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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혁명가의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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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 혁명가의 회고록』은 히틀러가 지배하는 유럽을 벗어나 멕시코로 건너온 뒤 쓴 빅토르 세르주의 자서전이다. 세르주는 이 자서전에서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자신이 살았던 세계를 증언한다. 또한 체포, 추방, 원고 절취,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혁명 러시아에 17년을 머물면서 혁명을 탁월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출판사 서평

“20세기에 살았던 사람 가운데 가장 존경할 만한 윤리적·문학적 영웅.” _ 수전 손택

어떻게 살 것인가?
혁명이란 무엇인가?
억압받는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불굴의 혁명가 빅토르 세르주 자서전!

빅토르 세르주는 누구인가-잊혀진 혁명가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소설가, 시인, 역사가, 정치평론가, 저널리스트, 아나키스트, 볼셰비키, 좌익 반대파, 트로츠키주의자…… 빅토르 세르주(1890∼1947) 앞에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참 많다. 그 많은 수식어 중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는 아마도 ‘혁명가’일 것이다. 그는 죽는 날까지 투사였고,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려는 혁명가였다. 그러나 지금 현재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수전 손택은 이렇게 말했다. “20세기에 살았던 사람 가운데 가장 존경할 만한 윤리적·문학적 영웅 빅토르 세르주가 오늘날 잊혀지다시피 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가 이렇게 쉽게 잊힌 이유 가운데 가장 큰 것은 ‘국가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정치적 망명자’였다. 세르주의 부모는 차르 독재에 반대하여 1880년대에 러시아를 떠난 망명자였고, 그런 와중에 벨기에 브뤼셀에서 세르주를 낳았다. 브뤼셀에서 유년기를 보낸 세르주는 그 뒤 프랑스, 스페인,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를 전전했고, 멕시코에서 궁핍한 말년을 보내다 사망했다. 그는 이들 나라를 거치는 동안 늘 ‘혁명’을 일으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일생의 많은 기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결국 늘 쫓겨나고 추방당해 다른 나라로 옮겨가야만 했던 것이다. 이런 ‘국적 없는 혁명가’의 본질 때문인지 그가 죽고 난 뒤 그를 기억하고 기리는 사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카뮈, 퀘슬러, 오웰 등과 같이 이따금 정치 활동이나 투쟁에 참여한 작가들과는 달리 그는 온전히 평생을 사회와 정치에 몸을 바친 운동가였다. 이런 차이 때문인지 그의 작가로서의 활동도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정치 활동을 하는 중에도 늘 글을 썼다. 출간한 글만 소설 7권, 시집 2권, 단편집, 일기, 회고록, 서른 권이 넘는 정치·역사서, 팸플릿, 평전 등 수많은 책을 발표했다. 그중 특히 소설은 다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세르주가 쓴 《툴라예프 사건》, 《세기의 한밤중》, 《감옥에 갇힌 사람들》, 《우리 권력의 탄생》, 《정복당한 도시》 등은 충분히 조명받을 만한 위대한 소설이고, 실제로 세계 각지에서 그의 책이 다시 발간되고 있다(이 소설들은 오월의봄에서 차근차근 출간될 예정이다). 이 소설들은 모두 ‘혁명’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세르주처럼 직접 혁명을 경험하고 수많은 혁명가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그들과 이상을 논한 작가는 드물다. 세르주는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에스파냐어, 영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했다. 소설을 비롯한 각종 원고는 프랑스어로 작성했는데, 작가 스타일로 보면 러시아 문학과 유사하고 스스로도 러시아 문학의 후예라고 생각했다. 프랑스어로 작품을 쓰는 러시아 작가. 이런 이질감 때문인지 세르주의 작품은 많이 조명을 받지 못하고 그 명성이 더욱 묻혀버리고 말았다.
또한 그가 쉽게 잊혀버린 이유는 그의 정치적인 주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는 청년 시절 아나키스트였고, 러시아로 건너가 볼셰비키에 가담해 혁명 활동을 했다. 그러나 혁명은 곧 관료체제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비밀 경찰기구가 혁명가와 민중을 억압했다. 언론 탄압, 체로, 비공개 재판, 정치범에 대한 사형 선고가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세르주는 이에 격렬하게 반대했고, 이윽고 공산당에서 축출되었다. 혁명이 배반당했다고 생각한 그는 좌익 반대파 활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혀 죽을 고비를 넘겼고 로맹 롤랑 등의 도움으로 겨우 소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트로츠키를 비판하다 그에게 파문을 당하기도 했다. 즉 그는 이상을 꿈꾸며 실천하는 혁명가이기는 했지만, 주류가 아니었다. 끊임없이 러시아혁명의 진실을 말하는 그를 유럽의 좌파 지식인들은 불편하게 여겼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한동안 잊혀진 운명에 처했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세르주의 삶은 실패했다. 성공한 측면은 아무것도 없는 듯이 보인다. 그가 그토록 원하는 ‘인간의 생명과 개인의 자유를 예외 없이 존중하는’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는 죽을 때까지 궁핍하게 이곳저곳을 떠도는 투사일 뿐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그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가 쉼 없이 자신의 이상을 위해 실천을 한 혁명가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의 작가로서의 재능도 재조명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희망을 품은 이들이 현실에 안주해 혁명을 배반한 것을 꾸준히 글과 행동으로 비판을 해왔던 그의 글들을 다시 읽고 오늘을 되새길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자서전을 통해 ‘이 자본주의 세계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혁명은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가’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을 꾸준히 질문할 필요가 있다.

