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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에서 온 편지 : 유럽의 골목길로 떠나는 문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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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중순
  • 출판사 : 소통
  • 발행 : 2011년 06월 21일
  • 쪽수 : 352
  • ISBN : 9788993454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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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
-유럽의 골목길로 떠나는 문화 여행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는 뒤돌아볼 여유 없이 바쁘고, 여전히 자기중심적인 한국의 현대사회에서 잠시나마 안식과 평화를 찾아 떠난 저자의 여행을 통한 자아성찰의 과정을 담담한 글로 풀어낸 유럽여행기이다.

여행은 현실의 답답함과 일상적인 삶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나 자신을 되돌아 볼 여유와 성찰의 시간을 주는 하나의 선물이다.
휴식으로서의 여행도 있고, 방랑으로서의 여행도 있다. 그리고 가끔 이 둘이 함께하는 여행도 있다.
(저자는 대부분의 숙식을 현지의 유스호스텔과 같은 배낭여행객들을 위한 곳에서 했기에 많은 경비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러한 여행객을 위한 현실 정보들은 가급적 배제하였다. 이런 정보들은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쏟아져 나오기에 굳이 세심히 소개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저자는 문화와 역사를 통찰하는 유럽 방랑으로서의 여행을 거쳐 안식과 평화를 새삼 발견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 책은 유럽 7개국, 스물 두 곳의 여행지를 선별하여, 각 지역의 특색과 문화를 잘 전해주는 소재를 골라 여행지와의 문화적 소통을 목적으로 했으며 더 나아가서는 나와 세계와의 끈을 문화와 역사로 이어주는 소통의 길을 제시해 보려고 시도하였다. 이는 여행의 또 다른 묘미가 될 것이다.

본문 소개
오십 대 후반의 저가는 독한 여행을 결심한다. 무려 56일간 쉼 없이 유럽7개국을 돌아다닌 것이다.
(독일-오스트리아-폴란드-슬로베니아-세르비아-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크로아티아-이탈리아-독일)
이는 독일에서 6개국을 거쳐 다시 독일로 이르는 대장정으로, 유럽을 여행하며 각 지방에 얽혀있는 이야기들과 문화를 자신에 대한 반추와 성찰의 과정으로 풀어내었다.

시작은 한국에 매료되었던 독일의 노베르트 베버 신부에서 시작한다. 겸재 정선의 『구룡연 폭포』등을 수집해 간 그는 2009년 경북 왜관의 한 수도원에서 이 그림을 한국인들에게 공개했다. 또 뮌헨에서는 불우했던 20세기 초 독일로 유학 온 이미륵과 전혜린 같은 일제시대의 불우했던 근대 문화 선구자들을 만난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는 요즘 한국에서도 생태건축가이자 화가로서 새로운 조명을 받는 훈데르트바서의 숨결을 느낀다. 동화책에서나 볼만한 환상적인 건축물과 더불어 한국에서라면 어려웠을 이러한 건축물들에 대한 비엔나의 통찰력 있는 도시정책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오스트리아의 카페바움 이야기는 커피 광이었던 위대한 작곡자 바흐의 『커피 칸타타』작곡과 얽힌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수용소였던 부켄발트에서는 괴테나무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더듬는다.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는 쇼팽과 퀴리 부인을 만나고, 그단스크에서는 양철북과 조우한다. 그리고 발칸반도에서는 암울하고도 비참한 보스니아 내전을 다루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탈리아에서는 성 프란시스코와 보카치오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피렌체에서는 걸출한 예술가 미켈란제로의 작품들과 인생을 돌아본다.
그리고 다시 독일로 와서 헤르만 헤세의 영원한 고향 칼프에서는 방랑자 크놀프의 긍정적이고 소탈한 삶을 돌아보며 저자는 드디어 방랑의 시간을 끝내고 현실을 긍정하고 다시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된다.

