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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렛 : 마리사 마이어 장편소설

원제 : Scar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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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비극을 짊어진 두 소녀가 만나는 순간, 전 우주가 다시 한 번 요동친다!

마리사 마이어의 장편소설 『스칼렛』.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동양과 서양,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유명한 동화들을 소재로 SF와 판타지가 섞인 매혹적인 세계를 그려냈다. 루나 크로니클의 세계를 소개한 전작 《신더》에 이은 이번 작품은 저자가 루나 크로니클의 세계에서 펼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프랑스의 농장에서 할머니와 토마토를 키우며 살아가던 소녀 스칼렛. 어느 날 할머니가 실종되면서 소박하고 평범했던 스칼렛의 삶은 크게 바뀌고 만다. 할머니의 실종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던 스칼렛의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 울프가 나타나고 스칼렛은 그가 사라진 할머니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전 우주를 떠들썩하게 한 희대의 범죄자 ‘신더’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모든 지구인이 비난하는 범죄자인 신더에게 스칼렛은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는데…….

출판사 서평

만나지 않았더라면 시작되지도 않았을 비극적인 운명
그것을 알면서도 소년은 소녀의 손을 놓지 못했다

“너를 지키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네 곁에 있게 해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퍼블리셔스 위클리, 아마존닷컴, 굿리즈 등에서 2012, 2013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
영화화 확정!


동화와 만화를 좋아하던 한 소녀가 있었다. 세월이 지나 소녀는 어른이 되고, 어느 날 어린 시절 상상했던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보기로 결심한다. 그냥 한번 써봤던 그 이야기가 책이 되고, 그녀를 미국에서 제일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만들어줄 줄은 스스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리고 그녀의 작품은 작가라면 누구나 꿈꾸는 영화화까지 성사되기에 이른다. 이것은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저자인 마리사 마이어의 이야기이자, 1984년생으로 이제 갓 서른이 된 젊은 여성 작가가 이뤄낸 놀라운 성공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리사 마이어는 어린 시절부터 상상해왔던 이야기들과 동화, 만화 등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것들을 조합해 ‘루나 크로니클’의 세계를 창조해냈다. 전 세계의 독자들은 동화와 판타지, 로맨스와 SF가 조화를 이룬 그 매력적인 이야기에 열광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작품의 출간을 앞둔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모험과 성장, 로맨스와 판타지, 소년과 소녀…… 이런 요소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폭넓은 지지를 받는 소설 시리즈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중 두 번째 작품이자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칼렛Scarlet》이 드디어 한국 독자들을 찾아온다.

권총을 든 빨간 모자

프랑스의 한 농장에서 할머니와 토마토를 키우며 살아가던 소녀 스칼렛. 어느 날 갑자기 유일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던 할머니가 실종되면서,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이 이어질 줄로만 알았던 스칼렛의 삶은 크게 바뀌고 만다.
아무리 수소문해도 묘연하기만 한 할머니의 행방 때문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스칼렛 앞에 나타난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년 ‘울프’. 낯선 외모와 엄청난 힘, 하지만 왠지 모를 위험한 매력을 가진 울프를 스칼렛은 불길한 예감에 멀리 하려 하지만, 그 앞에만 서면 왠지 모르게 자꾸 냉정함을 잃고 만다. 울프는 의도를 밝히지 않은 채 점점 접근해오고, 스칼렛은 그가 사라진 할머니에 대해 뭔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편, 전 우주를 떠들썩하게 한 희대의 범죄자 ‘신더’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모든 지구인이 비난하는 범죄자인 신더에게 스칼렛은 왠지 모를 연민을 느끼는데…….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무서운 숲속을 지나야 하는 빨간 모자, 그리고 빨간 모자를 잡아먹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늑대. 누구나 아는 이 유명한 동화를 마리사 마이어는 자신이 창조해낸 세계관 속에 절묘하게 녹여낸다.
실종된 할머니를 찾아 모험 속으로 뛰어드는 ‘빨간 모자’ 스칼렛. 그리고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위험한 ‘늑대’ 소년 울프. 빨간 모자를 잡아먹기 위해 호시탐탐 노려야 하는 늑대가 빨간 모자에게 반하고 만다면? 《스칼렛》의 가장 큰 볼거리는 주인공 스칼렛과 울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줄다리기라고 할 수 있다.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서로에게 끌리는 두 사람 사이의 끊어질 듯하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감정선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게 된다.
‘권총을 든 빨간 모자’ 인 주인공 스칼렛도 이 작품의 큰 매력 중 하나다. 이야기 전개에 방해만 되는 ‘민폐 여주인공’이 넘쳐나는 작품들에 질렸다면, 《스칼렛》에서는 절대 그런 답답함을 느낄 일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실종된 할머니를 찾으며,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와 동고동락하게 되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스칼렛은 자신의 앞길을 당당하게 헤쳐 나간다. 연이은 위기와 비극 속에서도 여러 남자를 저울질하거나, 사랑 때문에 무너지고 남자에게 기대는 것 같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스칼렛은 주인공으로서 작품 전체를 힘 있게 끌고 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덕분에 《스칼렛》은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늘어지거나 지루한 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생동감 넘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루나 크로니클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다