혁명이란 무엇인가-한 혁명가의 증언
《한 혁명가의 회고록》은 히틀러가 지배하는 유럽을 벗어나 멕시코로 건너온 뒤 쓴 자서전이다. 애덤 혹스칠드는 이 자서전을 ‘걸작’이라 칭하면서 “20세기를 증언하는 몇 안 되는 다른 위대한 정치 저술(아서 퀘슬러의 《한낮의 어둠》과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과 동급에 놓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주는 이 자서전에서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자신이 살았던 세계를 증언한다. 세르주는 굽히지 않고 단호하게, 그리고 명료하게 세상을 바라보았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러시아혁명이 성공한 뒤 혁명이 실패로 돌아간 과정을 증언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잘 알다시피 러시아혁명은 러시아만의 혁명이 아니었다. 세상을 이상적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은 모두 러시아혁명을 동경했고, 그 혁명이 진정 성공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러시아에 살지 않는 일부 지식인들은 스탈린 체제까지도 긍정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세르주는 체포, 추방, 원고 절취,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혁명 러시아에 17년을 머물면서 혁명을 탁월하게 관찰하고 기록했다. 그는 비타협적 태도를 견지하면서도 애정을 가지고 사태를 통찰했다.
혁명은 죽음을 각오해야 한다. 위험해서 투옥될 가능성도 있고, 추방될 각오도 뒤따라야 한다. 그래서 혁명은 궁핍한 삶을 부른다. 늘 굶주림에 처해 있어야 한다. 오늘날 혁명은 매우 ‘낭만’적으로 각인되어 있다. 체 게바라가 상품화되었듯이 혁명에서 역사는 지워져버렸다. 그리고 박노자가 이 책의 추천사에서 밝혔듯이 너무 자주, 빈번하게 혁명이라는 단어가 소비된다. 곧 혁명이 아닌데도 혁명이라고 불린다(2008년 촛불시위를 ‘촛불혁명’이라고 부르거나, 2014년 우크라이나 시위를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고 박노자는 비판한다). 이렇듯 ‘혁명’이란 단어는 오염되었다. 이 책은 이런 ‘혁명’을 오롯이 되살린다. 진짜 ‘혁명’은 어떠해야 하고,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혁명가의 삶 또한 어떠해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세르주가 겪은 모든 혁명은 실패했지만 세르주는 그 실패 과정 속에서 성찰했고, 열정적으로 글을 남겼으며, 새로운 혁명을 꿈꿨다. 박노자는 그래서 이 회고록이 “혁명이라는 생명체를 여실히 만날 수 있는 텍스트다”라고 말하고 있다.
빅토르 세르주가 러시아혁명이 실패했다고 말한 가장 큰 이유는 관료체제와 경찰기구에 있었다. 혁명에 성공한 혁명가들은 낙원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외세 간섭과 내전 속에서 혁명가들은 자기들만이 아니라 타자들도 희생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본의 공격에 맞서 스스로 국가 비밀경찰을 두어 서로를 감시하고 탄압했다. 그리고 그들은 스스로 관료가 되어 혁명의 이상을 잊어버렸다. 반대하는 사람들을 제거하고 개인과 공동체의 자유를 억압했으며 스스로 출세주의자가 되었다. 러시아 인구의 대다수를 이루는 농민과 도시 수공업자들 또한 공산주의에 무관심했으며 자신의 안정과 밥벌이에만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유럽에서 혁명이 일어났는가. 세르주가 직접 목격한 독일 등 유럽 좌파들은 혁명에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스탈린은 ‘일국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자본가를 대신한 관료 위주의 사회를 만들었다. 공업화를 통해 경제를 상승시키는 정책을 펼쳤고, 그에 따라 개인의 자유는 없어졌다. 여기에 ‘비판적 볼셰비키’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세르주는 감옥에 갇히고, 겨우 목숨을 건져 소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혁명가의 삶이란 무엇인가-20세기를 움직인 혁명가들
