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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 박경리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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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토지]의 작가 박경리의 첫 번째 장편소설
박경리의 순수한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소설!


1958년 [민주신보]에 연재된 [애가]는 등단작인 [계산], [흑흑백백]과 같은 짧은 단편소설에서 점차 길이가 긴 [불신시대], [벽지]와 같은 작품으로 이행해온 사실을 감안할 때 창작 역량이 증대된 데 따라 본격적인 장편소설을 창작하기 위해 자신의 역량을 시험해본 첫 작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작품에서 다루어지는 사건 또한 사회적인 문제나 인생살이의 여러 국면에 대해서는 깊이 다루지 않은 채 처음부터 끝까지 연애 이야기로 시종하고 있어 장편소설로서는 비교적 단조로운 구성이다. 하지만 연애라는 소재를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흥미 위주의 소재로 취급한 것이 아니라 그 제재 속에 개재하게 되는 여러 가지 인생 문제를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연애문학으로서의 품위와 순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박경리는 자신의 창작을 특징짓던 자기표현 문학의 한계를 벗어나 새로운 문학세계를 개척하고 있다. 자신의 직접적 체험이나 전기적 사실에서 창작의 소재를 구하지 않고 온전히 상상력에 의지해서 사건의 결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애가]가 보여주는 사건의 결구와 인물 설정, 형상화의 방식은 작가의 상상력이 지닌 원형질을 어느 작품보다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해서 [애가]는 직접적 체험의 전달 양식이라는 한계와 함께 자기표현의 부담을 벗음으로써 한결 순수하게 작가가 지닌 상상력의 양태를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고, 그로 인해 이후 작가가 전개하는 문학세계의 원형적인 모델로서의 성격을 지니게 된 셈이다

병렬적으로, 때로는 복합적으로 전개되는
이중 삼중의 애정관계


소설에는 서로 얽히고설킨 몇 개의 연애사건이 병렬적으로, 때로는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초점이 되는 사건은 민호와 진수, 설희 사이에 맺어지는 삼각관계다. 미군 장교와 동거하여 아이까지 잉태한 적이 있는 진수, 그러한 사정을 알았기에 찢어지는 듯한 심정의 고통을 견디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떠나보냈으면서도 언제까지나 그녀를 잊지 못하는 민호. 설희는 오빠의 친구인 민호가 실연의 고통을 잊기 위해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차차 사랑의 상처가 아물 것이라는 생각에서 민호와의 결혼을 수락한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에 진수를 다시 만난 민호가 사랑을 위해 가정을 버리기로 작정한 것을 알고 설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리고 그 비극적 죽음의 슬픔 위에 자신의 행복을 쌓을 수 없다고 생각한 진수도 외국으로 떠나버린다.
이 삼각관계 연애와 병치되면서도 대조되는 연애관계가 현회와 정규, 오형 박사 사이에 맺어진 삼각관계다. 설희의 오빠인 정규는 오형 박사의 제자인 동시에 현회와 깊이 사랑하는 사이다. 그러나 현회는 고아가 된 자신을 키워주고 돌보아주었던 오형 박사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결혼을 승낙한다. 정규는 스승의 부인이 된 현회에 대한 미련을 끊지 못한 채 시골로 낙향하지만 그의 주위에는 언제나 현회의 모습이 그림자처럼 맴돈다. 현회 또한 정규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설희의 자살사건을 통해 정규와 현회의 관계를 알게 된 오형 박사는 두 사람의 사랑이 맺어질 수 있도록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두 연인은 함께 시골로 내려간다.
이 두 연애사건은 서로 엇갈리면서 소설의 표층과 심층을 형성한다. 민호와 진수의 사랑이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 표층의 사건이라면 정규와 현회의 사랑은 저 강바닥에 깔려 있던 것들이 물의 움직임에 따라 표면으로 떠오르듯 소설이 진행되면서 점차 뚜렷한 형태를 나타내는 이면의 사건이다. 그 이면의 사건은 표면의 사건이 지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하게끔 설정되어 있다. 애정이 깃들지 않은 결혼생활과 사랑으로 맺어진 연인들 사이의 결합이 지닌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죽음까지도 넘어서는 사랑의 노래, [애가(哀歌)]

낭만적 사랑은 사랑하는 대상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본능적 충동, 강렬한 소망을 갖는 것이며 거기에 일단 몸을 담는 순간 사람은 오직 그 속에서만 자신의 존재 가치와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그러므로 그 사랑의 열정 속에서 연인들은 지상의 세속적 관계, 일상적 삶의 테두리를 훌쩍 벗어나 상상의 공간 속에 존재하게 되며, 사랑의 대상을 이상적으로 미화하고 그 미화가 완성되어가면 갈수록 더욱더 사랑을 열망하게
된다. 그 사랑의 획득이 장애물에 가로막혀 지연되고 지체될수록, 그리하여 불가능하게 보이면 보일수록 그 낭만적 사랑의 열정은 소멸되지 않을 뿐더러 더욱 강렬해지고 결국에는 존재의 운명까지도 좌우하는 삶의 근원적인 문제가 되고 만다. 낭만적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죽음까지도 무릅쓰는 것은 그 열정에 말미암는다. [애가]는 바로 그 비할 데 없이 강렬해진 열정들이 펼치는 갖가지 사건을 소설 전개의 추동력으로 삼는다.

목차

1 불안한 서곡
2 여수(旅愁)의 창변(窓邊)
3 금단의 사랑
4 연정(戀情)과 연정(憐情)
5 산장의 재회
6 구심력
7 사랑의 사자(使者)
8 애가

작품해설

본문중에서

한편 진수는 민호가 나간 뒤 슬픔과 기쁨이 뒤섞인 감정을 자그시 눌러보았다. 울컥울컥, 마치 객혈처럼 외로움이 넘쳐흐른다. 차라리 기대를 갖지 않았던 나날은 그래도 외로움을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한 줄기의 희망과 기대로 해서 이렇게 가슴 저리게 외로움이 치미는 것은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었다.
(/ p.190)

‘그래, 진수는 누구의 죽음 같은 것을 바라는 여자는 아냐. 너가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진실과 선善을 말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어. 우리는 진실했다. 그러나 그 진실의 결과는 악이 되고 말았다. 이것이 누구의 죄랄 수는 없어. 우리는 그렇게 아슬아슬한 이별과 해후 속에 휘말려 들어갔을 뿐이니까. 아무튼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할 게고, 우리의 진실은 그냥 버려질 수는 없는 것이라 나는 생각해.’
(/ p.287)

설희는 참말, 상화의 말대로 그의 시 구절 구절에 살아 있었다. 입김이라도 느껴질 지경으로 생생하게 살아 있다. 목소리, 머리카락, 눈동자 같은 것도…… 민호는 죽은 설희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하면서도 일면, 설희는 불행한 여자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었다.
(/ p.288)

저자소개

생년월일 1926.10.28~2008.05.05
출생지 경남 통영
출간도서 58종
판매수 99,928권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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