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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로버트 달, 법인 자본주의를 비판하다

평생 민주주의 연구에 헌신해 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정치학자 로버트 달의 법인 자본주의에 대한 본격적 비판과 대안을 담은 책이다. "누가 통치하는가"?(1961), "폴리아키"(1971) 등을 통해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론을 심화시키는 데 몰두했던 달은, 1981년 버클리에서 있었던 세 차례에 걸친 강연을 예일대 현직에서 물러나던 해이자 그가 70세 되던 1985년, 이 책으로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법인 자본주의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이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진단에 그치지 않고, 법인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정교화하려 하고 있다. 사유재산권을 절대 불가침의 자연권으로 정당화하는 법인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데서부터 시작해, 법인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 보겠다고 선언한 로버트 달이 제기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국가에서는 인정할 수 없다던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기업에 대해서 인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기업은 민주화할 수 없는가?" 무엇이 미국 정치학계의 주류에 우뚝 선 노학자에게, 퇴직 이후 발간한 첫 책에서, 이토록 대담한 주장을 하도록 만든 것일까?

2. 법인 기업의 자유가 민주주의를 잠식한다
2011년 7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기준 5조 원 이상 5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주식 소유 현황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38개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4.47%로 나타났다. 특히, 이 가운데 총수가 있는 38개 재벌그룹을 보면, 에스케이그룹(0.79%)과 삼성그룹(0.99%)은 총수 일가가 1% 미만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개인으로 보면 구자홍 엘에스(LS)그룹 회장이 0.04%,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0.05%의 지분율로 그룹을 지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분율도 0.54%에 불과하다. 평균 5%도 되지 않는 주식 소유로 수백조 원대의 기업들을 한 가족이 또는 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 2010년, 한진 중공업 경영진은 경영 실적 악화를 이유로 170명을 정리해고한 다음날, 176억의 배당금을 나눠 가졌으며, 20억 원을 들여 용역을 투입, 농성 중인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 최근, 6대 기업에 정치인을 할당해 집중 로비를 벌이도록 한 전경련의 문건이 공개되어 새삼 충격을 던져 주었다. 여기에는 정치권을 향한 재계의 공공연한 로비뿐만 아니라 최고 경영자의 국회 청문회 불참까지 공모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21세기 법인 자본주의의 얼굴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다. 과연 이와 같은 법인 자본주의에서 재벌 총수와 노동자는 정치적으로 평등하며, 똑같이 정치적?경제적 기본권을 보장받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까? 로버트 달이 1장에서 토크빌을 빌어 지적하는 것 역시 바로 이와 같은 현실이다. 1831년 아메리카 대륙의 평등한 조건 속에서 미국의 민주주의를 바라보았던 토크빌은 평등이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오늘날 우리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법인 기업의 자유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것이 정치적 자원의 불평등에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민주주의가 허울에 불과한 것으로 되어 버린 사회가 바로 그것이다. 달의 분석에 따르면, 이런 불평등을 초래한 자유는 경제적 자원을 무제한으로 축적할 자유와 경제활동을 위계적 통치 구조를 지닌 기업으로 조직화할 자유이며, 따라서 오늘날 우리의 운명은 법인 기업의 자유에 맞서 평등을 보호할 대안을 모색하는 데 달려 있다.

3. 법인 자본주의의 경제적 불평등에 대처하는 법
: 기업의 민주화 없이 정치적 민주화도 없다

법인 기업의 자유를 옹호하는 이들은 경제적 자유는 누구나 가진 기본권으로, 이에 따라 사유재산권과 기업에 대한 사적 소유권까지 갖게 되며,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도 이는 침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들에 따르면 기업을 사적으로 소유한 사람은 동시에 기업을 자기 뜻대로 경영할 권한까지 갖는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현대자본주의의 법인 구조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에 입각하며, 여기에 국가에서나 적용되는 민주주의 절차를 도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권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버트 달에 따르면 이런 주장은 모두 논리적 비약에 입각한 타당치 못한 이야기다. 우선 재산권은 권리, 특권, 의무, 책임의 복합체로, 여기에는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 의무와 책임이 포함되어 있다. 또 경제적 자유는 다양한 자유들 가운데 하나로 정치적 선택과 협상의 대상일 뿐 그 어떤 상황에서도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이 아니다. 또 자본을 제공해 준다고 해서 소유권 및 경영권을 가지는 것이 아니듯이, 주주나 경영진의 기업에 대한 사적 소유권은 별개의 문제며, 하물며 경영권이 정당화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결국 달의 논증에 따르면, 정치적 평등보다 경제적 자유를 우선시해야 할 이유는 없으며, 주주나 경영자가 기업에 대한 지분을 갖고 있거나 투자를 했다고 해서 기업 전체에 대한, 혹은 그에 상응하는 소유권과 경영권을 주장할 근거도 없다. 이는 그저 정치적 협상을 통해 조정될 수 있는 여타의 권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민주주의에서 자연권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만약 민주주의가 정당하다면,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한다면, 공동체 구성원들은 민주적 과정을 통해 스스로를 통치할 수 있는 천부적 권리를 자연권으로 가진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에 국가만 포함되리란 법은 없다. 더구나 기업과 그 구성원인 노동자의 관계는 이론만큼 자유롭지 않으며, 때로는 국가와 시민의 관계보다 더 구속력 있는 결정과 권위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기업에 대해서도 민주적 절차를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4. 로버트 달의 자치 기업,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좋은가?
: 법인 기업보다 더 평등하고, 더 자유로운 기업에 대해

