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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체에 대한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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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정치체의 토대로서 시민 불복종을 이론화하다!

에티엔 발리바르의『정치체에 대한 권리』.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저자 에티엔 발리바르가 가진 사상의 주요 요소들이 어떻게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참여와 분석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명료하게 보여 주는 책이다. 평범한 시민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듯이 1980년대 이후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이 세력을 점차 확장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며, 국민전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왜 정치의 재발명이 필수적인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분석하는 등 저자의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유럽 및 프랑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된 인종주의와 이민자 문제, 네오파시즘의 발흥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 참여 경험에서 비롯한 저자의 철학적 성찰을 통해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 국면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준다.

출판사 서평

민주주의의 경계, 경계의 민주주의
『정치체에 대한 권리』는 에티엔 발리바르의 저작 중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책이다. 가령 그의 주요 저작들 중에서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공동으로 저술한 『인종, 국민, 계급 : 애매한 정체성들』(1988)은 고전 마르크스주의의 맹목점으로 남아 있던 인종, 국민의 문제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재조명한 저작으로 오늘날 인문사회과학의 확고한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대중들의 공포』(1997)는 이데올로기 개념의 동요를 중심으로 역사적 마르크스주의를 해체하고, 폭력, 경계/국경, 인종주의, 보편성 등의 문제를 통해 현대 정치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하는 문제작으로 1990년대 프랑스 철학계의 가장 중요한 업적 중 한 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우리, 유럽의 시민들?』(2001)은 출간되고 나서 곧바로 영어를 비롯한 유럽의 주요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유럽연합과 관련된 논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바 있다.
반면 『정치체에 대한 권리』는 이런 저작들에 비하면 덜 알려져 있을 뿐더러 영어를 비롯한 다른 언어로도 별로 번역되지 않은 책이다. 그렇다면 굳이 서양의 다른 나라들에도 널리 소개되지 않은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출간할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 보면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완역해 출간하게 된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실천가, 활동가로서 발리바르의 면모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발리바르는 그 세대의 프랑스 철학자들(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장-뤽 낭시, 피에르 마슈레 등) 중에서는 국내에 가장 일찍 소개되고 또 가장 많이 읽힌 철학자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저작들은 대개 아주 높은 수준의 이론적 논의를 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들로서는 발리바르가 어떤 실천적인 문제의식을 통해 그의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게 되었는지, 그의 추상적인 논의 속에는 어떤 정세적ㆍ실천적 경험들이 녹아 있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반면에,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발리바르 사상의 주요 요소들이 어떻게 구체적인 정세에 대한 참여와 분석을 통해 형성되었는지 명료하게 보여 주고 있다. 정치체에 대한 권리로부터 가장 완강하게 배제되어 있고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로 하여금 제도적 쇄신 및 발명이라는 대책을 강구하도록 강제하는 이들의 개인성을 현시하지 않고서는 또는 적어도 환기시키지 않고서는, 정치체에 대한 권리라는 질문을 그것이 지닌 상호 의존적인 차원들 전체와 함께 검토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서문” 바로 다음에 나오는 “시민 불복종에 대하여”와 “우리가 ‘미등록 체류자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라는 두 편의 글은 분량은 매우 짧지만 매우 생생하게 활동가 발리바르의 목소리를 전해 주고 있다. 이 두 편의 글에서 발리바르는 이른바 “불법체류자” 내지 미등록 체류자를 실정법의 관점에서 무조건적인 단속이나 추방의 대상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사람들까지도 처벌의 대상으로 만드는 프랑스 정부의 정책에 반대해 왜 프랑스 시민들이 시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야 하는지, 매우 감동적으로 역설하고 있다. 또한 “민주주의적 시민권인가 인민주권인가?”와 더불어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국민 우선에서 정치의 발명으로”에서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차근차근 설명하듯이 1980년대 이후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이 세력을 점차 확장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며, 국민전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왜 정치의 재발명이 필수적인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1990년대 이후 유럽 및 프랑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된 인종주의와 이민자 문제, 네오파시즘의 발흥의 문제에 대한 실천적 참여 경험에서 비롯한 발리바르의 철학적 성찰은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 국면을 해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오늘날 지구상의 거의 모든 국가들은 일부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모두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또 오늘날만큼 민주주의의 위기, 민주주의의 후퇴, 민주주의의 약화에 관한 토론과 논쟁이 활발히 전개된 적도 드물다. 