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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상상 : 뽀로로 기획자 최종일의 크리에이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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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4,000억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 뽀로로 기획자 최종일,
그는 어떻게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되었나?

120개국 수출, 브랜드 가치 약 4,000억 원, 로열티 수익 연 100억 원!
세계의 하청공장에서 창작의 요람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을 바꾼 ‘뽀로로’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한국의 디즈니를 꿈꾸는 애니메이션 기획자 최종일의 생각을 엿보다!

진정한 크리에이터는 자신과 타협하지 않는다.
완벽하지 않으면 끝내지 말라!


‘뽀통령’, ‘뽀느님’…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뽀로로 찬양을 보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만큼은 뽀로로가 가히 ‘신적 존재’가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 아이가 없는 사람들은 그저 ‘귀여운 캐릭터’로 뽀로로를 생각하겠지만, 아이를 가까이해본 이들은 누구나 안다. 아이들이 뽀로로에 얼마나 매료돼 있는지.
기성세대들이 어린시절에 보았던 명작 애니메이션들은 일본이나 미국 작품 일색이었다. 한국에도 그림 잘 그리는 애니메이터들이 많았지만, 대개 선진국의 ‘하청’에 의지해 업을 이어왔다. ‘세계의 하청공장’이던 한국 애니메이션을 ‘창작의 요람’으로 탈바꿈시킨 것이 바로 ‘뽀로로’다. 완성도가 워낙 뛰어나서 외국 작품으로 오인받기도(?) 하는 뽀로로는 관련 상품의 누적매출만 1조 원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다.
이 작품을 기획한 이는 아이코닉스의 최종일 대표. 광고를 전공한 ‘광고장이’가 애니메이션을 만난 것은 금강기획 신사업추진팀에서였다. 애니메이션 기획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IMF라는 최악의 상황에 팀이 해체되자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선언한다. 당시 금강기획 CEO였던 채수삼 사장이 회사를 그만두는 최종일에게 자금을 투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채수삼 사장은 기획자 최종일에게서 무엇을 발견했던 것일까? 무색무취 얌전한 인상의 최종일은 어떤 역량으로 세계의 동심을 사로잡는 ‘사고’를 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책 [집요한 상상]은 그 답을 찾고 있다. 그것은 천재적인 발상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영감도 아닌, 모든 가능성을 파고드는 ‘상상의 집요함’이었다.

“더 많이, 더 깊게 고민하는 자가 이긴다!”
최종일이 밝히는 크리에이터의 조건


‘2011년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창의성 아이콘’을 묻는 질문에 국민들이 뽀로로를 1위로 꼽았다.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Pop을 제친 것. 이 책은 저자가 ‘창의성 아이콘’을 창조해낼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설명한다.
[뽀롱뽀롱 뽀로로], [치로와 친구들], [태극천자문], [꼬마버스 타요] 등 익숙한 작품의 탄생기로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매 순간 기존 관행과의 도전을 담고 있다. 신출내기 애니메이션 PD 시절에는 ‘왜 한국은 기획이 아니라 제작만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해 ‘제작이 아닌 기획’으로 업을 재정의하고, 세계가 한국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시기에도 해외진출을 목표로 작품을 구상했다. 자신들만의 OSMU 전략으로 누구나 믿고 찾는 ‘뽀로로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만족스러운 캐릭터가 완성될 때까지 수백 장의 스케치에 ‘딴지’를 걸고, 애니메이션 선진국 일본에 날아가 성우 목소리에 대해 잔소리를 했다. 기획의도가 작품에 100%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 시나리오 형식을 바꿨고, 그걸로 성에 안 차 아예 본인이 새벽까지 시나리오를 쓴다.
이처럼 그는 집요하다. 뽀로로가 하늘을 날기 위해 지치지 않고 비행을 시도하는 것처럼, 그 또한 크리에이티브를 위해 상상 가능한 모든 것을 상상하고, 목표로 한 것에 대해서는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고집해야 할 것이 있으면 기꺼이 폭군이 되어 싸운다. 직원들 월급이 간당간당하던 초창기부터 ‘우리 밑으로 오라’는 대기업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주위의 권유에도 상장을 보류한 것은 오직 ‘우리가 만들고 싶은 애니메이션’을 자유롭게 만들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창조적인 일에 종사하면서 지켜온 원칙과 영감을 얻는 노하우를 차분한 목소리로 풀어놓는다. 아울러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믿고 덤비는(?) 이들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는다. 감각이나 재능이 조금 뛰어날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일의 성패가 좌우되지는 않는다는 것. 톡톡 튀는 창조발상법이 하루가 멀다 하고 소개되는 이때, 저자가 말하는 창조근성은 우직하리만치 단순하고도 재미없다. 그러나 그것이 문화콘텐츠 산업의 최전선에서 20년을 몸담아오면서 그가 체득한 창조 노하우이자, 오늘날의 뽀로로를 있게 한 원천이다. 이 책은 비단 애니메이션 업계뿐 아니라 자신의 일을 좀 더 창의적으로 바라보고, 창조적으로 바꿔보고 싶은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추천사