“이 모든 일이 단 며칠 안에 벌어진다.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작가는 수많은 사건을 짧은 시간 안에 몰아치듯이 진행시킴으로써 어떤 짧고도 드라마틱한 우연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만든다.
교도소에서 탈옥하고, 열차에서 뛰어내리고, 비행선으로 지구와 우주를 넘나들고, 난투와 추격전까지 벌어지는 등 한 편의 영화처럼 짜릿한 속도감 넘치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스칼렛과 울프의 로맨스는 의심과 사랑과 배신이 휙휙 뒤바뀌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번역하면서도 너무 흥미진진해서 빨리 다음 장으로 넘어가고 싶어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역자 후기 중

‘루나 크로니클’의 두 번째 작품인《스칼렛》은 물론 전작을 읽고 난 다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전작의 내용을 모르고 보면 또 다른 반전과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전작 《신더》가 루나 크로니클의 세계를 새롭게 소개하는 작품이었다면 《스칼렛》은 저자가 그 세계에서 펼치려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진정한 이야기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신더》가 《스칼렛》의 ‘프리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전작에 비해 더욱 확대된 세계관과 다양한 인물들, 그리고 드라마틱한 사건들과 속도감 있는 전개로 무장한 《스칼렛》은 출간되자마자 전작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으며 미국 독자들 사이에 ‘루나 크로니클’ 열풍을 몰고 왔다. 저자인 마리사 마이어는 더욱 성숙한 로맨스와 모험, 그리고 단순한 재미를 넘어 메시지까지 담아낸 스토리를 선보이며 전작 《신더》의 성공이 요행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독자들은 각 작품의 주인공인 신더와 카이토, 스칼렛과 울프의 모습을 상상해서 팬아트를 그리거나 프로모션 영상을 직접 만들어 올리는 등 두터운 팬 층을 형성하여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영화화가 발표된 이후, 영상으로 선보일 루나 크로니클의 세계를 전 세계의 팬들이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리사 마이어는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두 작품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머릿속에만 있던 여러 가지 상상들을 하나의 세계로 만들고, 거기에 동화를 접목시켜 매력적인 소녀들의 모험을 펼쳐놓았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동화들이 등장하는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는 신데렐라를 테마로 한 《신더》와 빨간 모자를 테마로 한 이번 작품 《스칼렛》에 이어, 2014년 공개될 세 번째 작품 《크레스Cress》는 라푼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윈터Winter》는 백설공주에서 모티프를 따 온 작품이 될 예정이다. 《신더》와 《스칼렛》에서 누구에게나 친숙한 동화를 새로운 이야기로 변주하는 데 성공한 마리사 마이어가 과연 다음 작품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가 주목할 만한 젊은 작가의 등장을 알리게 된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 《스칼렛》은 차가운 날씨에 딱딱하게 굳었던 독자들의 가슴이 다시 설렐 수밖에 없는 로맨스와 모험으로 가득 찬 작품이다.

◎ 책속으로 더보기
“이코?”
신더가 컴퓨터를 마주보며 말을 걸었다. 스피커는 켜져 있나? 사운드 및 데이터 입력 설정은 맞게 되어 있나? 창고에서 탈출할 때는 카스웰과 협동해서 어찌어찌 비행선을 조종해냈지만, 앞으로는 자동 제어가 없으면 곤란한데…….
“신더?”
신더는 너무 안심해서 뒤로 자빠질 뻔했다.
“이코! 맞아, 나야! 나 신더야!”
신더는 머리 위에 매달린 냉각 튜브를 움켜잡았다. 엔진의 일부를, 즉 이코의 몸 일부를 만진 것이다. 이제 이코는 비행선이다.
“신더, 시각 센서가 고장 난 것 같다. 네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기분이 이상하다.”
신더는 이코의 인격 칩을 꽂은 슬롯을 살펴보았다. 완벽하게 맞았다. 안전하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다. 호환 문제 같은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신더는 활짝 웃었다.
“알아, 이코. 당분간 적응을 좀 해야 할 거야. 우주선의 자동 제어 시스템에 널 설치했거든. A. 214 램피언, 클래스 11.3이야. 네트워크 연결되지? 시스템 사양을 다운로드 받아야 해.”
“뭐라고? 램피언? 우주선?!”
신더는 몸을 움찔했다. 엔진실에는 스피커가 하나뿐인데도 이코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쩌렁쩌렁 울렸다.
“우리가 우주선에는 대체 왜 탄 거냐?”
“얘기하자면 길어. 어쨌든 난 이렇게라도 네 칩을…….”
“앗, 신더! 신더!”
느닷없이 이코가 울부짖는 바람에 신더는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하루 종일 어디 있었던 거냐? 아주머니가 엄청나게 화가 났다. 그리고 피어니…… 피어니가…….”
신더는 말문이 막혔다. (본문 181~182쪽)

