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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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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품의 분류

출판사 서평

사랑하는 자식과 사노라면
늘 마음속에 희미한 초조감이 파고들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두번째 작품, 국내 최초 완역


"웨스트매콧의 소설이 충격적인 것은 평범한 인간의 일상적 절망과 들끓는 심리를 포착하는 작가의 비범함 때문이다. 우리는 이 작품들을 통해 애거사 크리스티를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될 것이다." _텔레그래프

지은이 애거사 크리스티는 1890년 영국 데번에서 미국인 프레더릭 밀러와 영국인 클라라 베이머 부부의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어머니의 교육을 받았고 열여섯 살 때 파리로 이주해 학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1912년 영국으로 돌아와 2년 뒤 아치볼드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했고 1차 대전 시기에 쓴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으로 데뷔했다. 1976년 85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BC 살인 사건] 등 80여 편의 추리소설을 집필했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사는 어머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에 큰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 사건을 일으키는 등 방황의 시간을 보내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다. 필명을 쓴 것은 추리소설 독자들을 혼동시키지 않기 위한 배려였고, 이는 애거사의 뜻에 따라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 여성의 고독, 사랑의 오만함과 잔인함에 대한 특유의 날카로운 성찰을 담은 이 장편들 가운데서도 중년의 여인이 자기기만적인 삶을 깨닫고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그린 [봄에 나는 없었다]는 애거사의 숨은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들은 아내를 얻을 때까지만 아들이지만,
딸은 영원히 딸이다"


젊어서 남편과 사별한 앤은 딸 세라를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당당하고 아름답게 자란 세라가 대견하면서도 중년의 허무감에 초조해하던 앤은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을 약속하지만 세라의 맹목적인 반대로 결국 헤어진다. 앤은 황폐해지고, 딸에 대한 마음에도 서서히 냉기가 드리운다. 그리고 급기야 퍼런 독 같은 의심을 끄집어내며 엄마의 본심을 추궁하는 딸 앞에서 앤은 자신도 소스라칠 만큼 시기와 원망에 찬 독설을 퍼붓는다. 자기연민에 빠진 엄마와 모정 그 자체를 의심하게 된 딸. 미움으로 얼룩진 고약하고도 위태로운 모녀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영원히 딸 혹은 영원히 엄마일 수밖에 없는 여자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려낸 수작.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 분이나 천 년이나 의미는 똑같아요."


애거사 크리스티 본격 심리소설, 국내 최초 완역판

"이 작품을 읽을 때면 나는 늘 행복했다. 언젠가 꼭 쓸 거라 확신하던 이야기였고 그런 영감은 순수한 창조의 기쁨, 창조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희열을 주었다."
- 애거사 크리스티

"우리가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흔히 끝이고,
끝나는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장미의 순간과 주목朱木의 순간은 같다."

한 여자를 다른 방식으로 갈망했던 두 남자의 엇갈린 시선과 기억을 통해
누구도 속단할 수 없는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 심층적 심리소설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모은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세번째 작품 [장미와 주목]이 출간됐다. "고전으로 받아들여야 할 역작"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린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봄에 나는 없었다]를 시작으로, 딸과 엄마의 특별한 관계에 주목한 [딸은 딸이다]에 이어 세번째로 정식 번역 소개되는 [장미와 주목]은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선택한 두 남녀가 함께한 삶의 끝에서 비극을 맞이하고, 화자인 주인공이 그 비극 속에 감춰졌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특유의 간결하고 신랄한 문체로 그린 작품이다.
T. S. 엘리엇의 시구 "장미의 순간과 주목朱木의 순간은 같다"에서 모티브를 빌린 이 작품에서 애거사 크리스티는 삶과 죽음, 순간과 영원이라는 대명제 아래, 인간의 계급의식과 인간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걷잡을 수 없는 욕망에 대해, 자기희생과 연민이라는 명분을 쓴 우매한 가식에 대해, 관계와 소통의 지난함에 대해 호소하면서 인간 심리의 미스터리를 통찰한다. 그리고 햄릿과 맥베스처럼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하고 고뇌하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것이 과연 인간을 인간답고 행복하게 만드는 일인가, 라고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납득할 수 없는 사실 앞에서 닫혀버리는 ‘이해’라는 문
누구도 타인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다


휴 노리스는 어느 날 찾아온 낯선 부인의 요청으로 수십 년 전 자신을 슬픔과 경악에 빠트렸던 존 게이브리얼을 만나러 간다. 그러나 허름한 방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던 게이브리얼을 본 순간 충격에 휩싸인다. 추악하고 비열한 협잡꾼이라 믿었던 그 남자가, 한 여자를 비참한 삶으로 내몰았던 그 남자가 모든 이의 존경을 받는 영웅이자 구원자인 클레멘트 신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이브리얼이 죽기 전 들려준 이야기는 휴 노리스의 기억을 완전히 산산조각내며 그의 기억을 수십 년 전 콘월의 한 지방으로 거슬러올라가게 한다.

클레멘트 신부는 존 게이브리얼이었다. 세인트 루의 전직 국회의원이자 바람둥이, 주정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자기 이익만을 위해 행동했던 그 남자였다. 책략가이자 기회주의자, 육체적인 용기를 빼면 아무런 미덕도 없던 그 남자.
(/ p.18)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처지를 비관하며 자살을 계획했던 휴 노리스는 영국 콘월의 소도시에서 삶에 대서도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런 의심 없이 순간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아름다운 귀족 처녀 이사벨라를 만나면서 안식과 위안을 얻게 된다. 그리고 강렬한 개성을 가진 야심가 존 게이브리얼을 만난 후로 자살도 미뤄둔 채 두 남녀의 삶과 그들을 둘러싼 일대의 소요를 관찰하듯 지켜보기 시작한다.
신분적 열등감과 귀족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을 품고 있던 존 게이브리얼은 오직 출세만을 위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으로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서 결국 당선의 패를 쥔다. 하지만 그 직후 그가 자신이 혐오해마지않던 귀족이자 약혼자가 있던 이사벨라와 함께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치듯 세인트 루를 떠나는 경악스러운 사건이 벌어진다. 두 남녀의 밀월은 누가 보아도 ‘사랑’이 이유일 리 없었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노리스는 지독한 상실감과 배신감에 사로잡힌다.

