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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의 동화 『아빠의 지휘봉』. 아버지의 큰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주인공인 세일이는 몸이 불편하다. 아버지는 걷지 못하는 아들에게 휠체어를 장만해주고, 4남매가 좀 더 나은 삶을 사는 바탕이 되고자 월남전에 참전했다. 다행히 살아서 돌아왔고 돈을 벌어온 아버지를 주변 사람들은 부러워한다. 하지만 멋진 모습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자주 술을 마시고 엄마와 싸움을 하는데….

‘작가의 글’ 중에서

저는 제 휠체어를 가리키며 말합니다. 오른쪽 바퀴가 저를 업고 학교에 다니신 엄마의 사랑이라면 왼쪽 바퀴는 저에게 목표를 향해 도전하고 포기하지 않는 의지를 가르쳐준 아빠의 가르침이라고요.
제게는 저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고 싸우신 아버지가 있습니다.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버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가정을 지키기 너무나 힘든 요즘, 이 책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이 땅의 아빠들에게도 용기를 줄 수 있기 바랍니다.

01 아빠 돌아오다 08

02 선물 보따리 22

03 부부 싸움 36

04 6학년 형 48

05 아빠의 상처 62

06 용기 있는 세일이 78

07 운동회 날 달리기 93

“싸우지 말란 말이에요! 으흐흐흐!”
세일이는 서럽게 울었습니다. 통곡하듯 울었습니다.
가슴 속에 있던 모든 억울함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애들이 병신이라고 놀리고 학교에서 교실이나 지키고 있는데 아빠 엄마는 왜 싸우는 거예요?”
그러자 아빠가 술이 깨는 듯, 마른세수로 얼굴을 문지르더니 세일이를 번쩍 안았습니다.
“세일아, 미안하다!”
순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이 아빠는 말했습니다. 세일이를 안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술 취한 걸음으로 마루에서 슬리퍼를 신고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때까지 세일이는 아빠에게 안겨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열다섯 평짜리 한옥의 좁은 마당으로 보름달이 비춰들었습니다. 툇마루에 앉아 아빠는 세일이를 쓰다듬으며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습니다.
“세일아, 미안하다. 아빠가 잘못했다.”
“아빠 술 먹지 마세요. 술 먹으면 싫어요!”
“그래, 아빠도 술 안 먹으려 하는데 어쩔 수가 없구나.저 달을 보니까 아빠가 베트남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구나.”
아빠는 환한 달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후유! 아빠가 베트남에 있을 때도 저렇게 똑같이 달이 훤하게 비췄었다. 그때 내 부하들이 참 많이 죽었어. 전쟁하면서 베트콩들은 수시로 기습을 하지. 언제든지 기습을 하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된단다. 하지만 세일아, 사람이 1분 10분을 긴장할 순 있지만 하루 종일 긴장하고 살 수가 있겠니?”
세일이는 흐느끼며 아빠의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경계를 게을리하다가 부하들이 총에 맞고 폭탄이 터지고 해서 죽어나가는 거야. 어제까지 방금까지 살아 있던 사람이 옆에서 죽는 게 전쟁이란다. 내가 작전에 나가서 조금만 지혜로웠으면 부하들을 하나라도 더 살렸을 텐데……. 이런 생각이 늘 아빠에게 들었어. 그래서 가슴이 아프구나.”
아빠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강하게만 보였던 아빠에게 슬픈 사연이 있다는 걸 세일이는 그동안 알지 못했습니다.
“아빠 울지 마세요.”
“그래. 부하들 죽은 게 마음이 아파서 잊으려고 술을 먹었다. 그러면 취해서 잠을 잘 수 있으니까. 내가 죽일 놈이 다. 못난 아빠다.”
“죄송해요. 저도 아빠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니네요. 교실에서 돈 없어졌는데 나 때문인 거 같아서…….”
아차 싶었습니다. 아빠에게 그런 말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ㅇㅏㅃㅏㅇㅢㅈㅣㅎㅟㅂㅗㅇㅂㅗㄴㅁㅜㄴ낱장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