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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탈: 게일 루빈 선집

원제 : Deviations-A Gayle Rubin Reader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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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이 무지했던 성적 자유의 영역을 놀랍게도 확장시킬 역저성 인류학의 선구자 게일 루빈이 40년간 엮어낸 역사적 선집

이 책은 성 인류학의 선구자이자 대가로 손꼽히는 게일 루빈(Gayle Rubin) 미시간 대학 교수가 지난 40년간 써온 주요 논문들을 엮은 선집이자 그녀의 유일한 단독 저서이다. 스물다섯 살의 그녀에게 일약 명성을 안겨준 [여성 거래](1975)나 푸코의 [성의 역사]에 비견되며 엄청난 논쟁의 후폭풍에 휩싸인 [성을 사유하기](1982)가 국내 선도적 연구자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번역되어 간간이 읽혀오기는 했지만, 공식적으로 게일 루빈이라는 저자와 그녀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학자들조차 감히 근접하지 못한 ‘성’의 다양한 논쟁적인 주제를 급진적인 이론과 선구적인 연구방법론으로 다뤄온 게일 루빈은 자신이 발표한 논문들 가운데 주요한 열네 편의 논문을 추리고 새로운 서문을 써 넣어 이 거대한 선집을 완성했다. 분야를 막론하고 한 학자가 평생 이룩한 연구 업적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보기란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책의 우리말 번역은 오랫동안 페미니즘 연구를 함께해온 임옥희와 신혜수, 조혜영, 허윤이 맡았으며 옮긴이 서문과 해설, 연보를 추가해 이 책의 충실한 안내를 제시했다. [일탈: 게일 루빈 선집]의 한국어판 출간으로 이제 국내 섹슈얼리티 담론 및 연구는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이상 과거로 되돌아가기 어렵게 되었다.

출판사 서평

“이 책에는 우리 세대의 관심을 모조리 끌었으며 몇 번이고 다시 주목해 볼 만한 글들이 실려 있다.” - 주디스 버틀러 / '젠더 트러블'의 저자

“그녀는 항상 성적 하위문화에서 생산되지만 주류 연구자들이 간과하곤 하는 지식에 대해서 깊숙한 이해를 가지고 훌륭한 설명을 제공한다.” - 주디스 핼버스탬 / '여성의 남성성'의 저자

마르크스주의와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 이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등 현대 사상과 이론을 독파해 성적 불평등의 새로운 기원을 밝힌 고전 중의 고전

아직 우리에게 낯선 게일 루빈이라는 이름의 학자는 누구이며, 그녀는 어떻게 이 놀라운 한 권의 선집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것일까. 게일 루빈은 레즈비언이자 사도마조히스트로 커밍아웃한 1949년생의 문화인류학자이다. 그녀가 유명세를 탄 것은 1975년에 발표한 그녀의 첫 논문 [여성 거래](1975, 이 책의 1장) 덕분이었다. 그녀는 이 논문에서 성적 불평등과 여성 억압을 계급 범주로만 규명할 수 없음을 밝히고 여성 억압을 가부장제라는 장치로 환원한 현대 마르크스주의 사상과 이론을 넘어서 ‘가부장제’ 대신 ‘섹스/젠더 체계’를 처음으로 개념화한 학자이다. 이 논문에서 그녀는 인류학자답게 레비스트로스의 친족이론을 차용해 남성 지배 사회의 기원이 여성 거래를 통한 친족 형성에 있음을 밝힘으로써 성의 인류학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또한 남근 선망과 여성 억압의 내면화를 조명하기 위해 정신분석학에 의존하면서도 팔루스를 만능열쇠로 작동시키는 정신분석학에 대해서는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 인류학, 정신분석학이라는 1970년대를 지배한 거대 학문과 사상, 이론을 비판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성적 불평등 연구의 신기원을 마련한 셈이다. 이 논문은 발표된 지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문화인류학과 여성학, 사회학의 필독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게일 루빈은 자신의 첫 논문을 발표함과 동시에 학계의 주목과 페미니스트들의 극렬한 찬사 속에서 일약 명사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녀의 나이 스물다섯 살의 일이었다.