그녀가 게이브리얼 같은 남자와 행복할
‘개인적인’ 글이 필요했다.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기억력은 믿을 수 없고 추억은 잊히기 마련이다.
그러니 꼭 그런 책을 내야만 했다.
- 애거사 크리스티

애거사 크리스티 실종 미스터리의 진실이 담긴 자전적 소설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숨은 명작 여섯 편을 모은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두번째 봄(원제;Unfinished Portrait)]이 출간됐다. [두번째 봄]은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소박한 꿈을 키우며 살아가던 여자가 타인과의 관계 속에 무너지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애거사 크리스티의 자전적 소설이다. 또한 애거사 크리스티가 남편과의 불화 후에 일으켜 세상의 큰 주목을 받았던 실종 사건의 전말을 추측할 단서를 남겨놓은 유일한 소설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소설의 주인공은 애거사의 분신과 같은 셀리아지만, 애거사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제삼자의 화자를 내세워 자신의 삶을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시에 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진짜 세상으로부터 달아나려는 한 여자
그녀가 안착한 ‘기억’이라는 평화의 땅


[두번째 봄]은 한 손을 잃은 젊은 초상화가인 래러비가 삶을 정리하러 떠나온 셀리아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소설로 재구성하는 형식의 액자소설이다. 래러비는 그녀에게서 과거 자신이 느꼈던 절망과 체념의 기미를 알아채고 그녀를 돕기 위해 이야기를 청한다. 셀리아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그 시절부터 조용히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했던 셀리아는 아버지를 여읜 뒤 엄마와 각별한 삶을 이어갔다. 가세가 기울었지만 그녀에게는 자상한 엄마와 혈기왕성한 할머니가 있었고, 귀여운 작은 새 ‘골디’, 멋진 정원이 딸린 아늑한 집, 상상 속 친구들인 ‘소녀들’이 있었다.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것이 고민이었지만 엄마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파티에 다니고 사람들을 만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워나갔고, 열정적이고 야심만만한 더멋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 결혼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남편과 꿈 같은 신혼을 보내고, 아이를 낳고, 소설가로 데뷔해 행복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셀리아는 엄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라는 충격적 상실을 경험하게 된다......

애거사 실종 미스터리의 진실이 담긴 유일한 작품
"내가 멍청했기 때문이었어요. 멍청하고, 오만했죠."


자신이 극심한 슬픔에 몸서리치는 동안 남편이 태연하게 그녀를 떠날 준비를 했다는 것을 깨달은 셀리아는 충격에 휩싸여 혼자 그를 동정하고 설득하고 합리화하다가, 그의 이혼 요구가 협박으로 번지자 남편이 ‘총을 든 남자’로 변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쫓기듯 도망친다. 모든 것이 완벽하던 꿈속에서 불현듯 나타나 자신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총을 든 남자’. 어린 시절부터 그녀를 괴롭히던 이 공포의 존재는 이제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변해 하루하루 압박해오고, 몰아치는 고통과 괴로움을 견딜 수 없던 셀리아는 이 모든 불행을 돌릴 누군가, 자신을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려보내줄 누군가를 찾아 비에 젖은 시골길을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 마음이 고스란히 실린 성경 구절이 있어요. ‘나를 모욕하는 자가 원수였다면 차라리 견디기 쉬웠을 것을, 나를 업신여기는 자가 적이었다면 그를 비키기라도 했을 것을. 그러나 그것은 내 동료,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마음이 아픈 건 바로 그 구절 때문이었어요.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 pp.398~399)

애거사 크리스티는 1926년 엄마의 죽음과 남편의 외도 등에 큰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 사건을 일으켰다. 실종 열하루 후 그녀는 요크 지방의 한 호텔에서 발견되었지만 단기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며 실종 기간의 일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그때의 일에 대해서는 한 번도, 심지어 직접 집필한 방대한 분량의 자서전에서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실종 당시 애거사와 비슷한 입장이었을 셀리아의 행적을 따라가보면 애거사 실종 사건의 진실을 추측하는 단서
"내가 완벽하게 만족하는 소설이자,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다.
나는 이 소설을 수년 동안 구상했지만 삼일 만에 완성했고,
단어 하나 고치지 않고 그대로 출간했다."
- 애거서 크리스티 /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 심리 서스펜스 걸작, 국내 첫 공식 완역판
애거서 크리스티가 추리소설을 벗어나 새로이 도전한 문학의 정점


[봄에 나는 없었다]는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서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Mary Westmacott’이라는 필명으로 1944년에 발표한 심리 서스펜스다.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출간 직후 애거서는 사랑하는 어머니의 죽음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고 스스로 실종사건을 일으키는 등 혼란의 시간을 보내지만, 이때의 사유를 바탕으로 1930년부터 1956년까지 ‘인간’ 특히 ‘여성의 삶’을 주제로 여섯 편의 장편소설을 쓴다. 추리작가로서 이미 명망이 높았던 그녀는 독자들의 혼동을 우려해 필명으로 출판했고, 이는 애거서의 뜻에 따라 오십 년 가까이 비밀에 부쳐졌다.
영국의 작은 타운에서 안락한 삶을 살아가던 여인이 황량하고 낯선 여행지에서 지금까지의 삶이 자기기만으로 쌓은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져내리는 과정을 그린 [봄에 나는 없었다]는 "고전으로 받아들여야 할 역작"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린 보석 같은 작품"이라는 극찬을 끌어냈고, 그녀가 누구보다 인간의 관계와 심리를 꿰뚫어보는 작가란 사실을 재삼 각인시키며 세계적인 스테디셀러가 됐다.

외딴 곳에서 낮은 목소리로 이어지는 불쾌한 자기분석
"넌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자상하고 유능한 변호사 남편, 반듯하게 자란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활기 넘치는 주부, 조앤 스쿠다모어. 그녀는 딸의 병간호를 마치고 바그다드에서 런던으로 돌아오던 길에 여고 동창 블란치를 만난다. 학창 시절 친구들의 우상이었던 블란치는 창피한 줄도 모르고 남자 이야기나 떠들어대는 천박하고 추레한 중년으로 변해 있었고, 조앤은 그녀와 자신을 비교하며 속으로 우쭐댄다. 하지만 블란치는 조앤의 가족에 대해 언뜻언뜻 이해 못할 이야기를 던져 조앤의 심기를 거스른다.
조앤은 그후 폭우로 교통이 끊기면서 사막의 기차역 숙소에서 발이 묶인다. 어둡고 서늘한 무덤 같은 숙소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을 걷는 것 말고는 아무 할 일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조앤은 이 며칠을 그동안 바라던 온전한 자기만의 휴식 시간으로 삼기로 한다. 하지만 블란치가 던진 몇 마디 말이 불씨가 되어 과거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하나씩 점화되며 떠오르기 시작한다. 도마뱀처럼 여기저기 구멍에서 튀어나오는 날카로운 기억의 조각들이 그녀에게 비아냥거리고 있었다. "넌 네가 뭐라고 생각하니? 자신 있어하더니 왜 그렇게 지쳤지?"

