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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사를 바꾼 순간 : 전기문학의 거장 츠바이크의 역사평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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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숭고한 그 '순간'이 인류의 운명을 결정한다
인류사를 결정짓는 한 순간

괴테는 역사를 '신비에 찬 신의 작업장'이라고 했다. 하지만 역사는 하찮고 보잘것없는 일이 수없이 일어나는 현장이다. 인류가 결코 잊을 수 없는 '순간'은 드물게 나타날 뿐이다. 츠바이크는 '한 민족 내에서 천재적 영웅이 나오려면 언제나 수백만의 사람들이 필요하며, 진정으로 역사적인, 인류의 별과 같은 불멸의 시간이 출현하기까지는 언제나 수백만의 하릴없는 세속의 시간들이 흘러가야만 한다.'고 말한다. 예술에서 천재적 영감이 한 순간에 흘러넘쳐 완성되면 그것은 시대를 뛰어 넘고, 세계사적 순간이 형성되면 십 년을 뛰어넘어 세기를 결정짓는 고비가 되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
츠바이크는 인류사에서 응축된 그 한 순간을 온전히 되살려놓았다. 첫 장 [동로마제국의 최후]를 읽기 시작하면 이 글이 소설인지 역사책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최후를 맞이하는 동로마제국의 불안감, 성을 탈환하려는 메흐메드의 기발한 술책을 서술하는 츠바이크의 문장은 긴장감을 고조시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한 평범한 군인이 [라 마르세예즈]를 작곡할 때 찾아온 어떤 영감의 순간을 묘사하거나, 헨델이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작곡하는 순간에 대한 탁월한 묘사는 절로 무릎을 치게 만들 정도로 생생하다. 츠바이크는 지나간 역사를 다루고 있지만 현재형 문장을 씀으로 해서 현장성을 극대화하였다.

인류사를 결정짓는 운명의 키를 누가 잡는가
워털루 전투는 수많은 작가들이 즐겨 쓴 소재이다. 나폴레옹과 웰링턴이라는 걸출한 장군이 맞붙은 전사에 남는 전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츠바이크는 나폴레옹 휘하의 그루쉬 원수에게 눈을 돌린다. 나폴레옹은 웰링턴의 영국군을 돕는 프로이센 군대를 쫓는 임무를 그루쉬에게 주는데 그는 명령대로만 움직이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지원군만 있으면 승리하는 이 일진일퇴의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은 패배하고 말았던 것이다. 역사는 운명의 키를 너무도 평범한 인물에게 줌으로써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내고 말았다.

"위대한 운명적 순간은 언제나 천재만을 원하고 그것을 불멸의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그러나 지상의 또 다른 신이기도 한 운명적 순간은 소심한 자를 경멸하고 배척한다. 오로지 용감한 자만을 열렬하게 두 팔로 안아 영웅의 하늘 속으로 들어올리는 것이다."
(/ p.164)

틀에 얽매이지 않는 서술방식
이 책에서 츠바이크는 소설, 수필, 시, 희곡을 넘나들며 역사를 결정짓는 그 한 순간이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남극점을 정복하고 돌아오는 로버트 스콧의 대원들이 한 사람씩 죽어가는 장면은 마치 실시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사형장 장면은 시적 형식으로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또한 톨스토이의 말년을 희곡 형식으로 처리한 것은 마치 육성으로 톨스토이의 얘기를 듣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어떤 예술가도 매일 24시간 내내 예술가는 아니다. 그에게 이루어지는 모든 본질적인 것, 모든 영속적인 것은 언제나 단지 얼마 되지 않는 드문 영감의 순간에 일어날 뿐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위 대한 작가이자 서술가라고 경탄하는 역사 또한 결코 단절 없는 창조자는 아니다. 괴테가 경외하면서 '신비에 찬 신의 작업장'이라고 칭하는 이 역사 속에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찮고 일상적인 것이 생겨난다. 모든 예 술 및 삶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역시 잊을 수 없는 숭고한 순간들 은 드물다. 대부분 역사는 기록자로서 수천 년에 걸쳐 펼쳐지는 거대한 사 슬 속에 한 코 한 코 사실에 사실을 단지 공평무사하고 고지식하게 나열해 나가는데, 왜냐하면 모든 팽팽한 완성은 준비의 시간을, 모든 실제적인 사 건은 전개 과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 민족 내에서 한 천재적 영웅 이 나오려면 언제나 수백만의 사람들이 필요하며, 진정으로 역사적인, 인 류의 별과 같은 불멸의 시간이 출현하기까지는 언제나 수백만의 하릴없는 세속의 시간들이 흘러가야만 한다.
그러나 예술에서 천재적 정신이 형성되면 그것은 시대를 뛰어 넘어 지속되며, 그러한 세계사적 순간이 이루어지면 그것은 십 년과 세기를 결정 짓는 고비를 이룬다. 전체 대기권의 전기가 피뢰침의 끝으로 모이듯이 무 한히 많은 사건들이 가장 좁은 시간의 간격 속으로 응축되는 것이다. 지금 까지 느긋하게 차례차례 나란히 진행돼 온 것들이 모든 것을 규정하고 모 든 것을 결정하는 단 한 순간 속으로 압축된다. 단 한 번의 수용, 단 한 번 의 거부, 너무 이르거나 늦는 것이 이 순간을 수백의 종족들에게 있어서 돌이킬 수 없게 만들며 한 개인의 삶과 한 민족의 삶, 나아가 전체 인류 운 명의 흐름을 결정짓는다.
시대를 뛰어넘는 영원한 결정이 단 하루, 단 한 시간, 어떨 때는 단 1분 에 응축된 그 같은 극적으로 완성된, 운명적인 시간들은 개인의 삶에서도 역사의 흐름 속에서도 드물다. 몇몇 그러한 별이 빛나는 순간들―내가 이 렇게 지칭하는 것은 별들이 허무의 밤을 밝히듯 그것들이 반짝이며 불변 의 상태로 온 세상을 비추기 때문이다―을 나는 여기서 상이한 시대들과 지역들로부터 되살려 보고자 한다. 여기서 나는 외적 혹은 내적 사건들의 정신적 진실을 내 독단적인 첨삭에 의해 결코 탈색시키거나 강화시키지 않을 것이다. 역사는 그것이 완성된 상태로 이루어진 그 숭고한 순간들 속 에서는 마무리를 위한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가 진정으로 작가로서, 극작가로서 지배하고 있는 곳에서는 어떤 작 가도 그것을 뛰어넘으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 '머리말' 중에서)

