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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의 고뇌

원제 : L'angoisse du roi Salo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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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다시,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
가면의 삶으로 불멸을 얻은 에밀 아자르의 마지막 작품


에밀 아자르는 자신의 세 번째 소설 [가면의 생]에서 “이것은 내 마지막 책이다”라고 끝맺었다. 하지만 삼 년여가 지난 1979년, 그는 또 한 편의 장편소설을 출간하며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당시 언론에서는 [자기 앞의 생]의 ‘모모’가 성년이 되어 돌아왔다며 대서특필했고, 삶의 절망과 희망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재치 있게 보여준 그의 능란함에 감탄했다. [솔로몬 왕의 고뇌]는 [가면의 생]에서 결벽증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의식하며 에밀 아자르의 죽음을 명한 로맹 가리의 긴장감을 극복하고, 로맹 가리와 에밀 아자르 사이의 긴장 관계를 즐기게 된 그의 유연함과 초월적 면모를 드러내는 작품이다. 로맹 가리는 자신이 에밀 아자르임을 밝힌 "에밀 아자르의 삶과 죽음"에서 “나는 에밀 아자르가 죽음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칠십 페이지나 쓴 [솔로몬 왕의 고뇌]를 덮어뒀다가, 이 년 뒤에서 다시 매달려서 온갖 좌절을 딛고 일어날 만큼 강렬한 창작욕으로 밀어붙였다”라고 말했는데, 여기에서 이 작품의 완성이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에게 지닌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에밀 아자르라는 이름으로 쓴[그로칼랭] [자기 앞의 생] [가면의 생]에 이은 네 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 년 뒤인 1980년 “마침내 나 자신을 완전히 표현했다”는 말로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내며 에밀 아자르의 마지막 작품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솔로몬 왕의 고뇌]는 작가 에밀 아자르의 총체이자 인간 로만 카체브(로맹 가리의 어린 시절 이름)의 전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마음산책에서는 [솔로몬 왕의 고뇌] 출간과 더불어 2007년에 출간된 [가면의 생]을 새로운 표지로 함께 선보이며,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작품 세계를 다시 조명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이로써 에밀 아자르의 전 작품이 정식으로 국내에 소개되는 셈이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로맹 가리의 이름으로 발표된 [흰 개]와 [이 경계를 넘어서면 당신의 승차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습니다]도 곧 출간 예정이다. 어느 한 곳에 정착하길 거부한 채 작가로서도, 생활인으로서도 경계인의 삶을 고수하며 끝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배한 한 인간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는 익숙한 인간 삶의 부조리,
전혀 진부하지 않은 에밀 아자르식 독법

“삶이 결코 우리의 빚을 갚아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는 때가 오는 거야.
그래서 고뇌가 시작되는 거지.”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사랑과 이별…… [솔로몬 왕의 고뇌]가 다루는 주제는 보편적이며 광범위하다. 작가는 이 주제들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거나 추상화하지 않고, 삶 · 죽음 · 젊음 · 늙음 · 사랑 · 이별 등 각각의 언어 그 자체와 마주하며 집요하게 자신만의 정의를 세우려고 한다. 작품 속 화자인 장이 끊임없이 사전을 들여다보며 자신의 삶을 기성화된 어휘로 고정시키려 한다면, 그런 장의 삶을 움직이는 작가는 규정된 언어의 한계를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장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사전의 목격자가 될 수 있게 한다. 가령, ‘신’의 사전적인 정의는 “영원한 존재, 창조자이자 절대자, 우주의 주인. 인간보다 우월한 존재로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너그럽게 보호할 임무를 맡고 있다”(75쪽)이다. 하지만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멸종 위기의 동물(인간까지도)이 처한 위험 상황이 보여주듯이 신은 살아 있는 존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 또한 ‘사랑’의 정의는 “사심 없이 깊은 집착”이지만 살아 있는 인간은 사심 없이 깊이 집착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그렇기에 사랑에는 이별이 동반되는 것이다. ‘솔로몬 왕의 고뇌’는 이같이 상반되는 단어 사이의 긴장 관계를 깨닫는 데서 비롯한다. 장이 사전을 들여다보며 의식적으로는 자신의 언어를 객관화하고 그 틀에 맞추는 동안, 무의식에 기반한 그의 행동은 계속해서 그 강요된 객관성을 거부하며 자신의 정의를 찾아간다. 장이 노력한 결실이자 작품 전체의 큰 줄기인 솔로몬과 코라의 사랑 이야기는 장이 완성한 사랑의 사전이자 인생의 사전이다.

