빅토리아풍 저택에 얽힌 어느 가족의 과거사, 꼬리가 잘린 채 돌아다니는 고양이, 벽에 흐르는 핏자국, 밤마다 들리는 의문의 소리, 컴컴한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 촛대 모양의 조명과 목에 끈이 묶인 채 매달린 인형……
중세 시대의 건축물과 폐허를 배경으로 귀신 이야기를 다룬 공포소설은 19세기 중엽 이후 사실상 사라졌지만, 일부 기법과 장치는 브론테, 에드거 앨런 포, 찰스 디킨스 등의 작품에 등장하면서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길리언 플린은 이러한 기법과 장치를 되살려 과거의 귀신 이야기와는 전혀 다르면서도 플린 특유의 섬뜩함과 여운을 끝까지 유지하는 독창적인 이야기를 써냈다.

둘째, 가족 간의 미묘한 심리전이 작품 속 기이한 현상들을 그럴듯하게 연결해주고 있다. 길리언 플린의 전작에서도 볼 수 있듯, 《나는 언제나 옳다》에서도 원수가 되고 살인을 계획하는 건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엄마와 딸, 남편과 아내, 새엄마와 의붓아들, 시어머니와 며느리까지, 우리를 진정 괴롭히는 건 멀리 있는 타인이 아닌 가장 가깝고 가장 멀리 있는 가족이다. 이번 작품에서 플린은 아름답고 세련됐지만 우울한 새엄마 수전과 작고 창백한 의붓아들 마일즈를 중심으로, 늘 부재중인 아빠와 수전의 친아들 간의 갈등을 군더더기 없고 날카로운 특유의 문체로 묘사하고 있다.

셋째, 플린은 현실과 소설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녀는 언제나 ‘가장 익숙한’ 혹은 ‘주변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언제나 옳다》의 화자인 ‘나’는 도시 빈민, 미혼모의 딸이다. 주정뱅이 엄마와 길거리에서 구걸하면서 자라 남자들의 수음을 돕는 매춘부 일을 하다가 가짜 심령술사 노릇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는 이야기 속에는 오늘날 미국과 한국 사회의 계급, 도시 문화, 심지어 중산층을 중심으로 점과 운세가 유행하는 풍조까지 슬쩍슬쩍 녹아 있다.
나는 길에서 구걸할 때조차 머리를 써서 한 푼이라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매춘부이지만 책을 좋아한다며 구걸, 매춘, 글쓰기 모두 타인을 위로하는 일종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고 말한다. 길리언 플린은 ‘나’의 이러한 시선과 묘사를 통해 기존의 공포소설을 한 단계 격상시킨다.

길리언 플린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모험을 시도한다. 화자의 저택 방문을 탐탁찮게 여기는 의붓아들 마일즈는 이야기의 정점에서 화자에게 말한다. “수전을 믿어요, 나를 믿어요?” 누구 말이 진실이냐고 화자가 되묻자, 마일즈는 다시 말한다. “누구 말을 믿을 지는 아줌마 마음에 달린 거죠.” 그러자 화자는 ‘그래, 너를 믿어보자’ 하고 이야기를 끝내버린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진실을 모르는 것이다.
결국 독자도 화자, 수전, 마일즈의 말 전체를 되새겨보아야 한다. 작가의 설정대로 등장인물들이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도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무엇이, 어디까지 진실일까’ 고민하면서 읽어야 한다.

“나에게는 일을 처리해줄 수 있는 어른이 필요해요. 진짜로요. 차를 몰고, 호텔 방을 잡는 그런 일 말예요. 나이에 비해 내가 너무 작잖아요. 열다섯 살인데 다들 열두 살로밖에 안 봐요. 제대로 돌아다니려면 아줌마 같은 어른이 필요해요. 아줌마가 나를 데리고 그 집을 나가주기만 하면 됐는데, 정말로 그렇게 하셨죠. 아줌마는 자기 발로 경찰서에 찾아가진 않을 거잖아요. 모르긴 몰라도 아줌마 같은 사람들은 보통 전과도 있지 않나요?” _80p

“하하! 좋은 지적이에요. 그럼 누군가는 아줌마에게 거짓말을 한 거네요. 어느 쪽을 믿을 건지는 아줌마가 결정해야 한다고 봐요. 수전이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내가 또라이라고 믿고 싶으세요? 어느 쪽을 믿는 편이 좀 더 마음 편한가요? 처음에 나는 아줌마가 수전을 계속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어요." 82p

이런 특징은 많은 현대 소설에서 시도했던 작가-화자-인물-독자 간의 ‘이야기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쓰고 독자는 읽는 단순한 독서가 아닌 독자가 작품에 개입해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는 행위는, 독자가 각 등장인물들의 처지에서 상황과 입장을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힘을 심어준다. 작품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여성 주인공의 심리 묘사와 조롱, 냉소는 덤이다.

