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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도둑(문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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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표제작 《이상한 도둑》을 비롯해서 이 동화집에 실린 작품들은 어린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처럼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인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들의 가슴속에 다양한 감정이, 머릿속에는 갖가지 고민이 자연스럽게 피어날 수 있도록 이끈다. 옳고 그름, 배려와 이기심, 진심과 거짓, 떳떳함과 떳떳하지 못함 등 다양한 가치관을 고민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은 순간에만 반짝하는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잔상이 깊고 길게 남아 평생에 걸쳐 인성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 이것이 바로 이상교 작가가 추구하는 동화이자 동화집 『이상한 도둑』을 통해 선사하고픈 ‘향기’와 ‘빛깔’일 것이다.

출판사 서평

▶ ‘교과서 수록 작가’ 이상교의 ‘한국아동문학상’ 수상 동화집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국내 유일의 문고본 시리즈인 <네버엔딩스토리>의 47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해강아동문학상ㆍ한국동화문학상ㆍ세종아동문학상ㆍ한국아동문학상ㆍ한국출판문화상ㆍ박홍근아동문학상 등 국내 유수의 아동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고 초등학교 교과서에 「식탁」, 「싸움」, 「우당탕퉁탕」 등 3편의 동시가 실려 어린 독자들에게 더욱 친숙한 이상교 작가의 동화집 『이상한 도둑』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 동화집은 제13회 한국아동문학상 수상작이어서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커다란 의미를 안겨 준다.
동화집 『이상한 도둑』의 가장 큰 매력은 독특한 주인공들이 연출하는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점이다.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청소를 하거나 집단속을 하는 등 선행을 일삼는 도둑(「이상한 도둑」), 쥐를 잡는 데에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새끼 쥐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싶은 쥐덫(「쥐덫」), 나비로 자랄 본분을 잊고 한겨울 따뜻한 볏짚 속에서 빠져나오기를 거부하는 애벌레(「노란 빛깔의 노래」) 등 이들은 독자들의 기대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더욱 흥미롭다. 하지만 이들이 밉거나 거북스럽지 않은 건 그 바탕에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순박한 배려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오해와 편견으로 절교했던 친구와 화해의 포옹을 나누는 두 여인(「안개 나라 저편」), 오천 원을 훔친 채 끈이 풀린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하고 도망치는 아르바이트 학생(「가늘고 긴 끈」) 등 일상에서 종종 마주칠 수 있는 인물도 마찬가지이다.
이상교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야기들이 품고 있는 다양한 ‘빛깔’들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그래서일까? 후루룩 국숫발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9편의 동화를 들이켜고 나면 깊은 맛이 입안에 퍼지듯 여러 빛깔의 감성들이 가슴속 가득 퍼지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한 손에 쏙 들어올 정도로 작은 문고본이 남녀노소 모든 독자에게 얼마나 커다란 울림을 선사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자그마한 문고본 동화집이 선사하는 큰 울림과 긴 여운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크게 흥행한 영화 <도둑들>에는 멋진 도둑이 등장한다. 와이어 한 가닥에 의지하여 고층 건물에 매달리는가 하면 온 감각을 총동원하여 최첨단 금고를 열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추격자들을 속여 넘긴다. 그리고 결국에는 나름의 정의와 사랑 그리고 커다란 다이아몬드도 얻는다. 표제작 「이상한 도둑」의 주인공 칠수도 그런 멋진 도둑이 되고 싶었던 걸까?
서른일곱의 나이에 변변한 직업도 없는 청년 백수 칠수 씨는 문득 도둑이 되고자 결심한다. 그리고 과감히 행동을 개시하여 여자 구두 한 켤레를 얻는다. 용기백배한 칠수는 ‘솔바람 연립’에 잠입하여 아무도 없는 201호에 몰래 들어간다. 하지만 그는 그만 기겁하고 만다. 왜냐하면 가족들이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집 안이 심하게 어질러졌기 때문이다.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칠수는 집 안을 정리했고, 그렇게 그의 선량한 도둑질(?)이 시작되었다. 주인이 잊은 가스 밸브를 잠그고 비가 오면 장독 뚜껑을 덮어 주는가 하면 심지어 화분에 꽃도 심어 준다. 과연 칠수가 훔치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니, 정말 도둑이긴 한 걸까?
표제작 「이상한 도둑」을 비롯해서 이 동화집에 실린 작품들은 어린 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처럼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인물과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이들의 가슴속에 다양한 감정이, 머릿속에는 갖가지 고민이 자연스럽게 피어날 수 있도록 이끈다. 옳고 그름, 배려와 이기심, 진심과 거짓, 떳떳함과 떳떳하지 못함 등 다양한 가치관을 고민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은 순간에만 반짝하는 감상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잔상이 깊고 길게 남아 평생에 걸쳐 인성에 영향을 미치는 작품, 이것이 바로 이상교 작가가 추구하는 동화이자 동화집 『이상한 도둑』을 통해 선사하고픈 ‘향기’와 ‘빛깔’일 것이다.