우리 삶에 ‘안전’은 없다,
‘자기기만’이라는 안전장치가 있을 뿐


조앤은 안도했던 과거를 송두리째 의심하기 시작한다. ‘블란치는 왜 엄마인 내가 딸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듯이 얘기했을까?’ ‘남편은 왜 내가 탄 기차가 움직이자마자 마치 기쁜 사람처럼 뒤돌아 걸어갔을까?’ ‘딸은 왜 자기 병명조차 숨겼을까?’ ‘애들은 왜 아빠에게만 사랑한다며 매달렸을까?’ ‘그 남자는 왜 내가 차라리 강간이라도 당하는 게 나을 거 같은 여자라고 했을까?’ ‘나는 왜 남편과 셔스턴 부인의 밀회 장면을 목격하고도 도망치듯 물러났을까?’
변호사를 그만두고 농부가 되고 싶어했던 남편은 재고 따지기만 하는 세상이 역겹고 신물난다고 했고, 아들 토니는 말끝마다 "엄마는 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라고 되물었고, 딸은 "엄마는 추악"하다고 소리쳤었다! 뒤돌아선 그들의 등에서 흘러나온 아내와 엄마를 향한 혐오와 불쾌와 포기의 언어들. 덮어버리고 지워버렸던 비극의 순간들이 조앤의 뇌리에 뚜렷하게 떠올랐고, 마침내 그녀는 정상과 광기의 경계에 위태롭게 선다.

난 외톨이야. 완전히 외톨이야......
무시무시한 고요...... 지독한 외로움......
가여운 조앤 스쿠다모어...... 멍청이, 헛똑똑이, 가식 덩어리 조앤 스쿠다모어......
사막에 혼자
예술의 원천, 창조의 기쁨, 인간 완성에 대한 열정의 드라마

메리 웨스트매콧의 이름으로 쓴 첫 소설
국내 최초 완역판


애거사 크리스티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장편소설 여섯 권을 모은 시리즈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의 다섯번째 작품 [인생의 양식]이 출간됐다. 애거사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쓴 이 소설은 버넌 데어라는 음악가와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과 아이러니한 심리를 통찰하면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위대함, 예술과 사랑의 가치를 그린 작품이다. 천부적 재능을 가진 인간의 고난과 방황, 인간 완성을 향한 한 영혼의 긴 여정을 그렸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되는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인간의 삶을 완성시키는 양분은 무엇인가
운명에서 도망치려던 남자와 그를 사랑한 두 여자의 이야기


영국의 오페라하우스에 얼굴 없는 작곡가, 보리스 그로엔의 [거인]이 상연된다. ‘인간’을 주제로 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이 작품은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모두의 관심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보리스 그로엔을 향한다. 그는 누구인가, 그는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었는가, 이 음악을 탄생시킨 양분은 무엇인가?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완전히 새로운 형식의 음악으로 발화한 젊은 예술가 버넌 데어의 이야기, 두려운 운명을 피하려다 결국 재능 외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보리스 그로엔이라는 이름에 숨어 살게 된 남자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천재란 잔인한 거인이지! 인간의 피와 살을 먹고사는 괴물. (...) 그는 분명 자기 피와 살...... 어쩌면 다른 이의 피와 살까지 그 자신 안에 있는 거인을 먹여살리기 위해 바쳤을 걸세...... 그들의 뼈가 으깨져서 거인의 양식이 된 거야......
(/ p.15)

유서 깊고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버넌은 어린 시절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소음공포증에 시달리지만, 친구 시배스천과 넬, 사촌동생 조와 함께 집 근처의 숲을 뛰놀며 평범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청년이 되어 우연히 참석한 음악회에서 미래적 전위음악을 듣고 충격과 전율에 휩싸이고, 어린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소음공포증이 완전무결한 소리, 완전한 음악에 대한 무의식적 갈망이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후 버넌은 가난과 싸우며 음악을 공부하고, 작곡에 몰두한다. 음악가로 성공해 조상 대대로 살아온 아름다운 저택을 되찾고, 사랑하는 넬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버넌은 안정적인 삶을 바라는 넬을 위해 회사원으로 취직하는 등 현실과 타협하며 방황하지만 열정적인 오페라 가수 제인 하딩을 만나 강렬한 끌림을 느끼게 되고, 그녀로 인해 결국 음악가의 길로 돌아온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은 자신들 앞에 어떤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버넌은 넬과 결혼하고 첫 작품 [탑의 공주]를 무대에 올리며 데뷔도 하지만 신혼의 행복, 창작의 기쁨은 잠시였을 뿐 갑작스럽게 전쟁이 발발하자 프랑스로 징병된다. 황폐한 이국의 전쟁터에서 현실을 외면하고 무감각하게 시간을 보내던 버넌은 예기치 않은 사고로 다시 돌아오기 힘든 더 먼 곳으로 휩쓸려가고 만다.

아방가르드의 열풍에 휩싸인 시대의 초상
서로 다른 꿈을 꾸었던 청춘들의 이유 있는 열정과 패배


소설의 배경인 20세기 초는 자유롭고 실험적인 형태의 전위예술이 성행하며 전대까지 향유하던 관습적인 예술에 대항하던 시대였다. 1924년 앙드레 브르통의 쉬르레알리슴 선언 이후 큐비즘, 미래파, 다다, 러시아발레 등 새로운 예술 형태가 등장했으며, 피카소의 그림, 사티와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의 음악, 헤르만 헤세의 [봄의 폭풍우]와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 등 예술가 기질과 시민 기질의 딜레마를 묘사한 이른바 ‘예술가 소설’ 문학이 속속 발표되던 때였다. 새로운 가치관을 구하는 시대의 흐름에 예술 전반이 호응하듯 변화와 활기가 넘치는 시기였던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생의 양식]은 이 뜨거웠던 시대의 초상과도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음악적 문법
에 대항하여 새로운 소리, 새로운 음악을 만들려고 했던 버넌, 예술에 대해 낭만적인 환상을 품고 부나방같이 새로운 것을 좇아다니던 조, 유대인다운 명민한 상업적 감각을 바탕으로 예술 산업에 뛰어들었던 시배스천, 오직 음악을 사랑하고 그 외길에서 자유분방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던 오페라 가수 제인 하딩, 그리고 이들의 대척점에 있던 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넬까지, 이들은 연인으로, 친구로, 가족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한층 풍성하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은 대상의 본질을 알기보다 순간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기에 급급한 인간의 나약함과,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야 그 의미를 알아차리는 아이러니한 인간 심리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그 중심에 버넌과 두 여자, 그리고 음악이 있다. 버넌은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두려움을 주는 대상을 똑바로 마주보지 못하는 소심한 아이였고, 이후 자신의 마음을 빼앗는 것이 무엇이든 달아나기 급급했다. 그는 욕망에 따르는 것을 욕망에 패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아름다운 여인 넬과의 동화 같은 사랑에 파묻혀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지도,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의 의미를 깨닫지도 못했던 버넌은 넬의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처신에 휘둘리면서 서서히 자기기만과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지다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치르고야 만다. 애거사는 버넌 속에 들끓었던 이성과 감성, 의식과 무의식, 욕망과 절제, 현실과 꿈의 혼란스러운 대립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내면의 싸움을 고집스럽게 지속하다 일순간 인식의 불이 켜지듯 모든 것이 명확해진 그때, 버넌은 자신에게 남은 것이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음악에 대한 간절함, 그리고 후회와 자괴뿐임을 깨닫는다.