길리언 플린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쓰는 장르의 기호를 탁월한 솜씨로 풀어낸다. 스티븐 킹, 케이트 앳킨스, 미국 유수 언론들의 찬사처럼 ‘천재 이야기꾼’이자 ‘타고난 스토리텔러’인 플린의 소설을 이제는 굳이 추리냐 스릴러냐 대중 문학이냐로 구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최대한 포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자신의 전부를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상대방의 어두운 모습과 그렇게 사는 이유를 알게 된다면,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더욱 흥미를 가질 것이다.
_작가의 말.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

나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철저히 고립시키며 외로움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탐구하고 싶었다. 혹자는 내가 난해한 인물들, 즉 상처받고, 불안해하고, 철저하게 비열한 인물들을 그리는 데 전문가라고 말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나의 모든 작품에 등장하는 실패자들과 왕따들을 사랑한다. _작가의 말

검사 출신 변호사, 국내 1호 프로파일러, 영화감독, 정신과 의사……
각 분야 전문가가 말하는 《나는 언제나 옳다》, 그리고 길리언 플린


‘여성 스릴러의 정석’이라 불리는 길리언 플린의 모든 작품을 출간한 푸른숲은, 《나는 언제나 옳다》를 단행본으로 펴내면서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읽을거리를 선사한다. 바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말하는 ‘《나는 언제다 옳다》, 그리고 길리언 플린’ 인터뷰 영상을 제작한 것.
검사 출신 변호사 금태섭,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이자 범죄심리 분석가 배상훈, 다큐와 멜로, 스릴러를 넘나드는 여성 영화감독 변영주, 20년차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은 이 소설을 읽고,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소설과 작가가 우리 사회에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지 들려준다.
4인 4색의 인터뷰와 더불어 독자들은 가장 짧고 가장 섬뜩한 소설을 더욱 오래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4인의 인터뷰 전문은 푸른숲 페이스북과 《나는 언제나 옳다》 카페, 유튜브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Q 1. 이 소설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변영주_ 정말 재미있었어요. 순식간에 읽었어요. 독자들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주인공 화자가 자신이 만나는 사람, 자신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평가하는 혼잣말이 대사처럼 나와요. 그게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한편으로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들이 오컬트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굉장히 심리적인 갈등들, 그리고 중산층에 대한 냉소…… 이런 요소들이 겹치면서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게 펼쳐져요. 짧고 격정적인 스토리를 순식간에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되게 재미있었어요.

배상훈_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 같은 부분을 상당히 농도 깊게 표현했다고 할까요? 이 작가의 서술 방식을 보면 주인공의 생각을 아무 거리낌 없이 툭툭 얘기하는 것 같지만 사실 그 속에 녹아 있는 심리 장치들은 대단히 의미 있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이 인물들을 재구성 해본다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소설은 공부용으로도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설령 공부용이 아니어도 치밀하게 묘사된 게임을 보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2. 길리언 플린이 묘사하는 인물들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자기 신념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점입니다. ‘나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내 행동은 정당하고 나는 잘못이 없다. 내가 상처를 받았으니, 나는 이걸 꼭 가져야 하니, 나에겐 이게 너무 중요하니 네가 당해줘야 한다’는 태도로 일관하는데요. 그래서 범행을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나도 억울하다, 나도 피해자다’라는 태도를 보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그 이유는 뭘까요?

변영주_ 저는 이것이 21세기의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20세기에는 ‘나를 억압하는 것과 싸우는 나’라는 캐릭터가 지배적이었죠. 나를 억압하는 권력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예를 들면 그 권력은 계급일 때도 있고 젠더일 때도 있죠. 이런 식으로 나를 억압하는 무언가와 내가 어떻게 싸울 것인가가 대세였고요.
그런데 ‘21세기의 불행의 특징’은 나를 억압하는 대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억압당하는 사람들끼리 그 안에서 누가 더 자기연민에 가득 차 있는가로 싸운다는 거예요. ‘내가 너보다 더 불행한 것 같으니 너를 잡아먹을게’라고 하죠. 그동안은 사람들 안에서의 약육강식과 투쟁이 수직 관계에서 이루어졌지면 지금은 수평적인 상태에서 잡아먹고 있어요.
이게 훨씬 비극이고 아이러니예요. 그래서 자꾸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현실에서는 너무 비참하지만 이야기를 만드는 데 있어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요소가 되니까요.