현대 사회는 왜 성적 일탈을 탄압하며 성적 하층민을 만들어내는가 성에 관한 모든 사유를 전복시키는 또 하나의 고전 푸코의 [성의 역사]를 잇는 ‘현대판 성의 역사’의 탄생

“개인적으로 나는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 억압의 철폐 그 이상을 꿈꾸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강제적 섹슈얼리티와 성 역할들의 제거를 꿈꾸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꿈은 양성적이며 (섹스가 없진 않겠지만) 젠더가 없는 사회에 대한 꿈이다. 그런 꿈속에서 한 사람의 해부학적 성은 그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행하며, 누구와 사랑을 나누는가 하는 문제와는 무관할 것이다.” (/ '1장 여성 거래' 중에서)

지금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여성 거래] 논문의 끝자락에서 게일 루빈은 그녀의 개인적인 꿈과 이상을 이렇게 그렸다. “한 사람의 해부학적 성은 그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행하며, 누구와 사랑을 나누는가 하는 문제와는 무관”한 사회. 이것이 그녀의 궁극적인 이상이었고, 그녀는 학계에서 보장하고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그녀의 꿈에 다가가고자 했다. 1978년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한 그녀는 게이 가죽족(gay leathermen)이라 불리는 성적 소수자 집단의 하위문화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5년 후 그녀의 박사논문이 될 연구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순진함으로 위장한 성적 무지를 거부했다. 레즈비언으로서의 성적 정체성과 S/M이라는 성적 실천을 감추기는커녕 레즈비언 S/M 그룹인 사모아(Samois)라는 공개적인 단체를 창립해 활동했다. 이 무렵부터 그녀는 주류 사회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고 ‘일탈자’ 혹은 ‘일탈의 학자’로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다.

게일 루빈은 1982년 다시 한 번 크게 주목받게 되는데, 이번에는 [여성 거래]의 발표 때와는 완전히 상반된 시선이었다. 소위 ‘바너드 성 회의’라 불리는 컨퍼런스에서 그녀의 급진적 삶과 입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 회의에서 게일 루빈은 그녀의 두 번째 대표작이자 또 하나의 고전이 될 [성을 사유하기](1982, 이 책의 5장)를 발표했는데, 발표를 막기 위해 행사장 주변에는 페미니스트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성을 사유할 때가 왔다. 어떤 사람에게는 섹슈얼리티가 가난, 전쟁, 질병, 인종주의, 굶주림, 핵 전멸 같은 중대 사안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하찮고 미미한 주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상상할 수조차 없는 파괴의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는 바로 이러한 시대에, 사람들은 위태로울 정도로 쉽게 섹슈얼리티에 열광한다. … 대개 성행위에 관한 분쟁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불안을 대체하고 이에 수반되는 강렬한 정서를 방출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 되곤 한다. 이렇듯 거대한 사회적 부담에 시달리는 시대이기에, 특수한 관점에서 섹슈얼리티를 다룰 필요가 있다.” (/ '5장 성을 사유하기' 중에서)

“성을 사유할 때가 왔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논문은 푸코의 [성의 역사]를 탐독한 게일 루빈이 온갖 일탈적인 성을 처벌하고 억압함으로써 이성애 정상성에 이르는 ‘현대판 성의 역사’를 기술한 논문으로 동성애, S/M, 포르노그래피를 비롯해 아동성애(이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옮긴이 해설'을 참조할 것) 등 모든 섹슈얼리티의 절대적 자유를 옹호하는 급진적인 입장과 분석을 담고 있다. 당시 주류 페미니즘은 성범죄와 성폭력의 주범으로 포르노그래피를 지목하고 반(反)포르노 운동을 벌였는데, 포르노그래피를 비롯한 모든 성적 쾌락과 자유를 옹호하고 추구해온 게일 루빈 자신과 그런 그녀의 입장과 분석을 담은 이 논문이 페미니스트들의 마녀사냥과 저열한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된 것은 어찌 보면 수순에 가까웠다. 이런 입장은 3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불꽃 튀는 논쟁을 불러일으킬 만큼 급진적인 것이다. 이렇듯 그녀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페미니즘 성 전쟁’이라 불리는 섹슈얼리티 논쟁에서 급진적인 입장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고, 그녀의 이름 앞에는 ‘급진적’ 그리고 ‘논쟁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되었다.

