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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홈스쿨 : 글 잘 쓰는 아들딸로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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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글쓰기, 어릴 때부터 시작하자
나쁜 아빠가 있다.
잦은 야근과 뒤풀이로 새벽 2시에 귀가하기 일쑤인 2am 그룹(!)의 일원이다. 아들은 중학교에 들어갔고, 딸은 초등학교 고학년을 코앞에 두고 있다. 문득 위기감이 밀려왔다. 지금은 자신이 아이들과 놀아주지 않지만, 조만간 아이들이 자신과 놀아주지 않을 게 분명하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무언가 하고 싶었다. 마침 아빠는 20년 세월 글쓰기와 글 만지기로 밥을 벌어온 기자(전 [한겨레21][씨네21] 편집장 ?[esc] 팀장, 현 [한겨레] 문화?스포츠 에디터 고경태 기자)다. "그래 결심했어! 아이들과 함께 글쓰기 놀이를 해보자!"
아이들에게 매주 주제를 정해 글을 쓰게 하고, 아빠는 아이들의 글을 품평하고 코멘트를 던졌다. 마감 없이는 어떤 일도 쉬 이뤄질 수 없음을 알기에, 신문지면과 인터넷 서점에 연재를 시작했다. 그러기를 35주. 9개월간의 글쓰기 대장정이 마무리 되고, 그것을 묶은 책을 펴낸다. 이름하여 [글쓰기 홈스쿨].

아빠는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기본기를 가르쳐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쩨쩨하게(?)" 논술이나 글짓기대회, 서술형 문제풀이를 위한 입시형 글쓰기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그것 말고도, 세상에는 글 쓸 일이 널려 있다. 아이들이 쉼없이 주고받는 문자메시지, 블로그의 글, 미니홈피 사진에 대한 설명과 코멘트, 친구들에게 보내는 쪽지, 일기글, 피치 못하게 써야하는 반성문, 반장 선거 출마의 변 등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글쓰기를 피할 수 없다. 아이들이 가진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엉뚱한 생각들은 결국 이야기를 통해 꼴을 갖춘다. 그 이야기의 꼴이 소통 가능한 수준으로 정리된 결과물이 하나의 글이다. 무엇보다 자라는 아이의 키만큼이나 자의식 역시 쑥쑥 커진다. 그러한 자의식을 표현하는 도구 역시 글쓰기이다. 표현과 소통의 매개로서 글쓰기 능력은 평생 동안 두고두고 써먹을 수밖에 없는 가장 유용한 자산 중 하나이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명문대학의 공부벌레들도 가장 힘들어하는 게 글쓰기라고 하지 않는가. 지금 아니면 늦을 것만 같았다. 오히려 공부보다도 글쓰기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렇게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대한 자의식, 글에 대한 감각을 어린 시절부터 키워주고자 기자 아빠가 일을 벌였다.

글은 써야 는다. 글쓰기의 문턱은 어떻게 낮출까?
아빠는 글쓰기의 모범 답안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건 불가능하다. 글쓰기 홈스쿨 마지막에 딸 은서가 잘 간파했듯이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틀에 박힌 논술형 포맷을 거슬러 눈치 보지 말고 네 멋대로 쓰라고 주문한다. 아빠가 꼽는 글쓰기의 기본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나만의 생각’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다르게, 재밌게, 내 이야기"를 쓰기 위한 태도와 기본기에 대해서 책의 1부와 2부에 담았다.
또한 뻔하고 장황한 글쓰기와 뗄 수 없는 것이 잘못 몸에 밴 습관들이다. 과도한 접속사나 부사의 사용, 수동형 문장, ‘것’의 쓸데없는 남용, 동어 반복 등 "기름기가 빠진 담백한 글"을 위해 피해야 할 버릇들이 3부의 내용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좀 더 쉽게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모색한 새로운 방식과 시도들을 4부에 담았다.