예술의 원천, 창조의 기쁨, 인간이라는 ‘거인’에 대한 애거사의 경배
"나이가 들면서 확신하게 됐어. 인간만큼 가련하고 바보 같고 우스꽝스럽고,
그러면서 그다지도 완전히 놀라운 존재는 없다는 것을."


예술가로 하여금 작품을 창조하게 하는 힘의 원천, 그 ‘인생의 양식’은 무엇일까? 서두에서 던져진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애거사는 한 예술가의 일생을 따라가며 수많은 조각들을 맞춰간다. 그것은 그에게 주어진 재능이라는 조각, 환경이라는 조각, 욕망이라는 조각, 그리고 그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불가피했을 희생이라는 조각이다.
운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작으며, 그로부터 도망치려는 노력은 얼마나 헛된가. 그러나 그러한 인간이 만든 문명은 세상의 방식을 바꾸었고, 그들이 만든 예술은 후대의 영혼을 살찌웠다. 위대하고 무한한 문명과 예술, 그것을 만든 존재는 역설적이게도 유한하고 왜소한 인간임을, 인간이야말로 "돌의 시대와 철의 시대를" 거치고 "문명이 붕괴되고 멸망한 뒤"에도 살아남아 "새로운 문명으로 우뚝 선" 하나의 작은 "거인"임을, 이 책은 말한다. [인생의 양식]은 예술과 문명에 대한 애거사의 경배이자, 그 예술과 문명을 만든 작고 가련한 인간 ‘인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담긴, 인류의 실제 초상과 같은 작품이다.
리 없었다. 그는 이사벨라를 갈망하지만 사랑하지는 않았다.
게이브리얼에게도 완전히 미친 짓이었다. 정치 생명을 끊는 일이었다. 모든 야망을 팽개치는 일이었다. 그가 왜 이런 미친 짓을 하려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 pp.278~9)

사람이 타인을 안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 사람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잖아요. 당신은 진짜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프롤로그’에서 게이브리얼이 고백한 이야기는 소설의 마지막 ‘에필로그’에 이르러 완전히 드러나며 충격을 던진다.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퍼즐을 맞춘 뒤 휴 노리스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된 자신을 발견한다. 사람이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똑같은 사람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평가가 존재하고,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하는 인간성의 진상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게이브리얼과 이사벨라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노리스는 두 사람 사이의 분명한 신분 격차와 소통 부재만을 보았을 뿐이고 그들의 진짜 감정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사랑을 단 한순간도 의심치 않았던 이사벨라도, 그 사랑을 처음부터 의심하고 시험하려 들었던 게이브리얼도 서로를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불행한 연인들이었다. 그들은 상대를 열망하면서도 함께한 동안에는 단 한순간도 행복하지 못했다.

"그를 좋아합니까, 이사벨라?"
"전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죠. 누군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른다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 p.213)

파노라마 같은 독법을 유도하는 다채로운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 생각이 시작된다


노리스는 지나간 모든 기억을 다시 꿰어가며 사랑의 허상을 깨닫는다. 인간이 얼마나 예측 불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인지를 아프게 깨닫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희생이 자기도취에서 비롯한 자기만족적 기만에 불과한 것임을, 오히려 그 희생이 자신을 위한 것일 때라야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는 모순도 발견한다. 우리는 언제나 연민과 사랑을 쉽게 혼동하며, 사랑에 빠진 순간 나와 상대 사이에 ‘그를 사랑하는 나’와 ‘나를 사랑하는 그’를 세우고 나와 그의 본모습은 보지 않는다. 때문에 사랑이 끝나면 나와 그의 존재는 사라지고, 그 사이에 허물 같은 껍데기만 남는다.
좋은 예술 작품의 중요한 미덕 중 하나는 해석의 여지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 소설은 남녀의 러브스토리로 읽을 수도 있고, 주관적 판단의 불완전성과 위험성을 시사하는 작품으로도 읽을 수 있다. 또 성 바울과 예수에 대한 작품 속 언급으로 미루어 게이브리얼라는 이름 성경에 등장하는 천사 ‘가브리엘’의 영어식 표기인 것을 감안해 게이브리얼을 바울로, 이사벨라를 예수로 보는 해석도 있을 수 있다. 즉 그리스도교를 이단으로 치부했던 바울이 예수에게 감화되어 그를 섬기는 새 삶을 살았듯이, 이사벨라를 향한 게이브리얼의 뼈아픈 참회록으로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장미와 주목]은 애거사의 작품들 중에서도 [봄에 나는 없었다]와 더불어 애거사가 특히 아꼈던 작품이다. [봄에 나는 없었다]가 기억의 왜곡과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에 대해 묻는 작품이었다면, [장미와 주목]은 주관적 판단의 위험성과 타인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가능한지를 묻는 작품이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사람에 대해 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늘 내 곁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를 찾을 수 있고, 당시 애거사의 심정을 짐작해볼 수 있다. 소설이라는 특성상 작가의 내밀한 감정과 욕망을 좀더 자유롭게 풀어낼 수 있었을 테니,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애거사가 발표한 수많은 문학작품 중 가장 진솔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절망 끝에 맞은 애거사의 ‘두번째 봄’
누구나 겪는 어리석고 흔한 삶이 ‘진짜’ 인생이다