그 후로도 1980년대 미국에서 페미니즘과 뉴라이트의 만남으로 성 보수화 흐름이 진행되고 에이즈 공포로 성 소수자에 대한 폭력이 가중됨에 따라 게일 루빈에 대한 주류 사회 및 학계, 그리고 페미니스트들의 탄압은 시들지 않았다. 이것이 이 위대한 학자의 단독 저서가 탄탄한 이론적 업적에 비해 너무나도 뒤늦게야 출간된 이유이다. 마찬가지로 그녀의 삶의 궤적은 우리에게 게일 루빈을 ‘낯선’ 이름으로 만들어주었으며, 다른 한편 이 책의 발간은 국내에 새로운 섹슈얼리티 논쟁이 시작될 예고가 되어주기도 한다.

인간이 누려야 할 자유와 해방의 세계에 대한 흥미진진한 기술 누구도 다루지 못한 금기들을 급진적인 방법으로 다루는 놀라운 문화연구들 이 책을 읽으면 누구라도 자신이 가진 성 도덕을 쉽게 긍정하기 어려울 것

게일 루빈을 대표하는 위 두 개의 논문들과 그 논문에 덧붙이는 후기들로 이 선집의 절반이 구성된다면(선집의 구성에 관해서는 '옮긴이 해설'을 참고할 것), 나머지 절반은 문화인류학자로서 그녀가 선구적으로 개척한 성적 하위문화에 관한 민족지학적 연구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의 머릿속에 가장 흥미롭게 기억될 논문은 게일 루빈이 참여관찰을 통해 깊숙한 이해와 애정을 가지고 샌프란시스코의 성적 해방구를 그려낸 [카타콤](1991, 이 책의 9장)이 아닐까. 샌프란시스코 남성 동성애자 S/M 집단인 ‘가죽족’에 대한 문화연구인 4장 [가죽의 위협](1982), S/M과 주먹성교의 성지 ‘카타콤’을 다룬 9장 [카타콤], 레즈비언 부치성을 다룬 10장 [미소년과 왕에 대하여](1992), 포르노그래피를 다룬 11장 [오도된, 위험한, 그리고 잘못된](1993)은 루빈의 휴머니즘적 인류학 연구가 돋보이는 논문들을 대표한다. 다양한 성적 정체성과 성적 실천에 대해 알기를 원한다면 게일 루빈의 이 논문들이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보다 더 짜릿하고 재밌을 것이다.

루빈은 ‘성 위계질서’의 가장 바닥에 있고 도덕적으로 금기시되는 S/M 행위자, 부치, 주먹성교자, 성 노동자 들을 자신의 친밀한 경험과 인류학적 관찰, 철저한 현장연구를 통해 조화시킴으로써 그녀가 꿈꾸는 해방의 공동체, 자유로운 인간들의 교류, 인간적인 성적 일탈의 세계를 소설보다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다. 나아가 동성애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선행 연구를 인류학 분야에서 고증하고 이론과 실천, 아카데미즘과 액티비즘, 추상적 사유와 현장 조사를 겸비한 연구방법론을 13장(2002)과 14장(2004)에 수록해 후대 연구자들에게 깊이 있는 연구지침을 전달한다. 퀴어학 대가들의 지적 대화를 엿볼 수 있는 12장 주디스 버틀러의 게일 루빈 인터뷰(1994)는 이 선집의 또 하나의 백미인데, 1970년대 미셸 푸코와 게일 루빈의 만남, 주디스 버틀러와의 조우 등 풍부한 사적 스토리들과 함께, 팔루스를 만능열쇠로 만드는 정신분석학을 ‘팔루스 엑스 마키나’로 지칭하거나, 사도마조히즘을 탈성화시켜 소비함으로써 S/M의 정치성을 삭제해버리는 들뢰즈의 [매저키즘]을 비판하는 등 통쾌한 신랄함을 선사하는 루빈을 만날 수 있다.