목차

옮긴이의 말
머리말

동로마제국의 최후 - 비잔틴의 정복 (1453년 5월 29일)
불멸로의 도피 - 태평양의 발견 (1513년 9월 25일)
헨델의 부활 - 오라토리오 [메시아] (1741년 8월 21일)
하룻밤의 천재 - [라 마르세예즈] (1792년 4월 25일)
워털루의 세계사적 순간 - 나폴레옹의 패배 (1815년 6월 18일)
마리엔바트의 비가 - 칼스바트와 바이마르 사이의 괴테 (1823년 9월 5일)
엘도라도의 발견 - J. A. 서터 (1848년 1월)
죽음과 삶의 교차 - 사형장의 도스토예프스키 (1849년 12월 22일)
미국과 유럽을 연결한 해저 케이블 - 사이러스 W. 필드 (1858년 7월 28일)
신에게로의 도피 - 레프 톨스토이의 최후 (1910년 10월말)
남극 정복을 위한 싸움 - 스콧 선장 (1912년 1월 16일)
봉인 열차 - 레닌의 귀국 (1917년 4월 9일)

슈테판 츠바이크 연보

본문중에서

새벽 1시 정각에 메흐메트 황제는 공격 신호를 내린다. 거대한 군기가 펼쳐지고, "알라, 알라 일 알라"라는 한 마디 외침과 함께 10만의 병사가 무기와 사다리와 밧줄과 쇠갈고리를 들고 성벽을 향해 돌진한다. 동시에 모든 북이 소리를 높이고, 모든 나팔이 시끄럽게 울리고, 팀파니와 심벌즈와 피리의 날카로운 소리가 사람들의 외침소리 및 대포들의 굉음과 어우러져 하나의 대폭풍이 된다. 우선 훈련되지 않은 비정규군이 성벽을 향해 투입된다. 반나체인 그들은 술탄의 핵심부대가 결정적인 돌격에 투입되기 전에 적을 지치게 하고 힘을 약화시키는 눈속임 역할만 하도록 정해져 있다. 그들은 백 개의 사다리를 가지고 어둠 속에서 달려 나가 성벽 요철부로 기어오르다가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를 계속 반복하는데, 그들에게는 퇴로가 없기 때문이다. 그저 희생되도록 정해진 무가치한 물건들인 그들 뒤쪽에서는 이미 정예부대가 자리 잡고 서서 계속하여 그들을 확실한 죽음 속으로 몰아댄다. 아직 방어자들이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수많은 화살과 돌들을 그들의 갑옷이 잘 막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실질적인 위험은-메흐메트는 이것을 정확하게 계산했다-피로이다. 쉴 새 없이 날뛰는 경무장 부대들에 맞서 중무장을 한 채 싸우고, 끊임없이 방어지점을 옮겨 뛰어다니면서 그들은 힘의 대부분을 소진시킨다. 그리고 이제-이미 2시간의 싸움 끝에 여명이 시작된다-두 번째 돌격부대인 아나톨리아가 밀어닥치자 싸움은 더 위험해진다. 왜냐하면 이 아나톨리아 대원들은 훈련된 전사들이며, 비잔틴 군과 똑같이 갑옷을 둘렀으며, 나아가 그들은 방어자들이 급히 이곳저곳을 옮겨 다니며 침입자들을 막는 동안에 지나칠 만큼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처에서 공격자들이 계속 격퇴당하자 메흐메트는 그의 마지막 예비대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궁중친위대이자 핵심 부대이며 오스만투르크 군의 엘리트 정예부대인 야니챠이다. 술탄은 친히 1만2천 명의 젊은 정예부대, 당시 유럽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알려진 병사들의 선두에 나서며, 독특한 한마디를 외치며 지쳐버린 적들에게 돌진한다. 이제 그 도시에서는 모든 종들을 울려 조금이라도 싸울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방벽으로 불러 모으고, 배에서 선원들을 데려와야 할 절대 절명의 시간이다. 이제 진정한 결정적 전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방어자들에게는 불운하게도 제노바군의 수장인 용맹한 용병지휘관 지우스티니아니Giustiniani가 적의 돌 공격을 받아 심하게 부상하여 배로 옮겨지자 방어자들은 한 순간 흔들린다. 그러나 비잔틴의 황제는 위협적인 침입을 저지하기 위해 직접 공격에 나서 돌격용 사다리들을 무너뜨리는 데 성공한다. 결연함이 최후의 결연함에 맞서 대결하며, 한 순간 비잔틴은 구제된 듯 보이는데, 가장 극한적인 곤경이 가장 거친 공격을 다시 제압한 것이다. 그때 때때로 알 수 없는 순간들이 역사를 이해할 수 없는 결과로 이끌어 왔듯이 한 비극적인 사태가 돌연 비잔틴의 운명을 결정짓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다. 외곽 성벽들의 많은 갈라진 틈들 중 한 곳을 통해 공격지점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으로 몇 명의 투르크군이 침입해 들어왔다. 그들은 내부 성벽 쪽으로는 감히 전진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호기심에 차서 아무 생각 없이 첫 번째와 두 번째의 도시 성벽 사이를 이리저리 헤매다가 내부 성벽의 좀 더 작은 성문들 중 한 개인 케르카포르타가 이해할 수 없는 부주의로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것은 그저 작은 문일 뿐이며, 평화 시에는 큰 성문들이 닫혀 있는 시간 동안 보행인들을 위해 지정된 문이다. 그 문은 군사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난밤 모두가 함께 한 흥분의 도가니 속에서 분명 그 존재를 잊었던 것이다. 그 야니챠 부대원들은 그 견고한 요새의 한가운데
