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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 빅퀘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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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누군가를 위한 길이 아닌 나를 위한 길을 가라

본 책의 저자인 더글라스 케네디는 1955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다수의 소설과 여행기를 출간했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2009년 국내에서 첫 출간된 [빅 픽처]는 최고의 화제를 이끌어내며 현재까지 국내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어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장편소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은 나의 길을 찾는 소설이다. 지나온 주인공의 과거를 통해 그가 가야 할 길을 함께 찾아가는 재미가 한층 흥미를 더한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다. 이 소설의 1부는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 초반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2부는 2003년을 배경으로 한다.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이 한창 거세게 전개되던 때를 시작으로 한나의 일대기를 다뤄 냈다. 인생의 굴곡 속에서 당당히 생을 마주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은 삶에 지쳐있는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나의 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출판사 서평

1. 지리멸렬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7가지 빅 퀘스천과 해답!
-[빅 픽처]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자전적 에세이!


무려 200주 이상 국내 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던[빅 픽처]를 비롯해 출간하는 소설마다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 첫 산문집[빅 퀘스천]이 출간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2010년[빅 픽처]를 필두로 2014년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까지 국내독자들에게 모두 합해 10권의 소설을 선보인 바 있지만 산문집을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빅 퀘스천]은 작가가 살아오는 동안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들을 돌이켜보며 우리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위기와 동행할 수밖에 없으며 본질적으로 비극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제한 다음 보다 나은 삶을 찾기 위한 7가지 빅 퀘스천을 던지고 나름 해답을 제시한다. 작가는 미국 뉴욕 맨해튼에 태어나고 자랐지만 [보두인대학교]를 졸업하고,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대학교에 일 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 이래 나머지 반생은 미국의 메인, 아일랜드의 더블린,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 등지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인 삶을 추구하며 전 세계 50여 개국을 여행했다.

작가의 방랑자적 기질은 사실상 늘 자식들이 보는 앞에서 목청을 높여가며 싸우기 일쑤였던 부모의 불화가 원인이 되었다. 특히 자식들에게조차 자애롭지 못하고 신경질적이었던 어머니와의 잦은 충돌은 성인이 되는 즉시 독립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었다. [빅 퀘스천]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을 돌아보게 하며, 과연 현재의 삶이 어떤 이유 혹은 누구에 의해 비롯되었는지 따져 묻는다. 결국 각자에게 주어진 삶은 대부분 본인이 초래한 것이다. 덫에 빠졌다고 생각한다면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있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부인과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틈이 벌어지며 점차 소원한 관계가 되어간다. 부부 사이가 점점 지리멸렬해지는 것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지만 차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다. 부모의 불화가 자녀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이혼 소송 과정에서 치러야 하는 온갖 스트레스, 재산 분할 같은 경제적 문제가 심각해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결국 이혼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물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받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날들을 고려해볼 때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이고 피부에 와 닿을 듯 생생하게 느껴진다. 부모의 불화, 부부 갈등, 부모와의 충돌, 자폐아로 태어난 아들 맥스에 대한 치료와 교육 문제 등 우리가 사는 동안 누구나 경험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다. 작가의 이야기들을 토대로 나의 삶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물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니까.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못마땅하고, 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행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홀가분하게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삶에 주어진 무거운 짐을 다 버리고 떠나지 못한다. 그 결과는 결국 다른 사람 탓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탓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의무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주변사람들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서 일 년 삼백육십오일 동안 신세 한탄을 하며 살아간다.
작가는 이 책에서 삶이란 ‘스스로 놓은 덫’이라 이야기한다. ‘그런 한편 왜 떠나지 못하는가?’라고 묻는다. 스스로 덫을 놓았으니 빠져나올 수 있는 사람도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생은 무한하지 않으며 광활한 우주에 비하자면 티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하기에 생을 기쁘고 행복하게 열어갈 필요가 있고, 그런 선택의 기로에서 7가지의 빅 퀘스천과 해답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2. 자기 앞에 주어진 생의 주인은 누구인가?

더글라스 케네디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미국 여학생

다른 사람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 너의 길을 가라!
-전 세계 30여 개국 독자들이 공감한 바로 그 소설!
-[빅 픽처]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장편소설!