[일탈]의 저자 게일 루빈과 저작권사인 듀크 대학 출판부는 한국어판 판권 계약을 위해 출판사가 연락을 해가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에서조차 성적 보수 세력으로 인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이 급진적인 저술을 동양의 유교적 전통이 지배하는 한국에서 출간한다니! 한국 사회에서도 여전히 섹슈얼리티 담론은 사회 주변부 언저리에 밀려나 있으며, 성적 불평등의 세계는 완고하고, 성 소수자에 대한 물리적?도덕적 낙인은 지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S/M 로맨스 장르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성적 자유와 쾌락을 탐미하라는 정언명령이 대중매체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이 선집은 이런 이중의 성적 세계를 유지시키는 메커니즘을, 남성 우위의 사회의 지속성을, 성적 일탈에 대한 억압을, 이 모든 성의 역사에 관한 질문들을 아주 파격적으로 다루는 논문들로 가득 차 있다. 독자들은 열다섯 편의 글 어느 하나를 건너뛰며 읽거나 쉽게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일탈]은 성을 둘러싼 담론 전체에 개입하는 정치이자, 성적 자유와 해방에 관해 매우 급진적인 사상을 펼친 사상서이며, 성적 불평등에 관한 짜릿한 이론을 선사해주는 이론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게일 루빈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특히 1980년대 미국 사회는 레이건 정부를 위시한 뉴라이트가 세력을 확장하며 성적 보수화를 추진하고 청소년 보호를 구실로 동성애를 탄압했던 시기였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 사회에 이와 유사한 현상이 등장하고 있다. 2008년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이래로 아동청소년보호법을 강화하고 성 소수자를 배제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근래 몇 년 사이에 기독교 보수 세력이 성 소수자에 대한 공격을 전면화하고 있다. 성 소수자는 좌파, 빨갱이에 이어 적대 세력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성 소수자, 트랜스섹슈얼리티, 다양한 성적 실천(BDSM)에 대한 입장은 페미니즘 안에서도 분열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국내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이 책 [일탈: 게일 루빈 선집]이 국내 성 연구 및 실천에 의미 있는 논쟁의 시발점이 되어주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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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섹슈얼리티 연구의 전 영역을 구축해온 게일 루빈의 이론적 공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녀처럼 풍부하고 놀랍고 독보적인 이론적 개입을 계속하는 학자는 매우 드물다. 이 책에는 우리 세대의 관심을 모조리 끌었으며 몇 번이고 다시 주목해 볼 만한 글들이 실려 있다. 게일 루빈은 성적 범주의 물질적인 삶, 명쾌하고 섬세한 논법, 매우 특별하고 전례 없는 아카이브를 제공한다. 이 놀라운 선집은 가장 영향력이 있는 섹슈얼리티 연구자가 걸어온 위대한 궤적을 따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귀중한 선물이다.
- 주디스 버틀러 /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버클리 수사학과 비교문학 교수, '젠더 트러블'의 저자

[일탈]에 실린 글들은 촘촘한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문제들을 엄청나게 도발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게일 루빈이 반포르노 정치에 대해 쓰든, 레즈비언 문학사에 대해 쓰든, 게이 남성 가죽족, S/M 문화, 혹은 부치/펨 성애학에 대해 쓰든, 그녀는 항상 성적 하위문화에서 생산되지만 주류 연구자들이 간과하곤 하는 지식에 대해서 깊숙한 이해를 가지고 훌륭한 설명을 제공한다. 이 책은 환상적인 선집이며, 어마어마하게 대중적으로 읽히는 책이 될 것이다.
- 주디스 핼버스탬 /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비교문학과 젠더연구 교수, '여성의 남성성'의 저자