멋진 도둑이 되고 싶었던 칠수가 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어질러진 방을 정리하고 비 오는 날 장독 뚜껑을 덮어 주는 등 ‘이상한’ 도둑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표제작 「이상한 도둑」, 평범한 소년이 서커스 공연단의 일원인 남루한 소녀와 그 아이가 키우던 개를 만나 나누는 가슴 먹먹한 교감을 그린 「아이와 개」, 쥐를 잡는 데 취미가 없고 오히려 새끼 쥐들을 보호해 주고 싶은 쥐덫의 이야기를 그린 「쥐덫」,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이웃들이 시멘트 틈을 힘겹게 빠져나와 마침내 햇빛을 보게 된 봉숭아를 통해 화해하는 모습을 그린 「햇볕싹」 등 고정관념을 벗어난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의인화된 동식물이 등장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성을 전하는 아홉 편의 따뜻한 단편동화를 엮었다.

목차

이상한 도둑
아이와 개
안개 나라 저편
쥐덫
가늘고 긴 끈
노란 빛깔의 노래
할머니와 수거위
화가와 개구리
햇볕싹

지은이의 말
작품 해설

본문중에서

서재인 것 같은데 바닥에는 발을 디딜 곳이 없을 지경으로 책들이 흩어져 있고, 한옆으로 커다란 책상과 책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달력 옆에는 가족사진이 걸려 있었습니다. 사진 속에서 네 식구는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아이구, 이 사람들아! 집 안을 이 지경으로 어지럽혀 놓고도 웃음이 나와?”
칠수는 손이 닿는 대로 책상 위의 흩어진 것들을 가지런히 추렸습니다.
그런 다음 책상에 붙어 있는 서랍을 차례차례 열었습니다. 값이 나갈 만한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았습니다. 서랍 속도 뒤죽박죽이었습니다.
‘정리부터 해야겠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정신이 없기는 안방, 아이들 방, 거실, 부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둘러 나가느라 정리할 시간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자아 자, 서둘러야겠어!’
대충 치우는 데만도 두 시간이 걸렸습니다. 서둘러 댄 바람에 손이 후들거리고, 이마와 등은 땀으로 끈적였습니다.
‘이러다가 들키겠어!’
베란다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가려 할 때입니다.
-본문 20~21쪽 중에서

쥐덫은 참으려고 해도 절로 몸이 저리고 조마조마했습니다. 작은 벌레 같은 것이 온몸을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듯 소름이 돋았습니다.
조금 뒤, 몸이 훨씬 작은 생쥐가 쥐덫 가까이 조촘조촘 다가왔습니다.
“안 돼! 가지 마.”
타악!
쥐덫은 있는 힘을 다해 앞문을 닫았습니다.
‘잡아선 안 돼!’
쥐덫은 쥐가 안으로 들어오기 전에 재빨리 문을 닫았습니다. 두 번이나 그렇게 했습니다.
-본문 60쪽 중에서

“수고했어요, 학생.”
현관까지 뒤따라 나가며 엄마는 오빠를 배웅했습니다.
오빠는 들어오던 때와 달리 허둥댔습니다. 축구화의 끈을 미처 묶지 못하고 현관문을 나설 만큼 서둘렀습니다. 길고 가느다란 축구화 끈 두 줄이 바닥에 길게 끌렸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빠는 거의 기어들 듯한 목소리로 인사했습니다. 그리고 현관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미처 매지 못해 길게 끌리는 축구화 끈이 마치 징그러운 지렁이가 꿈틀거리듯 문틈을 빠져나갔습니다.
“이 일을 어째! 정말 오천 원이 없어졌구나. 잘못했다, 치웠어야 했는데.”
언니 책상 위의 오천 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본문 69쪽 중에서

저자소개

생년월일 -

1949년 서울 출생이다. 1973년 '소년'지에 동시가 추천되었고 1974년 '조선 일보'에 동화가 당선되었다. 1977년 '조선 일보'와 '동아 일보'에 동화가 당선되었고, 한국출판문화상, 세종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금은 한국동시문학회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를 겸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화집 '옴팡집 투상이', '술래와 아기별', '과자 딱 한 봉지', '햄스터 꼼쥐가 사랑한 세상',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의사 선생님', 동시집 '나와 꼭 닮은 아이', '자전거를 타는 내 그림자', '1학년을 위한 동시' 등 많은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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