이런 논증을 거쳐 로버트 달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자치 기업은 기업의 구성원 모두가 집단적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기업 체계이다. 여기서 민주적 관리란 기업의 의사 결정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고 기업 내에서 정치적 평등과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주요 의제에 대해 각각은 1인 1표의 투표권을 행사하며, 이를 이용해 어떤 문제를 집단적으로 결정할지 혹은 전문가에게 위임할지, 기업의 소득을 어떻게 배분할지 등을 결정한다. 따라서 이런 자치 기업에서 적대적 노사 관계는 사라질 것이고, 임금격차는 훨씬 줄어들 것이며, 지역 주민이나 소비자, 시민으로서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기업 경영에 있어 소비자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하게 될 것이다.
이는 주주가 소유하고, 소수의 경영자가 자신의 이익에 따라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하는 법인 기업과 다를 뿐 아니라, 공적으로 소유하고 국가가 위계적으로 운영하는 국유화 기업과도 다르고, 국가 관료의 기능을 강조하면서 자본 외부로부터의 규제와 조정을 강조하는 입장이나 기업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그대로 둔 채 사후 이익의 분배 문제만을 이야기하는 소액 주주 운동, 우리 사주제와도 다르다.
따라서 이런 자치 기업 체계가 기존 기업보다 다수의 기본적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증진시킨다는 점은 명백하다.

5. 자치 기업의 효율성에 대한 편견들
그렇다면 이는 과연 효율적이기도 할까? 로버트 달은 기업에서의 자치 문제는 그 결과를 가지고 정당화할 필요가 없는 문제이지만, 이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 가진 편견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효율성에 대해서는 논할 필요가 있다며, 결과론적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자치 기업 체계를 옹호한다.
혹자는 종업원들의 경영 능력에 의심을 품는다. 노동자들이 전문 경영인만큼 기업을 운영할 능력이 없으며, 단기적 이익에만 매달릴 수 있고, 경영자의 리더십을 떨어뜨려 혁신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나 경영자나 모두 완벽한 인간은 아니며, 민주적 절차에서 필요한 자질은 어떤 문제를 집단으로 결정할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대표에게 위임하는 능력일 뿐이다. 따라서 국가에서 시민이 가져야 할 자질이면 충분하다. 또 기업이 쇠퇴하면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돈 많은 경영자나 주주가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직장을 옮겨야 하는 노동자이므로 이들이 소수 경영자보다 더 장기적인 미래와 효율성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또 당장은 경영 기술이 떨어진다 해도 장기적으로 배울 기회가 늘어날 것이고, 외부에서 전문 경영인을 고용해 운영을 위임하는 것 역시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자치 기업 체계는 구성원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할 뿐만 아니라 더 결과적으로도 더 효율적일 수 있다.

6. 경제 질서도 민주적 선택의 대상이다
로버트 달의 질문은 도발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이는 평생 민주주의론에 헌신해 온 노학자에게 자연스러운 질문이자 귀결이다. 불평등한 경제 질서가 정치적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적 절차를 도입한 기업이 효율성도 있고, 정치적 평등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면, 정말 가능하고 바람직한 대안이 아닌가? 하지만 탄탄한 논증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후기에서 노학자는 이런 자신의 대안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담담히 현실을 직시한다.
"나는 법인 자본주의와 비교했을 때 자치 기업 체계가 평등과 자유 모두를 더 잘 보장할 수 있고, 균형도 이룰 수 있는 체계라 믿는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얼마나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우리 미국인들은 미국 사회의 현 모습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두고 두 가지 입장으로 분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정치적 평등을 이상으로 여기는 이들과 재산 축적의 자유와 물질적 번영을 이상으로 여기는 이들로의 분열을 지적하면서, 이들이 과연 '재산권, 경제적 불평등, 법인 기업의 비민주적 권위'보다 '민주주의와 평등, 그리고 정치적 권리'를 중시할 만큼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지 단언할 수 없다는 마지막 말에서, 노학자는 착잡한 현실 속에서도 이렇게 되묻고 있다.
"당신은 경제적 불평등과 법인 기업의 비민주적 권위를 원하는가, 아니면 정치?경제적 평등과 민주주의를 원하는가?"