유리처럼 매끄러운 열차 지붕에 두 사람이 쿵 부닥치면서 공중에 떠 있던 차체가 살짝 내려앉았다. 그 순간 뭔가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울프가 발을 헛디딘 것이다.
울프의 어깨가 왼편으로 기울면서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착지하는 순간의 반동 때문에 스칼렛은 울프에게서 튕겨나가 선로 옆 언덕 쪽으로 날아갔다. 비명을 지르면서 울프의 셔츠를 붙잡았지만, 천이 북 찢어지는 바람에 스칼렛은 결국 떨어지고 말았다. 눈앞에서 온 세상이 요동치는 것 같았다.
그때 손 하나가 스칼렛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 어깨를 잡아당기는 화끈한 통증과 함께 그녀는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세찬 바람에 머리카락이 얼굴 앞에 흩날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칼렛은 발버둥 치면서 한 손을 뻗어 올려 울프의 팔을 가까스로 움켜잡았다. 땀에 젖은 손이 미끄러질까 봐 필사적으로, 젖 먹던 힘까지 쏟아부었다.
울프가 으르렁거리며 신음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느 순간 스칼렛의 몸이 번쩍 들려 올라갔다. 뭐라도 발 디딜 곳을 찾아 열차의 옆면을 무작정 걷어차던 스칼렛은 마침내 지붕 위로 완전히 끌어올려졌다. 울프는 스칼렛을 지붕 한가운데로 안전하게 당겨놓은 뒤, 그녀의 얼굴에서 머리카락을 걷어내고는 어깨를 움켜잡고 멍이 든 손목을 문지르며 여기저기를 미친 듯이 더듬었다. 스칼렛이 무사히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려는 듯이.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순간 집중력이 흩어져서 미끄러져버렸어. 미안해. 스칼렛, 괜찮아?”
호흡이 마구 흔들렸다. 빙빙 돌던 세상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온 신경이 웅웅 울리고 몸속까지 떨리는 것 같았다. 스칼렛은 멍하니 입을 벌리고 울프를 올려다보면서 후들후들 떨리는 손을 들어 그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
그녀는 헐떡거리면서 힘겹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울프는 그녀의 시선을 피했다. 눈동자가 공포로 가득 차 있었다.
“어깨뼈가 당기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스칼렛은 말하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울프의 팔을 동여맨 붕대가 빨갛게 물든 게 눈에 띄었다. 다친 팔로 스칼렛을 끌어올리느라 상처가 벌어진 것이다.
“피 나잖아!”
붕대에 손을 뻗는데 울프가 덥석 붙잡았다. 아플 정도로 세게. 어느새 스칼렛은 울프의 밑에 깔린 채 강렬하고도 겁에 질린 눈동자를 마주 보고 있었다. 그의 호흡은 여전히 거칠었고, 스칼렛의 몸은 계속 떨렸다.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빈 것 같았다. 휭휭 몰아치는 바람과 눈앞의 울프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울프는 너무나도 연약해 보였다. 한 치만 움직여도 산산이 부서져버릴 것만 같았다.
(본문 272~273쪽)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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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중에서

