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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 박경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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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박경리의 미출간작이자 첫 단행본,오랜 기다림 끝에 독자들과 만나다


대한민국 문학의 금자탑을 이룬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그가 풀어낸 우리나라의 민족사, 다양한 인간상과 남녀 간의 사랑을 치열하게 다룬 그가 반 세기동안 잠들어 있던 그의 신문연재소설 [은하]를 단행본으로 펴냈다. 더욱 사실적이고 파격적인 어법으로 묘사된 연애소설 [은하]는 1960년 4월 1일에서 8월 10일까지 [대구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성녀와 마녀]([여원],1960.4-1962.3), [내 마음은 호수]([조선일보],1960.4.2.-5.26)와 동시에 지방신문과 여성월간지에 연재 되었다.

[대구일보] 발행되었던 당시의 종이 인쇄 상태로 보관되어 있어 시간이 더 흐른다면 작품이 소실될 우려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윤아 교수와 마로니에북스는 원고를 온전히 되살려, 비로소 2014년이 되어 첫 단행본으로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대구광역시립 도서관 외에도 몇 군데의 신문사를, 서울에서 대구까지 수차례에 걸친 노력으로 숨겨진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결실을 안게 되었다.

[은하]를 통해 작가의 자전적 요소들이 투영된 박경리 초기문학을 재조명하고, 연재 이후 발표된 [파시], [가을에 온 여인], [김약국의 딸들] 등으로 이어지는 박경리의 문학관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1960년대 시대적 격변기에 방황하는
젊은이들의 낭만적 고뇌


주인공 최인희는 1950년대를 살아가는 여대생으로 복잡한 감정을 지닌 인물이다. 실연의 아픔과 동시에 아버지의 사업 자금을 이유로 사랑도 없는 이성태와의 재취로 들어가게 된다. 전 애인의 친구였던 강진호의 적극적인 호감에 흔들리면서도, ‘기성 관념’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엄폐하고 시작한 결혼 생활은 인희를 깊은 절망으로 몰고 간다. 결국 암흑 같은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찾기 위해 서울로 달아난다.

[은하]는 애정이 비극적으로 종결되던 작가의 이전 소설과 달리 여성이 기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진실한 사랑을 추구하여 "적극적인 애정 실현"의 가능성을 시사해주는 작품이다. 최인희와 강진호의 애정 관계를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관계망에 의해 서사가 이루어진다. 1960년대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인물들의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갈등 구조를 통해 현대적 감각이 다분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기성 관념의 소산과 위선에서 벗어나
주체적 가치관을 지닌 현대적 여성의 삶을 제시


일찍이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작가 박경리는 당시의 사회적 편견과 가치관의 틀을 깨고 여성과 사회적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여대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젊은이들의 연애와 결혼 문제에 집중된 서사는 당시 여대생 작가들의 작품 성향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당시 문단과 평단에서는 외면받았지만, 다소 자극적인 극 전개가 가능했던 동시에 대중들의 호응은 더욱 뜨거웠던 것이다. 박경리의 작품 [은하]는 개인의 운명과 시대적 관습에 얽매여 자신의 주체적 삶을 포기해버렸던 은희가 자신의 감정을 은폐하던 위선으로부터 벗어나 주체적 삶을 살아가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 여성들에게도 진보적이고 깨어 있는 가치관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은하] 속 주인공과 그의 주변 인물들은 대학생이거나 대학 강사를 비롯한 젊은이들임에도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드러내지 않고 주로 애정 관계와 심리적 변화에 의해 서사가 진행된다. 소설의 제목인 ‘은하’는 사람의 수와 같이 많은 별이 무수히 흘러간다는 낭만적인 대화체로 통속적인 연애 소설을 쓰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들게 한다. 은하로 가득한 밤하늘을 보며 앞으로 펼쳐질 행복한 앞날을 꿈꾸는 주인공의 모습은 시대적 격변기를 보내는 젊은이들의 방황 속 희망을 전하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은하]에서 묘사되는 젊은 남녀의 사랑과 삶의 방식은 복잡 미묘하고 충동적이기까지 하다. 요즘의 세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반세기 이전 청춘들을 그려낸 박경리의 필체에서 느껴지는 등장인물의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할 것이다. 또한 시대가 지날수록 박경리의 문학의 가치는 더욱 견고해지는 만큼 그의 작품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독자들에게 소설 [은하]는 단연 또 하나의 필독서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목차