이 책은 기존의 보고 듣는 관광중심의 여행이 아닌 각지의 문화와 역사를 느끼고, 때로는 주민들과 같이 울고 웃으며 가슴으로 체험한, 날것으로서의 삶의 기록이다.

유럽에 관심 있거나 혹은 유럽 여행을 계획 중인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손에 쥐고, 현지를 여행하며 역사적 사건과 문화적 향기와 더불어 다른 세상과의 소통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럽의 골목길로 떠나는 문화 여행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 이 책을 받아들고 일단 앞뒤를 살펴보았다. 유럽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몇 개의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생경한 단어는 아니지만 여행기에서 예상한 가벼운 단어는 아니었다.

일단 책 제목부터 그렇다. 여행을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고 또 실제로 그러한데, 장르가 '편지'라고 되어있다. 여행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만 그리 간단치는 않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수신자가 명시되어 있지 않고 책 안의 텍스트도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편지란 무엇인가? 인간이 문자를 통해 수행해온 가장 오래된 대화이자 소통방식이다. 따라서 수신자가 없는 편지 쓰기란 결국 자기와의 대화이자 소통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자기 안에서 맴도는 독백과는 차원이 다르다. 방향이 있고 흐름이 선명히 드러나는 대화다. 밖으로의 지향성을 띄기 때문에 제 삼자가 이해하는 데도 큰 문제는 없다. 오히려 호기심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책은 여행을 기록한 것이지만 크게 두 개의 노정을 드러내고 있다. 하나는 지도를 따라 추적할 수 있는 공간적 노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저자의 내면적 노정이다. 전자는 눈으로 추적할 수 있지만 후자는 저자의 사유에 동반자가 되어야 따라갈 수 있다. 공간과 시간, 과거와 현재가 의미 맥락에 따라 자유롭게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개의 차원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직조된 것이 '유럽의 골목길로 떠나는 문화여행'이다. 이 책의 부제이다.

여기에 다시 '스토리'란 개념이 추가된다. 즉, 작가는 책의 뒷면에 이 책의 또 다른 장르를 영어로 써 놓고 있는데 'Travel Story'가 그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여행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에는 Story에 선명한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이 책은 통상의 기행문처럼 여행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문화적 대상물의 미학적 형상에 대한 관찰을 넘어 그 대상물이 담고 있는 역사와 공간을 배경으로 일어난 크고 작은 사연들이 긴밀하게 엮어져 있다. 물론 '문화여행'이라고 전제했으니 그 정도는 기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에 하나를, - 이것이 화룡점정이 아닌 가 싶은데- 더 추가하고 있다. 그것은 여러 현장에서 저자가 스스로 주인공이 되어 새로운 스토리를 생산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과거와 현재, 사자와 산자, 원주민과 이방인, 주인과 손님이 뒤섞여 새로운 경험 세계를 구성해내고 있다. 책 속에 무명의 현지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이런 차원에서 이해해 줘야 할 부분이다. 말하자면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는 저자가 직접 문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생산해내는 역동적인 스토리텔링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이러한 내적 구조, 즉 좀 복잡한 기획의 짜임새를 파악하고 보면 훨씬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제 책 안으로 두발을 성큼 들여놓으면,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는 유럽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이지만 목차가 말하듯이 유럽 중에서도 8개 나라에 국한된다. 독일에서 출발하여 폴란드,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이탈리아를 거쳐 다시 독일로 돌아오는 노정이다. 좀 성급한 독자라면 여기서 벌써 의문 하나를 제기할 것이다. 아니, 유럽의 문화여행이라고 해 놓고 명실공이 유럽을 대표하는 독일이나 이탈리아를 제쳐두고 사라예보를 얼굴마담으로 내세운 이유가 뭔가? 이것은 책을 읽어나가면 어느 정도 풀리는 의문이겠지만, 저자의 글쓰기 차원에서 보면 일종의 '서사적 전략'(브레히트)이 아닌가 싶다. 즉, 제목 설정에 이미 유럽여행에 대한 상식과 관념을 파손시켜버리겠다는 의도가 들어있다고 하겠다.