굵직한 갈등과 이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과 나약함을 고발했던 이 시리즈의 전작들과 달리, 이 작품에서 애거사는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연대순으로 죽 훑어내려가며 다양한 인물의 모습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세밀하게 담아낸다. 그래서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식구처럼, 친구처럼 모두 생생하다. 너무나도 순진한 딸을 위해 인간의 본성을 묘사한 프랑스 사실주의 소설을 권하는 셀리아의 엄마에게서는 딸에 대한 애정과 엄마만의 교육 철학을 엿볼 수 있고, 자기 행동에 대한 효용을 꼽아가며 농담을 던지는 할머니에게서 고지식하고도 쾌활한 면모를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셀리아, 바로 애거사 크리스티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팔십여 편이 넘는 추리소설을 발표하고 영국 왕실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명실공히 ‘추리소설의 여왕’이지만, 이 책에서 그녀는 겁이 많고 병적일 정도로 수줍음을 타며 "다른 여자에게 일어나는 일이"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는 순진하고 세상에 대해 잘 모르는 인물로 그려진다.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보는 예리함, 명석하고 냉철한 추리작가의 이미지에 가려진 진짜 ‘애거사’의 모습을, 이 소설로 십분 추측해볼 수 있다.

셀리아는 마음이 아팠다. 모자에서 퍼덕대는 나비의 날갯짓을 느낄 수 있었다. 나비는 살아 있었다. 살아 있었다, 핀에 찔린 채! 셀리아는 속이 울렁거리고 괴로웠다. 눈물이 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 p.84)

‘두번째 봄’이라는 제목은 애거사가 인생의 나락을 경험하고 심기일전한 이후의 생을 묘사한 애거사 자서전의 어느 장章에서 따왔다. 래러비는 셀리아의 인생을 초상화 그리듯 섬세하게 가다듬고 ‘미완의 초상’이라는 제목을 붙였지만, 중요한 것은 미완으로 남은 삶보다 앞으로 그녀가 살아낼 삶이기 때문이다. 평생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존재적 공포에 시달리며 살았지만 애거사는 자신이 겪은 일이 그저 "많은 여자가 겪는 어리석고 흔한 일"이라고 결론짓는다. 다들 저마다의 상처를 꿰매면서 사는 게 인생이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한 그 의연한 모습은, 그녀의 오랜 팬들뿐 아니라 인생에 답답함을 느끼거나 좌절을 경험했던 많은 이에게 깊은 공감을 선사할 것이다.
있네.
(/ p.207)

사막에서 터져나오는 절규,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자기고백, 밀려오는 자기혐오! 사랑한다는 이유로 가족의 자유와 권리를 빼앗은 죄, 다른 사람의 삶을 함부로 평가하고 멋대로 동정하고 깔봤던 죄, 진실을 목격하고도 못 본 척 자신을 기만한 죄, 이기심과 허영으로 타인의 진정성을 짓밟은 죄...... 그녀는 알고 있었으면서도 불편한 진실을 모조리 외면했고, 행복이라는 가짜 이름이 붙은 허깨비 상자 속에서 살아온 자신을 결국 확인한다. 조앤이 자기발견이라는 가파른 꼭대기로 올라가기까지, 친구가 던진 말에서 불붙은 상상, 상상에서 야기된 의심과 불안, 그리고 충격과 공포와 몰락으로 전개되는 클라이맥스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어떤 작품보다 강렬하고 압도적인 스릴과 긴장감을 자아낸다. 조앤이 과거에 일어난 일, 그때 오간 대화를 되새길수록, 그것이 두려울 만큼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는 점에서는 퍼즐을 맞춰가는 추리소설의 서술트릭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물론 조앤이 풀어야 할 퍼즐은 ‘범죄’나 ‘수수께끼’가 아니라 두 얼굴을 가진 ‘기억’이라는 퍼즐이었다.

현실 속에서 진실을 지나치고 회상 속에서 진실에 다가서는 아이러니
애거서 크리스티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진면목을 확인시키는 작품


불안이 가파르게 증폭되는 조앤의 회상 장면은 자신에게 만족하며 살아가던 인간이 타인의 눈빛이나 말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는 나약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타인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다가드는 불안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어본 감정일 것이다. 작가는 불완전한 기억의 퍼즐을 맞춰가는 조앤을 삼인칭 주인공의 시점으로 묘사한다. 이는 주인공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냉정한 시점을 견지하여 자신을 반추하라는 의도로 이해된다. 때문에 독자는 주인공에게 아주 밀착하지도, 멀리 떨어지지도 않은 거리에서 그와 자신을 겹쳐 바라보면서 바라지 않던 자기분석의 시간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자신을 똑바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인간은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 조앤의 숨통을 조이며 뼈아픈 자기고백과 반성으로 내몰았던 사막에서의 고립 이후 그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아니, 그녀가 의심했거나 확신했던 것들이 모두 사실이긴 할까? 기억은 언제나 온전하지 않은 거니까. 기억은 언제나 진실로부터 도망치려고 하니까. 그래서 그녀 역시 다시 진실을 의심한다. "진실? 그게 진실인지 내가 어떻게 알지?"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한 애거서 크리스티의 답변은 조앤이 집으로 돌아간 이후의 이야기에서 아주 현실적으로 드러난다. 특히 12장과 남편의 시점으로 쓰인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의 본성에 대한 아주 뼈아픈 선고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추리소설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진 이 작품을 통해 애거서 크리스티가 가진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다시금 확인하게 될 것이다

추천사

인간 내면의 초상을 그린 보석 같은 작품.
- 뉴욕 헤럴드 트리뷴

[봄에 나는 없었다]는 고전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역작이다.
- 뉴욕 타임스

환상으로도 결코 바꿀 수 없는 한 인물에 대한 명민하고 흥미로운 연구.
- 가디언

병적일 정도로 수줍음을 타는 감정적인 성격에 대한 연구.
- 뉴욕 타임스

셀리아는 애거사의 초상이다.
- 맥스 맬러완 / 저술가
평범한 인간이 저지르는 익숙한 우행을 날카롭게 그린다.
- 텔레그래프

드라마틱한 이 소설은 우리 삶의 깊은 갈등 상황에 대한 해법에 집중한다.
- 맥스 맬러완 / 저술가

웨스트매콧이란 이름으로 펴낸 소설들은 애거사의 비범한 작가적 재능을 입증한다.
- 옵서버
훌륭한 작품.
- 뉴욕타임스

놀랍도록 몰입된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음악의 세계는 생동하고, 제인의 캐릭터는 그 가치를 더한다.
- 뉴스테이츠먼
인간이 가진 계급의식을 고요하고 지적으로 풀어냈다.
- 북스

다양한 소재를 노련하게 압축한 강렬하고 명료한 소설.
-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

