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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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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대한민국을 특별하게 만든 9가지 한국적 삶의 코드(‘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장례’ ‘전화’ ‘대학’ ‘영어’ ‘혈서’ ‘간판’)를 통해 무언의 소통을 포착하다. 서로를 인정하고 상생하는 ‘대화’민국과 성찰 아닌 자민족 헐뜯기에 몰두하는 ‘대란’민국으로 가는 길 사이에서 대한민국 구하기에 나선 강준만의 새로운 한국학,[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출간!

이념의 문제가 아닌 경쟁적 근대화라는 역사적 특수성에 기인한 문제로 비생산적인 좌우 논쟁을 벌이는 나라, ‘이래서 한국놈들은 안돼’라는 말처럼 자민족을 비하하는 민족성?국민성 담론이 사라지지 않는 나라,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독특한 평등주의가 만연한 나라, 대한민국.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특수한 실정과 환경에 대한 고민이 없거나 박약하다는 증거다. 과연 한국인은 한국을 잘 알고 있을까? 9가지 한국적 삶의 코드를 통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1. 무엇이 ‘빨리빨리’를 만들었고, 빨리빨리는 또 무엇을 양산했는가?
2. ‘아파트’가 공공 커뮤니케이션과 공동체문화에 미친 영향은?
3. 한국인의 국가,사회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 미디어로서의 ‘자동차’
4. 대대적인 시위의 기폭제이자 인정투쟁과 인맥투쟁의 장으로 기능하는 ‘장례’
5. 집단주의와 타인지향성이 강한 한국사회의 구별 짓기가 발달시킨 ‘전화’
6. 서울이 지방을 거느리는 내부 식민지 체제를 강화한 서울의 ‘대학’
7. 한국형 평등주의가 한국에서 ‘영어’ 광풍과 영어제국주의를 번성시킨 동인?
8. ‘혈서’, 심정과 한의 사회에서 자해의 형식으로 카타르시스를 분출하다
9. 한국사회의 발전 동력과 직결되어 있는 ‘간판’들의 과격한 경쟁


지난 20여 년간 결코 이념의 문제가 아닌 것을 이념화해 벌이는 한국의 비생산적인 좌우 논쟁을 지켜본 강준만의 문제의식에서 탄생한 숙성된 저작!

“이래서 한국놈들은 안돼.”
극단적으로 편을 가르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 골몰하는 정치권, 대형 건물의 공사기간을 여러 달 단축했다고 자랑하는 기업, 내 집값 올리자며 서슴없이 집값 담합에 참여하는 부녀회, 기러기 아빠로 지내다 쓸쓸한 죽음을 맞이한 중년남성의 뉴스 등을 접할 때마다 어김없이 터져 나오는 말이다. 한국인은 정말 이렇게 소속 집단의 간판 파워로 개인을 평가하려는 집단주의와 무엇이든 빨리하는 것이 최고라는 속도주의에 매몰되어 있을까? 또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공동체 내에서만 공동체 의식을 발휘하고 “내 자식이 다른 집 자식보다 뒤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기이한 평등주의를 실현하려고 온 생애를 바치는 덜 떨어진 민족일까? 이것이 결국 나라의 운명을 위태롭게 할까?
우리는 사실 이렇게 ‘싸잡아’ 평가하는 민족성 담론에 문제가 많음을 알고 있다. 집단보다 개인을 앞세우고, 차분하고 끈기 있게 문제를 파고들고, 감정보다 합리성을 앞세우는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닌 한국인을 주변에서 얼마든지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민족성 담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복잡한 세상과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을 단순화시켜 이해하기에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 식으로는 이 복잡한 세상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채수홍, [자기비하의 담론에 익숙한 우리])
[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대한민국 9가지 소통코드 읽기]의 저자 강준만은 이 같은 관점을 인정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인의 민족성을 객관적이고 분명하게 파악해 ‘민족성.국민성 담론’을 형성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의 명암을 있는 그대로 밝히는 이 작업이 대한민국의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지속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더 넓게는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기존 해외 홍보 수준 이상의, 한국 인문사회과학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새로운 한국학’ 정립을 시도한 것이다.
우선 방법의 측면에서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문화정치학의 관점을 접목한 것이 신선하고 특징적이다. 저자는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듯 보이는 대한민국 민족성의 기원과 유형을 논리적으로 밝히기 위해 9가지 한국의 생활문화 양식(‘빨리빨리’ ‘아파트’ ‘자동차’ ‘장례’ ‘전화’ ‘대학’ ‘영어’ ‘혈서’ ‘간판’)을 엄선, 한국인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소통하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켜나가는지 조목조목 설명한다. 한국인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 9가지는 한국인스럽게 대화하고 서로를 인지하는 대표적인 소통의 도구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부정적인 모습 뒤에 긍정적 에너지를 감추고 있거나 긍정적인 모습 뒤에 부정적 에너지를 감추고 있기도 하다. ‘빨리빨리’에 길들어 매사 기초에 충실하지 못한 한국인의 이미지 이면에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달성하는 한국인의 저력이 숨어 있는 것처럼, 또는 휴대전화 강국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 뒤에 어떤 휴대전화를 소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사람의 지위고하를 섣불리 평가하는 못된 습관이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일상생활에서 대한민국의 특별한 정체성을 알려주는 요소를 발견하는 재미와 함께 이를 긍정적인 요소로 승화하는 성숙한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1. 무엇이 ‘빨리빨리’를 만들었고, 빨리빨리는 또 무엇을 양산했는가?
‘빨리빨리’라는 행동양식은 한국인들이 영위하는 일상적 삶의 전 국면을 지배하고 있음에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주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여기서는 이 행동양식을 탐구하면서 속도를 숭배하는 현대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속성을 포괄하는 ‘속도 커뮤니케이션(속도를 표현하고 촉진하는 커뮤니케이션)’의 기원과 유형을 제시한다. 즉, 빨리빨리의 구조적 동인으로 ‘①일극주의 ②군사주의 ③수출주의 ④평등주의 ⑤각개약진주의에 주목하여 이 5대 동인이 빨리빨리를 촉진했지만 반대로 빨리빨리의 원리에 근거한 속도 커뮤니케이션이 5대 동인을 지속?강화해왔음을 밝힌다.
(/ [1장 빨리빨리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속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중에서)