여행의 시기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여름이 아니다. 그러니까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는 늦가을에 떠나 한겨울에 돌아오는 노정을 잡고 있는 바, 대략 두 달의 시간을 담고 있다. 물론 이 노정이나 시간은 어느 정도 사전에 계획된 것이긴 하지만 세부적으론 거의 배반이라고 할 만큼 원래 계획에서 이탈한 것이다. 기실 여기에 여행의 긴장과 매력이 있고, 여기에 또 여행이 인생에 비유되는 대응변對應邊이 있지 않겠는가.

유럽여행의 첫 나라이자 출발지점은 독일이다. 책을 읽어보면 자연히 알게 되겠지만 저자에게 독일은 각별한 의미가 내장된 나라다. 그도 그럴 것이 독일은 저자가 젊은 날, 주체할 수 없는 지적 욕망을 잠재우기 위해 공부하러 떠난 나라이다. 여행기의 첫 장면이, 그가 유학시절에 논문과 씨름하기 위해 책 보따리 짊어지고 들어갔던 어느 수도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렇게 프라이부르크 근처의 한 수도원을 기점으로 시작된 독일여행은 뮌헨-드레스덴-라이프찌히-바이마르-부흐헨발트를 밟아나간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그러나, 저자는 이 노정의 곳곳에 산재해 있는 명소를 명소로 확인해 나가는 대신 통상의 여행객들이 잘 밟지 않는 골목길을 즐겨 찾아다닌다. 화려한 무대를 바라보며 박수를 치는 것보다 무대 뒤로 돌아가 이삭 줍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뒤에서 주운 이삭은 전경의 작품에 결정적인 단서가 되곤 한다. 한 마디로 이 여행기에는 대부분의 여행 도서들이 약방의 감초처럼 진열해 놓는 명품들은 많지 않다.

독일 2차 대전 부켄발트 수용소 참사의 상징-괴테 나무
이것은 독일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가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그단스크란 소도시를 먼저 찾은 것도 그러하지만 여기서도 스펙터클한 건축물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소설이 보여준 내러티브의 궤적이다. 바로 귄터 그라스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양철북]을 말하는데, 이 소설은 1920년에서 1950년까지 그단스크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을 서술한 것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유럽영화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되었지만, 이것은 문학을 넘어 20세기 폴란드와 독일의 비극사를 핵심정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렇듯 저자는 폴란드의 여러 장소를 섭렵하며 동공을 확대시키는 대상물에 관심을 쏟기보다는 구석구석에 묻어있는 폴란드의 학문과 예술 정신을 맛보는데 빠져있다. 여기에 쇼팽, 쇼펜하우어, 퀴리부인, 코페르니쿠스, 바오로 2세, 쉰들러와 같은 쟁쟁한 위인들이 되살아난다. 이렇게 보면 한국처럼 폴란드의 핵심 자산도 땅이 아니라 사람이란 걸 알 수 있다.

아직도 남아 있는 쉰들러의 공장(영화 [쉰들러 리스트] 참조)을 뒤로하고 오스트리아로 넘어간 저자가 찾은 곳은 또 하나의 수도원. 빈에서 80km 정도 떨어진 멜크 수도원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수도원은 그러나 흥미로운 문화적 사연을 많이 담고 있는 곳이다. 에코의 소설을 영화한 [장미의 이름 ]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 수도원이고 모차르트도 이 수도원 성당에서 연주를 했다고 한다. 웃음을 잃었던 중세에서 걸어 나오며 저자는 한 노인의 얼굴에서 미륵의 웃음을 만난다. 대단한 반전이다. 빈으로 온 작가는 이런 식으로 훈데르트바서의 그림을 만나고 프로이트와 상담하며 클림트의 [키스]에 얼굴을 붉힌다.