이 책에는 수없이 많은 혁명가들이 등장한다. 이 책 곳곳에서 당대 인사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설명을 읽을 수 있고, 그 점이 이 회고록의 백미라 할 수 있다. 그가 잘 알았던 혁명 지도자들인 레닌, 트로츠키, 지노비에프는 말할 것도 없고, 코민테른에서 활약한 안젤리카 발라바노바, 안토니오 그람시, 죄르지 루카치를 위시해, 미국에서 온 아나키스트 엠마 골드만, 알렉산더 버크만, 《세계를 뒤흔든 열흘》의 작가 존 리드, 프랑스 작가들인 앙드레 지드, 로맹 롤랑, 기타 수많은 역사 인물들을 접할 수 있다.
“그람시는 머리가 묵직했고, 이마는 높고 넓었으며, 입술은 얇았다. 몸은 꼽추여서 작고 연약했다. 어깻죽지가 올라간 것, 허약한 가슴도 다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홀쭉하고 섬세한 손의 움직임은 우아했다. 그람시는 일상생활이 서툴렀다. 익숙한 곳인데도 밤이면 길을 잃었고, 전차를 잘못 탔으며, 숙소의 안락함이나 식사의 질에 무심했다. 하지만 그의 지적 능력은 완벽했고, 활기가 넘쳤다. 그람시는 변증법을 직관적으로 활용했고, 냉큼 허위를 파악해 역설로서 제시했다.”
“레닌은 뛰어난 웅변가도, 일급의 강연자도 아니었다. 그는 말을 전혀 꾸미지 않았고, 선동하겠다는 의도도 일절 없었다. 그는 신문 기사에 나오는 어휘를 사용했다. 그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반복하는 기술을 썼다. 그의 연설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그가 내는 흉내는 무척이나 생생했고, 내용 역시 이성적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레닌은 하는 말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몸짓으로 한 손을 들어 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후에는 꼭 고개를 숙여 청중의 반응을 확인했다. 확고하게 입증해 보였다는 의미로 두 손바닥을 쫙 편 채 진심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한국인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혁명가들의 이름도 보인다. 세르주는 그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용기백배한 세 세대의 투사를 직접 경험했다. 그들이 잘못과 실수, 오류를 범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들에게 깊이 끌렸다. …… 내 뒤로 수많은 이의 무덤이 자리하고 있다. 그들 다수가 활력, 재능, 역사적 중요성 면에서 나보다 나은 인물들이다. 나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그들이 떠오르면 나는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이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울러서 어떤 용기도 샘솟는다.”
세르주는 이 혁명가들의 삶을 특유의 소설가의 눈으로 잘 끄집어내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내팽개치고서라도 혁명을 위해 나서는 혁명가들의 삶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미주에는 이 혁명가들의 삶이 더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 자체 하나만으로도 20세기 혁명사를 아우를 수 있는 지식 보고라고 할 수 있다.