게일 루빈은 거의 40년 동안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왔다. 이 선집은 그 사유의 폭과 깊이, 심오한 독창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보기만 해도 놀랍다. 내가 친숙한 글들을 읽을 때, 그리고 새로운 글들과 조우했을 때, 나는 내가 얼마나 그녀에게 빚지고 있는지를 되새기게 되었다.
- 존 디밀리오 / 일리노이 대학교 역사와 젠더연구 교수

미국의 탁월한 퀴어 페미니스트 학자의 시원적 에세이와 논평. 모든 학자와 도서관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책.
- 에스터 뉴턴 / 미시간 대학교 문화와 여성학 교수, '마더 캠프'의 저자

목차

[옮긴이 서문] 억압된 것의 귀환 ― '일탈'을 열며
감사의 글

[서론] 섹스, 젠더, 정치
[1장] 여성 거래: 성의 ‘정치경제’에 관한 노트
[2장] 인신매매에 수반되는 문제: '여성 거래' 재고
[3장] '한 여인이 내게 나타났다' 서문
[4장] 가죽의 위협: 정치와 S/M에 관한 논평
[5장] 성을 사유하기: 급진적 섹슈얼리티 정치 이론을 위한 노트
[6장] '성을 사유하기: 급진적 섹슈얼리티 정치 이론을 위한 노트' 후기
[7장] '성을 사유하기: 급진적 섹슈얼리티 정치 이론을 위한 노트' 추기
[8장] 과거가 된 혈전: '성을 사유하기'를 반추하며
[9장] 카타콤: 똥구멍 사원
[10장] 미소년과 왕에 대하여: 부치, 젠더, 경계에 대한 성찰
[11장] 오도된, 위험한, 그리고 잘못된: 반포르노그래피 정치에 대한 분석
[12장] 성적 거래: 주디스 버틀러의 게일 루빈 인터뷰
[13장] 성적 하위문화 연구: 북미 도시 거주 게이 공동체의 민족지학적 발굴
[14장] 퀴어 연구의 지질학: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데자뷔

부록
[옮긴이 해설] 일탈의 학자, 게일 루빈
'일탈' 연보
주요 개념어

본문중에서

프로이트 혹은 레비스트로스 두 사람 중 누구도 자신의 작업을 이런 관점에서 보지는 않았지만, 둘 다 자신들이 기술한 과정을 비판적 시각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따라서 그들의 분석과 설명들은 마르크스가 그에 앞서 존재했던 고전 정치경제학자들을 읽어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독해되어야 한다. 프로이트와 레비스트로스는 어떤 면에서 보자면 리카도와 애덤 스미스와 흡사하다. 그들은 자신이 말하고 있는 것의 함축적 의미나 혹은 페미니즘 관점에서 볼 때 그들의 작업이 초래할 잠재적 비판을 간파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성, 성적 소수자, 각 개인의 개성이 보여주는 특정한 측면에 가해진 억압이 자리한 사회적 삶을 일정 부분 설명해주는 개념적 도구를 제공해준다. 더 적확한 용어가 없기 때문에 나는 그런 사회적 삶의 일정 부분을 ‘섹스/젠더 체계’라고 부르고자 한다. 예비적 정의에 따르면, ‘섹스/젠더 체계’는 한 사회가 생물학적 섹슈얼리티를 인간 행위의 산물로 변형시키고, 그와 같이 변형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일련의 제도이다.
( '1장 여성 거래' 중에서 / p.93)

섹스/젠더 체계는 불변하는 억압적 장치가 아니며, 전통적 기능의 상당 부분을 이미 상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항이 없다면 그것은 저절로 소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체계는 섹스/젠더, 어린아이의 사회화, 인간 자신의 본성에 대한 근본적 명제들의 제공이라는 사회적 책무를 아직도 여전히 수행하고 있다. 그런 체계는 원래 자신이 촉진하도록 설계되지 않은 경제적, 정치적 목적에도 봉사한다. 섹스/젠더 체계는 정치적 행동을 통해 재조직되어야 한다. …… 개인적으로 나는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 억압의 철폐 그 이상을 꿈꾸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또한 강제적 섹슈얼리티와 성 역할들의 제거를 꿈꾸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설득력 있는 꿈은 양성적이며 (섹스가 없진 않겠지만) 젠더가 없는 사회에 대한 꿈이다. 그런 꿈속에서 한 사람의 해부학적 성은 그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을 행하며, 누구와 사랑을 나누는가 하는 문제와는 무관할 것이다.
( '1장 여성 거래' 중에서 / pp.139~140)