1 귀향
2 허혼許婚
3 다시 서울로
4 형관荊冠의 길
5 부란腐爛한 애욕愛慾
6 수난受難의 기록記錄
7 은하銀河

작품해설

본문중에서

하늘에는 흰 구름이 둥둥 어디론지 떠내려가고 있다. 인희는 갑자기 고독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어떠한 장애물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할지라도 서로가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일만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보람이며 축복받을 일이다. 사랑이 중절中絶된 현재의 자기, 자기야말로 무의미하고, 가련한 존재가 아닌가 그들을 동정하고 걱정할 자격이 과연 자기에게 있단 말인가, 동정과 연민의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 아니었던가.
인희는 자기의 그림자를 밟으며 마음속으로 뇌어보았다. 뜨거운 눈물이 울칵 쏟아졌다.
(/ p.21)

강진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인희를 내려가지 못하게 잡으리라 생각하였다. 성자와의 약혼을 파기할 결심까지 하였다. 성자로 말하면 순전히 집안끼리 한 약혼이요, 자기 자신도 무난하게 생각해왔으나 그를 가까이 두고 사귐으로써 그에 대한 염증을 느꼈고, 그의 허영심이나 자제력 없는 감정에 대하여도 일종의 위협까지 느껴온 것이다. 어젯밤 레스토랑에 찾아와 하던 행패는 강진호에게 결정적인 의지를 촉구하였다.
그러한 기분은 인희의 존재가 밑받침해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희에 대한 감정이 전혀 돌발적인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만나보기는 두 번이지만 그는 미국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인희에게 엷은 향수를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간접으로 통해 들은 인희의 인품과 사진에서 본 인희의 모습 물론 강진호가 송건수의 소식을 전하러 간 순간에도 그 호감에는 변함이 없었고 그렇다고 해서 무슨 불순한 계산으로 그를 찾아갔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희를 처음 보았을 순간 진호는 너무나 친근함을 느꼈다. 그 친근함이 단지 친구의 애인, 배반을 당한 여인이랑 동정에서만은 아니었다. 그와는 별도의 자기만의 어떠한 강열한 감정을 느낀 것이다.
(/ p.114)

인희는 몇 번 서울로 달아나 버리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인희는 그럴 자신이 없었다. 인희는 완전히 자기에 대한 자신을 잃어벌린 여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이겨나갈 수도 없었다.
최진구 씨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은 인희에게 있어 외형적인 기둥마저 꺾인 것이 되고 말았다. 이성태는 이제 인희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을뿐더러 최진구 씨의 재산을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이성태의 말에 의하면 모든 것을 다 정리하여도 여전히 보채가 남는다는 것이다. 인희는 그것을 따진 기력도 없었지만 흥미조차 느끼지 않았다. 완전히 무기력 상태에 빠져버린 것이다.
인희는 서울로 가버리겠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강진호를 연상했다. 강진호를 연상한다는 것은 그에게 희망보다 절망을 갖게 하였고 패배감을 심화深化시키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 p.175)

“이제부턴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미래도 현재도 생각하구 싶지 않아요. 생각한다면 그건 두려움뿐이예요.”
“그런 생각이 인희 씨를 망치게 했습니다. 그런 어리석은 말을 하지 마세요. 우리의 앞날은 아직도 멉니다.”
강진호는 우리라는 말에 힘을 주며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앞날이 멀다는 말씀 두려워요. 오래 살아야 한다는 건 욕된 일이에요.”
인희의 눈에 다시 눈물이 번득였다.
(/ p.210)

저자소개

생년월일 1926.10.28~2008.05.05
출생지 경남 통영
출간도서 60종
판매수 99,713권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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