목차

봄에 나는 없었다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장미와 주목
옮긴이의 말
프롤로그
1부 애버츠 퓨어슨츠
2부 넬
3부 제인
4부 전쟁
5부 조지 그린
옮긴이의 말
프롤로그
1부 섬
2부 캔버스
3부 섬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내가 겪은 일은 특별하지 않아요. 많은 여자가 겪는 어리석고 흔한 일이죠. 나만 특별히 불행했던 게 아니에요.”
(/ p.21)

그녀는 어린아이였다.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진짜 세상이지만 그녀는 일부러 어린 시절로 돌아가 가혹한 세상으로부터 숨을 곳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 p.24)

기억을 떠올릴 때 그 기억이란 우리가 선택한 것들이다.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 p.26)

그녀는 똑똑하지 않았다. 똑똑하지 않은 건 끔찍한 것이었다.
(/ pp.174~175)

아빠가 살아 있을 때 가족은 부유했고, 아빠가 세상을 떠나자 가난해졌다. 하지만 셀리아는 달라진 상황을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집과 정원, 피아노가 있었다.
(/ pp.188~189)

셀리아는 인생에 패턴이 있다고 느끼곤 했다.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패턴에 따라 베틀에 북 나들듯 인생을 짜나간다.
(/ p.201)

더멋에게는 영원한 소년 같은 기질이 있었다. 그 소년이 셀리아 안의 아이를 만났다. 그들은 인생의 목표, 내면세계, 성격이 전혀 달랐지만 놀이 친구를 원했고 서로에게서 그것을 발견했다.
그들에게 결혼생활은 놀이였고, 그들은 열심히 놀았다.
(/ p.247)

사람은 자기 인생에서 어떤 일을 기억할까? 그건 사실 중요한 일들이 아니다. 작은 일, 사소한 일이다…… 그런 일이 기억에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 p.247)

남자들은 상냥하지 않았다……
그들은 엄마 같지 않았다……
(/ p.299)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의 잘못과 단점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법이다, 사랑이 식는 게 아니라.
(/ p.299)

셀리아는 남편에게 열정과 동지애를 얻었다. 애정까지 기대하는 것은 합당치 않았다.
(/ p.303)

엄마가 보기에 셀리아는 완전했다…… 엄마는 그녀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셀리아 자신이기만 하면 됐다.
(/ p.314)

셀리아는 더멋을 사랑했고 그와 살았고, 그의 아이를 낳고 함께 가난을 겪었다. 그런데 그는 태연하게 그녀를 다시 보지 않을 준비를 했다…… 맙소사, 무서웠다. 끔찍하게 무서웠다……
(/ p.384)

그가 자신을 구할 방법은 단 하나, 스스로를 속이는 것뿐……
(/ p.387)

“‘나를 모욕하는 자가 원수였다면 차라리 견디기 쉬웠을 것을, 나를 업신여기는 자가 적이었다면 그를 비키기라도 했을 것을. 그러나 그것은 내 동료,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마음이 아픈 건 바로 그 구절 때문이었어요. ‘내 친구, 서로 가까이 지내던 벗.’”
(/ pp.398~399)

“너무 고통스러우면 타인은 신경쓰지 않게 돼요……”
(/ p.409)

“왜소한 인간이 진정한 거인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어. 돌의 시대와 철의 시대를 거쳐 살아남은 인간, 문명이 붕괴되고 멸망한 뒤 다시 새로운 빙하시대를 이겨내서 우리가 꿈도 못 꾸는 새로운 문명으로 우뚝 선 인간이 바로 거인이라는 걸 말일세……”
(/ p.14)

“천재란 잔인한 거인이지! 인간의 피와 살을 먹고사는 괴물. 난 그로엔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는 분명 자기 피와 살…… 어쩌면 다른 이의 피와 살까지 자신 안의 거인을 위해 바쳤을 걸세……"
(/ p.15)

“눈앞에 있는 건 뒤에 있는 것만큼 무섭지 않아. 뒤에 있는 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무서운 거거든. 뒤돌아서 그걸 마주봐. 그러면 그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거야.”
(/ p.65)

“넌 늘 그래.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하잖아. 네가 그걸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상관없이.”
(/ p.151)

“헌신적인 사람은 언제나 쓸모가 있는 법이지.”
(/ p.198)

사람에게는 돈이 필요했다. 그리고 어느 경우에도 결혼은 분명한 탈출구였다. 더이상 고생하거나 무시당하는 일도 없고 있는 척할 필요도 없어지는 것이다.
(/ p.219)

돈을 업신여기는 듯한 버넌의 초연한 태도에 화가 났다. 돈이 부족해보지 않은 사람만이 돈을 쉽게 업신여길 수 있다.
(/ p.220)

“음악을 한다면…… 그것이 나머지 전부를 집어삼킬 거예요. 애버츠 퓨어슨츠, 돈, 여자…… 다 버려야 할걸요.”
(/ p.266)

남자들은 그런 식이었다. 모르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사랑 하나로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사랑은 실제로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 p.284)

“한 공간에서 떨어져 있는 것보다 같은 시간에서 떨어져 있는 게 더 큰 비극이에요.”
(/ p.289)

“세상의 능력을 다 가졌다 해도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어요.”
(/ p.329)

“후회하진 않아. 사람은 모두 자기 방식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것도 다 경험이잖아? 그래도 인생에서 도망치는 것보다는 나아.”
(/ p.346)

두 사람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었다. 조는 의지를 잃고 궁지에 빠진 사람들 틈에서 살고 있었고, 시배스천은 성공으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 p.347)

“버넌은 대상을 분명하게 보려 하지 않아. 어떤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데 ‘그런 건 없다’고 우겨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 p.384)

모든 사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길은 하나뿐이었다. 평화를 되찾을 길은…… 오직 하나뿐인 길…… 버넌 데어는 인생을 망쳤다…… 여기서 도망치는 게 더 나았다……
(/ p.415)

잔잔한 애정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가장 안전한 감정 같았다.
(/ p.424)

“천부적인 재능이란 너무도 까다로운 주인이죠…… 모든 희생 위에 군림하는……”
(/ p.436)

운명의 짐이 무거워서 우리는 그 그늘에서 움츠러들지……
(/ p.494)

바보 같고 겁쟁이인 그는 겁을 먹었다. 계속 두려웠다. 현실의 깊이를 두려워했다. 격렬한 감정에 빠지는 것도 겁이 났다.
(/ p.519)

그가 슬픔과 욕망을 소리로 바꾸려는 데에는 비열하고 잔인한 뭔가가 있었다.
그러나 창조자란 그런 것이다…… 비정하고…… 모든 것을 이용하는 자다……
그리고 제인 같은 사람이 희생물이 되는 것이다……
(/ p.522)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
(/ p.24)