삶은 너무나 개인적이고 사랑은 너무나 보편적이다
자노 라팽, 혹은 마르셀 케르모디의 딜레마

“인류의 손을 잡는 게 불가능하니
눈앞에 있는 사람의 손이라도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자신을 “광대 학교, 이십오 학년”으로 소개하는 장은 수리공이자 택시 운전기사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문제가 있는 부분 고치기를 좋아하며, 그렇게 다른 이들의 삶에 집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삶으로부터 회피하는 데 안도감을 느낀다. 이러한 기질은 자신을 희화화하고 진지해지길 거부하는 모습으로도 나타난다. 자신의 이름 ‘장’은 언제든 동화 속에 등장하는 토끼 ‘자노 라팽’이 되어 우스꽝스럽게 무장해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리할 것 없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정의되어 있는 사전은 장에게 가장 이상적인 존재다. 그 안에 적힌 ‘불멸’이라는 단어의 존재에 안도하며, 멸종될 운명인 세상의 모든 존재를 애도하는 것이 그의 삶의 일부다. 멸종 위기를 맞은 기름 바닷속 새들을 걱정하던 중 솔로몬 루빈스타인이라는 또 다른 멸종 위기의 존재를 만난다. 여든다섯의 노인은 곧 죽음을 맞이할 멸종 위기의 존재다. 예기치 않게 자신의 삶 속에 들어온 솔로몬을 통해 장은 인생의 시작이 아닌 인생의 마지막을 경험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만, 한편으로는 멸종 위기의 종을 가능한 한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솔로몬과의 관계에 최선을 다한다. 솔로몬이 돌봐주기를 부탁한 여성 코라 라므네르와 맺는 관계도 장에게는 멸종 위기의 동물을 돕는 보편적인 사랑의 행위에 불과하다. 장은 코라가 예전에 부르던 샹송 레알리스트 노랫말에나 어울릴 듯한 인물, 마르셀 케르모디가 되어 다른 삶을 살아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삶과 사랑을 분리하기에 삶의 개인성과 사랑의 보편성은 딱 나눠떨어지지 않으며, 사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이 무엇인지 구분하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자노 라팽도, 마르셀 케르모디도 모두 장일 뿐이다. 장은 계속해서 자신의 개인적인 삶과 자신의 보편적인 사랑을 언어적으로 구분하려고 하지만 성공하지 못하며, 보편적인 사랑을 포기한 채 자기 주변 사람들(솔로몬과 코라)의 개인적인 사랑을 되찾아주는 데서 자신의 딜레마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는다.

기성품에 불과한 인간의 삶,
이를 주관하는 기성복의 왕 솔로몬 루빈스타인

“인생을 꺾어가는 죽음만 있는 게 아니오. 장미를 꺾는 우리도 있다오”

여든다섯의 나이에도 항상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차려입고 꼿꼿한 허리를 굽히지 않는 솔로몬 루빈스타인은 유명한 프레타포르테(고급 기성복) 사업가였다. 특히 바지 사업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지금은 은퇴해서 ‘봉사의 구조회’라는 구호 단체에 자금과 사무실을 후원하고 있다. 신이 미처 돌보지 않는 이들에게 관심을 두고 보살피는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이렇게 보살피는 일은 살아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죽은 사람들에게도 손길을 뻗쳐, 이름 없이 죽어간 사람들이 남긴 우편엽서들을 찾아내 거기에 적힌 소망을 들어주기도 한다. 이미 죽은 사람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는 없을지라도 솔로몬에게는 자신을 기성화된 인간 삶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하는 의식과 같은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모두 같은 인간의 소망, 삶, 죽음 등 생명을 지닌 존재가 태생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기성화된 존재 양식은 솔로몬에게 참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차 세계대전 당시 사 년 동안 샹젤리제 거리의 지하 한구석에서 숨어 지냈으며 그때 자신을 외면한 코라 라므네르에게 사십여 년 간 원한을 품고 살아왔다. 고아로서, 유대인으로서 겪었던 죽음의 위기를 모두 극복했는데도 결국 맞이하는 죽음이 자연사라는 것이 시시하고 못마땅하다. 늙어 죽는 것이야말로 기성화된 인간의 삶 중 가장 기성화된 양식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반평생 풀지 못한 코라에 대한 앙금이 가장 기성화된 사랑 방식임을 깨닫지 못한다. 코라와 다시 시작하며 그 깊은 집착을 풀고 사랑의 정의를 완성한 그때, 비로소 솔로몬은 기성화된 세상을 주관하는 “기성복의 제왕, 솔로몬 루빈스타인”이 된다.