*행복감은 이웃과의 비교에서 나온다. 이런 ‘이웃효과’에 관한 한 한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한국사회 특유의 사회문화적 동질성과 밀집성 때문이다. 동질적인 고밀집 사회는 이웃과의 비교를 강요한다. 이웃을 의식하지 않고선 단 한시도 못 살게 만든다.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엄친딸’(엄마 친구 딸), ‘아친남(아내 친구 남편)’, ‘딸친아(딸 친구 아빠)’ 등과 같은 말들이 순식간에 국민이 공감하는 신조어가 될 정도로 그 비교는 필사적이다. 한국 경제가 중진국 수준을 넘어선 뒤에도 빨리빨리라는 경쟁 논리를 생활화시킨 데엔 바로 그런 이웃효과가 컸다. 인터넷을 비롯한 현대적인 원격통신은 이웃효과의 국지적 본성을 소멸시켰는데 한국은 고밀도 덕분에 세계적인 인터넷 강국으로 등극했으니 이웃효과로 인한 평등주의와 그에 따른 빨리빨리 경쟁은 한국적 삶의 본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41)

2. ‘아파트’가 공공 커뮤니케이션과 공동체문화에 미친 영향은?
공공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주로 언론과 같은 정보미디어 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지금까지의 연구경향에 이의를 제기하고 미디어의 수용환경, 즉 거주 체제에 주목했다. 특히 한국에서 반세기에 걸친 역사를 자랑하며 대량으로 건설된 ‘아파트’가 공공 커뮤니케이션과 공동체문화에 미친 영향을 ‘①포드주의적 효율성의 전파 ②공동체 의식 약화 ③지위 구별 짓기 강화 ④여론의 쏠림과 불안정 ⑤공동체의 이익집단화’의 다섯 가지 기능으로 나누어 생각해본다.
(/ [2장 아파트의 문화정치학: 아파트가 공공 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중에서)

*아파트 거주 체제는 한국 경제발전 요인 중의 하나인 집적集積의 실현으로, 그로 인한 효율성은 유통에서 가장 두드러져 대중의 풍요로운 소비생활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사회의 정보화를 앞당긴 요인 중 하나도 아파트 대단지가 제공해준 포드주의적 효율성이었음을 어찌 부인할 수 있으랴. 중앙집중화의 터전 위에 선 ‘아파트 공화국’이야말로 네트워크를 깔기에 가장 적합한 체제였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교외 주거지역의 특성상 인구밀집이 쉽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어 인터넷 보급망에서 한국에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국민의 반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할 뿐만 아니라 전화국 반경 4km 내에 거주하는 인구가 93%라 서비스 공급에 매우 유리했다.
(/ p.65)