“창조적인 플레이로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여기 훌륭한 본보기가 있다. ‘뽀로로 아빠’ 최종일 대표. 창작 애니메이션에 대한 열망은 그의 내면에 잠재된 상상력을 폭발시켜, 10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애니메이션 기획자로 변신시켰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자신의 운명을 바꾸었으니, 최종일 대표야말로 ‘오리진(Origin)’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오리진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생생한 탐사기이자, 그 길을 개척해온 한 인간의 진솔한 고백이다.”
― 강신장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 [오리진이 되라] 저자

“최종일 대표는 굉장히 얄미운 구석이 있다. 밤 12시까지 술을 먹고도 사무실에 다시 가서 2~3시까지 일을 한다.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 뽀로로 만드는 과정을 자기 아이들 키우는 것과 똑같은 애정과 집념을 가지고 한다. 그러니 어떻게 성공하지 않을 수 있겠나.”
― 이동기 / ㈜캐릭터플랜 대표

“1998년 SICAF(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를 함께 기획하면서부터 본 최종일 대표는 자신의 집중력과 의지, 그리고 크리에이티브를 믿는 천생 프로듀서였다. 한번은 행사 전체 도면과 배치도를 내게 의뢰해놓고는 자신이 직접 다음 날 엑셀 프로그램으로 도면을 그려냈다. 최 대표는 뭔가 생각하면 반드시 스스로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걸 그때 알았고, 그의 집요함이 나를 긴장시키며 새로운 혁신을 추동하는 각성제 역할을 할 것임을 그때부터 느꼈다.”
― 한창완 /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목차

인트로 | 세계의 동심을 사로잡은 남자, 최종일을 만나다
프롤로그 |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붙여준 이름, ‘뽀로로 아빠’

1장 Dream |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 선택의 기준은 ‘잘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
- “왜 한국은 제작만 해야 하지?”
- 고민은 도전을 시작하기 전에 끝낼 것
- 자신감을 공유하다
- 좋아서 시작한 일, 그러나 소신도 없고 재미도 없고
-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라는 믿음
- 조바심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1장을 마치며 | 일에 대한 자세를 배웠던 시간

2장 Creative | 크리에이티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 고민하는 힘이 내 크리에이티브의 힘
- 달성할 수 있는 목표에서 실행 가능한 전략이 나온다
- 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혹은 독재자
- 정교하기 위해서는 치밀해야 한다
- 첫째도 기본, 둘째도 기본, 셋째도 기본
- 죽도록 읽고, 보고, 쓴다
- 일을 좋아하면 시키지 않아도 최선을 다한다
2장을 마치며 | 크리에이티브는 ‘전략’이다

3장 Business | 상대를 설득하려면, 먼저 확신을 가져야 한다
- 아이들만의 소형 테마파크, 경쟁의 틀을 바꾸다
- 협력사와의 고통분담으로 얻어낸 ‘뽀로로 프리미엄’
- 알아야 고집도 부리고, 알아야 모험도 할 수 있다
- 내가 나를 못 믿는데 누가 나를 믿어줄까
- 한국에서 성공해야 해외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
- 사교가 아닌 원칙으로 비즈니스한다는 것
- 돈에 끌려다니지 않음으로써 돈을 끌어들인다
3장을 마치며 | 편법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4장 Success | 길이 없으면 만들 수밖에 없다
- 게으른 천재보다 노력하는 범재가 좋다
- “다음에는 1등 할 거야”
- 무한 상상, 무한 도전, 무한 경쟁의 공간
- 무질서 속에서 질서를 잃지 않는다
- 쉽게 가기보다는 제대로 간다
- 돈을 조금 미뤄두고라도 해야 할 일
4장을 마치며 | 오르지 못할 벽은 없다