무려 200주 이상 국내 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등재된[빅 픽처]를 비롯해 출간하는 소설마다 독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의[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이 출간되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2010년[빅 픽처]를 필두로 2014년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까지 국내독자들에게 모두 합해 10권의 소설을 선보였다. 작가의 소설은 유머러스하고 위트가 넘치는 문체, 손에 잡힐 듯 생생하고 치밀한 묘사, 누구나 빠져들지 않을 수 없는 매혹적인 스토리로 시종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을 선보여 왔다. 풍부한 여행 경험이 바탕이 된 생생한 묘사, 재기발랄한 입담도 작가의 소설에서 볼 수 있는 두드러진 매력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이력은 독특하다. 뉴욕 맨해튼 출신이지만 왕성한 활동을 펼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명성을 쌓은 곳은 유럽이다. 파리, 런던, 더블린 등지에 거주하며 작가의 입지를 탄탄하게 다졌다. 지금은 30여 개국에서 소설을 출간하고 있을 만큼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면서 [사이먼앤슈스터]사에서 전 작품을 재출간했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뉴욕의 오프오프브로드웨이에서 연극대본을 쓰며 글쓰기를 시작했고, 초창기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본 여행경험을 바탕으로 여행기를 쓰다가 소설 집필에 뛰어들었다. 프랑스에서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한편 프랑스 정부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으며, 영국에서도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다. 2013년에는 소설 두 편 -[빅 픽처],[파리5구의 여인]-이 프랑스판 영화로 제작되어 상영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개봉돼 작가를 좋아하는 다수 독자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다.
현재 국내에 소개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빅 픽처]를 필두로 [위험한 관계],[모멘트],[파리5구의 여인],[행복의 추구],[템테이션],[리빙 더 월드],[더 잡],[파이브 데이즈],[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에 이르기까지 총 10권으로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출간하는 작품마다 주요서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다. 이 소설의 1부는 1960년대 중반에서 1970년 초반까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며, 2부는 2003년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이 시작되는 1966년은 미국에서 베트남전 반대운동이 한창 거세게 전개되었던 때다. 주인공 한나 래덤의 아버지 존 윈드럽 래덤은 반전운동을 이끌어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학교수다. 미국에서 1960년대 중반과 1970년대 초는 격변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기성세대의 관습과 통념, 가치관을 부정하며 자유와 평화를 추구하고 자연으로의 회귀를 주창한 히피문화가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급진주의와 결합돼 광범위하게 확산되었던 때였다. 주인공 한나와 친구 마지가 홀치기염색 옷을 입고 부풀린 머리를 하는 것, 버몬트대학교 학생들이 대마초에 빠져 있는 것 등은 모두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히피문화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한나는 베트남전 반대운동의 핵심인물이었던 아버지와 자기중심적이며 리버럴한 사고를 하는 예술가 어머니를 바라보며 자라는 동안 은연중 부모와는 배치되는 삶을 추구하게 된다. 한나의 부모는 가정보다는 사회활동에 주력했고, 쌍방의 외도 문제로 불화가 잦다.
한나의 부모는 딸이 대학에 들어가면 사회 경험도 풍부하게 쌓고, 해외여행도 해보고, 이성교제도 충분히 해보길 원하지만 한나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의대생 댄을 만난 이후 다른 일에는 전혀 눈길을 돌리지 않는다. 한나가 독립적인 여성의 삶을 꿈꾸면서도 댄과 서둘러 결혼하게 된 것은 부모 특히 엄마로부터 한시바삐 벗어나 자신의 길을 가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한나 자신이 부모처럼 유명인사가 될 수 없다는 잠재적 열등감이 결혼을 서두른 원인이기도 하다.
한나가 결혼해 정착하게 된 메인 주의 시골마을 펠험은 조용하고 인심 좋은 곳이 아니었다. 이방인에게 배타적이고, 남의 집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싶
어 하는 사람들이 모인 탓에 소문이 무척이나 빨랐다. 지식인 가정에서 자라고 대학교육을 받은 한나에게 익명성과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펠험의 삶은 힘든 육아문제와 맞물리며 커다란 스트레스가 되는 한편 남편 댄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진다.
2부는 30년을 훌쩍 뛰어넘어서 시작된다. 한나는 어느새 장성한 아들과 딸을 둔 중년여인이 되었다. 포틀랜드 고급 주택가에 자리한 집에서 의사로 성공한 남편과 살고 있으며, 아들 제프리와 딸 리지는 이미 분가했다. 하루 열일곱 시간씩 병원에 나가야하는 댄은 여전히 바쁘고 집에 있을 때도 서재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길 좋아한다. 한나는 아내이자 엄마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한편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겉으로 보자면 완벽할 만큼 안정된 가정이다. 남편은 성공한 의사, 한나 자신은 존경받는 교사, 아들 제프리는 안정적인 변호사, 딸 리지는 뮤추얼펀드 회사에서 고연봉을 받는 펀드매니저이다.
잘난 부모 때문에 열등감에 사로잡히곤 했던 한나는 이제 자녀 문제로 난관을 겪는 엄마가 되었다. 한나의 딸 리지는 욕망의 사다리 맨 위까지 오르려고 하지만 결국 스스로 허무와 공허를 이기지 못하고 쇼핑중독에 빠지고 유부남과의 연애에 매달리다가 급기야 어디론가 실종된다. 변호사인 아들 제프리는 가족 이기주의와 기독교 근본주의에 빠져 자기와 종교관과 정치관이 다를 경우 엄마든 할아버지든 동생이든 가리지 않고 배척한다.
딸의 실종으로 상심해있던 한나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0년 전 단 한 번 외도한 사실이 상대방 남자가 쓴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면서 커다란 파문에 휩싸인다. 딸의 실종문제와 한나의 외도문제가 한 묶음으로 매스컴의 조명을 받게 되면서 한나는 인생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다. 매스컴은 물론 가장 힘이 되어주어야 할 가족마저 등을 돌린 상황에서 한나는 친구 마지의 도움을 받아가며 부당한 폭로에 맞서 결국 진실을 밝혀낸다. 한나는 이미 큰 상처를 입었지만 담담하게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한다. 독자들은 다른 사람이 원하는 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길을 가려는 한나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생! 피할 수 없다면 당당하게 마주하라!