민주주의의 이상적 모델로 간주되곤 하는 서유럽 선진 국가들이나 미국에서도 민주주의의 후퇴와 극우파의 득세, 네오파시즘의 등장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으며, 신자유주의적 금융자본의 민주주의의 침식에 맞선 실천적인 저항운동이 세계 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다. 지난봄 아랍 지역을 휩쓴 민주화 혁명의 물결에서부터 9월 이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전개된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는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실천적으로 입증해 주고 있다.
1퍼센트의 금융자본 세력에 맞선 “나는 99퍼센트다”라는 시위 구호가 단적으로 대변하듯이, 이 민주화 운동은 계급이나 계층, 인종, 신분, 연령, 직업을 막론하고 소수의 과두제 금융 집단 및 그들을 비호하는 수구 세력을 물리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것은 발리바르 식으로 말한다면 “수구 세력이 반역을 독점하게 만들지 말자”,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소수의 수구 세력들의 손아귀에서 피폐해지고 유린되도록 내버려두지 말자는 목표로 이해될 수도 있다.
발리바르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시민들의 저항, 시민들의 민주주의적 봉기는 민주주의 제도 자체가 부패와 지배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고 생생한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프랑스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주의 체제는 억압과 착취에 맞선 대중들의 봉기를 통해 성립했으며, 시민 대중들 각자의 평등한 자유를 실현하는 것을 체제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근거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구 세력이 반역을 독점하게 만들지 말자”라는 구호는 오늘날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 체제를 복권하고 다시금 민주주의가 새로운 활력을 얻게 만들게 하려는 발리바르 정치철학의 실천적 지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구호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그간 신자유주의적 전화를 통해, ‘국민사회국가’라는 민주주의의 경계 속에서 발생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되짚고, 오늘날의 현실에 맞게 민주주의를, 그리하여 정치를 새롭게 발명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책을 번역, 소개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정치체의 토대로서 시민 불복종
이 책의 주제를 한마디로 집약해서 말한다면 시민 불복종이 어떤 의미에서 국가 또는 정치체의 토대를 구성하는지 이론화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정치체의 토대로서 시민 불복종이라는 생각은 어떤 사람들에게는 너무 소박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방종과 일탈, 불법 행동을 조장하려는 무책임한 발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고전적인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나 최근 몇몇 정치철학자들에게서 볼 수 있듯이 종말론적 관점을 견지하는 사람들에게 시민 불복종은 계급투쟁이나 혁명 같은 본질적인 개념에 비하면 얼마간 사소한 도덕적 저항이거나 심지어 기본적으로 부르주아적 질서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개혁의 시도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법치국가의 원칙과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수호하려는 입장에서 본다면, 여타의 불법행위와 하등 다를 바 없는 시민 불복종 행위는 정치체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일 뿐 어떤 의미에서도 그 토대로 간주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발리바르의 관점은 양쪽 모두에게 비난받기 좋은 입장일 것이다.
시민 불복종을 정치체의 토대로 사고하려는 발리바르의 관점은 한편으로 정치체를 시민권 헌정(constitution of citizenship)으로 개념화하는 것에 근거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시민권=국적”이라는 등식이 근대 정치체, 곧 국민사회국가의 핵심을 이룬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민권 헌정이란 무엇인가?
정치체를 시민권 헌정으로 개념화하는 것은, 정치체가 자연적(혈통과 같은)이거나 초월적인 기초(종교와 같은)를 갖지 않으며 오직 시민들 자신의 호혜적인 상호 구성 활동을 기반으로 삼는다는 것을 뜻한다. 특히 근대 정치체는, 프랑스혁명이나 미국혁명에서 보듯이 봉건적인 예속 관계를 철폐하고 평등하고 자유로운 정치 공동체를 형성하려는 시민들 자신의 봉기적 행위에 근거하여 성립했다. 따라서 이렇게 성립한 헌정 질서는 시민들의 봉기를 자신의 정당성의 원천으로 삼고 있으며, 헌법을 비롯한 법률 문헌 안에 그 흔적을 기록해 두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시민 불복종을 정치체의 토대로 개념화하려는 발리바르의 관점은 무책임하게 방종과 불법행위를 조장하려는 발상이라기보다는 저항권에 입각하여 헌정 질서의 정당성을 새롭게 파악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러저러한 정부의 정책이 헌정의 정신을 위반하거나 그것을 위태롭게 할 때 헌정 자체의 이름으로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행위는 정치체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헌정의 토대에 입각하여 헌정 질서를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며, 시민성을 재발명하려는 시도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오류나 과오 또는 무책임한 방종으로 판명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며, 시민 불복종의 주체들은 이러한 위험의 책임을 스스로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통치자들의 부당한 정책이나 그릇된 실정법에 저항하려는 자세야말로 능동적 시민성의 핵심을 이루며, 따라서 헌정의 토대를 이룬다는 것이 발리바르의 관점이다.