에필로그 |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멋진 창조물은 바로 나의‘운명’

본문중에서

각자 애써 모아둔 재산을 탈탈 털어 창업자금으로 내놓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했다. 고민하다가 사업계획서를 들고 금강기획의 대표이사실로 찾아갔다.
“전 금강기획에 와서 애니메이션을 배웠습니다. 비록 회사의 돈을 많이 까먹었지만, 이제 많이 배웠고 애니메이션으로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사의 뜻으로 사장님께 투자 우선권을 드리겠습니다.”
“뭐라고? 허허, 이 친구 참….”
한참을 웃으시더니 사장님이 다시 정색을 하셨다.
“여기서 그렇게 까먹었으면 됐지, 뭘 또! 그냥 얌전히 일이나 해!”
“아닙니다. 이 사업은 분명히 될 것 같습니다.”
“… 정말 될 것 같은가?”
“네.”
“그럼 세부 사업계획서를 만들어서 내게 정식으로 투자제안을 해. 그걸 보고 생각해보지.”
그로부터 2주 후 나는 회사설립과 사업전략을 구체화한 투자제안서를 만들어서 다시 대표이사실을 찾아갔다.
내 자신감과 배짱을 높이 산 것일까. 사장님은 투자제안서를 보시고는 회사에 투자하기로 결정해주셨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분명 당시 내 결정은 무모했고, 애니메이션 사업을 낙관할 만한 근거도 없었다. 그럼에도 과감하게 투자해주신 채수삼 사장께는 지금도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훗날 그분은 방송 인터뷰에서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사람”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은 했으나, 그동안 전개해왔던 애니메이션 사업과 그 사업을 담당해왔던 사람들에 대한 믿음까지 저버리지는 않으셨던 것이다.
(/ [1장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중에서)

벤처기업 신청을 하면 인증기관에서 선정한 심사위원이 나와서 일종의 심사활동을 한다. 당시 우리 회사에 심사하러 오신 분은 모 대학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교수였는데, 그분이 사무실을 둘러보더니 이내 벤처기업으로 인증하기 어렵겠다고 하는 거였다.
“애니메이션 회사라면서요. 그런데 그림 그리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애니메이션 제작하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네요. 이 상태로 인증해드리기는 난감한데요.”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저희는 기획 중심의 애니메이션 회사입니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기술을 보고 인증해주는 건데, 기술자가 없잖아요.”
“왜 없나요. 기획이 저희 핵심기술입니다.”
그랬더니 심사위원이 ‘허허’ 하며 웃었다. 내 대답이 어이없었던 모양이었다. 심사위원을 설득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 회사들도 우리와 시스템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 회사들의 작품은 다 제3국에서 제작하지, 그들이 직접 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라며 논리를 폈지만, 그는 “거기랑 우리랑은 다르지 않느냐”며 일축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은 제작을 하는 거지 기획은 무슨 기획이냐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업계에서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애니메이션 기획에 대해 기존의 사고방식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시일이 지난 후에 다른 기관을 통해 벤처기업으로 인증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 나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암담한 현실을 또 한 번 절감했다. 아이코닉스가 만약 우리나라 대부분의 애니메이션 회사와 똑같은 관점으로 제작 중심 회사를 표방했다면, 기존 애니메이션과 다른 전략으로 시작한[뽀로로]같은 작품을 결코 기획하지 못했을 것이다.
(/ [1장 도전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중에서)