더글라스 케네디는 언젠가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다.
"제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미국 여학생들 대부분이 페미니스트였지만 현재 그 중 60퍼센트가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죠."
6,70년대는 기존 질서에 반대해 자유와 평등을 주창하며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히피문화의 영향으로 여성해방의 기치를 내건 페미니즘운동 또한 폭넓게 확산되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 한나는 진보적 지식인 부모 밑에서 자라 페미니즘을 몸소 체득하고 있지만 오히려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존 질서 안으로 스스로 백기를 들고 투항한다.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접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경험의 기회를 박차버리고 의대생 댄과 결혼하는 것은 한나의 부모뿐만 아니라 친구 마지에게도 상당히 실망스러운 선택이었다.
한나의 예에서 우리는 이상과 현실이 어떻게 다른지 확인할 수 있다. 6,70년대에 대학을 다닌 미국의 여학생 60퍼센트 이상이 전업주부가 되었다는 사실은 결국 무엇을 증명하는가? 그만큼 여성의 사회활동과 독립적인 삶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반증하는 실례이기도 할 것이다. 한나 역시 결혼과 출산, 육아 문제가 이어지면서 자기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극히 한정돼 있었다. 그럼에도 한나가 교사로서의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그 일마저 포기하게 될 경우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전업주부’라는 말을 끔찍이 싫어한 탓이었다. ‘전업주부’라는 말은 어머니가 한나를 비꼴 때 즐겨 사용한 말이었으니까.
한나가 갓 스물을 넘긴 나이에 댄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어머니가 노골적으로 앞세웠던 말 또한 ‘전업주부가 되려고?’였다. 한나의 삶은 한 평범한 여성이 독립적인 삶을 이루기 위해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제시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자기 자신의 삶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한나가 마지막 장면에서 파리공항들 대부분이 페미니스트였지만 현재 그 중 60퍼센트가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습니다."
6,70년대는 기존 질서에 반대해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며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히피문화의 영향으로 여성해방의 기치를 내건 페미니즘운동 또한 폭넓게 확산되었다. 페미니즘을 목 놓아 외치던 여학생들이 변화를 모색하기보다는 기존 질서 안으로 백기를 들고 투항한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6,70년대에 대학을 다닌 미국의 여학생 60퍼센트 이상이 전업주부가 되었다는 사실은 결국 무엇을 증명하는가? 그만큼 여성의 사회활동과 독립적인 삶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반증하는 실례이기도 할 것이다.
작가가 이 책에서 내세우는 이야기도 동일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많은 친구들이 작가에게 잘못된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며 헤어져야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고통스런 삶을 이어간다. 배우자와 함께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 여기면서도 ‘스스로 놓은 덫’에서 빠져 나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 선택으로 말미암아 삶이 백팔십도로 달라진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아찔해지기 때문이다. 마치 미국 시인 로버트 프루스트의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우리의 선택이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 놓는다면 누구나 두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변화의 두려움에 갇혀 원하지도 않는 삶을 지속해가는 것이야말로 더욱 비극적인 삶이라 진단한다. 자기 자신의 삶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인간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종교, 죽음, 결혼, 예술, 문학, 용서의 문제 등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질문과 해답을 던진다. 특히 셰익스피어, 도스토옙스키, 플로베르, 피츠제럴드, 리처드 예이츠, 테네시 윌리엄스, 아서 밀러 등의 문학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은 매우 탁월하고 흥미롭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문제들은 사실 작가의 소설 속에서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내용들이기도 하다. 그간 읽었던 작가의 소설들과 직접 경험한 일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생에서 만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이 책에 녹아들어 있지만 딱딱한 도덕 교과서처럼 ‘이렇게 살아라.’ 라고 말하는 방식은 아니다. 오히려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다. 그런 재미의 바탕은 무엇보다 ‘진솔한 삶’의 이야기들에서 온다. 작가 자신의 삶, 아버지와 어머니, 어린 시절, 아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그려진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뿐 아니다. 불행한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 우울증으로 자살한 스승, 스캔들로 자신의 재능을 썩히는 작가 등등 여러 실존 인물들의 삶이 책 속에 펼쳐진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삶의 다양한 양상을 대하며 미래를 어떻게 펼쳐 가야할지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3.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에 대하여

1955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났으며 다수의 소설과 여행기를 출간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런던, 파리, 베를린, 몰타 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조국인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특히 유럽, 그중에서도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았고, 2009년에는 프랑스의 유명 신문[피가로]지에서 주는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한때 극단을 운영하며 직접 희곡을 쓰기도 했고, 이야기체의 여행 책자를 쓰다가 소설 집필을 시작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오지부터 시작해 파타고니아, 서사모아, 베트남,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세계 40여 개 나라를 여행했다. 풍부한 여행 경험이 작가적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등장인물에 대한 완벽한 탐구, 치밀한 구성,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스토리가 발군인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출간되고 있다. 2009년 국내에서 출간된[빅 픽처]는 최고의 화제를 끌어 모으며 국내 주요서점 최장기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어 있다.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은 반전운동과 히피문화가 활기를 띠었던 6,70년대로부터 신자본주의와 소비문화로 가족해체의
에 내려서는 모습은 바로 독립적인 길을 가려는 결연한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사랑하는 딸 리지가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이혼한 남편과의 감정이 여전히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지만 한나는 결국 파리에서 반년동안 살기로 한 결심을 굽히지 않는다. 한 남자의 아내로서의 삶과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이 무려 30년 전 스캔들로 심각한 위기를 맞이한 가운데 한나는 무엇을 깨달았을까? 옆에서 큰 힘이 되어 주리라 생각했던 남편과 아들이 황색 저널리즘의 보도에 편승에 그녀를 비난했을 때 무엇을 느꼈을까? 어느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 삶이야말로 구원이라는 걸 느끼지 않았을까?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가야 할 길을 찾는 이야기!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줄거리 요약!