이젠 세월의 흐름에 유린당하지 않을 것이다
기성화된 세상에 고하는 코라 라므네르의 작별 인사

“사람은 늙는 게 아니야. 그저 다른 사람들이 강요할 뿐이지”

코라 라므네르는 이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샹송 레알리스트 가수로 당시 연인이 게슈타포 앞잡이었다는 이유로 전후에는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한물간 가수다. 지금은 예순다섯 살이지만 인기 많았던 당시의 습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에디트 피아프가 이브 몽탕을 키웠듯이 자신도 젊고 유망한 배우를 길러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 솔로몬이 보내 알게 된 장은 코라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부합하는 젊은이인 데다 자신의 옛 애인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여서 더욱 친밀감을 갖는다. 장이 자신의 행동을 보편적인 사랑의 행위라고 합리화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에게 자신의 이십 대 시절을 투영하며 자신의 옛사랑을 추억하며 이제는 서로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된 솔로몬을 대입하며, 코라는 코라의 방식대로 자신과 장의 관계를 정립해간다. 이제는 솔로몬과 성숙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지 못해 솔로몬을 멀리하던 코라는, 처지를 비관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통속적인 샹송 레알리스트 노래 속 주인공처럼 자신의 삶을 방치하려 한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그렇게 하는 편이 세월의 흐름에 자신을 굴복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는 한 방편이었다. 삶을 끝까지 놓지 못하는 솔로몬과 그대로 놔버린 코라, 각기 왜곡된 방식으로 기성화된 삶에 저항하던 두 노인은 인간으로서는 장의 마지막 수리 대상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가차 없는 삶 앞에 유쾌하게 웃어 보이기
‘자기 앞의 생’을 마주한 인간의 자세

“삶을 수리해 행복하게 만들 수 있어. 우리는 행복한 순간들을 누릴 수 있어.”

기름 바닷속을 떠다니는 새, 캄보디아의 학살, 이탈리아의 파시즘, 아랍 국가들의 불화 등 전 세계적인 문제를 핑계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던 장은 솔로몬에게서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그를 돕는 것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구제하려고 한다. ‘돕는다’는 말은 솔로몬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며 동시에 장이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편, 코라는 장을 도와 배우로 성공시키려고 한다. 장은 그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이 코라를 돕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식으로 이들은 자신의 삶은 바꿀 수 없다고 여기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수리하는 데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자신의 삶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태어나고 살아가다 죽는다는 기성화된 삶은 모든 인간에게 최종적인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그 최종적인 삶에 애써 맞서거나(솔로몬처럼) 쉽게 굴복할 때(코라처럼) 인간은 삶이 자신을 담보로 빌린 세월이라는 빚만 잔뜩 짊어진 채 남은 생을 견뎌야 할 뿐이다. 장은 삶이 자신을 담보로 시간의 빚을 쌓는 것을 거부하고 이를 바꿔 삶이 자신을 위해 빚을 내도록 만들려고 한다. 그 결과물인 솔로몬과 코라의 새로운 삶은 그 두 사람에게도 장에게도 멸종 위기의 동물인 인간이 만끽할 수 있는 최대한의 행복이다.

추천사

지극히 형이상학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문제 삼는 것은 바로 인간의 운명이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의문과 기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유머러스하면서도 절실하게 다루는 특별한 작품이다.
- 라누벨 레퓌블리크La Nouvelle Republique

[자기 앞의 생]의 모모가 돌아왔다. 이제 그는 어린아이가 아니라 스물다섯의 청년 장이 되었다. 마담 로자는 죽고, 기름으로 뒤덮인 브르타뉴 바닷가에서는 새들이 날개를 푸드득거리다가 죽어간다. 비장하고도 생경한 멜로드라마의 기본 얼개를 채우는 언어들은 곡예를 부리듯 현란하고 중의적이다.
- 레제코Les Echos

어쩌면 인간에게 가장 잔인할 수 있는 노년과 죽음의 문제를 ‘아자르적인 방식으로’ 풍자와 역설을 동원해 풀어낸 진지한 작품.
- 르누벨 옵세르바퇴르Le Nouvel Observateur

다채롭고 적절하고 감동적이고 지혜로 가득 찬 이 작품은 동화처럼 시작해서 동화처럼 끝난다. 하지만 이 동화에는 인간의 사악함, 유대인 학살, 아프리카 내전, 아랍과 이스라엘 분쟁 등 고통스러운 현실이 등장한다. 그리고 여기, 그 모든 걸 극복하기 위한 참신한 사랑의 방식이 있다.
- 리르Lire

낡은 우편엽서, 옛날 영화, 지나간 샹송 같은 과거에 대한 향수와 환경보호, 캄보디아 사태, 아프리카 내전, 멸종 위기의 동물들 같은 당대적인 주제가 어우러진다. 진정한 인간의 선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하는 작품.
- 월드 리터러쳐 투데이World Literature Today

