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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 : 박경리 장편소설[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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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쟁의 비극 속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통곡의 삶!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쓴 한국전쟁 이야기 『파시』.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전쟁의 끝자락에서 펼쳐진 남녘의 피난살이를 묘사한 소설이다. 한국전쟁 당시의 남녘 땅을 배경으로 집필되어 1968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전쟁 후방 지역에서 살아가던 다양한 사람들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 지방을 방황하면서 떠돌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북에서 홀로 내려와 전쟁고아가 된 수옥. 그녀는 조만섭을 따라 통영으로 오게 되고, 우연히 만나게 된 서영래는 조만섭의 아내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 그녀를 얻는다. 집안의 몰락을 인정할 수 없었던 학자는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통영을 떠나 여자로서 치욕스러운 길을 택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조만섭의 딸 명화는 죽은 어머니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응주의 아버지로부터 결혼 반대를 당하고 그 이유를 알게 된 명화는 아버지와 응주를 두고 밀항하는데….

출판사 서평

『토지』의 작가 박경리가 쓴
한국전쟁 당대 남녘 이야기


종종 작가는 살아오면서 맞닥뜨린 사건, 혹은 거친 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겪어온 삶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1950년에 시작되어 1953년에 끝이 난 한국전쟁 당시, 남녘 땅을 배경으로 집필되어 1968년에 발표된 『파시』는, 바로 작가 박경리가 겪었음 직한 한반도의 전쟁 후방 지역 각종 사람들의 움직임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 그 지방을 방황하면서 떠돌던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파시』에서의 시간적 배경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얼마간의 기간이 지난 후로 설정되어 있다. 또한 전쟁 최후방 지역인 통영과 부산이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을 이룸으로써 이 작품 내에서 전쟁에 대한 소식은 먼 곳의 이야기로 물러나 있다. 게다가 이 작품이 쓰인 시기는 휴전 10여 년 후인 60년대 후반으로, 포탄 터지는 소리, 그리고 비행기의 폭격 소리는 먼 배경으로만 살아 있다. 그러나 전쟁이란 그것이 끝나고 난 이후의 후유증이 더욱 심각한 아픔일 수 있다. 작가의 마음속에는 피 튀기는 당시 전쟁의 이야기와 그 현장의 가쁜 숨결이 잦아들어 있었을 것이다.

『파시』는 1950년부터 1953년까지, 전쟁 끝자락에서 펼쳐진 남녘 끝자락의 피난살이를 묘사한 소설이다. 언제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 모르는, 한국전쟁 당시 절망적이고도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누구든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부지해야만 했다. 이들은 모두 어두운 내면풍경을 지니고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비극,
그 비극의 주인공들이 이어나가는 사랑과 통곡의 삶


한국전쟁 때 북에서 홀로 내려와 전쟁고아가 된 수옥은 조만섭을 따라 통영으로 오게 된다. 통영으로 가는 배를 타기 전 우연히 만나게 된 서영래는 조만섭에게 본인의 첩으로 수옥을 요구하나, 조만섭은 이를 거절한다. 그럼에도 서영래는 조만섭의 아내인 서울댁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수옥을 얻는다. 집안의 몰락을 인정할 수 없었던 학자는 가난에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인물이다.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통영을 떠난 그녀는, 여자로서 치욕스러운 길을 택한다. 비록 돈은 얻었을지라도, 그녀의 자존심은 말할 수 없이 망가졌다. 남부러울 것 없이 자란 조만섭의 딸 명화는 정신이상으로 죽은 어머니의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응주의 아버지로부터 그들의 결혼 반대를 당하고, 그 이유를 알게 된 후 명화는 아버지와 응주를 두고 밀항해 떠난다.

늘 비뚤어진 사고를 갖고 있는 학자의 오빠 학수, 그는 어느 늦은 저녁, 우연히 울고 있는 수옥을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그는 수옥이 서영래의 첩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수옥을 데리고 개섬으로 도망한다. 그러나 얼마 후 그의 어머니와 서영래가 개섬으로 찾아옴으로써 학수의 행복은 위협을 받는다. 자신으로부터 멀어지려고 하는 명화와 아버지의 소개로 만나게 된 윤교수의 딸 죽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응주는, 자신이 가진 부유함 속의 빈곤으로 항상 자학하며 반대의 의견을 가진 아버지와도 갈등하는 관계에 있다.

작가가 작품의 제목으로 쓴 ‘파시’에는 작가의 의도가 깃들어 있다. 바다는 출렁거리는 물결로 이루어진 곳이다. 무엇이든 흩어지고 만나고 부서지고 다시 이어지는 곳이 곧 바다이다. 자신을 이루기 위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파시이다. 그 사람들이 이 소설 『파시』 안에 이렇듯 모여 있다.

일찍이 물리학자 남균 교수는 박경리의 『토지』를 천재 물리학자 세 사람 학설로 풀이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최서희와 봉순이의 일생을 놓고 그는 뉴튼 물리학의 핵심인 ‘결정론’ 이론인 사람살이의 운명론에다가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인 ‘불확정성 원리’를 대입하였고, 다시 마지막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이 작품 인물들에게다 대입하여 풀이하였다. 독특한 비평이자 해석으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한 발언이었다. 사람의 한 살이는 정말로 운명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인지 아닌지, 또 모든 존재가 다 상대적인 자리에 놓여 흘러가는 것인지를 작가 박경리는 모두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이야기 속 수많은 인물들에게 격을 부여했다고 한 것이다. 『파시』에서 역시, 그런 풀이가 합당할 인물들은 여럿이다. 그만큼 작가 박경리의 생각의 깊이가 깊었다는 뜻일 터이다. 위대한 정신은 이런 깊은 생각을 실천하려는 의지에서 밝혀진다. 작가 박경리는 소설 쓰기를 실천함으로써 그의 위대성을 실현한 것이다.