■ 추천사

“20세기에 살았던 사람 가운데 가장 존경할 만한 윤리적·문학적 영웅.” _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저자

“세르주의 회고록은 혁명이라는 생명체를 여실히 만날 수 있는 텍스트다.” _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세르주의 통찰은 윤리적이었고, 지적으로도 풍요로웠다. 20세기의 혁명 운동을 그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_ 드와이트 맥도널드, 비평가

“20세기 가운데서도 가장 암울했던 시기를 비범하게 포착해낸 타임캡슐 같은 책이다. 세르주는 작가 오웰과 비교되곤 한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는 더 고귀하고, 비타협적인 인물이다. 세르주는 정치적 양심과 혁명적 희망을 신랄하게 증언한다. 우리는 그를 통해 대다수가 모르고 지나치지만 엄청난 거인들을 목격하게 된다. 스탈린에 반대했던 아나키스트들과 공산주의자들이 그들이다.” _ 마이크 데이비스, 《뉴레프트 리뷰》 편집인

책속으로 추가

볼셰비키 정권은 편협했고, 모든 부문에서 권력을 절대적으로 독점해 전횡을 일삼았다. 그들이 스스로 만든 함정에 빠져 허우적댄 이유다. 국가 전반이 마비되었다. 농민층에게는 반드시 양보해야 했다. 하지만 소규모 생산 활동, 중급 규모 거래, 특정한 산업들은 생산자 및 소비자 집단의 주도성과 창의력에 기대야만 소생할 수 있었다. 국가가 교살해버린 협동조합을 자유화하고, 각종 단체가 나서서 제 분야의 경제 활동을 관리 운영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당장에 대규모로 회복될 수 있었다. -281쪽

모든 위대한 혁명의 경우 어느 정도까지는 공안통치가 불가피함을 나는 잘 안다. 혁명은 선의를 지닌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일어나지 않는다. 혁명은 저절로 일어나는 자연발생적 과정 같은 것이다. 폭력이 거세게 몰아치는 것은 당연지사다. 허리케인 앞의 지푸라기처럼 인간 개인은 무력하기만 하다. 따라서 혁명가들은 판단력 부족으로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되며 역사가 허용하는 무기만을 사용해야 한다. -291쪽

새 체제가 사회주의 정부를 표방하는 가운데 인간의 생명과 개인의 자유를 예외 없이 존중한다고 선포했다면 백배는 더 안전했을 거라는 게 내 판단이었고, 그 믿음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새로운 체제를 이끌었던 사람들은 똑똑하고, 정직했다. 가까이서 그들을 지켜본 나는 새 정부가 왜 그러지 못했는지를 여전히 자문한다. 공포심과 권력이 개입한 일종의 정신병들이 그런 조치를 막았을까? -292쪽