국가 인종주의냐 관국민적 시민권이냐
다른 한편 이 책에서 문제가 되는 시민 불복종 행위가 프랑스 시민들에 대한 정부의 압제에 대항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이른바 ‘불법체류자들’, 곧 프랑스 시민들의 타자들에 대한 억압에 대항하여 이루어진 행위라는 점이 또한 중요하다. 이러한 행위는 인간의 보편적 존엄성, 국적과 인종 등에 상관없이 평등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모든 개인의 보편적 인권에 기반을 둔 고귀한 인도주의적 행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좀 더 적극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시민 불복종 행위는 타자에 대한 억압이 근대 정치체의 모순(시민권=국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다시 말해 이러한 행위의 의의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모순이 타자들의 인권 및 시민권만이 아니라 프랑스 시민들 자신의 인권과 시민권 역시 제약하고 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따라서 근대 정치체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좀 더 민주주의적인 새로운 시민권 헌정을 구성하려는 시도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이래로 발리바르가 자신의 저작들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처럼, 이러한 새로운 시민권 헌정은 더 이상 국민국가의 질서 위에서만 구성될 수는 없다. 시민권을 국적(nationality) 내지 국민됨(nationhood)의 틀로 한정하려는 근대 국민국가에 고유한 정치 논리는 이미 처음부터 시민권의 보편성을 함축하는 그 토대와 모순적일 수밖에 없었으며, 세계화가 본격화되고 이주가 일반화하면서 국민사회국가의 모순은 한층 더 첨예한 형태로 드러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의 약화에 대한 대응으로 국민적 정체성을 강화하고 외국인을 배척하려는 수구적 국민주의 및 인종주의가 유럽 전역에서 확산되고, 유럽의 아파르트헤이트(더 나아가 범세계적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장벽이 세워지면서 수많은 외국인들/이방인들(특히 무슬림들 및 아프리카인들)이 물질적ㆍ상징적 폭력의 대상으로 내몰리는 것은 국민사회국가의 모순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말해 준다. 최근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인종주의적 테러 사건은 유럽의 그 어느 나라도 이러한 모순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따라서 발리바르가 프랑스 시민의 타자들에 대한 억압에 맞서 전개된 1996~97년의 시민 불복종 운동에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관(貫)국민적(transnatinal) 민주주의 운동, 관국민적 시민성의 실천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기 때문이다. 관국민적이라는 것은, 국민국가의 종언이나 소멸을 의미하지 않으며, 또한 국민과 외국인/이방인의 차이를 완전히 철폐하거나 국경의 무조건적인 개방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근대 정치의 구조적 조건으로 가정돼 있는 국경/경계의 제도가 단지 대외적인 지리적 경계를 중심으로 우리와 타자를 구별하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정치체 내부에서 시민들의 민주주의적 삶의 질서를 제약하고 심지어 억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분석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국가적인 국적이 시민성을 가두고 조건 지을 것인가 아니면 규정되어야 할 한도 내에서 시민성이 국적을 넘어서 그것을 상대화할 것인가 여부다.”