한나 래덤은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이끌며 매스컴의 총아가 된 존 윈드럽 래덤 교수와 뉴욕갤러리에서 매년 개인전을 열 만큼 널리 인정받는 화가인 도로시 래덤의 딸이다. 어릴 때부터 한나는 자기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누구의 딸’로 더 알려져 있다. 한나는 스스로를 부모와 달리 특별한 재능을 타고 나지 못한 존재로 인식하면서 부쩍 자신감을 잃는다.
한나는 제발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에 가기를 원하는 부모의 바람과 달리 집에서 가까울뿐더러 아버지가 교수로 재직 중인 버몬트대학교에 진학한다. 당시는 히피문화와 함께 베트남전 반대운동이 한창이던 때로 학생들 사이에서도 홀치기염색을 한 옷과 대마초가 유행하던 때이다. 한나는 이제는 세상에 나가 경험을 쌓으라며 등을 떠다미는 엄마의 소원대로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다. 한나는 곧 의대생 댄을 만나 교제를 시작한다. 엄마는 다양한 남자들을 만나보라고 권유하지만 한나는 댄을 만나면서 단 한 번도 한눈을 팔지 않는다. 히피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던 당시 대학 문화에서 보자면 한나는 모든 걸 지나치게 일찍 선택하고 결론을 내린 셈이었다.
한나는 댄이 멀어질까 봐 두려워 파리에 교환학생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박차버렸고, 사회적 경험을 쌓을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다. 한나가 졸업도 하기 전에 댄과의 결혼을 발표하자 어머니 도로시 래덤은 평생 ‘전업주부’로 살려고 하냐며 딸을 비꼰다. 한나는 부모의 우려와 친구 마지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댄과 결혼해 곧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한다. 한나는 자신이 부모가 우려하던 대로 덫에 걸렀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막다른 길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남편 댄이 공중보건의로 근무하게 된 메인 주의 시골마을 펠험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원래 들어가살기로 한 아파트의 배수관이 터지는 바람에 병원건물에 딸린 집에서 살게 된 것도 불만이지만 이방인이라면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는 마을사람들의 집요한 시선과 어떤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소문이 너무 빨라 한나로서는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한나는 사생활과 익명성이 조금도 보장되지 않는 펠험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남편 댄에 대한 불만을 키워간다. 차라리 남편과 헤어져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고 싶지만 아들 제프리 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는 실정이다. 하루하루 우울한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그나마 펠험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게 된 게 자그마한 위안이다.
그 당시는 베트남전 반대와 함께 터져 나온 사회변혁의 움직임이 활발하던 때이다. 남편 댄이 시아버지 임종을 보러 고향에 간 사이 한나는 아버지 래덤 교수로부터 뜻밖의 부탁을 받게 된다. 아버지가 알고 지내는 젊은 급진주의자 토비어스 저슨이 현재 여행 중인데 여건이 허락한다면 집에 재워주었으면 한다는 말이었다. 한나는 남편 댄에게 그런 사실을 전화로 이야기하고 토비어스 저슨을 집에 머물게 한다. 그 당시 한나는 남편에 대한 애정이 식은 때였고, 대화 상대라고는 없이 외로운 생활을 해오던 때라 저슨의 유혹에 넘어가 이틀 동안 열정적인 섹스에 탐닉한다.
알고 보니 저슨은 시카고 국방부청사를 폭파한 범인들을 숨겨준 혐의로 FBI의 추격을 받는 입장이다. 저슨의 목적은 한나를 이용해 캐나다로 도주하는 것이다. 한나는 저슨을 국경 너머 캐나다까지 태워다주지 않으면 꼼짝없이 범인 은닉죄 위기를 맞게 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에서 파생된 세대 간의 갈등, 가치관의 변화, 이념대립, 문화적 충돌 등을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통해 생동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스테이트 오브 더 유이언], [파이브 데이즈],[더 잡],[리빙 더 월드],[템테이션],[행복의 추구],[파리5구의 여인],[모멘트],[빅 픽처],[위험한 관계]등이 있으며 격찬을 받은 여행기로 [Beyond the Pyramids],[In God’s Country]등이 있다.
로 처벌받아야할 입장에 처한 셈이었다. 게다가 저슨과의 외도가 발각될 경우 더 이상 아들 제프리를 볼 수 없게 될 것이란 불안감에 휩싸인다. 결국 한나는 저슨을 캐나다까지 피신시키고 돌아온다.
그 일이 있은 지 30년의 세월이 지나간다. 댄은 [메인 메디컬센터]의 정형외과 과장이 되어 있고, 아들과 딸은 성장해 각자 독립생활을 하고 있다. 한나는 메인 주 포틀랜드의 고급주택지의 저택에서 살고 있으며 고교에서 교사로 재직해오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히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가정이지만 삶은 한나를 평화롭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여전히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남편, 잘못된 종교적 신념에 경도돼 매사에 배타적인 아들, 의존적인 사랑에 집착하는 딸은 한나를 끝없이 불안하게 한다. 유부남 의사와의 실연에 절망한 딸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30년 전 저슨과 벌인 단 한 번의 외도가 상대 남자의 책을 통해 공개되면서 황색 저널리즘의 무자비한 공격을 받게 된 한나의 삶은 다시 위기의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데.......

추천사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에 쏟아진 언론의 찬사!