목차

1 평등은 자유를 위협하는가?
2 민주주의, 정치적 평등 그리고 경제적 자유
3 민주주의와 경제 질서
4 기업 내 민주주의에 대한 권리
5 소유, 리더십 그리고 자치 기업으로의 전환

본문중에서

토크빌과 그 이전 사람들이 미래에 나타날 새로운 경제 질서가 어떤 모습일지 제대로 예상했더라면, 평등과 자유의 문제를 아마도 다르게 보았을 것이다. 과거의 시각에서는 시민들 사이에서의 평등이 자유를 위협했다면, 새로운 현실에서는 법인 기업의 자유가 오히려 시민들의 정치적 삶에 영향을 미치는 자원의 불평등을 조장했기 때문이다.
(/ p.11)

미국인들은 법인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대안이 과거 민주주의에 헌신했던 자신들의 삶에 더 부합하지 않을까 끈기 있게 자문해 본 적이 결코 없었다.
(/ p.85)

만약 국가 통치에서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인정한다면 기업 통치에서도 역시 그 정당성을 인정해야 하며, 기업 통치에서 민주주의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면 국가 통치에서도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 p.120)
기업도 국가와 마찬가지로 통치자와 피통치자 사이에 권력관계가 존재하는 정치 체계다. 그렇다면 국가와 마찬가지로 기업 내의 통치자와 피통치자 간의 관계도 민주적 절차의 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맞지 않을까?
(/ p.124)
기업이 쇠퇴할 때 노동자들이 감수해야 할 고통이 투자자들이 겪는 고통보다 훨씬 더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돈 많은 투자자들이 시황에 따라 주식시장을 드나드는 것보다 노동자가 한 직장을 그만두고 구직 시장에서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 손해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을 내다보는 눈이 웬만큼 있는 노동자라면 합리적인 투자자나 경영자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장기적인 효율성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 p.132)

어떤 소유 형태가 좋을지 판단하기 전에 그것이 자본주의적인지 사회주의적인지부터 따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 질문이 본질적으로 중요한 질문일까? 정말 중요한 질문은 소유 형태에 어떤 꼬리표가 붙어 있는지가 아니라 그 소유 형태가 사람들이 자신의 기본 가치를 실현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이다. 자본주의에 집착하는 사람들은 자치 기업 체계가 자본주의로 분류되지 않으면 자치 기업 체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에 집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굳이 그렇게 단순하고 융통성 없는 이데올로기적 관점으로 따지자면, 협동조합 소유는 이쪽에 속할 수도 있고, 저쪽에 속할 수도 있다. 그리고 양쪽에 속할 수도 있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을 수 있다.
(/ p.161)

일터에서의 자치 문제는 그 결과를 보고 정당성을 찾을 필요도 없으며 국가 통치에서 자치가 당연한 권리이듯 일터에서도 자치는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에 정당하다는 것이 내가 논증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가 통치에서 민주적 절차가 불완전하다고 해서 민주주의를 버리고 수호자주의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어불성설이듯이 기업 통치에서 민주적 절차가 불완전하다고 해서 수호자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 p.163)

경제적 자유도 여타 자유들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인들은 경제적 자유가 개인적이고 양도할 수 없는 재산권도 포함한다고 이해해 왔다. 소유권을 기업에 적용해 보면, 이는 국가가 정해 놓은 한계 내에서 기업을 통치할 권리를 수반한다. 과거 농장과 소기업의 운영을 정당화하던 소유권의 논리는 규모가 큰 법인의 통치에까지 확장되어 비민주적 통치를 정당화하고 합법화했으며, 이는 거의 통제할 수 없는 권위의 지배 아래 일하는 모든 이들의 대부분의 삶에 깊숙이 침범해 들어갔다. 그리하여 미국인들은 국가 통치에서는 용납할 수 없다던 통치 체계를 기업 통치에서는 바람직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 p.172)

저자소개

로버트 달(Robert A. Dahl)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15
출생지 미국 아이오와 주
출간도서 3종
판매수 743권

1915년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태어나, 1940년 예일대학교에서 "사회주의 프로그램과 민주정치 사이의 양립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46년부터 예일대학교에서 민주주의 연구에 매진하면서 수많은 저서를 집필했다. 1986년부터 예일대학교 정치학과의 스털링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표 저작으로는 [누가 통치하는가?](1961)[폴리아키](1971)[다원민주주의의 딜레마](1982)[경제 민주주의 서설](1985)[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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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도서 0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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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 행정대학원에서 "한국 국가기구의 변화와 연속성, 1948~1972"를 주제로 석사 논문을 썼다. 현재는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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