관국민적 시민권의 두 측면
‘관국민적’이라는 관형어는 ‘transnational’의 번역으로, 이것은 ‘post-national’이나 ‘supra- national’과 구별되는 엄밀한 의미를 갖는 독자적인 개념이다. ‘포스트내셔널’이 이제 국민 국가 시대가 종언을 고했으며, 탈국민적인 시대, 곧 유럽 공동체라든가 기타 세계 시민적인 정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주장하는 관점을 표현하고(하버마스 등의 관점) ‘수프라내셔널’은 국민 국가의 차원을 넘어선 초국민적 정치제도를 가리킨다면(유럽을 미국, 중국 등과 맞설 수 있는 열강으로 구성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관점), ‘트랜스내셔널’은 일차적으로 ‘trans-fronti?re’, 곧 ‘국경/경계를 넘어섬’을 의미한다. 이 때 ‘국경/경계를 넘어섬’은 물리적인 의미에서의 국경을 초월한다든가 횡단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그런 의미도 포함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시민권=국적을 조건 짓는 국민적ㆍ인종적 경계, 따라서 상징적이고 동일성 중심적인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트랜스내셔널’은 무엇보다도 국민 국가 또는 국민사회국가의 모순의 핵심을 이루는 시민권=국적의 한계를 넘어서고 개조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볼 때 관국민적 시민권이란 기존의 국민 국가에서 존재하고 발전해온 시민권의 한계를 넘어서 한층 더 진전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시민권을 가리킨다. 이것을 특별히 ‘관-국민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근대 정치를 규정해온 시민권=국적이라는 모순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발리바르가 말하는 관국민적 민주주의는 두 가지 차원을 지니고 있다. 한편으로 그것은 근대적 정치체로서 국민사회국가의 토대를 이루는 능동적 시민성의 차원을 복원하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능동적 시민성은 국민적인 것의 틀 속에서는 실체화된 단일한 인민주권과 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다른 한편으로 관국민적 민주주의는 이러한 실체화된 인민주권을 다양체로서의 우리로 탈-구축해야 하며, 시민들의 공동체를 ‘운명 공동체’로, 곧 ‘공동체 없는 공동체, 미리 존재하는 공동체적 실체 없는 공동체, 주권의 초월성 없는 공동체’로 재건설해야 하는 과제를 포함하게 된다. 이러한 과제는 단지 국가적인 수준만이 아니라 지역적 수준, 초국가적 내지 국제적인 수준에서 동시에 수행되어야 할 과제다. 역자는 이러한 발리바르의 통찰이 2000년대 이후 한국 정치의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서나 그러한 현상들이 표출하는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사고하는 데서 귀중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믿는다.

● 각 장별 주요 내용
1_시민 불복종에 대하여

1997년 2월 프랑스에서 드브레 이민 법안에 반대하여 전개된 대대적인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르몽드』에 기고했던 글. 발리바르는 실정법에 우선하는 인류의 보편적인 불문법(생명체 및 죽은 이들에 대한 존중, 환대, 인간 존재의 신성함, 진리의 불가침성)에 근거하여 시민 불복종운동을 정당화한다.

2_우리가 “미등록 체류자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
생 베르나르 교회에 피신했다가 추방당한 미등록 체류자들을 기리기 위해 발표한 글이다. 미등록 체류자들은 단지 우리가 보호해야 할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의미와 가치를 일깨워 주는 동료 시민들임을 강조하고 있다.

3_“...... ‘안전’과 압제에 대한 저항”
1990년대 이후 유럽 및 프랑스 정부가 표방한 치안 중심적인 정책에 맞서 『인권선언』에 담긴 인권으로서의 ‘안전’ 개념을 새롭게 고찰하는 글이다.

4_유럽적 시민권이란 가능한가?
유럽연합의 건설을 배경으로 하여 유럽 연합의 민주주의적 토대가 될 유럽적 시민권의 성격과 의미, 제도적 특징은 어떤 것인지 다루는 글이다. 유럽연합은 국민국가 차원에서 실현된 민주주의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민주주의적 정치체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5_알제리, 프랑스: 한 국민인가 아니면 두 국민인가?
이 책에서 가장 도발적인 논문 중 하나다. 1962년 알제리 독립 이후 알제리와 프랑스는 서로 다른 국민이 되었다는 것은 보편적인 상식이다. 하지만 발리바르는 이 글에서 과연 두 국민이 서로 별개의 존재인지 의도적으로 따져 묻고 있다. 이러한 질문의 목표는 이 두 개의 국민을 갈라놓는 국경제도가 어떤 의미에서 두 나라의 민주주의를 제약하고 있는지 고찰하기 위함이다.