"그거 아나? 당신이란 여자는 차라리 강간이라도 당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거?"
조앤이 분노와 충격으로 말없이 서 있는 사이, 그는 즐거운 듯이 덧붙였다.
"내가 그렇게 해주려고 했는데. 그러고도 당신 표정이 바뀌지 않는지 보고 싶었거든."
(/ p.55)

혼자만의 시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얼마나 자주 바랐던가. 지금이 바로 그럴 시간이었다. 그런데 어떤 생각들을 그렇게 간절히 정리하고 싶었을까.
(/ p.69)

그녀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만해.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뭔가를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생각이 이미 머릿속에 있다는 뜻이다.
(/ p.76)

자식들은 일이 벌어지면 꼭 누구의 탓으로 돌려야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들은 엄마를 희생양으로 삼았다.
(/ p.101)

사방천지의 구멍에서 도마뱀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도망치지? 생각이 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 p.105)

"우리가 아이들한테 어떤 일을 하는지 생각해봐. 우린 아이들에 대해서 뭐든 안다고 생각하잖아. 온전히 우리 손아귀에 잡힌 무력하고 어린 아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알고 있다는 듯 굴지."
"당신은 그 애들이 자식이 아니라 노예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요."
"노예 아닌가? 우리가 주는 음식을 먹고 입혀주는 옷을 입고 시킨 대로 말하는데! 그게 아이들이 지불하는 보호의 대가 아닌가? 하지만 아이들은 매일매일 자라서 자유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지."
"자유요? 그런 게 있기나 해요"
(/ p.108)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다. 아니, 조종하지 못하나? 상황에 따라서는 생각이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나? 도마뱀처럼 구멍에서 밀고나오거나 초록 뱀처럼 마음속을 슥 지나갈 수 있을까.
(/ p.111)

바로 앞에 확실히 불쾌한 일을 앞둔 기분. 괜찮을 거라는 자기 다독임. 그 생각을 미루려는 마음...... 그리고 시시각각 무서운 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아는...... 무서운 일이란 뭘까. 그녀는 뭘 예상한 걸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 p.181)

두렵고 위협적이고 그녀를 쫓아다니는 겁나는 무엇.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그것.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회피, 왜곡, 외면......
(/ p.198)

정말 흥미롭다......
자신을 만나다니......
자신을 만나다......
맙소사. 그녀는 두려웠다......
소름끼치도록 두려웠다......
(/ p.199)

진실의 조각들이 도마뱀들처럼 튀어나와서 말했다. "나 여기 있어. 넌 나를 알아. 아주 잘 알다마다. 모르는 척하지 마."
그리고 그녀는 그들을 알았다. 그래서 지긋지긋한 것이었다.
(/ p.200)

전에는 그 생각을 해볼 필요가 없었다. 중요하지 않은 소소한 일들로 생활을 채우기가 쉬웠다. 그러느라 자신에 대해 알 시간이 없었다.
(/ p.201)

사람들을 사랑하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데. 참된 진실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 p.202)

사막에 온 건 그것 때문이다. 이 맑고 무지막지한 빛줄기가 그녀에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그동안 외면했던 모든 진실을 보여줄 것이다. 사실은 그녀도 다 알고 있었던 모든 것을 보여줄 것이다.
(/ p.213)

"엄마는 아빠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그녀는 몰랐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왜냐하면 결코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 p.215)

다 잘되자고 그런 거였어! 한 사람이라도 현실적이어야 하잖아! 신경쓸 자식들이 있었잖아.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렇게 처신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변명의 아우성이 싹 가라앉았다. 이기적이지 않았다고?
(/ p.217)

진실? 그게 진실인지 내가 어떻게 알지? 조앤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모든 것이 자신 쪽에서 한 상상이지 않을까? 구체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었다......
(/ p.242)

귀한 게 뭘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에서 주인공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나중이 되면 과연 그런지 의심이 들며 혼란스러워진다.
(/ p.22)

어떤 관점에서 인생을 바라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좌절감의 관점에서 볼지 화려한 성공담의 관점에서 볼지. 둘 다 사실이다. 언제나 결국은 선택의 문제다.
(/ p.25)

고통에 시달리는 동물은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만 생각할 뿐 다른 것에는 집중하지 못한다.
(/ p.36)

거짓된 행복만큼 씁쓸한 게 또 있을까? 남자와 여자라는 종 사이에 오가는 끌림 같은 미혹. 자연의 유혹, 자연의 마지막이자 가장 교활한 기만. 나와 제니퍼 사이에는 오직 육체적인 끌림밖에 없었다. 거기서 괴물 같은 자기기만의 뼈대가 자라났다. 그것은 그저 욕정, 욕정이었다.
(/ p.39)

우리는 참담한 기분으로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우리가 그토록 확신했던 사랑의 기적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의아해하면서.
(/ p.39)

동정심은 자기연민에 빠진 사람에게나 느끼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나 가질 수 있는 거라고요.
(/ p.42)

동물은 생각하지 않는다. 긴급하게 대처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느긋하고 수동적이다. 우리는 어제 했던 일을 걱정하고, 오늘 할 일과 내일 일어날 일을 검토한다. 하지만 어제, 오늘, 내일은 우리의 사고와는 무관하게 존재한다. 우리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이 일어났고 일어날 것이다.
(/ p.52)

동정으로 인한 무력감은 인생의 공격에 자신을 내동댕이치고 끌려가게 한다.
(/ p.128)

자기 본위의 욕심 많은 녀석은 큰 해를 끼치지 않아. 녀석이 원하는 건 자신만의 안락한 구석자리고, 그것만 확보되면 보통 사람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하는 일을 선뜻 반기지. 사실 그런 자는 보통 사람들이 행복하고 만족하기를 더 바라네, 그래야 골치가 덜 아프니까.
(/ p.133)

난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뭔지 아주 잘 알고 있네. 그리 대단한 게 아냐. 내가 남보다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 잘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남들에게 괴롭힘 당하지 않는 것.
(/ p.134)

인간이란 모든 것 중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는 것만을 취사선택하는 존재야.
(/ p.154)

뭔가를 느끼는 게 생각하는 것보다 언제나 훨씬 더 쉽고 편해요.
(/ p.155)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전부 햄릿과 맥베스예요.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요...... ‘사느냐 죽느냐’, 존재할 것이냐 사라질 것이냐. 햄릿이 포틴브라스를 분석하듯 우린 성공한 사람을 분석해요.
(/ p.157)