글은 써야 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아이들이 글을 쓰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 아빠는 아이들이 집과 학교에서 겪는 갖가지 경험들을 지나치지 않고, 글의 소재로 삼으라고 주문을 했다. 새똥을 맞은 딸에게는 그 경험을 쓰라고 했고, 임원 선거에서 떨어진 아들에게는 그에 대한 소감을 쓰라고 했다.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고 그에 대한 인상을 쓰라 하고, 트랜스포머에 빠진 사연을 글 속에 담아보라 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글쓰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민했다. 가령 아이들끼리 서로 인터뷰를 해보라고 했다. 만나기만 하면 다투는 아이들에게 서로에 대한 불만과 그 뿌리를 캐내보라고 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지만,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경험의 대화 방식이었다. 또한 어릴 적 사진을 꺼내놓고,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골라 그 아래 코멘트를 달게 했다. 길거리 간판 중 눈에 띄고 특이한 것을 골라 그에 대한 글을 쓰게도 했다. 자신만의 10대 뉴스를 정하라는 주문도 있었다. 글의 소재와 글을 쓰는 형식에 어떤 틀에 가두지 않고, 다양한 ‘꺼리’를 개발하고 제시했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쉽고 재밌는 글쓰기
"쌔고 쌘" 다른 글쓰기 책과 [글쓰기 홈스쿨]이 다른 지점은 좀 더 ‘나은 글’에 대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하는 방식에 있다. 빨간 펜을 들고 딸기밭을 만드는 첨삭 지도 같은 것은 이 책에 없다. 대신 아이의 글을 보고, 간단한 품평을 한 후 그에 따라 새롭게 글을 쓰게 했다. 맞춤법의 오류나 구체적인 표현에 대한 지적보다는 글의 전체적인 구성이나 흐름에 방점을 찍었다. 아이 스스로 새롭게 글을 쓰면서, 초고의 미비한 점을 고쳐나갈 수 있도록 했다. 책에 소개된 새로운 글쓰기 ‘소재’의 경우에도 모범 답안을 제시했다기보다는 독자의 상황에 따른 주제와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고자 한 측면이 강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쉽고 재밌다. 일상 생활에서 실제 있었던 대화나 에피소드들이 글쓰기 방법론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서, "설렁설렁" 부담 없이 읽으며 부모 등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와 아이가 글쓰기에 대한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했다.
‘글쓰기 홈스쿨’이란 제목도, 아빠와 아이들 사이의 글쓰기 과정을 담아낸 사연과 관련 있지만, 글쓰기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누구라도 이 책을 참고 삼아 쉽게 아이의 글쓰기를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는 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

아이의 글 속엔 내가 모르던 녀석이 있었다
9개월간의 글쓰기 홈스쿨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소득은 아빠와 아이들이 서로 배우고 소통했다는 사실이다. 아빠는 아이의 글을 보며 평소에는 알 수 없었던, 아이의 생활과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의 수다, 수학 공부의 스트레스, 트랜스포머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도둑 맞은 자전거에 얽힌 사연, 바른 생활 소년으로 커나가는 아이의 세계관이 글 속에 담겨 있었다. 평소의 대화에서는 들어볼 수 없던 아이들의 언어가 글 속에 넘쳐났다. 그 전엔 몰랐던 아이의 재발견! 그것은 “맞춤법이나 정연한 논리 전개”와는 차원이 다른 ‘글쓰기 홈스쿨’을 통한 소중한 결실이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입장에서 나쁜 아빠는 좋은 아빠로 개과천선했을까?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ㅎㅎ

목차

서문 _ 오디션, 그 이상을 위하여

프롤로그
01 ‘일가족 칼럼 사기단’을 조심하라 _ 자, 이제 써보는 거야
02 새똥과 강아지를 취급하는 노하우 _ 서프라이즈, 내 자식 재발견

1부 따라하면 재미없지
01. 공자 말씀과 협박 편지에 모두 메~롱 _ ‘착한 척’은 됐고!
02. 멍때려봐, 쓸데없는 생각을 해봐 _ 상상력과 망상력의 날개
03. ‘다짐’하지 말고 ‘비도덕적’으로 쓰자 _ 정의파 뜯어말리기
04. 우리, 그 지저분한 돼지우리 _ 나와 우리의 냉철한 구별
05. 네 번 ‘빠꾸’당한 소녀의 복수 _ 글쓰기 아동학대 논란
06. 미친 꼬마에게 이야기가 있다네 _ 청소년 구라왕 선발대회
07. 문장은 침이다? 오줌이다? _ 범인도 잡을 문체수사본부