6_국민 우선에서 정치의 발명으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 중 한 편이다. 1990년대 이후 프랑스에서 비약적인 세력 확장을 이룩한 국민전선을 파시즘으로 규정하고, 국민전선이 프랑스의 민주주의 제도를 어떻게 잠식하고 있는지 분석한 글이다. 발리바르는 국민전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해방, 변혁, 시민다움의 삼중의 정치를 (재)발명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7_파시즘에 반대하여 반역을 위해
이 책의 글 “국민 우선에서 정치의 발명으로”와 한 쌍을 이루는 글이다. 국민전선의 본질은 국민을 독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반역을 독점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민주주의적 정치를 위해서는 국민전선이 독점하는 반역의 힘, 해방의 힘에 대해 민주주의적 출구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8_세계적 문화?
독일 카셀 시에서 열린 제10회 도쿠멘타에서 행한 강연문이다. 발리바르는 이 글에서 전시회 주요 작품들을 매개로 하여 예술과 정치, 세계화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그는 텔레비전 속에 브레히트적인 “소격효과”의 차원을 도입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9_민주주의적 시민권인가 인민주권인가?: 유럽에서의 헌법 논쟁에 대한 성찰
2001년 독일 마르크 블로흐 센터에서 했던 강연. 한편으로 위르겐 하버마스를 비롯한 헌정주의 이론가들을 비판하면서 인민의 봉기적 역량야말로 헌정의 토대이기 때문에 인민주권 개념은 민주주의 헌정에서 포기될 수 없는 핵심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민 주권이 실체화되는 위험(곧 전체주의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민을 “다양체”로 사고할 필요성, 곧 “운명 공동체”라는 개념을 새롭게 개념화할 필요성에 대해 역설한다.

목차

콰드리지판 서문ㆍ7
서문ㆍ8

시민 불복종에 대하여ㆍ24
우리가 “미등록 체류자들”에게 빚지고 있는 것ㆍ32
“…… ‘안전’과 압제에 대한 저항”ㆍ36
유럽적 시민권이란 가능한가?ㆍ58
알제리, 프랑스 : 한 국민인가 아니면 두 국민인가?ㆍ92
국민 우선에서 정치의 발명으로ㆍ111
파시즘에 반대하여, 반역을 위해ㆍ174
세계적 문화?ㆍ190
민주주의적 시민권인가 인민주권인가?:
유럽에서의 헌법 논쟁에 대한 성찰ㆍ227

옮긴이 후기ㆍ269
찾아보기ㆍ281

저자소개

에티엔 발리바르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42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에티엔 발리바르는 1942년 프랑스 아발롱에서 태어나 윌므가 파리 고등사범학교에서 루이 알튀세르, 조르주 캉길렘, 자크 데리다 등에게 사사를 받았다. 파리 1대학과 파리 10대학에서 철학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파리 10대학 명예교수이다. 또한 파리 10대학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 캠퍼스의 특훈교수를 지냈고 현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 프랑스어학과 방문교수로 재직 중이다. 20대에 이미 스승 루이 알튀세르와 함께 마르크스주의 개조 작업을 이끌어 나가 세계적인 마르크스주의자로 명성을 떨쳤으며, 1980년대 이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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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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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철학과와 동 대학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에서 스피노자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고, 『황해문화』 편집위원으로 있다. 저서로는 『애도의 애도를 위하여』,『을의 민주주의』,『알튀세르 효과』(편저), 『스피노자의 귀환』(공편), 『포퓰리즘과 민주주의』(편저) 등이 있으며, 자크 데리다의 『법의 힘』, 『마르크스의 유령들』, 에티엔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 『우리, 유럽의 시민들?』, 『폭력과 시민다움』, 피에르 마슈레의 『헤겔 또는 스피노자』, 자크 랑시에르의 『불화: 정치와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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