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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본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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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중국사상계의 거인, 리쩌허우 사상의 결정체 -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지적 여행을 떠나다


‘10년간의 대동란’이었던 문화대혁명을 마감하고 현대중국에서 이른바 신시기新時期가 도래한 지도 벌써 20여 년이 지났다. 그 당시 정치무대에 덩샤오핑이 개혁 개방의 총설계사로 화려하게 등장했다면, 사상계에서는 리쩌허우(李澤厚, 1930~)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리쩌허우는 일찍이 1950년대 말기 20대 후반의 나이에 미학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계급투쟁으로 점철된 ‘혁명’의 시기를 외로운 사색으로 통과한 그는 사상사와 미학사상 그리고 철학에 걸친 일련의 저작을 내놓으면서 많은 젊은이들의 영혼을 ‘개혁 개방’했다. 그는 80년대 중국사상계의 ‘덩샤오핑’이었다.

이번에 한국어로 번역된 [역사본체론](들녘)은 한마디로 말해 리쩌허우 자신의 사상과 세계관을 응집해놓은 아포리즘의 형식을 띠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이기도 한 “역사본체론”은 그간 리쩌허우가 사용해온 핵심개념이며 세 가지 명제, 즉 “경험이 선험으로, 역사가 이성으로, 심리가 본체로 전화한다”로 정리될 수 있다. 그는 철학자답게 근본으로 돌아가 다시금 역사의 궁극적 본질을 묻는다. 이는 동시에 기존에 자신이 제기했던 여러 가지 단편적인 주장들을 하나의 체계 속에서 엮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것이 바로 역사본체론이다.

그는 역사본체론의 첫 번째 범주로 도(度: 적당한 정도)를 설정하고 있는데 도구를 적절히 사용하고 제조할 줄 아는 물질적 실천이 곧 인류 생존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것을 도구본체(공구본체工具本體)라고 부르며 심리본체心理本體와 함께 역사본체론의 두 본체를 이룬다.

도를 역사본체론의 제일범주로 설정했다는 것은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을 가장 근원적인 사실로 받아들였다는 의미이고, 삶에 있어 경제의 결정적인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런 유물사관을 중국의 아주 통속적 어법을 사용해서 “밥 먹는 철학(吃飯哲學)”이라고 명명한다. 그가 인간은 살아야 하고,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거듭 일깨우는 것은 중국 전통사상에 대한 반성이며, 생산력의 발전보다 계급투쟁에 몰두했던 중국적 현대화에 대한 비판인 동시에 언어를 근본으로 보았던 서양의 현대성에 대한 비판이다. 또한 역사는 텍스트에 불과하다고 보아 역사의 객관적 법칙성을 무시하는 신역사주의적 조류를 겨냥하기 위함이다.

문사철文史哲을 아우르는 대사상가인 리쩌허우는 고희를 훌쩍 넘긴 지금, 더 이상 중국사상계를 호령하던 영혼의 설계사는 아닐지는 몰라도 여전히 시대의 문제에 대한 철학적 사색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은 평생에 걸친 자신의 학문적 역정을 돌아보면서 자신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에 잘 드러나 있다. 점점 가벼워만 가는 요즘, 자신의 삶과 사상을 짧지만 무게 있게 다루는 이 글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과 세상의 본질을 밝히는 진정한 의미의 인문적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일찍이 ‘인류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관점에서 ‘인식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답한 적이 있다. ‘인류는 어떻게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도구를 사용하고 제조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바로 적당한 정도를 장악하여 딱 맞게 하는 도에 있다. ‘도’는 바로 기술이자 예술이다. 즉 기술이 도道의 경지에 들어선 것을 말한다. ‘도度’가 인류 존재에 있어 본질적이라는 것을 매우 분명하고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이러한 기예의 ‘도’가 없었다면 인류는 생존을 유지할 수 없었고 인류 전체(그리고 개인)는 존재하지 않았다. _본문 16쪽에서



핵심개념 1. 실용이성 - 전통의 부조리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한계를 넘어


이 책에서 리쩌허우는 중국전통의 실용이성實用理性을 강조한다. 그는 실용이성이 현실생활의 도구인 이성을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실체보다는 과정이나 기능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자신의 유물사관에 적합한 철학적 개념이라고 피력한다. 실용이성은 역사적으로 누적되고 침전되었다는 점에서 선험이성이 아니며
그렇다고 반이성도 아니다. 그것은 비이성적 생활 속의 실용적 합리성이다. 실용이성은 이성에 반대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합리성을 수용하면서 반이성에 맞서 이성을 옹호하기 위한 리쩌허우의 전략이기도 하다.

이러한 이성의 문제는 도덕의 문제와 연관된다. 리쩌허우는 도덕은 이성의 응취凝聚라고 말한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 자신의 행복이나 현실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도덕적 행동을 하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는 이성이 개인의 사적 욕망이나 이익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늘의 뜻이나 신의 뜻을 강조하는 절대주의 윤리학을 리쩌허우는 종교적 도덕이라고 표현한다. 우리는 이를 준수하면서 세속적 쾌락과 다른 존엄이나 숭고를 맛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적 욕망이나 행복을 압도하는 도덕적 절대명령이나 이른바 천리天理는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인가? 이에 대해 리쩌허우는 예는 습속에서 기원한다고 답한다. 종교적 도덕은 일종의 사회적 도덕이라는 것이다. 이를 경험이 변하여 선험이 되었다고 말한다.