3. 한국인의 국가.사회 정체성 형성에 기여한 미디어로서의 ‘자동차’
개화기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자동차의 역사를 살펴보면서 자동차의 미디어 기능을 ‘①근대화 상징으로서의 자동차 ②국가적 자부심 상징으로서의 자동차 ③국토 재발견 수단으로서의 자동차 ④공동체 의식 재편성 기제로서의 자동차 ⑤지위 구별 짓기 수단으로서의 자동차’로 나누어 분석한다. 더불어 이를 근거로 자동차가 한국인의 국가?사회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한다.
(/ [3장 자동차의 문화정치학: 자동차가 한국인의 국가.사회 정체성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중에서)

*한국 자동차의 역사는 한국형 자본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자동차는 고속성장의 포드주의적 양산 체제의 견인차로서 한국형 압축성장을 상징했다.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였던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는 사실상 자동차의 속성이자 이미지이기도 했다. 안전은 주요 고려 사항이 아니었다. 너무도 뒤처져 나라를 빼앗긴 쓰라린 경험이 있는 한국인들은 마냥 빨리 내달리고 싶어 했다. 한국의 압축성장은 ‘위험을 무릅쓰는 문화a risk-taking culture’의 산물이기도 하다. 경부고속도로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건설되었다는 기록을 세웠지만, 이 기록 달성의 와중에서 77명이 안전사고로 사망했으며 이후 세계 최고의 교통사고 사망률을 기록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런 문화의 반영이다. 좁은 땅과 높은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한국에서 “달리는 한 나는 천국에 있다”고 외치긴 어려웠다. 어딜 가도 자동차가 철철 흘러 넘쳐 빨리 달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마저 자주 주차장으로 변하곤 하는 교통지옥에서 자동차는 ‘소유’ 그 자체에 더 큰 의미를 두어야 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광고가 한결같이 ‘안전’은 무시한 채 ‘속도’만 강조한 건 대중의 그런 갈증과 욕망을 읽어내고 속도감의 환상이나마 즐겨보라는 배려 때문이었으리라.
(/ p.121)

4. 대대적인 시위의 기폭제이자 인정투쟁과 인맥투쟁의 장으로 기능하는 ‘장례’
가정의례비가 혼례,상례만 해도 정부 예산의 25%를 차지하는 한국문화의 특수성에 주목해 ‘①감정의 발산 ②억눌림의 폭발 ③장례의 축제화 ④장례의 인정투쟁 ⑤장례의 인맥투쟁’ 다섯 가지의 장례 커뮤니케이션을 살펴본다. 특히 대성통곡으로 대변되는 감정의 발산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리고 강한 타인지향성을 드러내는 의식의 성격이 강한데, 이처럼 감정 발산에 능한 한국인의 기질로 인해 장례가 자주 대대적인 시위의 기폭제로 기능한 역사가 흥미롭다.
(/ [4장 죽음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장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중에서)

*장례가 간소화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상주의 인정투쟁과 더불어 그런 ‘인맥 만들기’를 위한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서의 기능이다. 인맥 만들기엔 그만한 보상이 뒤따르지만, 흥미로운 건 인맥 만들기가 그런 이해관계의 게임으로만 이해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인들은 덕德과 정情을 추가해 인맥을 사람 됨됨이의 문제로 격상시킨다. 삶의 보람이나 의미까지 덤으로 주어지기도 한다. 이해관계가 없는 순수한 조문객들의 경우에도 장례는 인간성을 검증하는 기회가 된다. 장례식장에서 오고 가는 대화 중엔 장례를 위해 ‘누가 애를 썼다’느니 ‘누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느니 하는 식으로 ‘의리’에 대한 품평이 많다.
(/ p.151)

5. 집단주의와 타인지향성이 강한 한국사회의 구별 짓기가 발달시킨 ‘전화’
그간 휴대전화의 이용 동기, 방식, 행태 등을 밝히는 것에만 국한되었던 연구경향을 보완하는 의미에서 전화가 한국사회에서 누려온 지위재地位財로서의 위상을 역사적으로 탐구한다. 이를 위해 집단주의와 타인지향성이 강한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 속에서 ‘구별 짓기’가 유선 전화의 도입 때부터 전화 발달의 강력한 동인 중 하나였음을 밝힌다. 또한 관계 테크놀로지로서의 전화는 지극히 한국적인 매체라는 점에 근거해 전화를 통한 구별 짓기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 [5장 전화의 문화정치학: 구별 짓기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전화문화사] 중에서)