에서 이 문이 그들에게 기분 좋게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란다. 그들은 우선 그것이 전투상의 계략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왜냐하면 모든 성곽의 틈새들과 방어용 성문들 앞에서는 수천의 시체들이 쌓이고, 불타는 기름과 투창들이 요란스레 나뒹구는 판에 여기는 일요일같이 태평하게 도시의 심장부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모순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들은 증원군을 불러, 부대 전체가 아무런 저항 없이 도심 안으로 돌진해 들어가 외곽 방벽 방어자들 뒤쪽에 감쪽같이 투입된다. 몇 명의 병사가 자신들의 방어선 뒤쪽에 들어와 있는 투르크 군인들을 알아차린다. 곧이어 모든 전쟁에서 온갖 대포들보다 더 위력적인 살인 효과를 내는 숙명적인 외침이 인다.
"도시가 점령되었다!"
그것은 헛소문의 외침이다.
"도시가 점령되었다!"
투르크 군인들은 계속하여 더 큰 소리로 "도시가 점령되었다!"는 환호성을 지르고 이 외침은 모든 저항을 무너뜨린다. 배반당했다고 믿는 용병들은 목숨을 건지기 위해 방어초소를 떠나 항구의 배로 돌아간다. 콘스탄티누스 황제는 몇 명의 부하들과 함께 돌진해 들어오는 자들에 대적하지만 헛된 일이다. 그는 말에서 떨어져 살육의 와중에서 아무도 모르게 살해된다. 다음날에야 비로소 사람들은 시체더미 속에서 금 독수리가 장식된 자주색 신발을 발견하고 그 동로마의 마지막 황제가 로마의 정신 속에서 그의 제국과 함께 생을 명예롭게 마감했다는 것을 확인한다. 콩알만한 우연한 사태, 케르카포르타, 그 깜빡 잊혀진 문이 세계사를 결정지었던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저자소개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88.11.28~1942.02.22
출생지 오스트리아 빈
출간도서 42종
판매수 6,525권

독특한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가 돋보이는 독일 문학계의 거장으로, 중·단편 소설과 전기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다. 1881년 오스트리아 빈의 부유한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20세에 시집 《은빛 현》으로 등단한 이후 시와 소설, 전기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며 1920~1930년대 유럽 최고의 작가로 이름을 떨쳤다. 1934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떠났고,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심한 우울증으로 1942년 부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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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사범대학 독어교육과와 고려대학교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인츠대학교에서 독문학을 연구했으며, 독일 뮌헨대학교 객원교수로 활동했다. 공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 학과장, 신문방송사 주간, 언어교육원장, 평생교육원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공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독일 단화의 이론과 실제] [독일문화의 이해] [볼프강 보르헤르트의 삶과 문학] [ARD 방송독일어] [독일의 역사와 문화] [시사독일어] [문학 속의 삶], 번역서로는 [인류사를 이끈 운명의 순간들](슈테판 츠바이크) [붉은 고양이](루이제 린저 외)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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