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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형제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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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거장 박경리의 미출간작,
반세기에 걸친 기다림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오다.


2004년, 한 학술지를 통해 [대구일보]에 연재되었던 바 있으나 이후 출간되지는 않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박경리의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발표되었다. 한국문학의 대모라 일컬어지는 박경리의 신문 연재소설이었던 작품의 제목은 [그 형제의 연인들]이다. 대하소설 [토지] 편찬위원회의 일원이었던 가톨릭 대학교 조윤아 교수는 대구광역시립 중앙도서관에서 [그 형제의 연인들]의 연재본을 발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구일보]가 발행되었던 당시의 종이 인쇄 상태로 보관되어 있어 시간이 더 흐른다면 작품이 소실될 우려도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윤아 교수와 마로니에북스는 원고를 온전히 되살려냈다. 연재 당시는 1962년, 반세기에 걸쳐 잠들어 있던 작가 박경리의 미출간작은 비로소 2013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대구광역시립 도서관 외에도 몇 군데의 신문사를, 서울에서 대구까지 몇 번 더 왕복한 결과였다.
이제야 처음으로 출간되는 [그 형제의 연인들]을 통해 독자들은 박경리 초기문학의 지류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형제의 연인들] 연재 이후 발표된 [파시], [가을에 온 여인], [김약국의 딸들] 등으로 이어지는 박경리의 문학관과 세계관의 뿌리를 독자들은 [그 형제의 연인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껏 묻혀 있어 누구도 볼 수 없었던 [그 형제의 연인들]은, 박경리 연구자들에게도 그 소장가치가 충분할 것이라 여겨진다.

금기의 벽을 마주한 자들의 고뇌.
시대를 초월한 화두, 거장 박경리가 관철해온 삶에 대한 물음!


전 국민이 한 번쯤은 마주해보았을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작가는 문단에 데뷔한 1958년부터 1968년까지의 10여 년 동안 수십 편의 중·장편소설을 탈고했다. 이후 [토지]의 집필이 시작되는 1969년 전까지 10여 년 동안 완성된 작품들은 박경리 문학의 기반이며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여러 편의 중·장편 소설을 통해 박경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은 깊이 있게 숙성되었고, 이는 그녀의 예술정신을 축조하는 데 큰 몫을 하였다. 왕성한 작품 활동 속에서 박경리는 1962년, [대구일보]에 [그 형제의 연인들]을 연재하게 된다. [그 형제의 연인들]은 당시 신문 연재소설이 보여주었던 통속성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리얼리즘 소설의 모습을 선보이며 박경리 문학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 형제의 연인들]은 당시 신문 연재소설들의 한계였던 독자의 욕망을 대리만족시키는 스토리를 넘어 금기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의지라는 주제를 관철해나간다. 이는 작가 박경리가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삶에 대한 준열한 물음인 것이다.

타성을 벗어나게 하는, 관습을 넘어서야 하는
그 형제들의 고통은 바로 우리 자신의 고통이다!


의사로, 그리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는 형 인성은 생에서 아무런 의욕과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다. 집에는 히스테릭한 아내가 있으며, 부모와의 사이는 처음부터 시큰둥했다. 그에게 모든 일은 진부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형과는 반대로 모든 일에 의욕적인 주성, 그는 이혼 경력이 있는 친구의 누나를 사랑하는 금기에 빠진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송애와 집안에서 결혼 이야기가 있지만 주성에게 송애는 안중 밖이다. 그러나 열등감에 싸여 있는 혜원은 주성으로부터 달아나려고만 한다.
1960년대 당시, 박경리는 통속소설이라는 틀을 벗어나 문단에 하나의 별격을 보였다. 불륜이나 순수, 그중 어느 하나로 치부하기에 박경리의 소설은 단순하지 않았다. 청춘의 방황을 소재로 파격적인 소설을 선보인 것이다. 끊임없이 고민하는 젊은이의 내면 묘사를 통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생에 대한 물음을 관철해 보였다.
[그 형제의 연인들]의 가치는 사랑을 다루되 사랑의 성취 과정을 보여주기보다 사랑을 위한 희생에 대하여 고민하게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 있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 관습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기성과 열등의식, 동정과 집착 등의 문제들을 진정한 사랑을 위해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묻는다. 진정한 사랑의 외적인 장애물로 여겨지는 관습의 문제마저 인간의 내적 성숙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말하고자 한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뜻대로 사랑을 이루려 하는 이보다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자의 고귀함을 은연중 드러내고 있다.
[그 형제의 연인들] 속 두 형제가 비틀리고 뒤틀린 그들의 사랑을 행하는 방식은 처절하다. 현실성을 잃지 않는 입체적인 등장인물들과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박경리 특유의 전개가 살아 있는 [그 형제의 연인들]은 독자들에게 거장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줄 것이다.