배상훈_ 길리언 플린처럼 사회성을 가진 작가가 보는 특유의 시선이 정확하게 소시오패스의 방식입니다. 말하자면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가치관적이죠. 그래서 이 사회의 현상이나 인물들을 편광의 형태로 보고 있어요.
이런 시선이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일 수도 있죠. 자기중심성이 강하고, 선과 악의 존재나 해석, 판단은 모두 분자 상태에서만 가능하고. 그래서 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해석 자체도 모두 자기중심적으로 갈 수밖에 없고요.
길리언 플린 같은 작가들이 주목받는 이유도 그겁니다. 우리 사회나 미국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굉장히 일반적으로 나타난다는 거죠. 범죄자를 필두로 해서. 그런 현상을 길리언 플린은 굉장히 잘 묘사한다고 봐요. 섣부르게 선악이나 윤리를 제시하지 않고 편광 형태로 제시하면 독자들은 그걸 가지고 자기 머릿속에서 조합하면서 아주 입체적인 사례를 그려낼 수 있으니까. 제가 길리언 플린을 좋아하는 것도 그런 측면입니다.

하지현_ 이런 행동을 통해서 내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자기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데 만약 그게 너무 끔찍하고 받아들일 수 없고 그걸 견디지 못하겠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실을 방어하기 위해서 거꾸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당신이 나에게 잘 해줬으면 난 절대 그렇게 당신을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혹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렸고,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었다’라고 말함으로써 자기 자신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죠.

Q 3. 여러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성공한 여주인공’은 알고 보니 가면을 썼거나, 거짓말을 했거나, ‘리플리 증후군’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여성 캐릭터에게 유독 이런 모습이 강조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배상훈_ 저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남녀 격차, 양성 격차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하면 아직 사회적으로 많이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반대로 말하자면 여성은 가족이나 사회의 안쪽에 존재하는 부류고, 그러니 바깥으로 나올 때 민낯으로 나올 순 없을 겁니다. 그래서 가면이든 뭐든 쓰는 거예요. 악녀 이미지라던가 계모 이미지라던가.
옛날을 생각해보세요. 자기 모습 그대로 사회에 온전히 나올 수 있는 여성이 몇이나 됐나요? 있어봤자 무속인 정도? 그만큼 사회에 나올 수 있는 여자가 없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여성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에 나오려면 어떤 형태로든 남성적 관점을 따를 수밖에 없죠. 그러다 보니 여성은 늘 피지배 계층, 소수자 계층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가면을 쓰거나 악의 모습을 하고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그걸 우리가 선별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영주_ 첫 번째로는 아주 단순하게, 위협적이기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남성 악당은 남성이기 때문에 위협적인 게 있잖아요. 그런데 여성 악당은 위협적이지 않아요.
또 하나는 폭발하는 거죠. 제가 아하는 작품에도 그런 여성 주인공들이 많은데요. 한국 사회가 좀 더 심한 편이지만 특히 미국에서도 여성이 차별받고, 위협당하고, 폭력에 시달리고, 두려움을 받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런 사회적인 구조에서 여성들이 괴물이 되는 거죠.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괴물이 된 여성’이라는 캐릭터가 점점 많아진다는 건, 이 사회에 녹아 있는 성차별적이고 폭력적인 요소들로부터의 반대급부라고도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런 캐릭터에서 느끼는 정복의 이미지가 있으니까요.
《나는 언제나 옳다》도 마찬가지로, 여주인공이 끊임없이 거울 속의 자기 자신을 바꿔가면서 뭔가를 흉내 내고, 또 다른 자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 모든 타인에게 악의를 가져요. 그런데 그녀와 사회적으로 똑같은 위치에 있는 존재가 아이잖아요. 자기와 쌍둥이처럼 비슷한 아이와 직면하는 얘기라는 점에서 이 소설이 되게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Q 4. 최근 몇 년 사이에 범죄와 범죄 심리를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많이 제작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금태섭_ 법조인으로서 당연히 흥미롭고요. 특히 범죄 사건은 극단적인 상황과 극단적인 심리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인간의 본성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되기도 합니다. 그런 사건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어떤 동기로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나와 다른 생각, 다양한 관점들을 포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여기기 때문에 저는 좋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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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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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아무 생각이나 떠오르면, 그게 출발선이다. 거기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된다. 상대가 허접스러운 자수성가풍의 이야기를 원하면 후루룩 지어서 말해주면 된다. 그럴 때면 나는 갑자기 멀리 떨어진 차터 스쿨의
우등생이 되었고(실제로도 나는 우등생이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엄마는 나를 학교까지 데려다줄 기름값이 없어 쩔쩔매는 사람이 되었다(실제로는 나 혼자 버스를 세 번 갈아타고 다녔다). 상대가 체제 비판적인 이야기를 원할 수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갑자기 잘 모르는 병에 걸린 아이가 되었다(엄마는 데이트하던 개자식들 이름을 따서 아무렇게나 병명을 지어냈다. 토드-티천 신드롬, 그레고리-피셔 질환). 그리고 엄마는 내 치료비를 대느라 파산한 사람이 되었다. _10p.