2부 줏대 있게 경쾌하게
01. 복사하면 경찰이 잡아간대 _ 어린이 칼럼니스트 표절 사건
02. 사또... ‘막쓰기’는 아니되옵니다 _ 뼈와 살을 골라내는 요약
03. 프리허그, 함부로 하지 말래요 _ 골치 딱딱! 띄어쓰기 스트레스
04. 순수하게, 그러나 고지식하지 않게 _ [우리글 바로쓰기]에 대한 반역?
05. 정의란 무엇인가, 무식이란 무엇인가 _ 선악주식회사를 상상하다
06. ‘묘사’를 박대하는 더러운 세상! _ 카메라 클로즈업에서 배우기
07. ‘심심한 엘리베이터’를 거부함 _ 계단을 달리는 소년의 정신

3부 불법금지 잡초금지
01. 숨이 가빠와요, 제발 엔터키를... _ 비문 금지, 빡빡한 단락도 금지
02. 날라리야, 접속사에 중독된 날라리야 _ 그러나&그리고 척결 캠페인
03. 그런 말은 정말너무진짜별로야 _ ‘부사 금단증상’ 치유클리닉
04. 솟구치지 마라, 리바이벌 본능 _ ‘365일 무사고 운전’에 질리다
05. 여름방학은 ‘능동태’로 보내자 _ 청개구리는 무죄, 수동태는 유죄!
06. 왜 만나기만 하면 싸우는 ‘것’인가 _ 명사화의 덫
07. "못생겼었다, 사랑했었다" _ 죽은 과거완료를 위한 파반느
08. 전기톱 살인마는 ‘30자’에 흥분하리 _ 쉼표와 엿
09. ‘쿵쾅쿵쾅’거리지 말고 ‘툭’ 던져 _ 설레는 첫 문장을 위하여

4부 함 시도해볼까?
01. 오우, 충격고백 독점 인터뷰!! _ 남매끼리 캐묻고 기록하기
02. 대포 쏘기, 누가누가 잘하나 _ 밑도 끝도 없이 빵 터지는 ‘메타포’ 훈련
03. 추억을 찜쩌먹는 이미지 놀이 _ 사진 옆에 끼적여봐!
04. 21세기 저널소년, 소녀 표류기 _ 10대 뉴스를 선정하다
05. 헐, 비공식 신조어에 쩐다고? _ 비속어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06. 터무니없어 천배 더 사랑스러운... _ 말장난과 유머를 찬양함
07. 멋진 간판, 아니 이 죽일 놈의 간판 _ 제목 달기와 이름 짓기의 고통
08. ‘러브레터’를 보내자, ‘터부레터’는 말고 _ 사랑은 먹고 다니냐?

에필로그
그 퇴짜는 헛되지 않았을까 _ 마지막 신음, 마지막 트레이닝

본문중에서

글쓰기 책은 널렸다. 인터넷 서점에 ‘글쓰기’라는 키워드를 집어넣으면 1,000권이 넘는 책이 검색된다. 의미 있는‘플러스 원’이 되고 싶다. “에이, 똑같은 소리 하네!” 라는 원성을 듣는다면, 쌔고 쌘 글쓰기 책 리스트에 하나를 더 보탤 이유가 없다. 기본 상대는 초딩과 중딩이다. 집과 학교 주변에서 글감을 찾았으므로 준석과 은서의 또래들이라면 흥미로운 동질감을 느끼리라 믿는다. 앞에선 농담 삼아 오디션을 걸고넘어졌다. 그렇다고 쩨쩨하게(?) 서술형 문제풀이나 대입논술 준비, 글짓기대회 수상을 노리며 이 책을 독파하라고 권하지는 않겠다. 공식적으로 부딪치는 오디션의 관문은 부차 문제다. 먼저 일상에서 부딪치는 글쓰기를 응원하고 싶다. 시도 때도 없이 초고속으로 난타하는 핸드폰 문자메시지는 글이 아니고 무엇인가. 끌리는 이성 친구에게 애틋한 마음을 쪽지로 전해야 할 때도 있다. 학교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내 의견을 또박또박 밝혀야 할 때도 있다. 소통의 글쓰기다. 상큼하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소통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다음 상대는 부모들이다. ‘자녀 글쓰기 지도 방법’ 따위를 훈수할 생각은 없다. 그저 설렁설렁 책을 읽은 뒤 아이들과 함께 작은 공감대라도 쌓으면 좋겠다. 문장 구성 감각이나 기술일 수도 있고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일 수도 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느낌을 공유하길 바라면서, 최대한 쉽게 썼다.
(/ pp.6~7)