*1970년대 들어서도 전화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가입 신청 뒤 전화가 놓일 때까지 1년 이상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전화 배정을 둘러싼 비리가 만연했고, 전화가입 업무 담당자의 ‘끗발’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전화 수요의 폭증을 견디다 못한 체신부가 1970년 6월 일반 시민들의 신규 전화가입이 거의 불가능하게끔 억제키로 하자 [조선일보](1970년 6월 28일자)는 “전화를 사치품으로 착각하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했다. 그러나 현실을 보자면 전화는 사치품, 그것도 투기의 대상이 된 사치품이었다. 이에 정부 일각에선 전화가입권을 사용권으로 규제해 전화의 양도를 전면 금지하자는 안이 나왔다.
(/ p.169)

6. 서울이 지방을 거느리는 내부 식민지 체제를 강화한 서울의 ‘대학’
식민지는 국가들 사이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한 국가 내에도 극심한 지역 간 불평등의 형식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해 서울이 지방을 식민지로 거느리고 있는 가운데 대학 서열 체계의 상층부에 속하는 서울 명문대학들이 이 내부 식민지 체제를 온존?강화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대학 식민지론’을 제기한다. 이 같은 현상은 교육이 성공과 출세의 주요 수단에 된 한국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대한 금전적?심리적 부담과 그에 따른 민생의 피폐화를 초래하고 더 나아가 지방의 공동화를 초래하는 주범이다.
(/ [6장 대학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대학 식민지 체제에 관한 연구] 중에서)

*대학 식민지 체제가 지방에 미치는 최악의 폐해는 인재 유출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지방에 인재가 없다고 아우성을 치면서도 각 지역마다 지역의 우수 인재를 서울 소재 대학으로 보내는 걸 지역 발전 전략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방의 자치단체와 교육청은 경쟁적으로 지역 학생들을 서울 명문대에 보내는 것을 장려하고 있다. 어느 자치단체는 서울대에 진학하는 학생에게 1,500만 원씩, 고교에는 서울대 합격자 1인당 800만 원씩, 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과학기술대 진학생에게는 900만 원씩, 고교에는 이들 대학 합격자 1인당 500만 원씩을 지원했다(백소영, 2006). 정도의 차이일 뿐 많은 지자체가 이런 금전적 지원책을 쓰고 있으며, 서울에 학숙을 지어 지방 인재들의 서울 유학을 장려하는 자자체들도 많다. 이는 서울에 가서 명문대를 나온 뒤 출세하면 고향 발전을 위해 기여해달라는 뜻이지만, 사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식민지 근성의 발로이자 결과다.
(/ p.202)

7. 한국형 평등주의가 한국에서 ‘영어’ 광풍과 영어제국주의를 번성시킨 동인?
한국에서의 ‘영어제국주의’가 내부 경쟁용 구별 짓기의 양태로 구현된 것에 주목하여 그 전개 과정을 ‘①기업 경쟁 ②대학 경쟁 ③조기교육 경쟁 ④조기유학 경쟁 ⑤평가시험 경쟁’의 5단계로 나누어 살펴본다. 그리고 영어 격차가 정치경제적 격차일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격차와 더불어 영어 능력의 상징적 과시효과로서 심리적인 격차라는 전제하에 “내 아이가 다른 집 아이에 비해 뒤떨어지는 건 참을 수 없다”는 한국형 평등주의가 영어 광풍을 번성시킨 주요 동인임을 밝힌다.
(/ [7장 영어의 문화정치학: 한국에서의 영어제국주의에 관한 연구] 중에서)

*한국형 평등주의란 거칠게 말하자면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삶의 철학이다. 박권일이 잘 지적했듯이 일반적 평등주의는 ‘사회 전체의 비대칭’을 문제 삼는 데 비해, 한국적 평등주의는 ‘부자와 나의 비대칭’만 문제 삼는다. 한국형 평등주의는 “나도 부자가 되어야 한다”거나 “내 새끼도 서울대 가야 한다”는 원리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하지만 그 장점도 크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남처럼 잘살고 잘 먹겠다는 의지만큼 강력한 성취동기는 없다. 여기에는 개인이나 기업이 따로 없다. 누구나 출세하기 위해, 더 잘 먹고 잘살기 위해, 권력을 쥐기 위해 전력투구한다. 목적지상주의가 후유증을 남기기도 했지만 무엇이든 달성하고자 하는 욕구가 삶의 질을 급신장시킨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선진국 진입을 바라보게 된 배경에는 ‘너도 하면 나도 하겠다’는 평등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 p.238)