그람시는 머리가 묵직했고, 이마는 높고 넓었으며, 입술은 얇았다. 몸은 꼽추여서 작고 연약했다. 어깻죽지가 올라간 것, 허약한 가슴도 다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홀쭉하고 섬세한 손의 움직임은 우아했다. 그람시는 일상생활이 서툴렀다. 익숙한 곳인데도 밤이면 길을 잃었고, 전차를 잘못 탔으며, 숙소의 안락함이나 식사의 질에 무심했다. 하지만 그의 지적 능력은 완벽했고, 활기가 넘쳤다. 그람시는 변증법을 직관적으로 활용했고, 냉큼 허위를 파악해 역설로서 제시했다. -349쪽

우리의 목표는 가난한 사람들의 당으로 남는 것이었다. 하지만 돈이 점점 더 주인이 되어갔다. 돈 때문에 모든 것이 부패하고 타락했다. 형편이 돈에 힘입어 도처에서 좋아질 때조차도 그랬다. 5년이 채 안 되었지만 거래가 자유화되면서 기적이 일어났다. 기근이 사라졌다. 우리는 삶에 열중했고, 제정신들이 아니었으며, 불행하게도 빠른 속도로 내리막을 타고 있음을 느꼈다. 광대한 조국은 회복 중인 환자였다. 하지만 그 회복 중인 환자의 살집에서 고름집이 증식했다. -373쪽

핍박을 당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가 박해자들의 태도와 똑같았다. 싸우면서 닮는다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러시아혁명은 폭정을 뒤엎고 탄생했지만 과거의 특정 전통들을 답습했다. 트로츠키주의자들은 비방받고, 처형당하고, 살해되었다. 그런데도 트로츠키주의는 스탈린주의와 비슷한 관점과 전망을 징후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들이 스탈린주의에 반대하다 가루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얄궂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622쪽

하지만 정언 명령으로 삼아야 할 조건이 하나 있다. 개인을 짓밟으려는 체제에 맞서 인간을 방어하는 활동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680쪽

목차

추천사 ㆍ 혁명의 실체에 다가가기 _박노자

서문 ㆍ 빅토르 세르주는 누구인가 _애덤 혹스칠드

1. 탈출이 불가능한 세상: 1906~1912년
2. 끝내 이기리라: 1912~1919년
3. 고뇌와 열정: 1919~1920년
4. 내부가 위험하다: 1920~1921년
5. 기로에 선 유럽: 1922~1926년
6. 꽁꽁 묶인 혁명: 1926~1928년
7. 저항의 나날: 1928~1933년
8. 유배: 1933~1936년
9. 서방에서도 패배하다: 1936~1941년
10. 미래를 전망함

에필로그
해설 ㆍ 한 혁명가의 열정적인 삶 _피터 세지윅
미주

본문중에서

탈출이 불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고, 별 도리 없이 싸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 감정이다. 나는 이 세상에 안주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몹시 싫었다. 화도 났다. 어떻게 자신들이 사로잡혀 있음을, 부당한 처지에 놓였음을 의식하지 못한단 말인가! -33쪽

그 아나키스트는 한창 공부 중일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무엇이 되고 싶은가? 그 정의상 불의일 뿐인 부자들의 법을 적용하는 법률가? 부자들을 보살피고, 슬럼의 폐병 환자들에게는 좋은 음식과 신선한 공기와 휴식을 처방하는 의사? 땅 부자들이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집을 지어주는 건축가? 주위를 살펴보라. 그리고 당신의 양심을 들여다보라. 당신의 의무와 책임이 그런 것들과는 달라야 함을 모르겠는가? 피착취자들과 연대하고,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이 체제를 때려 부수는 일에 동참하는 것은 어떤가?” -45쪽

국가? 그런 건 잊어버려. 이름? 나라면 그 망할 걸 지어주지 않겠어. 나중에 자신에게 어울리고 마음에 드는 이름을 고르면 되지. 법? 지옥으로 꺼지라고 해. -62쪽