전체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빼고 4부로 구성했다. 1부에선 ‘틀’에 관해 어깃장을 놓았다. 지루하고 하품 나는, 상상력을 제한하는 틀을 어떻게 하나하나 깨나갈지 머리를 써보았다. 2부에선 폼 잡고 ‘헛폼’을 비웃었다. 털털하고 소탈하게 쓰기 위한 실무 원칙이라 할 만하다. 3부에선 기초 매뉴얼을 담았다. 기름기를 뺀 담백하고 매너 좋은 글을 위해 지켰으면 하는 사항들이다. 4부에선 새로운 시도를 부추겼다. 인터뷰 교환, 사진 설명 달기, 간판 조사 등 신메뉴를 개발해 소개했다. 이 모든 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창의적 글쓰기’다.
(/ p.8)

얼마 남지 않았다. 아들은 중학교에 들어갔고, 딸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코앞이다. 눈 깜짝할 사이 몇 년이 흐르면 아이들은 훌쩍 커버린다. 지금은 내가 꼬마들과 놀아주지 않지만, 조금 있으면 꼬마들이 나와 놀아주지 않는다. 대화도 통하지 않으리라. 관계는 더더욱 삭막해질 터다. 무관심했던 아빠를 두터운 침묵으로 응징할지도 모른다. 늦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불현듯 머리를 스친 아이템이 ‘글쓰기’였다. 아이들과 함께 글을 써보자.
이 프로젝트를 결심하자마자 ‘채찍’을 휘둘렀다. 나에겐 말고, 아이들에게만! 마감일을 정해두고 과제를 줄기차게 내준 뒤 ‘빚 독촉’에 나섰다. “10년 넘었으니 인생 꽤 살았네. ‘나의 인생’이란 주제로 총정리해봐.” “세뱃돈 받았지? 그 얘기 괜찮겠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너희 생각을 적어봐.” 본격 시작에 앞서 글을 다량으로 쌓아 비축하는‘원시적 축적’이 필요했다. 그래야 나에게도 쓸 거리가 생길 테니까.
쉼 없이 과제를 내주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쓰기와 연결시켰다. “새똥을 맞았다고? 더러운 기분을 적어봐.” “아깝다. 반장 선거에 출마했다 떨어졌다니. 심경 고백을 하는 거야.” 아이들은 신이 나 일사천리로 글을 휘갈기기도 했지만, 싫증을 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졸린다며, 밖에 나가 놀아야 한다며, 학교 숙제를 못 했다며, 시험 준비가 더 급하다며, 주제가 마음에 안 든다며……. 결국 성의 없는 티가 물씬 풍기는 결과물에 한숨을 쉬기도 했다.
발견, 새로운 발견이었다. 아들 준석이 처음 쓴 글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속엔 내가 몰랐던 준석이 있었다. 아빠는 녀석이 어중이떠중이 중딩일 거라고 여겼지만, 그동안 녀석의 관찰력과 어휘력은 몰라보게 성큼 자라 있었다. ‘아니, 얘가 내 아들이었나? 언제 이렇게 컸지?’ 그만큼 내가 무심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보석 중의 보석은 아이의 수다였다. 아빠 앞에선 말 없고 무뚝뚝하기만 하던 준석이 글 속에선 천연덕스럽고 유머러스하게 갖가지 이야기를 풀어냈다. 은서도 마찬가지였다. 일상적인 대화엔 등장하지 않던 언어가 글 속에 흘러넘쳤다. 맞춤법이나 논리 전개의 완성도 따위는 나중의 문제였다.
(/ pp.26~27)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유치원생도 알 만한 상식이다. 글쓰기를 위해 독서를 만류할 사람은 없다. 그저 참신하지 않다는 얘기다. 대신 이렇게 주장하련다. “글을 잘 쓰려면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라.” 때로는 책을 내팽개치고, 망상의 바다 위에서 ‘멍을 때리는’ 일이 유익하다.
“나는 아침마다 불가능한 일 여섯 가지씩을 상상해.” 팀 버튼의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대사다. 다른 말로 하면, 앨리스는 매일 아침 쓸데없는 생각에 잠긴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쓸모 있는 생각이란 없다. 별 괴상한 아이디어가 진화를 거듭하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한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닌텐도, 아이폰이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까?
어른들은 아이들이 실용적으로 생활하기를 바란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사고력이 자라길 바라는 부모들이라면 “책을 많이 읽으라”는 잔소리도 좋지만 “쓸데없는 생각 많이 하고, 이왕이면 쓸데없는 짓도 자주 하라”고 권해야 한다. 폼 나는 말로는 ‘상상력’이 있다. 그냥 ‘망상력’은 어떤가. 망상도 힘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던가. 새로운 언어를 발명하겠다며 일주일간 낑낑댄 적이 있다. 내 맘대로 주어·동사·명사들을 만들고, 그 음운과 뜻을 멋대로 붙여 공책에 빼곡히 적었다. 동네 친구들에게 보여준 뒤, 이 언어로만 소통하자고 우겼다.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돌이켜보면 그렇게 놀았던 기억이 쓸모없지만은 않았다. 언어의 법칙을 조금 이해하게 된 계기이자 ‘의심’을 훈련한 경험이었다. 반드시 어릴 때부터 배운 말로만 이야기해야 하나?
(/ pp.56~57)