벌써 2주째였다. 2주 동안이나 할머니는 혼자 몸으로 어딘가를 헤매고 있는 것이다. 무방비 상태로, 모두에게 잊힌 채로. 어쩌면…… 어쩌면 이미 돌아가셨는지도 모른다. 누가 납치해서 살해한 뒤 어둡고 축축한 배수로에 시신을 방치해뒀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디에? 그리고 왜? 대체 왜? 왜?
왈칵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눈을 깜빡여 삼켜버렸다. 스칼렛은 화물칸 문을 탕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다가 우뚝 멈춰 섰다. 그 싸움꾼이 술집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참았던 눈물이 찔끔 솟았다. 스칼렛은 눈물이 뺨에 흘러내리기 전에 잽싸게 닦아내고서 싸움꾼을 쳐다보면서 그의 분위기가 험악한지 아닌지 살펴보았다. 싸움꾼은 비행선 머리 부분에서 열 발짝쯤 떨어져 있었는데, 살기를 띠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소심하게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 롤랑의 목을 졸라 죽일 뻔했을 때도 딱히 살기를 드러내진 않았다.
“괜찮을지 걱정돼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싸움꾼은 술집의 어수선한 소음에 묻혀서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스칼렛은 비행선에 얹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두려워해야 할지 아니면 으쓱해해야 할지 몰라서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롤랑만 하겠어요? 아까 나올 때 보니까 목이 시퍼렇게 멍들었던데요.”
싸움꾼이 주방 문 쪽으로 잠깐 눈길을 던졌다.
“그놈은 더 당해도 싸요.”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오후 내내 분노와 설움에 시달리면서 참고만 있었더니 웃을 기운이 안 났다.
“끼어들지 말지 그랬어요. 알아서 할 수 있었는데.”
싸움꾼은 어려운 퍼즐 조각을 푸는 것 같은 눈길로 스칼렛을 곁눈질했다.
“그렇군요. 저는 혹시라도 당신이 총을 꺼내 들까 봐 불안했거든요. 그러면 사태가 더 악화됐을 테니까요. 아, 그렇다고 당신이 미쳤다는 뜻은 아닙니다.”
목덜미의 털이 쭈뼛 곤두서는 것 같았다. 스칼렛은 반사적으로 등허리에 차고 있는 작은 피스톨을 더듬었다. 내내 피부에 닿아 있던 총에는 따뜻한 온기가 배어 있었다. 열한 살 생일 때 할머니에게 받은 선물이다. 할머니는 ‘모르는 사람이 낯선 곳으로 끌고 가려고 할지도 모르니까’라며 총을 건네고는 유난스럽게 거듭 주의를 주었고, 총을 다루는 방법도 가르쳐주셨다. 그때부터 총을 빼놓고 집 밖을 나선 적이 단 하루도 없다. 아무리 우스꽝스럽고 쓸데없는 짓으로 보이더라도. 그로부터 7년 동안 스칼렛이 늘 입고 다니는 입는 빨간색 후드 점퍼 안에 권총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눈치챈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여태까지는. (본문 34~35쪽)

“왔군요.”
스칼렛은 놀라서 펄쩍 뛰었다. 울프가 벽의 그래피티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한 듯 돌연히 옆에 다가와 서 있었다. 깜박이는 전구들의 칙칙한 불빛이 초록색 눈동자에 비쳐 보였다. 울프는 한 발짝 뒷걸음질 쳤다.
“미안해요. 놀라게 하려던 건 아닌데…….”
스칼렛은 그의 사과를 못 들은 척했다. 주위가 어두워서 울프의 팔뚝에 새겨진 문신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었다. 몇 시간 전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던 그 문신의 윤곽이 지금은 기억 속에 선명하게 각인돼 있었다. ‘부지깽이를 줬던 사람의 팔에 문신이 있었어’라던 아빠의 말도.
침착하게 대처하려고 억지로 묻어두었던 분노가 다시금 치밀어 올랐다. 스칼렛은 울프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그의 가슴팍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울프의 키가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증오심이 끓어오른 나머지 맨손으로 그의 두개골을 으스러뜨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어디 계셔?”
울프는 두 손을 옆구리에 늘어뜨린 채 어리둥절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뭐라고?”
“우리 할머니 말이야! 할머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울프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눈을 꿈뻑였다. 스칼렛이 외국어로 말하기라도 한 듯 그녀의 말뜻을 해석하기 위해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할머니?”
스칼렛은 이를 갈면서 더욱 세게 그의 가슴팍을 퍽 후려쳤다. 울프는 움찔했지만 아파서라기보다는 놀라서 그러는 것 같았다.
“네 짓인 거 다 알아. 네가 우리 할머니를 납치해서 가둬놨잖아. 그리고 우리 아빠를 고문했잖아! 뭘 원하는지는 모르지만 우리 할머니를 돌려줘, 당장!”
울프가 스칼렛의 어깨너머를 흘끔 바라보았다.
“미안……. 링에서 나를 부르고 있어. 가봐야 할 것 같아.”
스칼렛은 잽싸게 울프의 손목을 붙잡는 동시에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팔뚝의 문신이 새겨진 부위를 총부리로 눌렀다.
“아빠가 이 문신을 봤다고 했어. 네가 아무리 약에 취하게 했어도 이것만은 기억하시더라고. 이거랑 똑같은 문신을 한 사람이 세상에 둘이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더군다나 납치범들이 우리 아빠를 일주일 동안 고문하고 풀어준 날,

저자소개

마리사 마이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4

1984년 미국 워싱턴 주 터코마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태어나 처음 내뱉은 단어 중 하나는 ‘이야기’였다. 그 후로 수많은 이야기를 보고, 듣고, 읽으며 자란 마리사 마이어는 열네 살 때 쓴 <세일러 문> 팬픽션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대학교 졸업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기 시작한 그녀는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활동을 계속하던 중 2012년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신더』를 발표하면서 작가로 데뷔했다. 『신더』는 그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주인공, 가슴 설레는 로맨스로 인해 대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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