8. ‘혈서’, 심정과 한의 사회에서 자해의 형식으로 카타르시스를 분출하다
한국인은 비상시 직접 피로 글을 쓰는 ‘혈서’를 많이 이용해왔다. 혈서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비상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여기서는 혈서가 ‘심정 커뮤니케이션’과 ‘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것을 밝힌다. 그리고 비록 혈서는 많이 사라졌을망정 혈서를 태동케 한 심정 커뮤니케이션과 한 커뮤니케이션은 민족주의, 개혁주의 등과 같은 이념적 ‘비상사태’와 결합 시 냉정한 이성을 배제하는 언어적 과장의 형식으로 지금도 건재하며 이는 수용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고 주장한다.
(/ [8장 피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혈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중에서)

*피는 늘 경계를 함축하는 개념이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이나 오늘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 청소’의 경우에서 보듯이, 피를 기준으로 한 강자의 경계는 늘 무자비한 폭력을 부르지만 약자의 경계는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자신의 몸에서 피를 뿜어내는 자해自害를 통해 자신의 주장과 염원을 드러내거나 관철시키고 싶다는 약자의 무기인 셈이다. 한국에서 혈서의 역사는 오래됐겠지만, 한반도에 대대적인 혈서 바람이 분 건 사실상 나라를 빼앗긴 을사늑약(1905년 11월 18일)과 정미7조약(1907년 7월 24일) 이후부터였다는 것이 그 점을 잘 말해준다.
(/ p.252)

9. 한국사회의 발전 동력과 직결되어 있는 ‘간판’들의 과격한 경쟁
그간 ‘시각적 공해’의 주범으로 지탄받아온 간판은 한국 민주주의와 놀라울 정도로 닮은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 전반의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간판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자기부정의 ‘부메랑’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밝혔다. 이러한 문화적 의미에 대한 탐구는 ‘①속도주의 ②평등주의 ③형식주의 ④최대주의 ⑤냉소주의’ 등 다섯 가지를 추출해 역사적 사례를 제시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 [부록] 간판의 문화정치학: 간판은 어떻게 한국사회를 재현하는가?] 중에서)

*냉소주의는 늘 최악을 준비하는 삶의 자세였다. 공적 영역엔 불신을 보내되, 사적 영역에선 신뢰할 수 있는 연고를 키우고 자녀 교육에 목숨을 거는 처세술이었다. 냉소의 사전엔 실망과 좌절이 없다. 배신을 당할 일도 없고 상처를 입을 염려도 없다.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비리?파렴치?위선 행각이 그칠 줄 모르는 상황에서 대중이 의존하는 최대의 심리적 방어기제가 바로 냉소주의다. 한국의 간판문화는 바로 그런 냉소주의문화의 재현이기도 하다. 김현도가 난잡한 간판을 우리의 생존방식이며, 세상물정이고, 우리 미감美感의 현주소라고 본 건 옳다. 그는 “간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대중음악, 디자인, 순수미술, 미디어, 인문학, 예술비평 등 모든 예술이나 문화적 흐름도 같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며 “막강한 주류문화에 대항해 특이성과 자생력을 강조하려는 몸부림조차 어딘지 간판의 패턴을 그대로 닮고 있다”고 했다.
(/ p.294)

목차

1장 빨리빨리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속도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2장 아파트의 문화정치학:
아파트가 공공 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3장 자동차의 문화정치학:
자동차가 한국인의 국가?사회 정체성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4장 죽음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장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5장 전화의 문화정치학:
구별 짓기의 관점에서 본 한국의 전화문화사

6장 대학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대학 식민지 체제에 관한 연구

7장 영어의 문화정치학:
한국에서의 영어제국주의에 관한 연구

8장 피의 문화정치학:
한국의 혈서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연구

부록 간판의 문화정치학:
간판은 어떻게 한국사회를 재현하는가? -조흡,강준만

참고문헌

저자소개

생년월일 1956.01.05~
출생지 전남 목포
출간도서 186종
판매수 51,004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인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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