준석은 남을 가르치진 않는다. 다만 스스로를 훈계한다. 끝에 가선 예외 없이 마음을 다잡는다. ‘해피 엔딩’이 아니라 ‘모럴 엔딩’이다.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말에 빗대 뜻풀이를 하자면 ‘도덕적 최후’다. 글의 초반부에선 ‘정의하기’가 습관인 ‘정의파’인데, 글의 최후는 꼭 장렬하게 ‘도덕적’으로 맺어야 직성이 풀린단 말이냐. 시작과 끝은 사실상 글의 모든 것이다. “멋진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생각나지 않으면 아예 글을 쓸 생각도 하지 마라”라는 말이 있다. 나는 이렇게 비틀어 다시 말하고 싶다. “사전적 개념 정의로 첫 단락을 시작하거나, 바른 다짐으로 글을 맺으려거든 아예 글을 쓸 생각도 하지 마라.” 착한 척 구는 바른 다짐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매력은 더더욱 없다. 읽는 이의 가슴에 접근하지 못하는 최악의 엔딩이다(오해 마시길. 악한 글을 권하는 건 아니다. 착한 글과 착한 척하는 글은 다르다).
(/ pp.75~76)

‘것’은 괜히 글을 배배 꼬게 한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려면 이를 멀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령 이런 문장은 어떠한가. “공부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면 ‘것’이 두 번 중복되므로 하나는 ‘점’으로 바꾸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오리라. “주의해야 할 것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이다. 아예 문장을 다 흔들어 “공부할 때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쓰면 얼마나 단순명료한가.
(/ p.266)

아이들에게 인터뷰를 시켜보자. 형제·남매 간을 넘어 친구 또는 선생님도 좋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기타 친지도 대상에 포함시켜보자. 인터뷰 내용은 반드시 기록하게 한다. 어렵게 여기지 말자. 인터뷰의 다른 이름은 대화다. 목적을 띤 조금 깊은 대화일 뿐이다. 핑퐁처럼 말을 주고받으며 아이들은 소통을 훈련하고, 지혜와 경험을 배운다.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고 깊게 키운다.
반성문 대용으로도 좋다. 흔히들 학교에서 주먹다짐을 하다 걸리면 반성문을 쓰게 한다. 별 효용 없다. ‘억지 글짓기’다. 대신 인터뷰를 시키자. “왜 너는 나를 때렸을까”라는 주제 아래 서로 캐묻게 하고 그 결과를 쓰도록 말이다. 앞에서 인터뷰는 소통 훈련이라고 했다. 바꿔 말하면 ‘남의 말 듣기 훈련’ 아닌가.
아, 집에서도 괜찮겠다. 준석과 은서가 대판 싸우면, 다음부턴 ‘역지사지’ 인터뷰다!
(/ p.316)