러시안룰렛 게임처럼 한시도 긴장을 풀 수 없다. 과거와 미래가 충돌하는 클라이맥스는 가히 폭발적이다.
- 더 타임스

새벽 3시까지 뜬눈으로 읽게 되는 책. 개성 넘치는 다양한 인물들이 뛰어나게 묘사된다.
- 선데이 타임스

더글라스 케네디는 우아하지만 곤경에 처한 여성들의 삶을 그려내는 데 있어 탁월한 천재다. 이 소설의 한나 역시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캐릭터이다.
- 데일리 미러

아주 영리한 소설, 계속 독자의 눈을 끌어당긴다.
- 인디펜던트 일요판

책에 매료되어 결코 손에서 놓을 수 없다.
- 선데이 익스프레스

1960년대의 미국은 급진주의의 시대였다. 인권운동과 반전운동, 프리섹스 주의가 활기를 띠던 때였다. 기성세대와 구시대적 질서에 대한 반감도 대단히 높았다.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의 보수적 가치에 반항해 싸우고자 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한나 버컨은 예외였다. 한나는 급진주의자 아버지와 화가 어머니에게 크게 실망해 당시 미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사회변혁운동에 앞장서기보다 의사 애인과 결혼해 작은 마을에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메인 주의 이름 없는 시골마을에서 의사 아내로 정착한 한나에게 권태가 찾아온다. 그러다가 뜻밖의 사건이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한나는 어쩔 수 없이 법을 어기고 만다.
흠 잡을 데 없는 한나의 생활에서 그 한 번의 실수는 조용히 덮인 채 수십 년이 흐른다. 그러나 미국의 분위기가 9.11사태 이후 보수적으로 흐르기 시작하고, 한나의 비밀이 터져 나오면서 그녀의 삶은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스테이트 오브 유니언]은 인생과 사랑과 가족에 대한 깊이 있고 매혹적인 소설이다. 두 가지 다른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두 시대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 아마존 영국

쓴웃음을 자아내는 유머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 사이를 흥미롭게 오간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뛰어난 통찰과 커다란 재미를 다 갖췄다.
- 메일

블록버스터급 소설들은 감동과 지적인 재미가 부족하여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은 예외적으로 아주 뛰어나다.
- 인디펜던트

최고의 소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는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스릴러 작가로서의 능력을 선보이는 한편 한 여자의 일생을 디테일한 감정까지 세세히 그리며 독자들을 빨아들인다.
- 마리 클레르

매혹적이고 흡인력이 강하다.
- 레드

목차

제1부
제2부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스키가 나아가는 길을 빼면 내 눈앞에서 보이는 건 없었고, 방향감각도 알 수 없었다. 잠시 멈춰 서 목을 길게 빼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눈밖에 없었다. 다시 출발하려 했지만 눈이 시야를 가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나는 폴을 눈 속에 깊이 찌르고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눈이 내 몸을 휘감았고, 깊이 숨죽인 세상은 적막하고 고요했다. 며칠, 아니 몇 달, 아니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나는 점점 더 긴장을 더해 가는 삶에서 마주친 적 없는 낯선 감정에 굴복했다. 나는 작가로서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잠시도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삶을 살아오고 있었다. 온통 눈으로 덮인 적막강산에 서 있는 동안 그때까지 내 삶을 좀먹고 있던 모든 괴로움이 사라졌다. 인생은 근원적으로 부조리하다는 생각과 내 자신, 혹은 주변사람들 때문에 느껴야 했던 불안감이 어느새 내 머릿속에서 자취를 감춘 순간이었다. 이곳에서는 세상이 온통 낙천적으로 보였다. 지금 이 순간, 이 특별한 ‘지금 여기’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이 장소, 이 시간, 이 순수한 마법의 경이 속에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 p.22)

나는 비로소 삶을 열린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다른 모두의 삶과 마찬가지로 나의 삶 역시 정답이 없는 질문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러하기에 내 삶은 더욱 경이롭고 흥미롭고 신비로울 수 있다.
우리는 ‘진실은 ~(이)다’라는 표현을 흔히 쓰지만 진실은 자연의 인과법칙을 제외한 다른 상황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다른 해석이 존재할 뿐이다.
‘삶은 뒤로 돌아갈 수 없으며, 지나간 뒤에야 삶을 이해할 수 있다.’
삶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다양성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다양성이란 단순한 인정이나 타협을 뜻하는 게 아니다. 삶이란 정답 없는 심오한 의문과 끊임없이 조우하는 일이다. 삶에 대한 정답을 찾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애써야 하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이다.
‘나는 왜 존재하는가? 인생은 왜 끊임없이 불공평한가? 인생을 이루는 근원적이면서도 영원한 요소인 괴로움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인류가 자구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초창기부터 인간과 함께해 왔다.
(/ pp.28~29)

사람은 각자 지문이 다르듯 행복을 느끼는 의미와 조건 역시 다르다. 우리는 배우자가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지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 매사 상대를 비난하고 탓하는 성격을 가진 배우자라면 상대를 불행에 빠뜨리는 사람이다. 부부간에 폭력을 사용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거나 사사건건 음해를 일삼는 행위는 가장 아끼고 사랑해주어야 할 배우자를 지옥에 빠뜨리는 일이다. 배우자에게 끊임없이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계속 그 옆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등을 돌리고 떠날 것인지에 대한 결정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배우자가 사사건건 생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 갈라서는 게 낫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모든 부당함에 대해 스스로 인내하며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자위하거나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해결될 거라 기대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인생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거라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 상황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부당한 현실에 순응할지 거부할지 결정해야 할 몫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 p.59)

거리의 철학자로 통하는 에릭 호퍼는 말했다.
‘우리는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할 때 가장 크게 거짓말한다.’
에릭 호퍼가 남긴 말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명언이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적당히 이야기를 지어내야 할 때가 있다는 건 인간의 조건 중 하나이다.
2009년 5월, 내 이혼 소송이 마무리되고 나서 오랜 시간 고생한 두 변호사인 프랜시스와 캐롤라인이 나를 식사에 초대했다.
프랜시스가 말했다.
"당신은 아주 훌륭한 고객이었습니다. 아무리 궁금한 일이 있어도 주말에는 전화하지 않았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절대로 화내지 않았죠."
미소를 짓다가 부지불식간에 내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이혼 절차에서 재산 분할 문제를 빼면 쌍방이 주장하는 이