[뽀로로]가 기획된 과정은 철저히 눈앞에 보이는 목표를 추구하고 경쟁 작품을 분석하고 극복한 과정이었
다. 일례로 우리는 [곰돌이 푸]를 참조했다. 어떤 부분인지 맞힐 수 있는가? 맞다, 친구 캐릭터를 만드는 부분에서다. [뽀로로]에는 펭귄이 있고, 비버가 있고, 공룡이 있고, 여우가 있고, 곰이 있다. 어른이라면 당장 “펭귄은 남극에 살고 곰은 북극에 사는데 어떻게 둘이 같이 놀아?”라는 질문이 튀어나올 법하다.
“북극곰이 실제로는 굉장히 사납잖아. 물개도 잡아먹고. 펭귄은 거의 간식거리 아냐? 그런데 얘네가 친구라고 하면 좀 이상할 것 같은데?”
실제로 초기 기획회의를 할 때 제기되었던 문제였다. 고민해도 마땅한 해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힌트를 얻을 겸 다른 애니메이션을 죽 훑어봤다. 그러다가 본 것이 [곰돌이 푸]다. 아시다시피 그 작품에는 곰, 호랑이, 당나귀, 토끼, 돼지, 심지어 사람까지 다 나온다. 이들이 모두 친구다.
‘이상하거나 어색하지 않아. 캐릭터들이 잘 어울리는데?’
호랑이 티거가 꼬리를 통통 튕겨가면서 친구들이랑 노는데, 그 장면을 보고 ‘애걔, 저게 무슨 호랑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티거는 호랑이임에도 친구들과 매우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 그때 깨달았다.
“그래, 안 될 게 뭐 있어? 우리가 걱정했던 것들은 어른의 고정관념일 뿐이야. 우리가 친구들끼리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받아들일 거야. [푸]에서는 동물과 사람도 친구로 지내잖아? 아이들끼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제약이 없어. 누구나 동등한 친구야.”
“그래, 우리도 저 방식을 채택하자.”
이처럼 [뽀로로]는 [푸]의 세계관에서도 많은 장점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둘이 비슷한가? 아니다. 전혀 새로운 작품이다. 기존의 것을 무시하지 말고 배워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장 크리에이티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중에서)

[뽀로로]는 2001년 겨울부터 기획이 시작되어 2003년 11월부터 정규 방송을 시작했고, 이후 2차 시리즈, 3차 시리즈에 이어 2012년 현재 4차 시리즈가 방송되고 있다. 대체로 2년마다 새로운 시리즈를 선보인 꼴이다. 주변 사람들도 “다른 회사는 1년 정도면 애니메이션 하나 만들던데 [뽀로로]는 왜 이렇게 더디냐”며 의아해한다.
하지만 결코 우리가 게으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 제작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후속 시리즈 준비에 들어간다. 그런데도 시간이 남들의 2~3배나 걸리는 것은, 그만큼 많은 고민을 해서 작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드는 애니메이션이 조금 더 재미있고 아이들이 조금 더 몰입하는 것 또한, 몰입을 이끌어내기 위해 그만큼 많은 고민과 노력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은 정말 고민하고 노력할 때 만들 수 있다. 흔히 크리에이티브라 하면 ‘유레카(Eureka)의 순간’을 연상하곤 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크리에이티브는 철저히 노력과 고민의 산물이다. 나는 노력과 고민이 선행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나온 창의력은 진정한 창의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을 통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뽀로로]자체가 철저한 고민의 산물이었기 때문이다.
(/ [2장 크리에이티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중에서)

뽀로로는 수백 장의 캐릭터 스케치를 그리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최초에 캐릭터 디자인 작업은 ‘오콘’과 ‘연필로 명상하기’ 두 회사에서 진행했다. 기획을 맡은 아이코닉스가 디자인 가이드를 줘야 하므로 ‘어떤 펭귄 캐릭터를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여러 차례 제작회의를 했다. 그렇게 도출된 최초의 개발 컨셉은 ‘대여섯 살 정도의 귀엽고 천진난만한 꼬마 펭귄’이었다.
4~5개월에 이르는 개발기간 동안 독재자로서의 내 면모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텍스트로 설명된 의도를 시각적 이미지로 옮겨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수백 장의 시안 중에 내 마음이 동할 만한 ‘귀여운 펭귄’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정말 귀엽지 않다고요? 어떻게 이걸 귀엽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일주일에 한두 번씩 제작회의를 할 때마다 내가 디자인 시안에 대해 까다롭게 지적하니까 한 번은 디자이너가 이렇게 따지기도 했다. 여러 사람들이 며칠 동안 작업한 것에 대해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게 문제고’ 하며 꼬투리를 잡으니, 우리가 돌아가고 나면 오콘 직원들이 허탈해서 30분 정도는 ‘허~’ 하고 천장만 쳐다봤다는 말도 들렸다. 지금 생각해도 미안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적당히 타협하고 완성도가 떨어지는 디자인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 [2장 크리에이티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중에서)