리쩌허우는 종교적 도덕과 사회적 도덕은 마땅히 구분되어야 하고 현대사회의 사회적 도덕은 개인을 단위로 한 사회계약이 기초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천부인권을 지닌 원자적 개인을 설정하고 이러한 개인이 계약을 통해 사회를 이루었다는 자유주의적 사회사상은 하나의 가설에 불과하다. 더구나 개인의 자유를 주장하는 자유주의는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자유로운 정치적 참여를 주장하지만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이 점차 커지고, 언론의 자유를 제창하지만 실제로는 거대 언론의 지배를 받게 되어 부자유에 빠지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점차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인간관계는 점차 메마르게 되어버린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세계 곳곳에서 문화적·종교적 충돌을 야기한다.

그렇다면 종교적 도덕과 현대사회의 사회적 도덕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리쩌허우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향토자연에 대한 감정 등이 풍부한 중국 전통사상(즉 天地國親師)을 윤리의 기초로 삼는다면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개인 중심의 사회적 도덕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핵심개념 2. 낙감문화 - 계몽을 제창하고 계몽을 초월한다


중국의 전통사상은 또한 심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커다란 쓰임새가 있다. 산다는 것은 역사의 진전에 따라 점차 심리적 사실이 되어간다. 리쩌허우는 이를 심리가 본체가 된다(心理成本體)라고 말한다. 그의 도구본체가 마르크스주의를 이어받은 것이었다면 이러한 심리본체는 하이데거의 사상에서 개발된 것이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존재론(본체론)을 가감 없이 수용한다면 종교의 품이나 공허하고 허무한 ‘존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리쩌허우는 여기서 중국전통으로 복귀한다. 심리본체는 바로 유학적 전통으로 하이데거가 남긴 문제를 소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일찍이 주희朱熹가 불교철학이 생과 사라는 커다란 문제를 제기하기는 했지만(生死事大) 인생의 풍부성과 구체성을 몰랐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학적 체계의 구축을 통해 불교를 소화하려고 했던 것과 유사한 사상사적 과제라고 할 만하다.

리쩌허우는 유학을 근간으로 한 중국문화에서 범인도 성인이 될 수 있으며 생활이 곧 예술이라고 보고 삶의 자잘한 정과 그 즐거움에 주목했던 전통을 낙감문화樂感文化라고 개괄한다. 그리고 삶의 흔적으로 남은 정감과 심리가 바로 진실이라고 역설한다. 그에 의해 새롭게 포착된 유학은 천상의 세계를 설정하지 않은 현실의 종교이며, 도자기를 빚어내듯 자아를 예술품으로 만들라는 심미적 가르침에 다름 아니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지식인들에게 낙후된 중국의 현대화는 그들 연구의 출발점이고 전제였다. 리쩌허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혁 개방을 채택한 지 이미 20여 년이 흐른 지금 중국은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여 도도한 세계화의 흐름에 그 거대한 몸을 맡겼으며 이에 따라 계급정당이었던 공산당은 국민정당을 지향하고 있다.

루쉰(魯迅) 옹호파라고 자임하는 리쩌허우는 ??현대사상사론??에서 루쉰의 사상을 “계몽
을 제창하고 계몽을 초월한다”라는 말로 압축하여 개괄한 적이 있다. 이성의 보편성·동일성·필연성을 강조하는 것이 계몽이라면, 이를 초월한다는 것은 감성의 구체성·다양성·우연성을 수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스트모더니즘을 포함한 서구의 현대사상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동시에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중국의 전통사상을 새롭게 발굴하고 해석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가 중국의 실용이성이나 낙감문화 또는 정감본체를 강조하는 것이 자신의 주체성 철학의 후퇴라거나 낙후된 전통으로의 회귀가 아닌가 하는 일부의 비판도 있다. 하지만 중국사상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도 서양의 현대성을 따라잡고 또 뛰어넘으려는 그의 철학적 여정은 미래 중국철학의 새로운 탐색에 귀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는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1930~
출생지 중국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학자이자 철학자. 1930년생으로 후난 창사長沙 사람. 1954년에 베이징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 파리 국제철학원 종신회원이다. 독일의 튀빙겐대, 미국의 위스콘신대, 미시간대, 콜로라도대 등의 객좌교수를 역임했다.
1950년대 이십대의 나이에 이미 실천미학이라는 미학의 한 유파를 창건했다. 그 뒤 20년을 잠자코 있던 그는 단숨에 [비판철학의 비판](1979), [중국근대사상사론](1979), [미의 역정](1981), [중국고대사상사론](1985), [중국현대사상사론](1987), [화하미학](1988), [미학사강](1989)을 내놓으면서 사상계의 우상이 되었다.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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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강화 출생. 성균관대학교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철학박사, 중국인민대학교 고급진수생, 현 영산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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