목차

1. 어느 날의 환자
2. 사랑하는 마음
3. 마르지 않는 샘
4. 상한 비둘기
5. 애증
6. 홍염
7. 창변에서
8. 와중
9. 애정의 피안
10. 산을 바라보며
11. 분기점

본문중에서

‘나에게는 청춘이 없었다. 누구를 사랑해본 일도 없고 사랑을 받은 일도 없었지. 이렇게 살아가노라면 나는 뭐가 될까?’
고독이 확 밀려들어 왔다. 삭막했던 결혼생활, 구애하는 사람이 없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너무나 혜원과 먼 거리의 사람들이었다. 장용환이만 해도 그랬다. 장용환의 구혼을 거절한 것은 혜원 자신이 이미 결혼의 경험을 가진 여자라는 문제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장용환과 같이 거닐면서도 어떠한 정감도 일지 않았다. 거절의 이유는 그것뿐이었다. 그 순간에 있어서 강한 자의식은 아니었지만.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았다. 주성과 마주 앉은 시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마주 앉은 시간을 즐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처지를 비참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p.59)

“낮에 식당에서 누님이 나갈 때 난 주성 군과 함께 그 식당에 있었습니다.”
“뭐?”
혜원은 번쩍 얼굴을 쳐들었다. 그 눈에는 역력히 아픔이 지나갔다.
“주성 씨도 날 봤니?”
혜원은 고개를 숙이며 나직한 목소리로 묻는다.
“봤습니다.”
혜준은 똑바로 혜원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혜원은 얼굴을 들지 않았다. 전등불 밑에 귀뿌리가 발그레하니 물들고 있었다. 동생에 대한 수치심, 그리고 주성의 심정을 헤아리니 그의 얼굴에 절로 열이 모였던 것이다.
“누님.”
“…….”
“주성이는 그 길로 날 끌고 남산으로 올라갔죠. 거기서 술을 마시고 마치 미친놈같이 지껄입디다. 모든 이야기를 말입니다.”
(/ p.249)

“오늘 주성이 안 나왔지?”
누군가가 혜준에게 말을 걸었다.
“음.”
“그 자식 요새 이상하더라? 연애하는 것 아냐?”
또 누군가가 말을 거들었다.
“언젠가 한번 본 일이 있어. 태평로에서 말이야. 굉장한 미인하고 가던데 아무래도 좀 밸런스가 맞지 않아. 나이 들어 뵈더군.”
혜준은 얼굴이 화끈 달았다. 말하는 친구는 모르고 한 말이었으나 혜준은 그 여인이 바로 자기 누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죄의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 p.312)

저자소개

생년월일 1926.10.28~2008.05.05
출생지 경남 통영
출간도서 58종
판매수 99,928권

1926년 10월 28일(음력) 경상남도 통영에서 태어났다. 1945년 진주고등여학교를 졸업하였다.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하였다. 『표류도』(1959), 『김약국의 딸들』(1962)을 비롯하여 『파시』(1964), 『시장과 전장』(1965) 등 사회와 현실에 대한 비판성이 강한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였다.
특히 1969년 9월부터 대하소설 『토지』를 연재하기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하였다. 2003년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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