크리에이티브를 위해서는 싸워야 할 일이 많다. 그건 성격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가 으레 당연하다고 여기고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만 한다면 결코 혁신을 만들어낼 수 없다. 당연해 보이는 것에 대해 의심하고 좀 더 나은 결과물을 얻기 위해 다시 생각해보고, 시도해보지 않은 것에 과감히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서 혁신이 이루어진다. 크리에이티브는 남들이 모르는 숨겨진 답을 찾아내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같다. 그러니 단순히 다수의 의견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기존에 해왔던 관성과 선입견과도 과감히 싸울 줄 알아야 한다.
고집을 부리려면 내가 가진 답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최상의 대안’은 돼야 한다. 무작정 고집만 부린다면 누가 그런 사람을 따르겠는가. 그 고집이 훨씬 뛰어난 결과물을 보장해준다는 믿음이 있어야 ‘창의적인 고집’이 될 수 있지, 그렇지 못한다면 오만과 독선에 따른 아집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사전조사를 꼼꼼히 한다. 하루에 몇 차례씩 회의에 참석하지만, 준비 없이 들어가는 경우는 없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가장 정확한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에 협의할 안건에 대해 최대한 철저하게 파악한다. 직원들과 의 회의 혹은 논쟁에서 내가 주로 이기는 이유는 물론 내가 사장인 이유도 있겠지만, 철저하게 준비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도 ‘모든 아이디어는 철저한 공부 뒤에 나온다’고 강조한다.
(/ [2장 크리에이티브, 우연히 만들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 중에서)

“이 컵에 어떻게 뽀로로 이미지를 넣으실 건지 알려주시겠어요?”
“네? 어떻게 넣다니요. 그냥 중국에서 컵 제작할 때 인쇄하려고 하는데요.”
“그러면 죄송하지만, 저희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실 수 없습니다.”
“아니, 왜요? 뭐가 잘못됐습니까?”
“똑같은 종이컵에 평범한 방식으로 인쇄한다면 뽀로로 종이컵이 다른 제품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항균기능이 있다거나, 하다못해 홀로그램 인쇄를 해서 더 예쁘다거나 하는 식으로라도 차별화해주세요.”
“그러면 제작비 감당이 안 됩니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럼 죄송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십시오’ 하고 상담을 끝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제안을 한다.
“저희에게 제시한 로열티가 10%군요. 다른 캐릭터에도 이 정도 로열티를 지불하시나요?”
“네, 그렇지요.”
“그럼 저희는 로열티를 8%로 하죠.”
“네? 그것밖에 안 받는다고요?”
“네, 대신 그 2%만큼의 비용을 제품 초기비용으로 추가 투자해주세요. 그렇게 해서 제품에 특별한 무언가를 추가한다는 조건으로 로열티를 낮춰드리겠습니다.”
밑지는 장사 아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업체에서 자체적으로 제품개발을 하고 광고까지 할 생각이 있다면, 그 제품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업체에 우리가 조금만 더 지원하면 더 좋은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 수 있다. 100원짜리 종이컵이 120원 하는 항균종이컵이 되는 것이다. 애초의 조건대로라면 100원짜리 제품에서 우리는 10원을 번다. 그런데 120원짜리 제품에서도 9.6원을 번다. 그리고 광고 등 마케팅 활동을 통해 판매를 늘릴 수 있으니, 결국 로열티 총액에서 크게 손실을 입는 것이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볼 때는 어떨까. 당연히 ‘더 좋은 제품’으로 인식된다. 좋은 제품이니 다소 비싸더라도 많이 팔리고, 그러면 전체적인 매출이나 로열티 수익도 올라간다. 나아가 이런 사례가 계속 쌓이면 ‘뽀로로 제품은 더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각인된다. 뽀로로가 일종의 보증 브랜드(endorsing brand)가 되는 것이다.
(/ [3장 상대를 설득하려면, 먼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중에서)