자신에 대해 아무런 의문도 없이 당당하게 전진하는 인간. 지금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 p.158)

교활함은 인간에게 가장 쉬운 방어선 아닌가요? 굴속에 웅크리고 있는 토끼, 자신의 둥지를 향한 주의를 돌리려고 히스 꽃밭에서 퍼덕거리는 뇌조처럼 인간이 가진 가장 원초적인 특징 중 하나 아니에요? 그래요, 교활함은 천성적인 거예요. 궁지에 몰려서 속수무책일 때 쓸 수 있는 유일한 무기라고요."
(/ p.160)

"결혼은 상대를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면 우선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싶지 않나요?"
"그건 인간을 더욱 함정에 빠뜨리는 자기도취의 일종입니다. 상당히 만연하죠. 통계적으로 볼 때 결혼생활에 다른 어떤 요소보다 불행을 초래하는 것이고요."
(/ p.169)

나중에 아이는 ‘나’라고 일인칭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으로는 ‘나’가 뚫고 들어가지 못한다. 아이는 ‘나’가 아닌 제삼자로 계속 남는다. 그리고 연속되는 그림 속 인물을 보듯 자신을 본다.
(/ p.200)

전 그를 몰라요......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죠. 누군가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른다는 건 끔찍한 일이에요.
(/ p.213)

남자는 언제나 사냥꾼으로 무관심하고, 지치고, 때로는 배를 곯으며 여자와 자식을 이끌고 전진할 뿐이었다. 사냥꾼의 세계에 정치는 필요없다. 기민한 눈, 날렵한 손, 사냥감을 쫓는 기술만 필요할 뿐.
(/ p.223)

모계 중심의 비
까? 귀하지 않은 게 뭘까? 추억이란 것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
(/ p.260)
옥한 세계에서는 생존이 훨씬 더 복잡하고, 성공과 실패의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여자는 별을 보지않고, 비바람으로부터 사방을 막아줄 거처, 화로 위의 냄비와 잘 먹고 잠든 아이들의 얼굴만 본다.
(/ p.224)

유머감각이란 게 문명인이 환멸에 대한 보호 수단으로 터득한 사교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는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그 상황을 우습게 여기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죠.
(/ p.228)

‘가장 숭고한 것을 보면 반드시 사랑해야 한다’고? 어떤 바보 멍청이가 그런 말을 했지?
(/ p.237)

사람은 가장 숭고한 것을 보면 증오하게 돼 있어. 숭고는 내 얘기가 아니니까, 영혼을 팔아도 난 절대 그런 존재가 될 수 없으니까 증오하지. 용기를 정말 가치 있게 여기는 자야말로 위험이 다가오면 달아나는 족속이야.
(/ p.237)

진창에 빠진 사람은 별들 사이에 올라가 있는 자를 증오해. 그자를 끌어내리고...... 내리고...... 또 내려서...... 자신이 뒹구는 돼지우리에서 뒹굴게 만들고 싶은 거야......
(/ p.238)

정신적인 질투야말로 황산 같은 거지, 먹으면 바로 사람을 말살하는 독. 가장 숭고한 것을 보고 자기 의지와는 반대로 그것을 사랑하라고? 그러니까 그걸 증오하고 파괴해버리기 전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거야. 갈가리 찢고 짓밟아 숨통을 끊어놓기 전까지는......
(/ p.240)

아름다운 동물과 꽃을 만든 하느님, 인간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하느님, 세상의 창조주...... 아니, 난 그런 신이 존재한다고 믿어지지가 않아. 하지만 때로는?나도 어쩔 수가 없이?그리스도의 존재는 믿게 돼...... 왜냐하면 예수는 지옥으로 갔으니까...... 그의 사랑은 그만큼 깊었어......
(/ p.241)

‘사랑하면 내버려두라’라는 말을 누가 했을까? 심리학자가 어머니들에게 한 충고였을까? 그 말에는 자식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큰 지혜가 담겨 있다. 하지만 사실 우리가 누구를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노력하면 적에게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 p.265)

나는 악 그 자체가 존재한다고는 믿지 않아요. 이 세상의 해악은 약자들이 불러오는 거예요. 그들은 선의를 지니고 있고 아주 낭만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죠. 난 그런 사람들이 두려워요. 그들이야말로 위험하니까. 암흑 같은 바다를 떠다니다 멀쩡한 배를 침몰시키는 표류선 같아요.
(/ p.269)

꽃은 더러운 거름 더미 속에서도 변함없이 피어난다.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것이 꽃이라는 게 확연하니까......
(/ p.306)

난 그 여자의 영혼을 깨부수기 위해 별짓을 다 했어, 온갖 짓을 다 했다고. 난 그 여자를 진흙탕으로, 쓰레기들 속으로 끌고 다녔지만 그 여자는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몰랐던 게 분명해! ‘더럽혀지지도 겁먹지도 않는’...... 이사벨라가 딱 그래. 그건 섬뜩해. 섬뜩할 정도라고.
(/ p.310)

당신은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어. 그럴 능력이 없으니까. 인생이 무슨 책이라도 되는 듯 창가에 웅크리고 사는 주제에 뭘 알겠나! 나는 지옥에 있었네. 난 분명히 지옥에 있었어.
(/ p.311)

똑같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아지는 인간이 과연 있을까?
(/ p.315)

같은 레코드를 반복해서 듣고 싶지는 않은 법이다......
(/ p.315)

시간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 분이나 천 년이나 의미는 똑같아요.
(/ p.316)

지금까지 내 실패의 원인은 연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나의 소중한 면죄부였다. 연민, 안이한 연민으로 나는 살았고, 그것으로 안도해왔다.
(/ p.317)

저자소개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90.09.15~1976.01.12
출생지 영국 데번
출간도서 405종
판매수 112,166권

정식 이름은 애거서 메리 클라리사 밀러 크리스티 맬로원(Agatha Mary Clarissa Miller Christie Mallowan)이다.
1890년 영국 데번 주에서 미국인 프레더릭 밀러와 영국인 클라라 베이머 부부의 삼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어머니의 교육을 받았고 열여섯 살 때 파리로 이주해 학교에서 성악과 피아노를 배웠다. 1912년 영국으로 돌아와 2년 뒤 아치볼드 크리스티 대령과 결혼했고 1차 대전 시기에 쓴 [스타일스 저택의 살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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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5~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소설, 비소설, 아동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좋은 책들을 번역하며 현재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역서로는 『비밀의 화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파이 이야기』, 『우리는 사랑일까』, 『마시멜로 이야기』, 『타샤의 정원』 등이 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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