"며칠 전, 마침내 용기를 내 집을 나가겠다고 말했어. 내가 더 이상 부부로 지내지 않겠다는 말을 들은 네 엄마의 반응이 이상했어. 사실 난 길길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들 거라 생각했는데 고요한 침묵만 흘렀지. 네 엄마는 왜 그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는지 이유를 묻지도 않았어. 몰리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묻지 않았어. 네 엄마는 그저 ‘금요일까지 짐을 싸서 나가.’라고 말했을 뿐이야. 그 뒤로 이틀 동안 네 엄마를 거의 보지 못했어. ‘빈 방에서 잘 테니까 내 물건에는 손대지 마. 다음 주에 내 변호사가 전화할 거야.’라고 쓴 쪽지를 남겨두고 나를 피했지. 그러다가 어제 저녁 여섯 시쯤 집에 들어와 보니 네 엄마가 차고에 세워둔 차 안에서 쓰러져 있는 거야. 처음에는 차안에 연기가 가득해 네 엄마가 안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어. 차창 틈에 테이프까지 붙였더구나. 일을 제대로 하려고 작정한 거지. 내가 15분만 늦었더라도 네 엄마는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됐을 거야. 네 엄마를 간신히 차에서 끌어낸 다음 911에 전화하고 구급차가 올 때까지 인공호흡을 했어. 곧 구급대가 도착해 네 엄마를 병원으로 데리고 왔단다."
아빠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가 떼고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의사가 말하길 네 엄마가 차의 시동을 걸기 전 신경안정제를 스물다섯 알쯤 먹었을 거라고 하더구나.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단다."
(/ p.52)

"34년 전, 이 호수로 여름캠프를 왔었어. 여름캠프에 함께 온 백인 여자아이들이 나를 유대인이라고 무시해 잔뜩 화가 났지. 그해 여름, 호수 저편에서 첫 섹스를 했어. 한창 섹스에 몰두하다 여름캠프 지도교사에게 발각되었지."
"상대는 누구였어요?"
"모리스 핀스커, 하필이면 모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한테 처녀를 주어버리다니! 모리스는 지금 뉴저지에서 유명한 치과의사가 돼있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반 년 전,[뉴욕타임스]에 모리스의 딸 결혼식 소식이 실린 걸 보고 알게 됐어."
"백인 학생들만 모인 캠프라 유대인은 엄마밖에 없었다면서요?"
"바로 옆에 유대인 남학생 캠프가 있었어. 엄마들이 알았더라면 딸이 유대인 남학생들과 어울려 노는 걸 반대했겠지만 우린 캠프파이어를 하며 그들과 함께 즐겼어."
"엄마는 어떡하다 그 유대인 남학생을 따라가게 됐어요?"
"캠프파이어를 하며 춤추다가 그 남학생이 숲으로 산책을 가자고 꼬드겼어. 어쩌다가 그냥 따라가게 됐지만 섹스까지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여름캠프에서 처음 만났다면서요?"
"그래, 숲으로 간 지 10분도 안 돼 모리스가 내 속옷을 내리는 걸 내버려두었어."
"지금 저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가 뭐죠?"
"인생이 얼마나 허망하게 결정되는지 증명해주는 좋은 예니까. 그때 이후 여긴 처음이야."
(/ pp.106~107)

"누구나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지 않나요? 다만 종교는 너무 손쉬운 길을 제시하는 건 아닌가 생각해요. 신이 다 해결해준다거나 믿음이 깊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은 너무 쉬운 해법 아닌가요?"
"종교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믿고 의지할 뭔가를 찾아 헤매죠."
"당신의 종교는 혁명인가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저는 제 자신을 믿고 싶어요."
"무슨 뜻이죠?"
내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불평을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정치혁명을 꿈꾸는 저슨의 눈에 내 불평은 한낱 무기력한 주부의 하소연으로 비칠 수도 있을 테니까. 아이를 안고 앉아 내 인생이 덫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런 하소연이 어디 있을까?
"저도 다른 삶을 경험해보고 싶긴 해요. 그렇지만 남편과 아이를 버리고 제 삶을 찾아 떠난다는 건 생각할 수조차 없어요."
"누구나 다 트로츠키처럼 행동할 수는 없겠죠. 사회의 통념이나 관습의 벽을 허문다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죠. 아이가 있는 경우 더욱 결단을 내리기 힘들겠죠. 그렇지만 현재의 일상에 작은 변화를 줄 수는 있잖아요."
"가령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결혼서약이나 주변의 기대어린 시선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정말이지 비극이라 할 수 있죠. 일상에서부터 작은 변화를 시도해 봐요
. 당신의 뛰어난 능력을 사장시키지 말아요."
"제가 어딜 봐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거죠?"
(/ pp.152~153)

침실 문이 열리고 저슨이 들어왔다. 양손에 와인글라스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저슨이 잔 하나를 나에게 건네며 속삭였다.
"와인이 필요할 것 같아서요."
"고마워요."
내가 잔을 받자마자 저슨은 몸을 숙여 키스했다. 나는 키스를 받아들였지만 저슨은 거부의 느낌을 받은 듯했다.
"괜찮아?"
"괜찮아."
"다행이네."
저슨이 내 목에 키스했고, 나는 어깨를 움츠리며 말했다.
"여기서는 싫어."
거실로 나가자 저슨은 내 몸 여기저기를 더듬었다.
나는 또다시 저슨을 살짝 밀었다.
"왜 그래?"
"못 하겠어."
"애 때문에 그래?"
"애 때문이기도 하고......."
나는 말을 끊고 거실을 가로질러 걸어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부르주아의 죄책감인가?"
"고마운 지적이네."
저슨이 내 옆으로 다가와 허리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농담이었는데 왜 그래?"
나는 몸을 돌려 저슨을 마주 바라보았다.
"나도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그렇지만......."
저슨이 키스했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면 돼."
"안 돼."
또 키스.
저슨이 말했다.
"아무도 모를 거야."
"내가 알잖아."
또 키스.
"그래서?"
"앞으로 살아가면서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할 거야."
또 키스.
"죄책감은 수녀한테나 줘버려."
(/ pp.161~162)