[뽀로로]투자유치 과정에서의 일이다. 제작과정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초과비용이 발생하자 추가로 제작비를 유치하기 위해 몇몇 투자사에 제안을 했다.
그중 한 업체와 미팅하는 날, 나는 준비해간 [뽀로로] 기획서를 보여주며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업체 대표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손사래를 치는 것이다.
“아, 길게 말할 필요 없어요. 이거 투자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까?”
“그럼! 그게 뭐냐면, 애들 거는 일단 만만해야 해요. 캐릭터가 심플해야 완구로 만들기도 쉽고 마진도 크거든. 이 펭귄은 너무 복잡해서 안 되겠는데… 캐릭터 인형에 스노보드를 추가로 만들어붙이려면 얼마나 복잡해지고 단가가 올라가는지 알아요?”
“그래도 이건 캐릭터의 성격이나 개성과 관련된 소품입니다.”
내 말에 그분은 답답하다는 듯이 조목조목 ‘근거’를 대기 시작했다.
“스누피를 봐요, 흰색에다 눈만 검게 들어가면 끝이잖아요. 단순한 데다 디자인도 예쁘니까 만들기도 좋고, 보기도 좋은 거 아녜요. 이렇게 단순하지 않으면 상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은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또, 이 펭귄처럼 복잡하게 만들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제조원가가 비싸질 수밖에 없는데, 그럼 이게 팔릴까? 아니죠.”
듣고 보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고맙다고 말하고는 사무실에 와서 투자사에서 좋아할 만하게 고쳐보기로 했다. 뽀로로의 모자를 벗기고, 고글도 벗기고, 컬러도 몇 가지 빼서 단순화해봤다. 하지만 그랬더니 우리가 기획했던 캐릭터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우선 사내에서의 반응이 “얘는 누구야!”였다. 너무 심심하다고 싫어하는 것이다. 한바탕 소동 끝에 원래 그렸던 캐릭터대로 가야 한다는 결론만 확인하고, 결국 해당 투자사로부터의 투자유치는 포기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말 다행 아닌가. 인터넷에서 ‘뽀로로 안경빨’이라는 검색어가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뽀로로 얼굴에서 고글만 빼도 얼마나 어색해지는지 사진을 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만약 투자를 위해서 투자자들의 의견대로 캐릭터를 바꿨더라면 [뽀로로]는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얼굴로는 첫인상에서 유아들을 사로잡을 수 없었을 테니. 어떤 일에도 우리의 생각이 흔들리거나 훼손되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사건이었다.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 [3장 상대를 설득하려면, 먼저 확신을 가져야 한다] 중에서)

아이코닉스가 만들어진 지 이제 10년이 지났다. 내가 가장 의미를 두는 것은 단순한 매출신장이 아니라 어쨌든 우리가 10년을 지나면서 방향성을 잃지 않고 계속 걸어가고 있다는 것 자체다. 그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았던 10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10년은 한국을 벗어나서 세계로 나가기 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아이코닉스의 다음 10년의 목표는 아시아 Top3의 애니메이션 회사가 되는 것이다.
Top3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일본에서 가장 큰 애니메이션 회사의 연간 매출규모는 약 3,000억 원 정도 된다. 우리가 일본에서 가장 큰 회사와 동등한 수준이 되면 아시아 Top3는 당연히 되겠고, 아시아 Top3면 글로벌 Top10이 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이 웃는다. 어쩌면 우리의 다음 목표가 사람들에게는 황당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내 셈법은 다르다. 아이코닉스 첫해 매출이 5억 원이었다. 같은 해 일본에서 가장 큰 애니메이션 회사의 연 매출은 약 2,000억 원. 당시 연 매출을 기준으로 하면 아이코닉스는 그 회사의 0.25%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데 아이코닉스는 2011년에 34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그 일본 회사의 같은 해 매출과 비교하면 약 12% 수준이 되었다. 상대적인 매출성장세로 비교하면 10년 동안 약 48배 신장한 것이다. 그 회사가 현재 속도로 성장한다 해도 아이코닉스가 10년간 15배 정도 신장한다면 대등한 규모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우리의 목표달성이 예정된 10년보다 조금 더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조급해하지 않는다. 급하게 서두를 필요 없이,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우리의 길을 차분히 걸어갈 것이다.
(/ [4장 길이 없으면 만들 수밖에 없다] 중에서)

저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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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상상으로 동심을 사로잡은 남자.
아이코닉스 대표로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기획자 1세대’로 통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지칭하는 말은 다름 아닌 ‘뽀로로 아빠.’ 하청에 치중하던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창작의 길을 개척한 끝에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 ‘뽀로로’를 기획해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금강기획에서 광고기획을 하던 중 애니메이션팀을 만드는 데 참여했고, [녹색전차 해모수] PD로 애니메이션 기획자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팀이 해체되자 동료들과 함께 2001년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를 창업해 [수호요정 미셸], [뽀롱뽀롱 뽀로로](1·2·3·4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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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24종
판매수 11,004권

Trend Insight & Business Creativity를 연구하는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 트렌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 GS, CJ, SK, 한화, 롯데 등 주요 대기업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노동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에서 1,700회 이상의 강연과 비즈니스 워크숍을 진행했고, 150여 건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주요 일간지를 비롯해 다수 매체에 칼럼을 연재했으며, KBS1라디오 <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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