본문중에서

나는 우리의 역사적인 첫 만남에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았다. (…) ‘질책하다’ ‘분개나 분노로 인해 위협적이고 둔탁한 소리를 내다’라는 표현이 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사실 솔로몬 씨의 상태는 그 이상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나중에 나는 사전을 좀 더 뒤적여 ‘노여움’ ‘공격자에 대한 격렬한 짜증’이라는 표현들을 찾아냈다. 고령으로 몸이 뻣뻣해지고, 허리와 무릎과 몸 여기저기가 불편했으므로 그는 나이라는 공격자를 등에 업고 내 택시에 오른 셈이었다.
(/ p.11)

“(…) 결국 모든 문제의 근원은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 과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날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모를 수 있었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환상을 품을 수 있었지요. 하지만 오늘날에는 미디어와 라디오, 특히 텔레비전 덕에 세상을 지나치게 환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가장 큰 혁명이라면, 갑작스럽게 세상을 지나치게 환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 자신에 대해 알아온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최근 삼십 년 동안 알게 되었고, 그게 정신적 외상을 일으키는 겁니다.”
(/ p.24)

그의 작품은 아직 단 한 권도 책으로 출간되지 않았다. 목표가 필생의 역작을 쓰는 것이었으므로 생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일흔다섯 살이 넘었지만, 자신의 책이 완벽한 것이 되기를 바란 만큼 더 보고 느껴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가 갑자기 죽는다면 그의 걸작은 미완성으로 남을 것이고, 그가 죽기 전에 집필을 멈춘다면 그 작품에는 생의 끝이 결여되기 때문에 역시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기는 했다.
(/ p.27)

솔로몬 씨는 ‘프레타포르테’라는 표현에 크게 집착했다. 그 단어는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의미를 포괄하고 있었다. 때로는 사람들이 위안을 얻기 위해 새롭게 구하고 제안하는, 기성의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우습게 여기는 것 같기도 했다.
(/ p.28)

“그렇소. 모두 유명한 사람들을 추억한다오.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관심 있는 사람은 없소. 하지만 그들 역시 이 세상에 태어나 사랑하고 희망하고 고통스러워했소.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이라는 기성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종점에 이를 때까지 그 기성복을 겸허히 입고 있었다오.”
(/ p.35)

나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코웃음을 쳤지만, 사실 그러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었다. 세월의 트럭이 지나간 흔적을 여실히 볼 수 있었던 것이다.
(/ p.90)

기성복에 대해서 말하자면, 어느 날 바롱 가에서 정말이지 괴상망측한 일이 일어난 것을 보았다. 원래 그곳에는 진열장에 최고급 관의 사진들을 좋아둔 장례 용품점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보니 업종 변경을 위해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장례 용품점 대신 무엇이 들어왔는지 아는가? 바로 기성복 상점이 생긴 것이다. 알 만한 얘기 아닌가.
(/ p.126)

나는 그녀에게 말하고 싶었다. 내 말 좀 들어봐요, 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어떤 여자를 사랑한답니다, 그 사실로 인해 나는 그녀를 더더욱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있겠어요?
(/ p.188)

“광고. 늙은 여자들의 등에는 온갖 광고들이 업혀 있어. 나이를 먹었어도 최고로 아름다운 머리카락, 최고로 아름다운 피부, 최고의 신선함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나로선 잘 모르겠어.”
(/ p.234)

“당신이 행복하다고 해서 삶이 당신을 벌주진 않아.”
“잘 모르겠어. 알다시피 삶은 눈을 갖고 있고, 행복한 사람은 눈에 띄기 마련이라서 말이야.”
(/ p.239)

저자소개

에밀 아자르(Emile Ajar)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4.05.08~1980.12.02
출생지 러시아 모스크바
출간도서 8종
판매수 23,381권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는 1914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유태계로 태어나, 14살 때 어머니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해 니스에 정착했고 이후 프랑스인으로 살았다. 홀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그는 어머니의 바람대로 군인, 외교관, 대변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는데, 파리 법과대학에서 학을 공부했고 로렌 비행중대 대위로 세계 제2차대전에 참전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참전 중에 쓴 첫소설 [유럽의 교육]으로 1945년 비평가상을 수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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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1960~
출생지 서울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1960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현대 프랑스 문학과 영미 문학을 주로 번역해 왔다. 옮긴 책으로 가즈오 이시구로의 『나를 보내지마』, 『녹턴』, 『우리가 고아였을 때』, 『창백한 언덕 풍경』, 『부유하는 세상의 화가』,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슬픔이여 안녕』,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여자의 빛』, 『솔로몬 왕의 고뇌』, 『가면의 생』, 야스미나 레자의 『행복해서 행복한 사람들』, 『함머클라비어』, 『비탄』,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장리노』, 벨마 월리스의 『두 늙은 여자』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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