"그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아. 그놈은 떠났고, FBI가 너를 뒤쫓고 있지도 않잖아. 댄은 아예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빌리라는 사람은 너와 친구로 머물러 있고 싶을 테니까 절대 아무 말도 안 할 거야. 네 아버지가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부녀간에 용서하지 않을 수는 없잖아. 너도 잘 알고 있을 테지만......."
마지가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
"너는 벌써 다 극복했구나."
"내가 뭘 다 극복했다는 거야?"
"너 스스로 잘 알 거야. 다 극복했다는 걸."
"그렇지만 앞으로 그 일이 내 발목을 잡으면 어떻게 해?"
"네가 일부러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너 자신을 괴롭히지 않는 한 그것 때문에 영향 받을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런 기억을 머리에 꼭꼭 눌러 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해."
"한나, 그건 아주 간단해. 그냥 살면 돼."
"그냥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니까."
"너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이야?"
"그래,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용서해야 돼."
(/ p.218)

그때 리지는 말했다.
"남자에게 의지해서 살기는 싫어요. 요즘은 교사도 살기에 빡빡하잖아요. 물론 고귀한 직업이지만 저는 그렇게 살아가긴 싫어요. MBA과정을 마치고 돈을 많이 주는 회사에 취직할 거예요. 30대 중반이 되기 전에 저축을 많이 해두고, 그 뒤로는 내 멋대로의 삶을 살고 싶거든요."
나는 리지에게 인생은 절대로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다고 충고했지만 소용없었다. 리지는 자기 목표에 충실했다. 다트무스대학교의 MBA과정은 미국 최고 등급이었으므로 리지는 졸업하자마자 보스턴에 있는 뮤추얼펀드 회사에 픽업되었다. 첫 연봉이 놀랍게도 15만 달러였다. 리지는 뮤추얼펀드 회사에서 그 정도 연봉을 받는 사람은 부지기수로 널려 있다고 했다.
리지는 취직한 첫해 크리스마스 보너스를 받아 보스턴에 아파트를 구입했고, 디자이너 가구로 실내를 장식했다. 작년에는 미니 쿠페를 샀고, 2년 동안 해마다 네비스나 캘리포니아 주 바자에 있는 값비싼 리조트에서 며칠씩 휴가를 즐기고 왔다.
겉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지만 내가 보기에 리지는 문제가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뮤추얼펀드 회사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뮤추얼펀드에 투자해 고객의 돈을 불려주는 일을 일차원적이고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리지에게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제 돈을 많이 쓰는 생활에 익숙해져 높은 급여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리지는 아파트 대출금을 다 갚으려면 아직 예닐곱 해는 보너스를 받아 챙겨야 한다고 말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한 야기가 다 달랐죠. 우리 부부가 결혼생활을 해오는 동안 서로 다른 두 가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요? 저는 당연히 제 말이 진실이었다고 이야기하겠죠. 그렇지만 엄밀히 따져 보자면 우리 둘 중 어느 누구도 진실을 이야기한 사람은 없습니다. 함께 경험한 일을 두고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을 했을 뿐이죠."
(/ pp.95~96)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인간 조건의 불확실성을 생각했다. 아무리 우리 눈에 고정되고 지속적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모습이 언제나 똑같으리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인간은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을 좋아한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우정, 늘 일에 만족을 주는 회사, 절대로 싫증나지 않을 운명적 사랑을 꿈꾸지만 인생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깨어진 우정, 사양 산업이 되는 바람에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사라져 쓸모가 없게 되어버린 경력, 갑작스런 연인의 변심은 삶의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는 언제나 고정되고 지속적인 관계를 바라지만 비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듯 비극을 부르는 요소들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p.136)

나는 교조주의적인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한편 인간존재는 신비로 둘러싸여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 까닭에 나는 자연의 경이 앞에서 그저 감동의 눈물만 흘렸다. 지난 열여덟 시간 동안 충격적인 일을 겪은 뒤 나는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해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인간은 자주 길을 잃고 헤매지만 사는 동안 이처럼 경이로운 순간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연한 일에서 형이상학적 의미를 찾는 건 인간 조건의 기본적인 요소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더 큰 의미와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니체가 말하길 ‘진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그 진실이 흥미로우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라고 했다.
자연의 경이를 대할 수 있는 아주 드문 순간도 있다. 별달리 생각을 품을 필요도 없이 고양된 기운을 느끼면 되는 순간이 있다. 브람스의 레퀴엠과 죽음 그리고 강렬한 햇볕에 감싸인 해변의 천국 같은 이미지가 나란히 놓이는 순간이다.
(/ pp.210~211)

용서에 대해 가장 공감할 수 있는 말을 남긴 사람은 아우구스티누스일 것이다. 몇 세기 뒤에 살았던 몽테뉴와 함께 아우구스티누스는 현대적인 실존주의의 토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용서는 죄를 사하는 것이다. 용서함으로 한 번 길을 잃었던 마음이 다시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현대의학과 정신분석학에서는 ‘용서 모델’로 불리는 연구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용서하고 미움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받은 피해의 부스러기 때문에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는 사람이 세상을 훨씬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의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큰 상처를 준 사람에게 호의를 베푼다는 건 다시 말해 자기 자신에게 남아 있는 분노를 줄여나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분노를 줄이는 건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용서는 정신건강에 좋다. 다만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용서하기란 정말이지 몹시 힘든 일이다.
(/ pp.239~240)