잡지와 신문을 만들며 숱한 글을 썼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는 글을 쓴 일은 기억에 없다.
이번 주제는 ‘러브레터’다. 나는 못 했지만, 아이들에겐 일종의 습관으로 만들어주고 싶다. 마침 할머니 생일이 다가왔다. 할머니에게 사랑과 존경을 듬뿍 담은 글을 쓰게 했다. 글쓰기의 기술을 말할 계제는 아니다. 두 가지만 지키라고 했다. 할머니와의 지난 추억을 구체적으로 기술할 것, 사랑을 최대한 표현할 것.
“할머니를 생각하고 어린 시절 앨범을 보니깐 자꾸만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져요. 지금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지만, 옛날에는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잖아요. (중략) 생신 때까지 (은서와) 서로 싸우면 할머니의 기분과 생신을 맞은 기분이 안 좋으실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만이라도 할머니께 싸우지 않는 모습을 보여 드릴게요. 그럼 올해에도 건강하시고 내일 봬요. 사랑해요! 2010년 10월 8일 시험이 끝난 준석이가 할머니께.”
“아, 할머니와의 추억이 생각나네요. 할머니와 함께 계곡에 간 적도 있고, 영화를 보러 간 적도 있었죠. 아, 그리고 영화를 볼 때는 저희에 게 양보를 해주셨잖아요. 할머니 수준 영화도 아닌데, 저희 때문에 억지로 그 영화를 보셨죠. (중략) 할머니, 천 살 넘게 오∼래 오∼래도록 사고 없이 행복하게 사세요. 사랑해요∼ 2010년 10월 10일 할머니의 사랑스러운 손녀인 은서 올림.”
맛있게 씹히는 건더기는 없다. 맹탕이다. 하지만 할머니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할머니로 하여금 답장까지 쓰게 했다. 이유가 필요없다. ‘러브레터’는 받는 이를 무조건 기분 좋게 한다. 존재감도 확인시켜준다. 이럴 때 글은 꽃보다 아름답다.
(/ pp.407~408)

몸뚱이 하나만을 믿고 살아가지 않는 한, 글쓰기는 어떤 ‘운명’이다. ‘원하지 않을 때, 원하지 않는 주제의’ 글을 끊임없이 써야 함은 숙명이다. 서술형 시험 문제도 풀어야 하고, 논술 시험도 치러야 하고, 입사를 위한 자기소개서도 써야 한다. 각종 기획서와 프레젠테이션의 타당성은 결국 글로써 검증된다. 홍보와 마케팅의 기술도 문장력을 피해갈 수 없다. 누군가의 부당한 견해를 공격하는 창을 들거나, 궁지에 놓인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방패를 치켜들 때도 논리적 글은 필수다. 글로만 먹고사는 전업 작가가 되지 않아도, 이렇게 우리는 글과 분리된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 세상의 주인으로 우뚝 서는 데에서, 한심한 글은 엄청난 핸디캡이다.
(/ p.424)

저자소개

고경태(Koh, Kyoung-Tae)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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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에서 태어났다. 대학 1학년 때부터 납활자의 향기를 맡으며 학보를 만든 일이 이후의 삶에 영향을 끼쳤다. <한겨레21> 창간팀에 합류한 한겨레신문사에서 기자/편집자/편집장으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 기간 쉼 없이 새로운 기획을 시도했고 매체 창간과 리뉴얼 작업에 참여했다. 《유혹하는 에디터》부터 《1968년 2월 12일》까지 5권의 책을 썼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편집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한베평화재단 이사로 있으며 ‘한마을 이야기 퐁니·퐁넛’ 기록전시회를 5개 도시에서 열었다. 2019년 11월 현재 블록체인 미디어 <코인데스크코리아>를 발행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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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중딩 10학번. 레고와 공룡, 트랜스포머에 탐닉했고, 현재는 스마트폰 마니아다. 유독 동생에게 못된 ‘까칠남’이지만, 알고 보면 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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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초딩 07학번. 입에서 노래가 떠나지 않는 ‘소녀시대’ 광팬. 화가를 꿈꾼다. 명랑 뻔뻔한 수다쟁이답게, 말싸움에선 오빠를 압도한다.

언론사 추천 및 수상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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