사람들이 흔히 주고받는 질문을 나도 받을 때가 있다. “무슨 일 하세요?” 그럼 이렇게 대답해준다. “고객 서비스업에 종사해요.” 사실이니까. 나로 말하자면, 많은 사람을 웃게 해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솔직한가? 하지만 사실이다. 사서가 되어도 좋겠지만 도서관은 안정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게 마음에 걸린다. 책이라는 건 일시적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거시기는 영원하다. _15p.

전반적으로 위험 부담이 컸는데, 비베카의 고객은 대부분 상위 중산층이거나 하위 상류층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계급의 사람들은 쉽게 빈정이 상한다. 슬픔에 찬 부유층 주부가 제니퍼 어쩌고한테서도 자신의 운세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마당에, 손목을 다친 성실한 전직 성 노동자에게 운세를 듣는다는 건 더더욱 안 될 말이지.
외모가 모든 것을 말한다. 이들은 화려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도심에서 살려고 갖은 애를 쓰면서 교외 생활의 여유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가게 안내 데스크를 포터리반 광고처럼 꾸몄다. 나도 거기에 맞춰 그럴싸하게 입었다. _19~20p.

하지만 참 너무하지 않은가. 이들은 도심에 큰 저택을 가지고 있고, 이들의 남편은 아내를 때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아이들 키우는 것도 도와주며, 일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늘 북 클럽에 다니며 책을 읽는다. 그런데도 슬프다니. 그들의 말은 항상 이렇게 끝났다. “하지만 난 슬퍼요.” 슬프다는 건 대개 시간이 남아돈다는 뜻이다. 진짜다. 내가 자격증 있는 상담사는 아니지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슬프다는 건 대체로 시간이 너무 많다는 뜻이다. _21p.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냄새는 무엇인지, 기운은 어떤지 묻는다. 그러면서 게임에 빠져드는 거다. 그런데 수전은 언짢아하며 말을 돌렸다. “무례한 말로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음…… 아무래도 이건 저한테 안 맞는 것 같아요.”
나는 수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공감하면서 침묵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아직 잘 사용할 줄 모르는 좋은 무기 중 하나다. _27p.

그 집은 숨어 있었다. 줄줄이 늘어선 네모난 요즘 집들 사이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빅토리아 시대의 저택. 그래서인지, 과거가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하고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건물 정면 전체가 정교하게 조각된 석조물이었다. 꽃과 가늘게 세공된 무늬들, 우아한 나뭇가지와 펄럭이는 리본. 게다가 대문은 실제 사람 크기로 조각된 두 천사에 에워싸여 있었다. 천사들은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감명을 받은 듯 황홀한 얼굴로 서 있었다. _35~36p.

“엄마.” 아이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밝고 천진한 미소가 금세 떠올랐다. “보고 싶었어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아이, 잭. 마일즈는 동생과 똑같이 행동하고 있었다.
마일즈는 수전을 안으러 다가왔다. 걸을 때도 어깨를 살짝 구부리고 어리광을 부리는 듯한 잭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했다. 마일즈는 양팔을 벌려 엄마를 감싸 안고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수전은 마일즈의 어깨 너머로 나를 바라보았다. 두 뺨이 붉어지고, 입을 앙다문 모습이었다. _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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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리언 플린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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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타임'사가 발간하는 주간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출판 및 영화 평론가이다. 첫 번째 소설 '그 여자의 살인법'으로 2007년 CWA 스틸 대거상과 뉴 블러드 대거상을 동시에 수상하였다. 작가 스티븐 킹과 할런 코벤이 열렬한 찬사를 보낸 이 소설은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관능적인 묘사와 충격적인 반전으로 인해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되는 화제의 심리 스릴러이다. 2008년에 두 번째 소설 '어두운 곳(Dark Places)'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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