세상이 잔혹하다는 걸 모르고, 좌절해본 적이 없으며, 해서 비록 맹목적이라 할지라도 인류를 위해 투쟁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나는 안타깝다. 나와 관련해 그래도 후회되는 게 있다면 아무런 소득이 없는 투쟁을 하면서 낭비한 에너지다. 그 정력은 아깝다. 하지만 나는 그 투쟁들에서 배웠다. 그 누구라도 좋은 면과 나쁜 면이 공존한다. 섞이고 어우러지는 때도 있다. 사실 최악은 좋은 면이 부패해버리는 것이다. -106쪽

레닌은 뛰어난 웅변가도, 일급의 강연자도 아니었다. 그는 말을 전혀 꾸미지 않았고, 선동하겠다는 의도도 일절 없었다. 그는 신문 기사에 나오는 어휘를 사용했다. 그는 여러 가지 형태로 반복하는 기술을 썼다. 못을 때려 박듯이 계획과 생각을 주입하려는 의도였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의 연설은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그가 내는 흉내는 무척이나 생생했고, 내용 역시 이성적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레닌은 하는 말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몸짓으로 한 손을 들어 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 후에는 꼭 고개를 숙여 청중의 반응을 확인했다. 확고하게 입증해 보였다는 의미로 두 손바닥을 쫙 편 채 진심어린 미소를 지으면서 말이다. -209쪽

나는 경악했다. 지노비에프 역시 서유럽에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임박했다고 믿었다. 동방 민족들이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 레닌도 그렇게 믿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위대한 맑스주의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경이로운 명석함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론에 열중한 나머지 착각을 넘어 망상으로 나아간 것이다. 속임수, 바보짓, 비자주성이 그들을 에워쌌다. -224쪽

사회주의는 적과 구체제에 맞서 싸우는 것만이 아니다. 사회주의는 자체의 내부 반동과도 싸워야만 한다. 혁명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암괴처럼 보일 뿐이다. 허나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관찰하면, 최선의 요소와 최악의 요소가 격렬하게 휘몰아치는 급류와 같다. 반혁명의 흐름이 실재한다는 것도 불가피한 현실이다. 혁명은 구체제의 낡은 무기를 쓰도록 강요받는다. 그런데 그 무기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혁명이 성공하려면 자체의 폐해, 월권, 범죄, 반동의 순간들을 경계해야 한다. 혁명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비판, 반대, 시민적 용기가 사활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는 1920년에 그런 요소가 크게 부족했다. -226쪽

우리는 갖은 업적을 이뤄냈지만 언제고 목이 매달릴 수 있었다. 우리 자신, 우리의 이상, 새롭게 선포된 정의, 새로운 집산주의 경제는 여전히 유치했다. 패배하면 당연히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다음에는 뭐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나는 혁명이기 때문에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혁명 과정에서 자유정신이 보존 유지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도 생각했다. -227쪽

저자소개

빅토르 세르주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890

1890~1947. 벨기에 브뤼셀에서 태어나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자랐다. 본명은 빅토르 르보비치 키발치치이고, 부모는 추방당한 러시아 지식인이었다. 청년기에는 파리에서 아나키스트 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보노 사건으로 5년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 1919년 러시아혁명에 뛰어들어 페트로그라드, 모스크바, 베를린, 빈에서 활동했고, '코뮤니스트 인터내셔널'의 편집에도 참여했다. 좌익반대파에 가담해 스탈린 체제에 맞서다 1928년 공산당에서 쫓겨나 수감됐고, 풀려난 다음에는 혁명사와 수설을 쓰는 데 몰두했다. 1933년 다시 체포돼 중앙아시아로 추방당했다. 앙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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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역자 정병선은 연세 대학교 신문 방송학과에서 글쓰기와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영어로 된 책을 번역하거나 가르치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브레인 스토리』, 『렘브란트와 혁명』, 『타고난 반항아』, 『무기 Weapon: 돌도끼에서 기관총까지 무기 대백과사전』, 『우리는 왜 달리는가』, 『전쟁의 얼굴』, 『사라진 원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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