목차

기항자(寄港者)
등댓불
봉화서 온 여인
박 의사(朴醫師)
갈대처럼
이율배반
기다리는 여자들
슬픈 아버지
밤길에서
봄은 멀어도
밑바닥까지
섬(島)
마지막 주사위
귀거래(歸去來)
파시(波市)

어휘풀이
작품해설

본문중에서

서영래는 얼굴을 들어 수옥을 쳐다본다.
“세상에 흔해빠진 게 여잔데, 니 아니믄 사람이 없겠나? 그런데 나는 니가 꼭 마음에 든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물건 주세요. 어머니가 야, 야단…… 보, 보내주세요, 아저씨!”
서영래는 싱긋이 웃는다.
“아저씨라고? 니 신랑이 될라 카는데 아저씨라믄 되나.”
“어, 어머니가 무, 물건.”
“흥, 서울댁 말가? 흥.”
비웃는다. 서영래는 다시 허리를 꾸부려 땅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한참 만에 그는 몸을 일으켰다.
“너 영 말귀를 못 알아듣는구나.”
그는 가냘픈 수옥을 어린애 다루듯 번쩍 안는다.
“엄마!”
“다 큰 처녀애가 엄마가 뭐꼬.”
서영래의 눈빛이 달라지고 거칠어진다. 그는 발버둥치는 수옥을 큰방으로 끌고 간다.
“아무리 소리 질러봐도 소용없다. 이 천지에 너하고 나하고 둘뿐이다.계집과 사내 둘뿐이란 말이다!”
(본문 163쪽)

“이런 소리 하면 아직 젊은 너로서는 명성에 대한 집착으로밖에 생각 안 하겠지. 다 그렇게들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고 나는 확신해. 굽히지 않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야. 사실 사람에게 있어서 목숨을 지키는 다음의 가장 강한 본능이 그게 아닐까? 목숨의 위협을 받는다는 불안 다음의 것이 그 불안일 거야. 그 불안이 대부분의 현실을 지배하고 있을 거야. 사람에 따라서는 굽히지 않겠다는 그 본능이 생존 본능보다 더 강할 경우가 있지. 외로운 것은 좋다. 외로운 것은 참을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비천해서는 못쓴다. 그것은 어떤 일보다 뼈에 사무치는 잊을 수 없는 일이야. 그러나 오만할 수 있다는 것은 스스로가 그 자리에 올라가야 되는 거구, 가질 것을 가져야만 그게 통하는 거다. 가질 것을 가져야만 그게 통하는 거다. 가질 것을 못 가지고 자리도 아닌 곳에서 큰소리친다는 것은, 그것은 개 짖는 소리에 지나지 않어. 자신을 잃은 생명처럼 불쌍한 것은 없다. 꺼풀이 강하면 모든 것을 튀겨버리지만 꺼풀이 약하면 피 흘리고 멸망하는 거야. 이야기 속에서나 비극이 아름다운 거지 현실 속에서는 비극이란 조금도 아름답지 못해. 그건 추한 거야. 추하지.”
박 의사는 조금도 흥분하지 않고 차근차근히 말한다.
“너는 나처럼 돼서는 안 된다. 내가 살아본 하나의 결론이다.”
“결국 입신출세의 이야기 아닙니까.”
처음으로 우울하게 응주가 입을 뗐다.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별수 없지. 내 뜻을 이해 못하는군.”
“제일인자가 된다고 해서 그런 불안이 없어질까요? 어떤 이론이든 반드시 옆구리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오히려 그 공리주의의 비극 속에서 오늘을 살고 있다고…….”
(본문 133쪽)


‘바다는 다 같은 바다인데 내가 선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는 아우성이 있고 통영에는 흐느낌이 있다. 어느 게 더 슬픈가? 시골 처녀가 남몰래 우는 것과, 밤길을 누비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술 취한 창부. 통영의 등댓불은 별빛같이 깜박이는데 저 외국 화물선의 불빛은 괴물이 쏘는 눈빛같이 황황하다. 상아같이 미끈한 백인과 흉측스런 검둥이, 슬픈 검둥이, 슬픔은 진실인데 진실은 추악한 것이란 말인가.’
응주는 무대에 서서 대사를 뇌듯 중얼거린다.
‘백인은 휘파람을 불고, 우리는 개미떼처럼 산등성이를 기어 올라간다. 그중 몇 놈은 이곳을 떠나서 키 큰 친구를 발돋움하고 올려다보며 그들의 몸짓을 모방하며, 그리하여 이곳을 잊으려 한다. 산등성이를 줄지어 올라가는 개미떼에 침을 뱉으며.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응주는 바다 위에 침을 뱉고 돌아선다.
(본문 323쪽)

저자소개

박경리(朴景利)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261028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26년 경남 통영에서 출생하여 1946년 진주여고를 졸업했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으로 단편 '계산' 등이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등단했다. 이후 1959년 '표류도', 1962년 '김약국의 딸들', 1964년 '파시', '시장과 전장' 등의 장편을 발표했다. '토지'는 1969년부터 '현대문학'에 연재를 시작하여 1972년 9월까지 1부를 집필했다. '토지' 2부는 같은 해 10월부터 1975년 10월까지 '문학사상'에 3부는 1978년부터 '주부생활'에 4부는 1983년부터 '정경문화'와 '월간경향'에 각각 연재했다. 마지막 5부는 1992년부터 '문화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하여 1994년 8월 15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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