성을 사유할 때가 왔다. 어떤 사람에게는 섹슈얼리티가 가난, 전쟁, 질병, 인종주의, 굶주림, 핵 전멸 같은 중대 사안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하찮고 미미한 주제일지 모른다. 그러나 상상할 수조차 없는 파괴의 가능성 속에서 살아가는 바로 이러한 시대에, 사람들은 위태로울 정도로 쉽게 섹슈얼리티에 열광한다. 현대의 성 가치와 성애 행위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세기의 종교 분쟁과 유사한 점이 많다. 여기에는 크나큰 상징적인 무게가 실려 있다. 대개 성행위에 관한 분쟁은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불안을 대체하고 이에 수반되는 강렬한 정서를 방출하기 위한 보조 수단이 되곤 한다. 이렇듯 거대한 사회적 부담에 시달리는 시대이기에, 특수한 관점에서 섹슈얼리티를 다룰 필요가 있다. 섹슈얼리티의 영역 내부에도 그 자체의 정치, 불평등, 탄압의 방식이 있다. 인간 행동의 다른 측면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건 섹슈얼리티의 구체적인 제도적 형태들은 인간 행위의 산물이다. 그것들에는 계획적인 동시에 부수적인, 이해관계로 얽힌 갈등과 정치적 술책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은 언제나 정치적이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섹슈얼리티가 더욱더 날카롭게 경합을 벌이고 훨씬 더 정치적이던 시대가 있었다. 바로 그런 시대에 성애적 생활 영역은 재조정되었다.
( '5장 성을 사유하기' 중에서 / pp.281~282)

저자소개

게일 루빈(Gayle Rubin)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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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수 122권

1949년생 문화인류학자. 미국 미시간 대학 인류학, 비교문학 및 여성학 조교수이다. 미시간 대학 재학 시절이던 1970년대 초에 제2의 물결 페미니즘 운동에 합류했으며,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했고 몇 년 후 사도마조히스트로 또 한 번 커밍아웃했다. 1975년 ‘섹스/젠더 체계’라는 새로운 사유 개념을 제시하며 페미니즘 사유와 이론에 충격을 던져준 논문 '여성 거래'를 발표해 일약 명사가 되었다. 1978년에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게이 가죽족 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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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박사 수료. [김명순 문학 연구], [中西伊之助의 (汝等の背後より)에 대한 1920년대 중반 조선 문학 장의 두 가지 반응], [1930년 식민지 조선의 여성 실체] 등의 논문을 썼고, [아단문고 미공개 자료총서 2014: 여성잡지](전 39권) 해제 작업에 참여했다. 근대성, 식민성, 여성성의 교착 지점에 주목하여 한국 근대 문학과 매체 안팎의 여성 계보를 부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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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박사. [1950년대 한국소설의 남성 젠더 수행성]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30년대 여성 장편소설의 모성담론 연구], [1970년대 여성교양의 발현과 전화] 등의 논문과 [다락방에서 타자를 만나다], [젠더와 번역] 등의 공저서가 있다. 이화여대에서 강의하며 공부하고 있으며,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1950~1970년대의 다양한 매체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남성성과 정동을 살펴보는 것이 장기적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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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한때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며, 현재는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티핑 포인트],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블라인드 스팟],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 [인 아메리카]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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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에서 [영화의 죽음: 포스트필름 영화의 존재양식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여성 영화: 경계를 가로지르는 스크린], [다큐멘터리: 리얼리티의 가장자리], 논문 [전 지구적 여성 노동과 상품-이미지의 연금술] 등이 있다. 서울환경영화제 프로그래머, 다큐멘터리 [3×FTM](2008) 프로듀서로도 일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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