작가가 네 번째로 밟은 영토는 유고슬라비아의 해체로 인해 발생한 발칸의 여러 소공화국들이다. 슬로베니아, 세르비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90년대에 독립된 나라들로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내장하고 있지만 사회정치적으로는 아직도 혼란스러운 곳이다. 극심한 내전으로 곳곳에 상흔이 남아 있다. 한 때 다민족, 다문화, 다종교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던 발칸이 유럽의 화약고가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를 여기서도 만난다. 실로 저자의 발칸 체험에서 독자들은 현대사의 비극을 추체험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90년대의 참혹한 내전에서 살아남은 이들로 그 비극의 무게를 그대로 짊어지고 있다.

저자는 한 젊은 연인의 비극적 죽음에 이르러서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토로해내더니, 급기야 실화를 바탕으로 한 두 영화를 그 배경이 되는 현지에서 관람하고는 많이도 울었다고 했다. 비극의 현장에서 비극적 미학에 취했던 모양이다. 현대 발칸의 비극적 정황만큼이나 발칸의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음악과 문학을 사랑한 휴머니스트들이라는 사실이 책 곳곳에서 감지된다. 바로 여기서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란 책의 제목이 낙점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즉, 저자는 한 편으론 발칸 현실의 잔혹함에 충격을 받고 다른 한 편으론 그것을 비극화한 발칸인들의 예술혼에 감동을 받아, 다른 유럽의 명소들은 뒷전으로 밀쳐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비교적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예술과 그 배경을 통한 스토리텔링이 활발히 전개된다. 아시시와 프란체스코, 보카치오와 체르탈도, 단테와 피렌체, 마틸다와 카놋사, 밀라노의 다빈치와 미켈란젤로. 이런 세계적인 아이템들이 21세기 한국 지식인의 시각에서 다시 이야기된다. 워낙 유명한 것들이라 비록 시각의 편차가 있다고 해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와의 만남을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를 떠나는데, 떠나는 장면이 흥미롭다. 즉, 그의 심상에 마지막으로 맺힌 것은 만년의 미켈란젤로가 만든 [론다니니의 피에타]인데, 이것은 소박하고 투박할 뿐 아니라 미완성이다. 여기서 저자는 화가가 저것을 완성시키지 못한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지 않았다고 본다. 더 정확히 말하면 완성과 성취에 대한 욕망 자체를 문제화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그 시점에 미켈란젤로가 쓴 시 한편을 기억해 낸다. [메아 쿨빠 Mea culpa]란 시로 마지막이 이런 구절을 담고 있다.

"그 동안 나의 삶에 큰 힘을 주었던 어떤 회화도 조각도 더 이상 내 영혼에 위로와 생기를 줄 수 없습니다. 나의 영혼은 이제 십자가 위에서 우리 죄인을 껴안기 위해 두 팔을 벌리고 있는 하느님의 사랑을 향해 열려있습니다."

만년의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인생여정을 돌아보며 고백한 글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천재의 야망과 성취가 별 것 아니었다는 것, 특히 고난 받는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에 비하면 아무 씨잘 데 없는 것이라는 언사다. 외교적 겸양이라기보다는 뼈저린 각성이다. 여기서 저자는 여행의 의미를 되새긴다. 그것은 책의 서두에서 내세웠던 '비우기'와 '내려놓기'이다. 이것은 결국 인간 의식의 해방에 다름 아니라고 한다면, 저자의 경우 분노와 억울함이 뒤섞인 잡념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고백한다.