용서는 존재론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들 각자가 세상에 홀로 서서 모든 행동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타인의 행동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도 자신의 책임이다. 사는 동안 만나게 될 수밖에 없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결정해야 할 책임도 자기 자신에게 있다. 다른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았을 때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갈지를 결정하는 것도 자기 자신의 몫이다.
용서는 ‘잊기’와 다르다. 요즘 ‘잊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잊기’는 살아가면서 힘겨운 일을 겪게 돼 괴로움에 처했을 때 그 상처를 상자에 담아 마음 깊은 곳에 꼭꼭 묻어두고 다시는 열어보지 말아야한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상처를 마음 속 깊이 묻어두어야 한다는 건 난센스다. 사는 동안 벌어진 모든 일들이 우리를 이룬다. 기쁘고, 슬프고, 좋고, 나쁘고, 아름답고, 추악한 일들이 모두 모여 우리를 이룬다.
(/ p.258)
마디 덧붙였다.
"그 뒤로는 내 멋대로 살 거야."
(/ pp.238~239)

"간밤에 리지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데 그래요?"
"우린 커먼광장 바로 옆 포시즌호텔 바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리지가 얼굴에 이상한 웃음을 흘리며 나타났죠. 리지는 자리에 앉기 전,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저에게 진한 키스를 했어요. 그러고 나서 큰소리로 떠들어대기 시작했죠. 우리 사이가 잘될 줄 알았다, 내가 영혼의 짝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이를 갖고 싶으니까 얼른 방을 잡고 올라가자 등등....... 제 말이 거짓말 같아요?"
"난 단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사람들이 보고 있어 부끄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리지에게 차분하게 설명했어요. 아내와 아이들 때문에 부득이 헤어질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버지의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 유부남들이 여자들을 떼어버릴 때 단골메뉴로 사용하는 말이라는 건 저도 알지만 어쩌겠어요? 사실이 그러니까 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잖아요. 예전에 리지에게 우리 둘이 함께 살아가는 미래에 대해 말한 적이 있어요. 그 말 때문인지 리지는 제가 가정을 깨고 나올 거라 믿었죠. 리지에게는 미안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어요. 제 딴에는 리지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려고 했어요. 몇 번인가 연습까지 해가며 리지가 받을 충격을 최대한 완화시켜주려고 노력했죠."
(/ p.304)

[나는 더 이상 데모하지 않는다 : 다시 태어난 어느 급진주의자의 회고]
제목 아래에 저자의 오래 된 사진이 나와 있었다. 긴 머리의 급진주의자들이 모여 성조기를 불태우고 있었다. 맨 앞에 역시 긴 머리인 저슨이 서 있었다.
저자 소개란 위에 저슨의 또 다른 사진이 나와 있었다. 뿔테안경, 단정한 슈트, 넥타이 차림으로 부시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는 저슨의 사진이었다. 두 사진에 나온 저슨의 모습 중 어느 쪽이 더 싫은지 판단할 수 없었다.
담배가 몹시 피우고 싶어 사무실 창문을 활짝 열었다. 나는 머리를 창밖으로 내밀고 말보로라이트에 불을 붙였다. 바람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와 냄새를 풍기지 않기를 바라며 얼른 한 개비를 피웠다. 교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교칙위반이었다. 끝까지 담배를 피우고 나서 창틀에 눌러 끄고 꽁초를 창 아래 수채 구멍을 향해 던졌다.
(/ pp.362~363)

오래된 부부의 가장 좋은 점은 안정감과 편안함이다. 보통 때는 그 장점들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소중한지 모른다. 갑작스러운 위기가 밀어닥치고 모든 걸 빼앗기기 직전에야 그 장점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위기를 무사히 극복했을 때 댄이 과연 내 옆에 남아 있을까?
냉장고를 열어 미니어처 크기의 보드카 두 병을 마셨다.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폭스 뉴스] 채널에서 내 얼굴과 마주쳤다. 새벽 1시 뉴스였다. 금발의 여성 앵커 뒤쪽으로 리지의 사진도 보였다.
금발의 앵커는 다급한 목소리로 숨가쁘게 말했다.
보스턴에서 실종된 리지 버컨 씨 소식입니다. 리지 버컨 씨는 지난 4월 4일 유명 피부과의사인 마크 맥퀸 씨와 보스턴 시내 모 호텔에서 심각한 말다툼을 벌인 끝에 행방이 묘연합니다. 보스턴경찰은 마크 맥퀸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출국정지 명령을 신청하고 여권 압수 처분을 내렸습니다. 마크 맥퀸 씨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화면이 바뀌고, 50대 남자가 기자들을 앞에 두고 코멘트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화면 아래쪽에 ‘버나드 캔튼 : 마크 맥퀸 씨의 변호사.’라는 자막이 떠 있었다.
(/ pp.430~431)

저자소개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55~
출생지 미국 뉴욕 맨해튼
출간도서 42종
판매수 148,452권

전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고 현재는 런던, 파리, 베를린, 몰타 섬을 오가며 살고 있다. 조국인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작가로 유명하며 유럽, 특히 프랑스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문화공로훈장을 받았고, 2009년에는 프랑스의 [르 피가로]지에서 주는 그랑프리상을 받았다. 한때 극단을 운영하며 직접 희곡을 쓰기도 했고, 이야기체의 여행 책자를 쓰다가 소설 집필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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