시詩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에는 언뜻 여행과는 무관할 듯한 시가 요소요소에 박혀있다. 장르 상 대체로 서정시인데, 정확히 12편이 인용되어 있다. 이것도 이 여행기를 특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시는 무엇보다 논리적이고 세세한 산문적 흐름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좋은 아이디어다. 시는 대체로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내면의 기록으로 비약과 비합리를 기꺼이 용인한다. 사실 이 책은 섭렵하고 있는 엄청난 대상들에 비해 설명과 해설은 많이 생략되어 있다. 많은 경우 공감과 감정이입을 전제로 압축 화법을 쓰고 있는데, 텍스트 자체가 거의 시적이다. 이러한 화법은 저자의 내면 세계를 엿보는 좋은 계기가 되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과제를 던지는 효과가 있다. 즉, 관심 있는 독자들은 책을 읽으면서 생략되고 압축된 부분을 스스로 메워야 한다. 한 마디로 이 책은 공부하면서 읽어야 하는 여행기이다. 독자들의 관심과 열정으로 다시 쓰일 수 있는 책이다. 이것은 '생산적 수용미학'이란 현대의 화두와도 잘 조응한다.

밀라노와 작별한 저자는 본격적인 여행을 마치고 출발지인 독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헤세의 고향 칼프다. 작가는 눈 덮인 칼프의 체험을 에필로그로 처리하고 있다. 출발의 심정을 기술한 프롤로그에 상응하는 것이다. 칼프를 헤르만 헤세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면, 저자는 여기서 헤세의 작품 중에 [크눌프]를 주제화한다. 평생 방랑을 하다 눈 덮인 산 속에서 외롭게 죽어간 주인공 크눌프는 자신의 방랑을 꽃의 향기에 비유한다. 꽃이 향기를 발하는 것은 다른 꽃에 가고 싶은 열망인데, 이 향기의 길을 정하는 것은 그러나 바람이라는 것. 여기에 떠남과 만남이라는, 혹은 의지와 우연이라는 여행의 미학이 나온다. 이렇게 저자는 집을 떠나 칼프의 헤세를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귀국한다. 여행은 떠나는 것이지만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모험이다. 모험은 새로운 인식을 동반한다. 요약하면 [사라예보에서 온 편지]는 사색을 직업으로 하는 한 인문학자의 떠남과 만남에서 침전된 인식의 집적물이라 할 수 있다.

목차

프롤로그
거는 머 할라꼬 갔노?
여행루트

독일
01. 나그네의 밤노래 - 성 오틸리엔
02. 길을 떠난 선구자들 - 뮌헨
03. 재난을 이겨낸 도시 - 드레스덴
04. 한줌의 평화 - 라이프찌히 1
05. 커피 칸타타 - 라이프찌히 2
06. 괴테의 도시 - 바이마르
07. 하나님,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계시나이까? - 부켄발트

폴란드
08. 양철북 - 그단스크
09. 중세의 가을 - 말보르크 성
10. 쇼팽의 눈물 - 바르샤바 1 119
11. 슬픈 나라의 사람들 - 바르샤바 2
12. 교황의 사랑 - 크라쿠프

오스트리아
13. 미륵의 미소 - 멜크
14. 신은 직선을 싫어한다 - 비엔나 1
15. 키스 - 비엔나 2

슬로베니아·세르비아·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크로아티아
16. 감옥에서 맛 본 자유 - 류블랴나
17. 하얀 도시의 보헤미안들 - 베오그라드
18. 사라예보에서 보낸 편지 - 사라예보 1
19. 아다지오 g단조 - 사라예보 2
20. 두 도시 이야기 - 모스타르-두브로브닉
21. 마르코 폴로 - 코르출라 섬

이탈리아
22. 부끄러운 하루 - 아씨시
23. 이발소에서 만난 복카치오 - 체르탈도
24. 가장 위대한 시인을 찬양하라! - 피렌체
25. 카놋사의 영광 - 카놋사
26. 아, 선생님! - 밀라노 1
27. 희안한 조각품 - 밀라노 2

에필로그
크눌프의 부활 - 칼프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계명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짜르브뤼켄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계명대하굑 한국 문화정보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역학과 다문화 연구에 천착하고 있다. 최근의 논문과 저서로는 '야쿠트의 현대화된 전통혼례에 관한 상징 인류학적 이해'(2013), '근대화의 담지자 기생: 대구 지역 문화 콘텐츠로서의 가능성'(2013), 그리고 '다문화시대의 이슬람 이해'(201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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